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녹색 벽 아래 푸른 옷을 입은 의료진이 긴장되고 질서 있는 모습으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능연은 집도의 위치에 서서 원 주임이 설비와 기기를 조절하는 걸 지켜봤다.
무슨 생각인지 몰라도, 원 주임은 본인만 심장내과 수술실의 설비과 기기를 만질 수 있다고 고집했고, 그리고 요구는 그것 하나라고 하는 바람에 능연이든 좌자전이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능연은 수술 전 설비 조정은 원래 별 관심이 없었다. 그는 그냥 검사만 하고 나머지는 다 수하에게 맡기는 편이었다.
원 주임이 그 일을 맡겠다면야, 당연히 상관할 일이 아니었다.
양 선생은 원 주임 옆에 서서 그를 도왔고, 원 주임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콧날이 시큰해서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했다.
원 주임은 지금 심장내과 존망을 위해서, 심장내과 흥망성쇠를 위해서 분투하는 것이었다.
지금 원 주임이 어디 주임 같아 보이냔 말이다!
원 주임은 운화병원 심장내과의 큰 주임이고, 운화 시, 심지어 창서성 안에서 그런 자리에 있는 사람은 모두 존중받아야 마땅했다. 직위를 존중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는 사람이 장악한 지식은 모두의 존중을 받아야 마땅했다.
억만장자든, 권력을 장악한 관리든 운화 땅에서 심장에 말썽이 생겼는데 운화병원 심장내과 주임을 찾지 않는 사람은 80%는 머리가 이상하고 20%는 육군병원이나 성립으로 가는 사람일 것이다.
양 선생이 봐온 자기네 주임의 자유분방한 모습은 매우 멋졌다.
양 선생이 기억하는 자기네 주임이 진지하게 지도하는 모습도 매우 멋졌다.
양 선생은 아직도 자기네 주임이 화를 내는 모습이 생생했다.
원 주임은 어느 때든 양 선생에게 안전하고 강한 느낌을 주었다.
고위 행정관 앞에서든, 병원 윗사람 앞에서든 원 주임은 오늘처럼 이렇게 비굴······하지 않았다.
“주임님, 제가 할게요.”
양 선생이 허리를 굽혀서 원 주임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원 주임이 몹시 사나운 눈으로 양 선생을 노려봤다.
“내가 했던 말, 잊었나?”
“아닙니다.”
양 선생은 바로 고개를 숙였다.
원 주임의 말을 당연히 기억했다.
심장내과 기기는 과거 십 년 동안 조금씩 사들인 것으로 매번 다른 제약회사, 제약회사 직원과 병원 고위층 사이에 끼어서 얻은 거라 결국 풀 세트가 될 수가 없었다.
풀 세트는 둘째치고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것만 해도 심장내과 의사들이 노력해온 성과였다.
예를 들어 산소 호흡기의 유량계는 한 번도 정확한 적이 없었고, 일정 시간마다 산소 유량을 신경 써야 해서 수술실에 항시 산소팩을 구비해야 했다.
그리고 또 심전도 기기도, 구매한 상태로 렉에 두면 아무리 조절해도 파형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렉에서 내려 맞은편 위치에 둬야 제대로 된 파형이 나왔다.
심장내과는 병원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진료과고 여러 나라 설비가 있기로 유명한 진료과인데 이런 설비 상의 작은 문제들로 심장내과 모든 의사가 열 받을 일이 자주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들이 모두 심장내과의 마지막 방위선이 된 듯했다.
원 주임이 몸을 낮추고 엎드려서 일하는 것도 그 마지막 방위선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아무런 의미도 없지만, 양 선생은 원 주임의 마음을 이해했다.
주임의 말대로 일류 기술을 장악한 의사는 정말로 두려울 게 없다. 정상급 의사를 상대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양 선생은 곁눈으로 수술대 중심에 선 능연을 힐끔 봤다.
정상급 의사?
그런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비록 심장내과 인터벤션 수술이 간 수술 같은 수술에 비교하면 약하다고 해도 이렇게 아무나 할 수 있는 수술은 아니었다. 그러니 정상급은 말할 것도 없고.
원 주임만 해도 지금까지 해온 심장 인터벤션 수술은 2천 건이 넘었는데 아직도 본인은 일류라고 말하지 정상급이라고 말하지는 못한다.
“능 선생, 준비 끝났네.”
몸을 일으킨 원 주임은 평온한 표정이었다.
그는 항복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강하게 저항할 생각도 없었다. 물론 쉽게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따지고 보면 그와 그의 심장내과의 운명은 능연의 손에 달렸다.
능연의 실력이 좋고, 또 이익을 갈망한다면, 응급센터와 심장내과는 격렬한 전쟁을 시작할 것이다. 그것만 아니면 원 주임은 본인의 소극적 대항도 먹힐 것이라 생각했다.
제발······먹혀라.
폐쇄기는 전문 도구로 환자 체내에 넣고 펼쳐서 우산 모양을 심장에 넣고 강제로 여는 모양이다.
다른 점은 폐쇄기는 아량처럼 생겨서 중간 허리 부분이 마침 좌우 심방 결손 부분에 맞물린다. 그리고 옆에 크기를 선택할 수 있는 우산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작은 좌심방 쪽은 겨우 18mm 정도에 큰 건 54mm다.
이렇게 큰 이물을 심장에 넣으니 당연히 합병증 위험이 잠재한다. 그러나 이미 심각한 증상이 있는 환자로서는 이게 가장 쉬운 방안이었다.
이런 방법이 아니면 개흉 봉합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흉강 내 이물이 없어서 거부 반응도 없지만, 개흉의 부작용은 이물 삽입 부작용보다 훨씬 크다.
인터벤션 수술은 한계가 별로 없어서 좋은 의사는 당연히 환자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다주지만, 때로는 폐쇄기를 선택하는 것이 의사를 선택하는 것보다 더욱더 중요할 때도 있다. 그리고 어떤 환자는 A 폐쇄기, 다른 환자는 B 폐쇄기가 더 잘 맞는 등, 대부분 폐쇄기와 환자 사이에 궁합 문제가 더 중요하다.
이런 상황이 심장내과의 인터벤션 수술과 심장외과의 수술을 전혀 양극단의 상황으로 만든다.
심장외과는 의사 본인의 기술을 더 따지고, 심장내과는 제약회사의 가치가 표현되는 셈이다.
의사인 능연으로서는 심장외과 수술이 더 좋았다. 순조롭게 폐쇄기를 환자의 몸에 넣긴 했지만, 성취감이 별로 없었다.
능연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손가락을 톡톡 치고 수술을 종료했다.
자극이 너무 없어!
인터벤션 수술의 복잡한 점은 복강경 수술과 비슷해서 주로 두 가지 방면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수술의 정밀화에 대한 요구가 높다는 것. 다른 하나는 3D인 인체와 2D인 이미지 사이의 차이에 조금 골치가 아프다. 특히 초짜들은 손과 눈을 맞추는 걸 새로 연습해야 적응할 수 있다.
그러나 능연에겐 이런 류의 수술은 너무나 간단했다.
능연이 살짝 고개를 흔들자, 양 선생이 경계하는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능연의 오늘 수술은 매우 순조로워 보였다.
15분도 되지 않아서 수술 종료를 선포하다니. 주임이 수술해도 이런 수준이었다. 그런데 능연은 왜 한숨을 쉰단 말인가. 고개는 왜 흔들고. 수술에 불만이라도? 아니면 의사들이 불만이었나? 수술이 끝났으니 따지기라도 할 셈이란 말인가?
생각할수록 걱정이 되어서, 양 선생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솟았다.
“환자는 심장내과에 남겨 둘까요?”
능연이 특별히 물었다.
일부러 심장내과에 온 것도 응급센터 침대가 부족해서였다. 물론 부족하지 않아도 능연은 침대를 비우길 원하지만.
“그래. 환자는 우리에게 맡기게. 우리는 일반적으로 사흘 동안 헤파린을 투여하네. 하루에 두 번씩”
“네.”
원 주임은 당연히 승낙했고, 능연은 그들의 방식에 의견을 낼 생각이 없었다. 케어는 완전히 다른 스킬이고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능연은 심장내과에 흥미를 조금 잃었다.
양 선생의 눈빛은 여전히 매서웠다.
능연이 덤덤할수록 그의 의심은 커졌다.
어찌 됐든, 이건 심장내과 수술이란 말이다! 국산 폐쇄기도 2, 3만 위안이고 수입은 만 위안 더 비쌌다. 그러고 수술 한 건 하는데 보통 겨우 30분 남짓 필요했다.
이런 수술, 이런 이익을 누가 잡았다가 놓으려 할까.
치익.
수술실 문이 열리고.
치익.
수술실 문이 닫혔다.
양 선생이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능연과 그의 팀은 이미 수술실에서 나가고 없었다.
“무슨 일이지.”
두 눈을 둥그렇게 뜬 양 선생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드디어 갔군.”
그러나 원 주임은 한숨 돌린 듯 얼굴에 드디어 다시 미소가 피었다.
“어쩔 생각인지 모르겠네요.”
“하나하나 생각하자고.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자. 뭐, 응급센터로 들어오는 환자는 줘버리면 그만이지.”
양 선생의 목소리는 어딘가 음습했는데 원 주임은 껄껄 웃었다.
“그건 안 되죠! 여기서 물러서면 안 됩니다. 너무 쉽게 양보해주면 더 큰 걸 바라고 올 겁니다.”
양 선생은 다급하게 말했고, 그 말을 들은 원 주임도 저도 모르게 망설여졌다.
응급센터 환자를 넘겨준다는 건 진작에 생각했었다. 물론, 가능하다면야 한 사람도 넘기고 싶지 않았다. 심장내과 인터벤션 수술은 금방 할 수 있는데 모든 적응증 환자를 다 받는다고 해도 두어 명이 풀로 움직이면 그만이었다. 진료과에 의사는 넘치는데, 나머지는 어쩔 수 없이 또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응급센터에 환자를 양보한다면, 심장내과 의사들의 갈등은 더 복잡해질 것이다.
월수입 10만 위안에 익숙한 의사들이 3,4만 위안을 고수입이라고 생각할 리 없다.
그러나 능연의 실력을 본 원 주임은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다.
누구라도 기술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건 아니니, 능연에게 이런 실력이 있다는 건 어쩌면 심장내과에 진작에 다른 뜻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상대가 그렇게 큰 대가를 치렀는데, 심장내과에서 손쉽게 피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때 양 선생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주임님, 일단 조금 더 버텨 보는 건 어떨까요? 다른 건 몰라도 풀 세트 기기와 설비, 돈이 얼마입니까. 응급센터에서 장비를 사서 우리랑 경쟁한다? 그렇게 돈을 번다고 해도 속으로는 불만이 많을걸요. 강하게 나가요, 우리. 그리고 윗선에 잘 이야기하면 기회가 있을 겁니다.”
“응급센터는 지금 독립성이 강한 걸 자네가 몰라서 그러네.”
원 주임이 한숨을 내쉬었다.
“능연 발전 상태만 봐도 병원 윗선들은 다들 오냐오냐한다고. 윗선들 중에 혹시라도 능연의 마음을 거스를까 봐, 응급센터에서 다른 마음을 품을까 봐 걱정하는 사람도 있어. 응급센터에서 돈을 들여 새로운 수술을 열고, 새 아이템을 한다고 하잖아? 운화병원에 뿌리 박겠다고만 하면 동의하지 않을 사람이 없다고.”
원 주임이 깊은 눈으로 양 선생을 바라보며 계속 말했다.
“오늘 능연 실력 봤지? 설비 살 거 아니면 뭐하러 저렇게까지 연습했겠어.”
“그러면, 능연은 벌써 심장내과 먹을 작정을 했다는 건가요?”
양 선생이 멍해졌다.
“음, 그러니까 차라리 일찍 잘라내는 게 나아. 어차피 응급센터에서 트랜스 보내지 않으면 우리는 어쩔 수 없어. 그냥 응급센터 환자는 던져 주면 돼. 우리는 외래를 계속하면서 상황을 보자고.”
거기까지 말한 원 주임이 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우리 고기가 너무 실한 게 문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