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739화 (718/877)

이틀 후, 화창한 날씨에 바람과 햇살이 아름다운 날.

능연이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전칠이 보낸 16첩 흰죽을 즐기고 있는데 핸드폰 액정이 밝아졌다.

핸드폰 벨이 쩌렁쩌렁 울리자, 사람들은 식사하다 말고 그쪽을 바라봤다.

“여보세요.”

능연은 어쩔 수 없이 젓가락을 내려놓고 전화를 받았다.

“능 선생. 왕전문이요.”

왕전문의 익숙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사실 그동안 왕전문과 꽤 친해지기도 했다. 왕전문은 운화병원 응급센터에 기부하고 중환자실을 짓는 동안 자주 병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편으른 본인의 기부금이 날아가는 걸 바라지 않아서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의사들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유지할 생각에서였다.

특히 능연과.

그 작업은 탁월한 성과를 이뤘다고 할 수 있었고, 적어도 능연도 그를 전보다 훨씬 익숙하게 대했다.

“말씀하세요.”

능연은 핸드폰을 쥔 채 흰죽을 바라봤다.

“내 친구가 하나 있는데. 딸이 올해 16살이라네. 춤추다가 아킬레스건이 파열 됐지. 전에 능 선생을 찾아 간 적 있을 거야. 그런데 마지막에 생각을 바꿨지만······.”

왕전문이 멋쩍은 듯 웃으며 말을 이었다.

“지금 다시 능 선생한테 딸 아이 수술받고 싶어하는데, 좀 미안한가봐. 안 받아 줄까 봐, 나한테 연락이 왔지 뭔가.”

“배 사장님이요”

“맞아, 맞아. 기억하는가?”

“물론입니다. 수술 준비 하는데 환자가 튀었거든요.”

능연으로서는 매우 창의적인 일이고 기억에 남을 행동이었다.

왕전문은 저도 모르게 후회가 되어서,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아, 나는 그런 상황인지 몰랐지. 아이고, 배 사장 이놈이 그런 설명도 제대로 안 하고. 내가 알았다면 이런 전화도 안 했을 텐데.”

“환자 상황은 어떤가요?”

능연이 왕전문의 쓸데없는 말을 자르자 왕전문은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상황이 안 좋대. 다리도 부었고. 최소 절개로 하고 싶은데 춤도 춰야 한다니까 가는 병원마다 확답을 안 줬나봐.”

“최소 절개술이라면 저는 안 합니다.”

능연이 바로 대답을 내놓았다. 최소 절개로 아킬레스건 수술을 하는 의사는 너무 많았다.

“아니 아니, 절개를 하고 싶다고 하네. 자네가 말하는 대로.”

“일단 운화병원으로 오라고 하세요.”

“오케이 한 건가?”

“네.”

능연은 원래 확실하게 대답하는 사람이었다.

능연의 대답을 들은 왕전문은 흡족한 마음이 들었다. 갑자기 운화병원에 기부한 것이 그가 한 일 중에 가장 정확한 일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 사장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배 사장이 왕전문의 손을 꼭 잡고 힘껏 위아래로 흔들었다.

“별일 아닐세. 마음에 담아 둘 것 없어.”

왕전문은 담담하게 웃었다.

“사장님한테는 별일 아니겠지만, 저희한테는 목숨이 걸린 일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장님이 도와주시지 않으셨다면, 저는 정말······ 저는 운화에 줄도 힘도 없어서 능 선생 번호표도 받을 시간이 없고, 알던 의사도 말을 전해주려 들지 않더라고요.”

배 사장은 지금 돈을 들고도 수술을 할 수 없는 괴로움을 제대로 깨달았다.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을 듣고 일부러 능연을 찾아왔는데 딸과 아내가 다른 의견을 구하겠다고 결정 내린 다음, 원래 알던 인맥으로 능연을 찾기가 쉽지 않아졌다.

묘탄생은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조언을 줬고, 능연의 운화병원 번호표는 구하기 너무 힘들어서 이틀은 더 기다려야 하고, ‘어서 의사에게 물어봐’ 어플로 능연을 컨택하려고 해도 조수들의 답변만 얻을 수 있었다.

왕전문이 아니었다면, 배 사장이 할 수 있는 제일 나은 방법은 역시 다른 병원으로 가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러나 배 사장은 그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자기 딸 문젠데 당연히 가장 훌륭한 의사가 맡아야 했다. 그래서 배 사장은 온갖 연줄을 다 찾아 헤매다가 드디어 왕전문에게 도움을 받게 되었다.

배 사장이 얼마나 왕전문에게 감사하는지는 그가 맞잡은 손에 힘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왕전문은 태연하게 배 사장이 잡은 손을 빼내고 다시 웃어 보였다.

“우리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어서 딸애한테 가보게. 수술 끝나고 우리는 다시 만나자고.”

“예예, 그러겠습니다. 감사는 나중에 다시 제대로 드리죠.”

배 사장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정말로 급하게 딸과 아내에게 갈 때였다. 왕전문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것만 아니면, 다른 것은 돌볼 정신이 없었다.

왕전문은 통쾌하게 웃었다. 평생 도운 사람은 많지만, 이렇게 순조롭고 편안하게 도운 일은 드물었다.

목숨이 달린 일을 한 번 도와주려면 큰돈을 들여야 하고, 적잖게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어디 오늘처럼 전화 한 통으로 간단하게 끝낼 수 있단 말인가.

물론, 그 전화로 끝나게 된 것도 전에 내놓은 것이 있어서였다. 그러나 그 대가로 따지면, 이번 배 사장 건은 그래도 보너스인 셈이였다.

“왕 사장님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배 사장은 다시 왕전문의 손을 꼭 잡고 흔들다가 수술실 대기 구역으로 달려갔다.

배 사장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왕전문은 의미심장하게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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