“능 선생, 곽 주임님께 설명 좀 해드려.”
곽립청 주임이 곽종군 주임을 가리키며 말했다. 곽립청은 가슴에서 피를 흘리는 환자를 바라보며, 자신의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다고 생각했다. 신뢰도는 곽립청이 가장 중시하는 중대 문제였다.
곽립청 님은 본인의 신뢰도를 회복하는 것이 절박했다.
“무슨 설명이요?”
능연이 의아한 듯 힐끔 보고 물었다.
“다른 진료과 컨설트할 때, 어떻게 외상 위치를 정확히 짚었는지 말이야. 특히 블리딩을 명확히 짚은 거 말이다.”
곽립청은 순간 뭐라고 정확하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능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까 설명으로 부족합니까?”
곽립청은 속으로 아까 너 대충 말했잖아? 라고 생각했지만, 그 말을 입에 올리기 전에 주춤했다. 그는 갑자기 그 말을 하면 본인이 함정에 빠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 그럼 님은 어떻게 환자 블리딩 포인트를 알아내신 거죠? 그러니까 내출혈 말이야.”
곽립청이 다시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흠, 그건 좀 복잡한데요.”
능연이 신음했다. 확실히 매우 복잡했다. 환자를 야상면, 관상면으로 해부하든 아니면 더 통속적인 말로 십자 해부를 하든, 출혈 포인트를 찾는 건 복잡했다.
다른 건 접어두고, 해부 방면 지식도 엄청나게 쌓여있어야 했다. 복부 해부 경험 200번, 상지 해부 경험 3000번, 흉부 해부 경험 40번, 뇌부 해부 경험 20번이 없었다면, 능연도 환자의 해부면만 보고 신속한 판단을 하진 못했을 것이다.
능연은 본인이 아는 비뇨기과 곽립청은 가상 인간이 있어도 이렇게 빠르게 판단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다시 말하면, 곽립청 주임에게는 능연이 한 일이 매우 복잡한 일이라는 말이었다.
능연은 매우 진지하고 진솔하게 그 말을 했다.
곽립청은 저도 모르게 가슴을 부여잡고 몸을 꼿꼿이 세우며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맞아도 곧게 서서 맞아야 했고, 죽어도 담담해야 했다. 괄약근을 힘껏 조일수록 얼굴은 평온하고 평탄한 미소를 드러내게 된다.
“능 선생님, 우리가 환자를 더 받을 수 있는지 연락이 왔어요. 중환자 둘 실은 구급차가 저희 병원으로 오고 싶어 합니다.”
접수 간호사가 종종걸음으로 조신하고 우아하고 신속하게 달려와 물었다.
능연은 곽종군을 바라봤다.
병원의 지휘체계를 따르면, 응급센터 주임인 곽종군이 도착했으니 능연은 수술실에서와 달리 당연히 지휘권을 넘겨주어야 한다.
“자네가 잘 하고 있으니 계속하게. 수술하고 싶어지면 내가 지휘하겠네.”
곽종군이 미소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같은 말을 곽종군이 다른 사람에게 한다면, 그 말을 들은 사람은 십중팔구 놀라서 기절하거나 아니면 곽 주임이 비꼬는 것이겠거니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곽종군이 능연에게 비꼬는 말을 할 리도 없고, 게다가 마지막 말을 할 때는 더욱 다정했다.
곽립청은 묵묵히 곁에서 지켜봤다.
이번에도 외부 출혈 환자가 또 오진 않겠지.
능연의 지혈 기술을 제대로 연구하고 싶었다.
외과의는 원래 호기심 천국이지만, 막중한 업무 때문에 호기심을 펼치지 못할 뿐이었다.
전에는 그저 궁금할 뿐이었는데, 오늘 능연의 모습은 곽립청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가능하면 배우고 싶을 정도로.
곽립청은 다른 말이 없이 곁에 서서 환자가 납시길 기다렸다.
힐끔 곽립청을 본 곽종군은 바로 의도를 알아차렸고, 말리거나 따질 생각 없이 조용하게 옆에 서 있었다.
능연은 더욱 개의치 않았고.
잠시 후 환자가 바로 도착했다.
“크러쉬 트라우마.”
달려간 곽립청은 바로 알아차렸고, 어떻게 처리하는지 보려는 듯 시선이 곧장 능연에게 향했다.
능연은 살짝 미간을 좁히고 손가락을 허공에 가볍게 흔들었다.
“정형외과 콜 해.”
능연이 바로 명령을 내리자 곽립청이 바로 속으로 콧방귀를 뀌며 곽종군을 향해 속삭였다.
“주임님, 이제 잘 보세요.”
“음, 보고 있네.”
곽종군의 목소리도 낮아졌다.
정형외과에서 온 레지던트가 발바닥이 바닥에 닫지 않을 기세로 날아와 능연과 곽종군에게 인사하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스트레처 카 위의 환자를 검사했다.
능연과 곽종군, 그리고 비뇨기과 부주임도 있는 자리라 정형외과 레지던트는 온몸의 뼈가 어기적대는 느낌이었다.
“수술실로 바로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레지던트가 능연을 바라보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음, 정형외과 수술방 빈 거 있어?”
수술 층은 그저 수술실을 모아 놓았을 뿐이고, 실제 사용할 때는 각 진료과가 나눠서 사용했다. 정형외과는 막강한 진료과라서 수술실도 많이 배정받았지만, 이런 돌발 사고 때는 정형외과 환자가 가장 많아서 수술실이 매우 타이트했다.
능연이 생각하기론 지금 가동할 수 있는 공동 수술실이 아닌 이상 정형외과에서 지금 빈 수술방을 낼 수 없을 거 같았다.
정형외과 레지던트는 더욱더 멍해져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전화해서 물어도 되겠냐고 물었다.
“물어봐. 없다면 바로 공동 수술실 신청하라고 하고.”
대답을 마친 능연은 바로 장갑을 끼고 최대한 상처 부위를 건들지 않으면서 다른 환자 검진을 했다.
잠시 후, 환자가 실려 가자마자 다른 환자가 실려 왔다.
그러나 이번에도 출혈은 없고 감춰진 출혈 포인트도 없었다.
“대체 뭘 보라는 건가.”
곽종군이 곽립청을 바라봤다.
“댁에 능연이······.”
곽립청이 이를 악물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런 기술이 하늘에서 떨어진 건 아닐 거 아닙니까.”
“천재를 잘 모르는구만.”
곽종군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어찌 됐든, 능연이 아까 희한한 방법으로 다른 진료과에 환자 상태를 지적했습니다.”
곽립청이 고집을 부리자 곽종군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곽립청 님, 수익 창출을 위해서 허구한 날 포경 수술만 하지 마시고요. 그런 거 만날 잘라대니 환상이 보이는 거 아닌가.”
“맹세합니다.”
곽립청이 맹세를 한다는 건 해보자는 것이었다.
곽종군은 눈썹을 꿈틀거릴 뿐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그러나 속으로는 이해득실을 계산 중이었다.
곽립청 이놈, 재미있는데, 한 번 가지고 놀아 볼까?
밤이 된 운화병원에서 두려운 붉은 빛이 번쩍였다.
밤을 맞이한 운화병원에서 가장 밝은 곳은 응급센터였다. 독립된 건물에 있는 모든 창문에서 불빛이 비치고, 빨간 ‘응급’ 두 글자에 지나가는 사람은 묘한 떨림을 느꼈다. 다들 못 본 척 지나쳤지만, 막연히 응급센터의 위치를 기억하게 되면서 자신과는 영원히 관계없는 단어이길 바랐다.
커플 한 쌍이 멀리서 ‘응급’이라는 두 글자를 보며 흥분한 표정을 지었다.
“거의 다왔어.”
포니테일을 한 여자가 힘껏 자전거를 밟으며 뒷좌석에 탄 남자를 위로했다.
“응, 힘들지 않아? 그냥 택시 타자.”
남자가 무거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이고, 계속 그 소리. 나 진짜 괜찮아.”
여자아이는 강한 척 한 팔을 들어 올려 근육까지 드러내려고 했다.
“조심해.”
남자는 허약하게 소리 지르며 한쪽 다리를 뻗어 흔들리는 자전거를 지탱했다. 그리고 동시에 밀어닥치는 아픔 때문에 입이 벌어졌다.
“괜찮아, 괜찮아. 내가 중심 잡았어.”
여자아이가 당황해서 다급하게 내뱉었다.
“알아. 우리 그냥 택시 타자.”
“괜찮다니까.”
남자가 통증으로 식은땀을 흘리면서 하는 말에 여자는 고집을 부리며 다시 페달을 밟았다.
남자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자전거 뒷좌석에 앉아서 지나가는 택시를 바라봤다. 온몸의 세포가 모두 택시를 갈망하고 있었고, 특히 아픈 부분은 더 했다.
“선생님! 선생님!”
여자는 애써 남자를 끌고 응급 출입구 앞으로 와서 고함쳤다. 그들을 발견한 간호사가 냉큼 달려갔다.
“무슨 일이에요?”
“절 보호하다가······.”
여자가 애처로운 모습으로 간호사를 바라봤다.
“계단에서 굴렀습니다. 가슴이 너무 아파요.”
“일단 앉으세요. 휠체어!”
남자가 힘겹게 가슴이 아프다고 말하자, 간호사는 예민해져서 바로 손을 흔들어 근처에 한가한 훈련의 한 마리를 불렀다.
지금은 다들 바쁜 시간이라 레지던트는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
진료과에서 지원 온 간호사 하나도 휠체어를 밀고 와서 함께 남자를 휠체어에 태웠다.
휠체어에 궁둥이를 붙인 남자는 등을 천천히 기대면서 길고 긴, 편안한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드디어 병원에 왔네.”
여자도 땀을 비처럼 흘리며 주저앉았다.
“어떻게 병원까지 온 건가요?”
간호사가 의아한 듯 물었다.
“제가 자전거로 데리고 왔어요.”
여자의 얼굴에 부끄러움과 은근한 뿌듯함이 보였다.
남자가 그렇게 약한 체격도 아니라서, 간호사는 더없이 놀랐다가 감탄하는 듯 얼마나 멀리서 왔는지 물었다.
“4킬로 정도?”
여자는 시린 팔뚝으로 시린 다리를 문지르면서 웃었다.
“저도 이렇게 오래 버틸 줄은 몰랐어요.”
“택시를 타지 그랬어요.”
간호사의 말에 남자도 여자를 바라봤다.
여자는 부끄러움과 뿌듯한 얼굴로 애교스럽게 대답했다.
“우린 평소에 자전거 타거든요. 게다가 요즘 다들 자전거 타잖아요. 저는 뛰는 것도 자신 있어서 태우고 올 자신 있었어요. 그지?”
마지막 말을 하며 여자는 남자를 바라봤다.
남자는 통증을 참으며 여자를 향해 웃어 보였다.
“대단해.”
“나도 내가 대단해.”
여자가 포니테일을 즐겁게 흔들며 대답했다.
“저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다치면 다들 택시를 잡지 자전거를 타진 않으니까요. 차가 없다고 자전거로 남자 친구를 데리고 오다니······ 대단하긴 하네요.”
간호사가 하는 말에 여자가 쑥스러운 듯 웃었다.
“에이, 그렇게까지 대단하진 않고요. 오다가 안 되면 택시 잡으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조금 버티니까 이렇게 도착했네요.”
“안 되면 택시를 잡는다니······ 오는 길에 택시는 있던가요?”
“당연하죠. 큰길로 왔는데 길에 택시가 없을 리가요. 불법 택시도 있었어요. 멍청하게 어딜 가냐고 묻더라고요.”
간호사의 눈빛이 창백한 남자에게 향했고, 남자는 억지스러워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도착했으면 됐지.”
“환자분 저랑 안으로 들어가시고요. 보호자분은 수납하세요.”
간호사는 그렇게 말하면서 남자를 밀고 처치실로 향하다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다른 문제는 없죠? 사람 불러드릴까요?”
“괜찮아요.”
남자가 다급하게 고개를 젓고는 무심결에 이를 악물었다가 다시 강인하게 말을 이었다.
“쟤가 낭만을······좋아하거든요.”
자전거로 남자 친구를 싣고 힘겹게 4킬로를 달렸다니, 확실히 낭만적이긴 했다. 잠시 생각한 간호사는 남자가 한 고생도 별것 아니다 싶었다.
“저기, 아까 능 선생님 응급 로비에 있는 거 같던데. 저희 운화대학 학생이거든요. 선배님한테 진료 받아도 될까요?”
수납하고 온 여자가 다급하게 달려왔다.
“일단 상황 보고 필요하면 능 선생님 부를 거예요.”
“그래도······저렇게 아파하는데.”
여자의 표정이 슬퍼 보였다.
“이렇게 해요, 일단 처치실에 데려다줄게요. 그리고 한 번 알아볼게요.”
남자 친구를 태우고 4킬로 길을 달려온 쾌거를 생각한 간호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는 남자 친구에게 한참을 당부하고는 간호사를 따라 처치실로 향했다.
보일러 폭발 때문에 환자가 많아서 응급센터의 응급 처치 구역은 평소의 두 배 정도 넓어졌다.
간호사는 여자를 데리고 넓어진 응급 처치 공간으로 향했다. 바닥에는 미처 닦지 못한 핏자국이 있었고 조금 더 들어갔더니 팔 위치가 눈에 띄게 엇나간 환자가 보였다.
“잠시만요. 저, 제가 들어갈 필요는 없죠?”
여자가 걸음을 멈추자 간호사는 계획대로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럼 여기서 기다려요. 사실 아까 선생님이 이미 보셨는데, 남자 친구분 그냥 늑골 골절일 가능성이 커요.”
“그냥?”
중얼거리던 여자가 고개를 들자 응급 처치실의 상황이 보이자, 갑자기 간호사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