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737화 (716/877)

능연은 수술실에서 나오자마자 퀘스트 제시어를 받았다.

받은 보상은 초급 보물상자였고, 오늘 수술이 완벽하지는 않았다는 뜻이었다.

그랜드마스터급 기술을 가졌는데 완벽하지 않았다니, 능연은 생각에 잠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처음으로 심장 인터벤션 수술을 하면서 바로 완벽한 수술을 꿈꾼다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능연은 ‘이치’ 같은 걸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랜드마스터급 스킬로 완벽한 수술을 해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당연한 일이다. 완벽한 수술을 할 수 없었던 건 아마도 처음이기 때문이겠지만, 스킬 쪽으로 무슨 문제가 있었길래 달성하지 못했을까?

능연은 샤워실로 들어가 옷을 전부 벗고 뜨거운 물 아래 생각에 잠긴 채 손가락 대항 훈련을 시작했다.

그는 양손을 모으고 손가락 끝끼리 마주 대고 힘을 주고 밀었다.

뜨거운 물이 편안하게 쏟아지나 능연은 손가락에 힘을 더했다. 이렇게 하면 수술 중 정확도와 힘을 키울 수 있다.

능연은 습관적으로 기본기를 연습했다. 어쩌면 기본기를 탄탄히 하면 수술 중 사소한 디테일을 개선할 수 있을까?

능연은 그런 생각으로 확실하진 않지만, 기본기 훈련을 계속했다.

어차피 할 일도 없는데, 딱히 방법이 없을 때는 일단 기본기 위주로 훈련하는 게 당연했다.

“능연 오늘 심장내과 수술하러 갔다며?”

샤워실에 의사 둘이 들어오는 기척이 들렸다.

능연에게 개인 샤워룸을 제공하는 응급센터와는 달리 수술 층에 있는 샤워실은 공용이었고, 안에 작은 칸막이로 나뉘어있어서 의사들은 밖에서 옷을 벗고 들어간다. 프라이빗 박스와 인테리어가 조금 좋고 좀 더 편한 대중목욕탕과 비슷했다. 수술 층에서 수술하는 의사들은 개인 샤워룸을 누릴 권리가 없었다.

안에서 뜨거운 물로 샤워하던 능연은 자기 이름을 듣고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그다지 개의치 않는 듯 계속 샤워했다.

흔한 일이라 능연은 전혀 그들의 대화 내용에 신경 쓰지 않았는데, 막 들어온 두 의사는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

“능연은 대체 언제 인터벤션 연습을 한 건지.”

“원래 쉽잖냐.”

“정말로 그렇게 쉽다고?”

두 사람 모두 헤헤 웃었다.

“근데 너 능연이 인터벤션 수술하는 거 본 적 있어?”

두 사람은 잠시 침묵했고 이어서 촤르륵 물소리가 들리더니 낮은 목소리가 이어졌다.

“간 절제랑 아킬레스건 보건술만 봤지.”

“안 본 사람도 있냐?”

“넌 어땠는데?”

이번엔 옆에 샤워칸에서 물소리가 나더니 이번에도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볼 땐 통쾌하고 끝나면 우울하지 뭐.”

“하하, 동감이다. 그나저나 심장내과면 돈 진짜 잘 벌겠네.”

“그러니까 심장내과가 인기지.”

“잘하면 이거 큰 뉴스거리 되겠는데.”

능연은 수건을 두르고 샤워 칸에서 나오면서 손은 여전히 쫙 펴고 트레이닝 했다. 그는 두 의사의 대화 내용은 그냥 흘려 버렸다.

심장내과가 돈을 많이 벌든 말든,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돈만 따지면, 주말에 가는 출장 수술로 충분히 벌었다. 게다가 출장 수술은 환자를 현지 병원에 두고 오는 것이니 본 병원이나 본 진료과 침대수에 영향도 주지 않았다. 능연에게는 말로 할 필요 없이 편한 방법이었다.

심장내과가 돈을 번다고 해도 소모품에서 버는 것이고, 어떤 면으로는 현 정책의 구멍을 이용한 것이라 진료과 수입으로 따지면 그다지 두드러지지도 않았다.

다시 말하면, 심장내과는 의사가 더 많은 보너스를 받을 경로가 있을 뿐, 설비나 기구 구매 하는 덴 유리함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진료과의 수술은 상대적으로 재미가 없어서 능연의 흥미는 이미 대폭 하락한 상태였다.

내과는 어찌 됐든 내과고, 인터벤션이라는 수단으로 수술을 한다고 해도 재미, 아니 수술에서 크게 하는 일이 없었다.

이런 진료과는 능연에게 관리하라고 줘도 다른 사람에게 넘길 판이었다.

물론, 원 주임 등이 정말로 진료과를 능연에게 바친다면야, 강력하게 거절은 하지 않겠지.

능연은 그런 생각을 하며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전칠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수술 끝. 순조로움. 폐쇄기 굿.

몇 초 만에 답장이 도착했다.

-잘됐네요. 점심 뭐 먹어요?

-고기!

능연 역시 재빨리 대답했다.

병원에서 꼬박 하루 보냈다. 스태미너 포션이야 있어도 배고픈 건 어쩔 수 없었다. 특히 샤워하고 나니 배가 더 빨리 고파졌다.

능연은 지금 고기를 몇 인분이라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집에 도착해서 차를 세우고 식당으로 들어간 능연은 음식이 가득한 식탁과 예쁜 냄비 4개를 발견했다.

예쁘게 차려입은 전칠이 문 맞은편에, 능결죽과 도평은 그 맞은편에 앉아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중간에 요리사 모자를 높게 쓰고 소스를 만들고 있는 두 요리사가 있었다.

“능연 씨, 이제와요?”

제일 먼저 능연을 발견한 전칠이 눈을 반달로 만들며 웃었다.

“다들 아직 식사 안 했어요?”

시간을 본 능연이 전칠 옆에 앉았다. 거기가 유일하게 비어 있는 의자였다.

그러자 전칠이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응. 능연 씨 수술하러 가고 난 이사회 소집해서 회의하다가 끝난 다음 시간이 비길래 어머니하고 차 마시러 왔죠.”

“전칠이 30년 이우차를 가지고 왔네. 향이 참 좋아.”

도평이 웃으면서 하는 말에 전칠도 따라 웃었다.

“어머니한테 장인이 만든 찻잔을 받았어요. 되게 예뻐요.”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 음, 앉아. 밥 먹자. 너 요즘 너무 바빠서 며칠만에 한 번씩 집에 들어오고.”

도평이 잔소리를 시작하자 능결죽이 헛기침하며 끼어들었다.

“자자, 여기 물.”

능연은 이미 식탁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양고기랑 소고기, 생선도 좀 준비했어요. 그리고 채소도요.”

전칠이 생긋 웃으며 소개하고는 능연 앞에 소스를 내밀었다.

“음, 좀 더 맵게 해도 돼요.”

“응? 매운 거 좋아해요?”

“네. 왜 그렇게 물어요?”

“잘생긴 사람들은 매운 거 안 좋아하는 줄 알았어요.”

의외라는 듯 대답한 전칠은 바로 말을 돌렸다.

“맞다, 응급센터 중환자실 잘 되어가요? 기부금은 다 들어왔고요? 내가 도울 일 없어요?”

“난 몰라요. 곽 주임님 말씀이 두 달 정도면 쓸 수 있다고 하네요.”

“다 짓고 나도 후속 작업이 많을 거예요. 필요하면 언제는 나한테 연락해요.”

전칠이 양고기를 집어 능연의 냄비에 넣었다.

맑은탕이 뽀글뽀글 끓으며 서서히 좋은 향기를 풍기기 시작했다.

“묘 선생님, 정말 잘 부탁드립니다.”

환자 보호자가 허리를 굽히며 공손하게 부탁했다.

묘탄생은 너무나 기분 좋게 웃으며 인사했다.

“배 사장님, 걱정하지 마세요. 잘 준비하겠습니다. 그렇게 신경 쓸 것도 없고요, 집에서 편안하게 준비할 거 해서 제때 병원으로 오시면 됩니다. 곁에서 간호하실 거면, 따로 방도 준비되어 있고요, 그럴 사정이 아니라면 저희가 24시간 케어하니까 안심하셔도 됩니다.”

“따로 방이 준비되었다고요? 여기 진료소는······. 그리 커 보이지도 않는데, 운화병원에 묵거나 그런 건가요?”

“그러려면 운화병원으로 가아죠. 우리 능 선생도 매주 운화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합니다.”

묘탄생이 미소 지었다. 능연은 지금 수술량에 맞춰서 진료 번호표를 나눠주기 때문에 운화병원 번호표를 받기도 쉽지 않았다.

“돈은 문제가 아닌데, 어느 쪽이 더 나을까요?”

배 사장은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

“바로 옆 주택 건물에 방을 빌렸습니다. 개축해서 가구도 새로 넣었고요,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기자기해서 묵을 만합니다. 병원 비싼 병실보다 훨씬 편안할 겁니다.”

묘탄생은 직접 준비한 방을 설명하며 미소지었다.

“알겠습니다. 사실 간호 같은 건 아무래도 좋습니다. 수술만 순조롭고 만족스러운 결과만 나오면 됩니다.”

배 사장의 말투가 몹시 진지했다.

“배 사장님, 이미 말씀드렸지만, 따님 수술은 능 선생이 직접 집도할 겁니다. 우리 하구 진료소도 능 선생의 여러 지정 병원 중 하나이고요. 케어, 특히 재활 쪽으로는 경험 있는 간호사와 의사가 있습니다. 대부분 운화병원 의사고요. 그렇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라는 건 원래 주관적인 거라서······.”

묘탄생을 빤히 바라보던 배 사장은 한참 만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어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제 딸이 10년 넘게 무용을 배웠습니다. 이번 부상으로 다 망칠 수는 없어요.”

“이해합니다. 진심으로 이해합니다. 우리 하구 진료소에서 이 수술을 시작한 후 대부분 따님 같은 환자가 오셨습니다. 운동, 무용하다가 운이 안 좋게 다친 환자들이요. 대부분 가정환경도 다 괜찮은데,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결국 우리한테 오셨습니다. 최선의 치료를 받기 위해서 아니겠습니까? 저희도 따님의 치료를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겁니다.”

에스테틱 수술을 몇 년이나 한 묘탄생은 말발도 점점 좋아졌다.

영업 느낌도 났지만, 듣기 좋은 말이었고 특히 비위를 맞춰주니 배 사장 부부의 표정도 점점 편안해졌다.

그때 배 사장 아내가 자세를 고쳐 앉으며 말을 꺼냈다.

“묘 선생님, 제가 전문가가 아니라서요. 이상한 질문을 하거나 틀렸더라도 언짢아하지는 마시고요.”

“아이고, 그런 무슨 말씀을. 말씀하세요.”

언짢기는커녕 기분이 좋기만 했다. 똑같이 개인 진료소에서 일해도, 에스테틱 수술할 때 만난 환자와 보호자는 무례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어쨌든 고압적인 느낌이었고 돈을 냈으니 서비스를 잘 해라, 이런 느낌이었다. 그러나 진료소에서 아킬레스건 보건술을 시작한 이래, 기분 좋은 환자와 보호자가 많아졌다. 겸손한 태도에 예의 바른 모습, 의사가 딱 기대하는 환자와 보호자의 모습이었다.

시스템을 벗어난 의사로서, 묘탄생에게 특히 필요한 건 바로 이런 존중이었다.

배 사장 아내가 예의를 갖추고 물었다.

“묘 선생님. 능 선생님이 하는 아킬레스건 보건술은 흉터가 크다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좀 할 수 없나요? 우리 애는 아직 16살입니다. 앞으로, 앞으로 다리에 그런 흉터가 있으면, 너무 보기 흉해서······.”

묘탄생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시 최소 절개술로 고려하시겠습니까?”

“최소 절개술로 하면 무용을 계속할 수 없는 거 아닌가요?”

배 사장 아내가 걱정스러운 듯 묻자 묘탄생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최소 절개로도 가능할 수도 있긴 합니다. 따님 나이가 아직 어리니까, 회복도 분명히 빠를 거고요. 잘 될 겁니다. 다만, 아킬레스건 강도만 따지면 당연히 개방성 수술보다 효과는 떨어집니다. 그건 보호자분께서 잘 고민하시고 선택해야 합니다.”

“운동선수는 당연히 개방성 수술을 한 거죠?”

곁에 있던 배 사장이 한마디 했다. 그는 사전에 조사하고 공부도 했었다. 그게 아니라면 하구 진료소로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배 사장 아내가 남편을 향해 눈을 부릅떠 보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묘 선생님. 이러면 안 될까요? 최대한 절개구를 작게 내고, 봉합 강도는 강하게······.”

“그건 구체적인 상황을 봐야 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잘 결정하셔야 합니다. 아킬레스건의 운동능력을 보존하려면 당연히 흉이 남습니다. 최소 절개를 선택하면 일상생활엔 전혀 문제없을 것이고요. 두 마리 토끼를 다 얻을 수는 없습니다.”

배 사장과 아내는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한 채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묘탄생도 재촉하지 않고 곁에서 조용히 기다렸다.

수술이 임박해서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환자와 보호자를 한두 번 본 것도 아니었다.

이미 결정 내린 일도 수술할 때가 되어 동의서에 서명하려면 마음이 변하는 때도 있다.

이런 일은 에스테틱 업계에서는 더욱 흔했다.

“당신이 결정해요. 어차피 애도 당신 말만 들으니까.”

배 사장이 빠르게 포기하자 아내는 갈등하는 얼굴로 투덜댔다.

“이렇게 책임을 나한테 지우는군요.”

“애가 당신 말만 듣잖아요.”

한참 생각하던 배 사장의 아내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절개하죠.”

“결정 내리셨습니까?”

묘탄생이 사인할 서류를 내밀자, 배 사장 아내는 펜을 들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못 생겨서 나중에 시집 못 간대도 다리 흉 때문은 아니겠지.”

말을 마친 아내는 동의서에 자기 이름을 썼다.

묘탄생은 배 사장 서명까지 받은 다음 서류를 치우고 당부했다.

“검사하러 갈 때 차는 저희가 준비할 겁니다. 바로 검사하러 출발할 수 있도록 내일 일찍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시길 바랍니다.”

“검사는 얼마나 걸리나요?”

“MRI를 해야 하는데, 운화 3 병원이나 4 병원으로 갈 건데 거기서 얼마나 걸리는지가 문제입니다. 그리고 일반 병원 가서 혈액 검사 같은 걸 하면 되고요. 이건 간단합니다.”

묘탄생은 10분 정도 더 설명한 다음 배씨 부부를 배웅했다.

진료소로 돌아와서 쉬려는 참에 다음 예약 환자와 보호자가 바로 찾아왔다.

“아이고, 정신없네.”

묘탄생이 방에 앉아 꾸벅꾸벅 조는 웅 선생을 향해 자랑하듯 말했다. 잠에서 깬 웅 선생은 그쪽으로 시선도 주지 않고 조용히 핸드폰을 꺼내 능결죽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봉급 올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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