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에 들어갈 때, 배보배의 머릿속에 무수한 생각이 맴돌았다.
가장 맴도는 건 절친의 농담이었다.
절륜 능연 능 선생이
네 다리를 잡고,
아킬레스건을 뽑아서
손으로 유린하고······.
그런 상상으로 뇌를 만족시킨 배보배는 수술실에 도착한 후로 보이는 모든 것이 환상 같았다.
수술실 시트는 새파랗고, 수술실 수건은 진한 녹색에, 수술실에 사람은······.
응?
“능 선생님은요?”
배보배는 갑자기 당황해서 목을 빼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면서 어느 마스크 아래 능 선생의 얼굴이 없나 찾았다. 사실 몸매만 봐도 그 자리에 능 선생은 없었다.
“능 선생님은 집도의라서 모든 준비가 끝나야 들어와요.”
오늘 순회 간호사인 왕가는 이런 유형의 멍청한 소녀를 너무 많이 봐와서 담담히 웃으며 대답했다.
“능 선생님이 잘생겨서 능 선생님 번호표 받은 거 아니겠죠?”
배보배는 무시하는 듯 왕가를 힐끔 봤다.
“능 선생님 번호표가 그렇게 쉽게 받을 수 있는 건 줄 알아요? 우리 아빠가 줄을 대서 겨우 능 선생님한테 수술받게 된 거라고요.”
그의 표정과 말투는 진지하게 한 가지 사실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렇다, 이 몸은 집에 광산 있는 엄친딸이다.
왕가가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웃었다.
“연줄이든, 능 선생님이 잘생겨서 진료받았든 선택은 틀리지 않았네요. 능 선생님 아킬레스건 보건술은 세계 탑 클래스니까요.”
“우리 아빠처럼 허풍스러운 사람도 손꼽히는 정도라고만 하던데?”
배보배는 습관적으로 반박하다가 다급하게 좌우를 살피며 툴툴댔다.
“능 선생님이 세계 탑 클래스가 아니라는 말은 아니고요. 내 말은······.”
“좀 겸손하라고요?”
왕가가 웃으면서 환자 검사 리스트, 바이탈 리스트, 수술 동의서, 마취 동의서 등을 다시 체크했다.
형식상의 과정이고 100번 중에 99번은 문제없지만, 그 단 한 번이 문제가 될까 봐 하는 과정이었다.
배보배는 침대에 누워서도 말수가 줄어들지 않았다.
“능 선생님이 세계 제일 아킬레스건 보건술 의사라면 왜 상처 부위를 좀 작게는 못 하는 거예요? 흉도 덜 지게 하면 좋잖아요. 드라마에서 보면 대단한 의사는 정말 대단하던데, 능 선생님 같은 분은 더 대단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예체능 아니에요? 그래서 개방식 아킬레스건 보건술을 선택 한 거고.”
왕가가 배보배를 바라보며 확실하지 않은 듯 물었다.
“무용이요. 무용 배워요.”
“아, 그랬구나. 무용이면 흉터 신경 쓰이겠네요.”
“예체능 하는 여자도 여자니까요.”
왕가가 깨달은 듯이 하는 말에 배보배가 애교 넘치게 한마디 했다.
왕가는 그런 배보배를 힐끔 보고는 전혀 마음에 동요가 없는 표정으로 설명했다.
“현대 의학 기술이 그래요. 튼튼한 아킬레스건을 바란다면 큰 절개구를 내야 해요. 겉모습만 중요하면 최소 절개로 하면 되고. 개방식 수술을 선택한 건 정확한 일이에요. 어쨌든 흉은 옅어질 거고, 앞으로 제대로 무용 배워서 큰 시합에 나가는 경력이 더 귀중한 거 아니에요. 안 그래요?”
“엄마도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아, 간호사 언니. 능 선생님한테 내 상처 작게 내달라고 부탁 좀 해주면 안 돼요? 그리고 봉합할 때 실 안 보이게 잘 해달라고.”
“봉합한 다음에 흉터가 최대한 작고 흐리게 해달라는 거죠?”
“네네.”
“수술 전 면담 할 때 능 선생님한테 말 안 해봤어요?”
왕가는 대답 대신 질문을 던졌고 배보배가 입을 삐죽였다.
“능 선생님은 다 좋은데, 고리타분하더라고요. 그냥 말로만 알겠다고 해줘도 나중에 따질 것도 아닌데.”
“능 선생님이 벌써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나한테 그런 말 하면 뭐해요. 아니면 나라도 그런 척이라도 해달라는 거예요?”
왕가가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정말 안 돼요?”
배보배는 아무래도 흉터가 마음에 걸렸다. 물론, 춤을 추고 싶은 것도 사실이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큰 절개구를 낼지는 환자분 상황을 보고 결정해요. 봉합도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아니고요. 상황만 된다면 능 선생님은 당연히 최대한 흉이 덜 지게 봉합할 거예요. 사실, 능 선생을 찾아 온 건 지금 환자분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이랍니다.”
왕과는 그렇게 말하면서 배보배의 종아리를 살폈다. 며칠 미룬 바람에 배보배의 종아리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졌고, 정상적인 환자보다 더 큰 절개구를 내야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배보배에게 말했던 것처럼, 이럴 때일수록 능연은 분명히 배보배의 최고의 선택이었다.
수술실 문이 열리자 배보배는 흥분해서 고개를 들고 바라봤는데, 멍청해 보이는 의사가 들어왔다.
“능 선생님이 수술하는 거 아니에요?”
배보배는 하마터면 고함칠 뻔했다.
“마취 선생님이세요.”
“사람이 이렇게 많이 들어와요? 얼마나 오래 마취하는데요?”
왕가가 설명하는 말에 배보배가 불안한 듯 목을 움츠렸다.
“다른 사람들은 참관하러 온 의사에요. 능 선생님 아킬레스건 보건술을 배우고 싶어하는 의사가 많답니다. 그래서 수술 참관하러 오는 거예요. 괜찮죠?”
“그럭저럭요.”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을 한 번 훑어본 배보배가 다시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
“그럼 능 선생님은요? 언제 와요? 마취한 다음에 오는 거 아니죠?”
“능 선생님은 소 선생님하고 상의해서 환자분 마취할 거예요.”
그때 수술실 문이 열리고 능연이 들어왔고, 수술실에 있던 의사들이 일제히 그를 향해 목례했다.
손을 치켜든 능연은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수술 가운을 입었다.
뒤를 바짝 따라 들어온 마연린은 직접 수술 가운 봉투를 찢어서 열심히 입었다.
배보배는 긴장된 분위기를 느꼈지만, 그저 긴장한 채 탐욕스럽게 능연을 바라봤다.
“몸에 힘 빼고, 편하게 엎드려요.”
능연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리자 배보배는 서둘러 그의 말대로 했다.
능 선생님 목소리 너무 좋다. 몇 마디 더 해주세요.
이어서 배보배는 바로 능연의 목소리를 다시 들었다.
“마취.”
배보배가 미처 반응하기 전에 의식이 흐릿해졌다.
“오늘은 작은 절개구 아킬레스건 보건술을 하겠습니다.”
환자가 완전히 마취된 후에야 능연이 담담하게 수술 시작을 선포했고 수술 전 준비하던 마연린이 멈칫하며 바라봤다.
“축-능이 아니라?”
“비슷해요. 조금 수정했지만.”
능연이 잠시 말을 멈췄다.
“축 원사님이랑 이야기를 좀 해봤는데, 작은 절개구 개방성 아킬레스건 보건술도 해볼 만할 것 같더라고요. 오늘 이 환자, 춤도 춰야 하고 또 그런 직업이라서 흉터를 줄일 필요가 있죠. 그러니까 상처 적은 고강도 아킬레스건이 필요한 거죠.”
능연이 그렇게까지 설명하니 수술에 참여한 사람은 당연히 이견이 없었다. 물론, 능연이 집도의라서 의료진들이 전적으로 협력하는 것이지, 주치의나 레지던트급 의사가 이미 정해진 플로우를 바꾼다고 하면 얼마나 욕을 할지 모른다.
수술이 시작되고, 마연린이 수다를 떨 듯 물었다.
“능 선생, 이 환자 하나 때문에 일부러 수술 방안을 연구한 거야?”
“그런 셈이죠. 성공하면 앞으로 계속 써도 되고.”
“아니 아무런 말도 없더니. 난 그래서 정규 수술하는 줄 알았지.”
“작은 절개구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실패하면 그때 절개구를 넓혀서 원래 방안대로 진행할 겁니다.”
맑고 또렷한 능연의 목소리에 마연린은 그제야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환자가 큰 기대하지 않게, 최선의 방안을 찾은 거구나?”
마연린의 설명을 들은 왕가도 저도 모르게 ‘아아’ 하고 감탄했다. 수술실에 다른 의사들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계속합시다.”
능연은 아무도 바라보지 않았고, 손을 멈출 생각은 더욱 없었다.
“수술이 성공해야 이 방안이 성공한 겁니다.”
“그러니까, 이 꼬마 아가씨를 위한 최선의 방안을 찾아온 거네.”
“의사들은 다 그러는 거 아닙니까?”
능연은 여전히 고개도 들지 않았고 목소리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능연은 오늘 평소의 1/3, 그러니까 5cm 정도의 절개구를 냈다.
최소 절개술과 비교하면 여전히 매우 큰 상처고 수술 후 흉터 제어는 여전히 어렵다. 그러나 축-능 아킬레스건 보걸술에서 자주 채택하는 13cm 이상의 대형 절개구와 비교하면 5cm 상처는 이런저런 방법으로 가릴 수가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수술 후 아킬레스건 강도 문제였다.
아킬레스건 강도가 중요한 운동능력 때문만 아니라면, 환자도 대형 절개구인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을 선택하지 않고 바로 최소 절개구를 선택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능연도 지금까지 아킬레스건 능력이 가장 중요한 운동선수, 아니면 상처 외형이 중요한 일반인같은 극단적인 환자를 만난 것이다.
오늘은 배보배 케이스로 능연은 새로운 절충안을 시도했다.
배보배는 무용수가 되기 위해 강한 운동능력이 필요하고, 또 한편으로 무용수가 되기 위해 상처가 작아야 했다.
그중 하나만 달성하면, 앞으로 배보배의 직업 인생이 불리해진다. 이건 다른 환자에게는 보기 드문 모순이었다.
과거에도 여자 운동선수 아킬레스건 보건술을 했었는데, 젊고 피부가 매끈한 여자 운동선수들이라도 마지막엔 결국 현명하게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을 선택한다. 혹은 아예 은퇴하거나.
그러나 배보배는 수술하지 않으려고 휠체어에 탄 채로 도망갔다가 다시 아픔을 참고 수술대로 돌아왔다. 이런 행동으로도 그의 심적 갈등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배보배의 그런 행동에 능연은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의 개선 방향을 떠올렸다. 어쩌면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에 필요한 개선인지도 모른다. 축-능 보건술은 원래 유위신을 위해서 설계된 것이고, 그는 세계급 남자 육상 선수인 만큼 아킬레스건 강도가 매우 중요했다. 그리고 종아리 외형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으니 절개구가 10cm든 14cm든, 그로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아킬레스건 강도만 보장 된다면, 단 1% 강도가 오른다고 해도 그는 절개구가 5cm 더 길어져도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배보배 같은 무용수는 당연히 절충안을 찾아야 했다.
혹은 배보배 같은 무용수를 만났으니, 새로운 방법과 개념으로 수술 방안을 새로 세워야 한다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일반 의사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난이도지만, 능연과 축 원사에게는 그저 수술 방안 개선일 뿐이라 그렇게까지 복잡하지는 않았다.
수술 방안 개선하는 데 시간이 드는가? 당연하다. 어려운가? 당연하다. 완성할 수 있는가? 당연하다!
능연은 고개를 숙인 채 가벼운 손놀림으로 혈관을 봉합했다.
새로운 수술의 핵심은 여전히 혈액 순환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것이야말로 아킬레스건 보건술의 핵심이었다. 혈액 순환만이 아킬레스건의 강도를 보장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떻게 혈액 순환을 잡을지는 그야말로 천차만별이었다.
최소 절개술은 손상을 최대한 감소시키고, 이미 손상된 혈관은 그냥 포기하고 아킬레스건을 다시 잇고 남은 혈관의 힘으로 일정한 운동능력을 유지시킴으로써 환자가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게 목표다.
개방성 수술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아킬레스건 시스템을 새로 재건하는 것에 가까웠다.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면 모두 봉합하고, 혈액 순환이 부족하면 혈관을 하나하나 봉합하고 심지어 혈관 이식도 한다.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은 여러 방법 중에 더욱더 대단한 방법이고 작은 혈관도 놓치지 않는다. 이 정도로 봉합이 가능한 의사라면 차라리 뇌 수술을 하지, 이렇게 한 땀 한 땀 봉합하는 수술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축-능 보건술은 거의 능연의 독점 수술이 되었다.
축 원사와 다시 상의해 설계한 작은 절개구 개방식 수술안도 여전히 최대한 혈관을 봉합해야 한다. 그러나 선택을 좁히고 집중하는 방법으로 진행했다.
이것이 능연과 축 원사가 단기간에 생각해 낼 수 있는 가장 타당하고 안전한 방안이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시간과는 별 상관없었다. 임상 의학은 자연과학과 달라서 시간으로 최고의 방안을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 임상 의학은 대부분 부득이한 상황이 많고, 적당한 환자를 기다리는 시간이 방안을 만들어내는 시간보다 더욱 길다. 그리고 막상 닥친 후에 방안을 수정하는 일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배보배는 이 개량판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에 매우 적합한 환자였다.
능연은 배보배의 아킬레스건 끝단을 잡고 수정하면서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파열된 아킬레스건은 들쭉날쭉하고 전문용어로 말꼬리 상태라고 한다. 그러나 배보배의 아킬레스건은 불완전 파열이라 아직 1/4이 붙어 있었고 파열된 부분도 균일하지 않아서 말꼬리로 보이지 않았다. 닭털? 어떤 부분은 깃털 같고 어떤 부분은 융모 같이 엉망진창이었다.
능연은 인내심 있게 정리한 다음 봉합하고, 그런 다음 두께가 다른 혈관을 봉합하며 중요한 포인트를 챙겼다.
5cm 절개구로 수술을 진행하려니 아킬레스건 봉합이든 혈관 봉합이든 쉽지 않았고, 어떤 면에서는 그것만으로 수술 난이도를 올린 셈이었다.
그러나 봉합할 혈관이 더 적어서 총 수술 시간이 단축될 수 있으니 그런 면으로는 난이도가 내려간 셈이었다.
어찌 됐든, 아무리 어려워도 이건 정형외과 수술이었다. 감염을 좀 신경 쓰는 것 외에 정형외과 수술의 난도는 그렇게까지 높지 않다. 혈관 봉합이 어렵다고 해도 뇌 수술과 비교할 바가 아니고, 혈관 봉합하는 시간이 길다고 해도 뇌 수술과 비교할 바가 아니고, 혈관 봉합이 까다롭다고 해도 뇌 수술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능연은 바로 뇌 수술 표준으로 자신을 채찍질하며 아킬레스건 수술을 했고, 상응하는 설비가 뇌 수술 설비보다 못하고, 조수들의 실력이 뇌 외과 조수보다 딸리고, 주변 사람들의 신중도가 뇌 수술하는 사람보다 떨어지는 것 외에······ 환경은 기본적으로 같았다.
능연은 한 손으로 아킬레스건을 들고 한 손으로 혈관을 봉합하면서 묵묵히 손을 놀렸다.
살짝 외로웠다.
특히 수술실 분위기는 엄숙함이 살짝 부족했다. 능연의 수술실이 이미 익숙한 마연린은 그때 큰 소리로 연문빈의 족발을 평가하고 있었다.
“돼지고기가 비싼 건 맞는데, 연 씨 족발 값이 너무 빨리 올라. 매주 가격이 오르는데, 적게 오르는 것도 아니고, 정말 손해를 하나도 안 보려고 한단 말이지. 족발도 좀 작아졌어. 전에 같은 큰 족발이 별로 없잖아. 많이 파는 건 맞는데, 규모가 그렇게 커졌는데 올리고 싶다고 막 올리는 건 좀 아니지 않아? 게다가 가격을 올린 다음에 다시 내릴까? 아니라고 본다.”
“저녁에 훠궈 먹죠.”
능연이 갑자기 한마디로 마연린의 불평을 막았다.
“좋아, 좋아. 꼭 갈게. 아, 미리 주문해둘까?”
“전 나오화(돼지 골 요리) 두 개 먹을래요.”
실을 당기는 능연의 머릿속에 온통 나오화 생각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