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738화 (717/877)

정시에 퇴근한 능연은 집으로 돌아가 밥을 먹고 수술 준비를 했다.

요즘 능연은 이틀 출근 하루 휴식하는 식으로 매주 이틀 혹은 사흘 정도 진료소에서 일하거나 아니면 출장 수술을 갔다.

일반적인 상급 의사의 생활이었다. 특히 이름난 의사들은 쉬는 날 출장 수술로 용돈도 벌고, 손이 무뎌지지 않도록 쉬는 날 출장 수술로 연습한다.

능연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가 제일 자주 하는 간 수술은 이미 스스로 승급하고 있지만, 단지 이식, 아킬레스건 보건술 혹은 비장 절제, 고환 절제 같은 다른 수술은 스킬 올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나마 아킬레스건 보건술은 하구 진료소에서 지속해서 수술을 하면서 기술 축적도 지속해서 늘려갔다.

“능 선생, 이제 와?”

제타 시동 소리를 들은 묘 탄생이 제일 먼저 달려나와 맞이했다.

“네. 환자 준비됐나요?”

묘탄생을 본 능연은 역시 수술 이야기를 제일 먼저 물었다.

“저기······. 능 선생, 먼저 국물 좀 마시지 그래? 도 여사님이 오늘 다 같이 먹자고 오크라 국을 잔뜩 끓였어.”

그 말에 능연이 걸음을 멈췄다. 묘탄생의 조심스러운 모습은 매우 익숙했다. 학교 다닐 때, 여자아이들이 빙빙 돌려서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다가 마지막에 본색을 드러내며 선물이나 러브레터를 내놓을 때 자주 그랬다.

능연은 묘탄생이 뭔가 감추는 게 있다고 생각하며 그를 빤히 봤다.

“할 말 있으면 바로 하세요. 간략하게.”

능연의 태도도 매우 직접적이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오늘 환자가 튀었어.”

묘탄생이 무기력한 표정을 지었다.

“튀어요?”

이런 쪽으로 대화가 진행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한 능연이 다시 물었다.

“16살 여자아이 아니에요?”

“맞아.”

“가출?”

묘탄생의 대답을 바란 것이 아니라서, 능연은 바로 이어서 물었다.

“환자는 찾았어요? 경찰은요?”

“찾았어.”

묘탄생이 어깨를 으쓱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문제가 바로 그거야.”

“예?”

“다른 병원이랑 다른 의사한테 다른 의견을 구해보고 싶대, 보호자가.”

묘탄생은 단숨에 그 말을 내뱉고는 그제야 편안해진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한마디 덧붙였다.

“작은 상처를 바란다는 거지. 그러면서 또 튼튼한 아킬레스건도 바라고.”

“설명은 잘 드렸고요?”

“드렸지. 전화로. 전화로밖에 연락이 안 돼.”

묘탄생이 다급하게 설명했다.

“경고도 했다니까. 의사가 쇼핑도 아니고, 이렇게 비교하는 거 아니라고. 그런데 태도가 완강해. 예의 바르게······. 그래도 수술하러 오진 않겠대.”

“그럼 됐고요.”

거기까지 듣고 상황을 파악한 능연은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꺼냈다.

“다른 수술 잡힌 거 없으면 게임이나 하죠, 뭐.”

“응, 그래. 저기······ 화 안 내?”

묘탄생은 욕먹을 준비를 마치고 실눈을 떴다.

수술 이틀 전이었다면 다른 환자를 수배해서 준비했을 것이다. 그러나 당장 수술날 환자가 도망갔으니 묘탄생도 어쩔 수가 없었다.

“환자가 그렇다는데 어쩌겠어요. 이 16살 환자, 큰 절개구로 수술하면 리스크가 크긴 크죠. 수술 안 한다고 꼭 잘못된 선택은 아니에요.”

“응? 리스크가 커?”

“환자 아킬레스건이 짧은 편이고, 뼈나 근육 배열도 가지런하지 않아요. 그래서 환자는 사실 춤에 재능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러니 춤으로 뭔가 이뤄내겠다는 건 좀 위험해요.”

능연은 그렇게 말하면서 핸드폰의 왕자 영광을 켰다.

“최소 절개로 수술하면 적어도 흉은 안 질 거고. 취미 바꾸는 것도 좋은 선택일 수 있어요.”

묘탄생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환자 면담 때 왜 그런 말 안 했어? 나 지금 너무 놀랐는데.”

“재능은 성과랑 다르니까요.”

능연이 고개를 흔들었다.

“재능이 좀 떨어진다고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건 아니죠. 환자 아킬레스건이 파열됐다는 건, 당연히 아킬레스건 퀄리티가 안 좋아서 그런 거고요. 태어날 때부터 짧아서 강도가 부족해요. 하지만, 재능이 없다보니 열심히 연습했을 거고, 그러다가 아킬레스건 파열이 일어났을 수도 있죠.”

“이상하네.······ 일리 있는 말씀 같이 느껴진단 말이지······.”

묘탄생이 중얼중얼댔다.

능연은 벌써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 게임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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