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화시, 샹그릴라 호텔 뷔페식 레스토랑이 미어터질 것 같았다.
능연이 여원과 좌자전을 데리고 온 것처럼, 대부분 운화에서 참가한 의사들은 조수 한두 명을 데리고 참석했고, 다들 현장에서 밥을 먹으니 원래 넓었던 호텔 레스토랑도 좁아 보였다.
조수들로서는 가끔 고급 호텔에 묵고, 비싼 음식을 먹는 것이 몇 안 되는 의사의 특권 중에 하나라서, 편안하든 아니든, 필요하든 아니든, 혜택은 보는 셈이었다.
그리고 실력 있는 의사들은 진료과 의사와 제약회사 직원들이 모시는 생활에 진작 익숙해져서, 점점 자이언트 베이비가 되어 무슨 일을 하든 시중들 사람이 필요했다.
뷔페에서 아무렇게 고개를 돌려 봐도, 주임을 위해 음료를 가지고 오거나, 새우를 까거나, 샐러드를 담아오는 초짜 의사를 볼 수 있었다.
여원은 조금 멍해졌다. 박사 학력이 없는 석사 출신이고, 병원에서 그렇게 대접받지도 못했으니 이런 장소에 참석한 경험이 적고 윗사람을 모실 기회도 별로 없었다.
좌자전도 잠시 멍해졌지만, 목욕탕 중간에서 윗선 등도 밀어 본 사람답게 아주 잠시 멍했다가 바로 따라하기 시작했다.
“능 선생님 오셨군요.”
안에서 한 바퀴 돌다가 능연을 발견한 황무사가 안도하며 말을 꺼냈다.
“어제 왔어야 했는데, 일이 좀 생겨서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게 왜 나한테 죄송할 일인가요?”
능연이 이상하다는 듯 황무사를 힐끔 봤다.
“제가 선생님을 모셔야 하니까요.”
“그래서, 지각했다고 사과하는 건가요?”
능연이 황무사 말의 논리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황무사는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곧 깨달은 듯 머쓱하게 웃었다.
“제가 없는 걸 모르셨군요.”
능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황무사는 머리를 힘껏 내리쳤다.
쓸데없는 말을 했군.
“창서 제약이랑 두과 제약이랑 파트너십이라도 맺었어요?”
여원이 궁금한 듯 물었다.
“누구야?”
황무사는 깜짝 놀랐다가 찬찬히 아래까지 둘러보고는 안도했다.
“아이고, 여 선생님이셨구나.”
“이렇게 큰 머리가 테이블 앞에 있는데 안 보인다고요?”
여원이 어이없는 듯 대답하자 자세히 보던 황무사는 테이블과 거의 평행선인 여원의 머리통을 바라봤고, 얼핏 보면 테이블 위에 사람 머리통이 동동 떠 있는 것 같아서 섬뜩했다.
“창서 제약에서 능 선생한테 보낸 거예요? 아니면 여기 일로 보낸 거예요?”
여원은 그 부분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원이 묻는 말에 황무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분고분 대답했다.
“여기 일 때문에 온 셈입니다. 예, 지금 우리 회사는 두과하고 협력 관계를 맺을 예정이고요, 창서성 쪽 사업은 저희가 대리하고 있습니다.”
두과 제약 같은 대형 제약회사의 주요 업무는 약과 기자재 판매, 그것도 전 세계 범위로 판매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들은 적극적으로 갖가지 학술회의를 개최하고 외국에서도 여러 가지 행사를 개최한다.
그러나 의사와 만나는 구체적인 세부작업은 두과의 전공이 아니었다. 그래서 종종 현지 병원 공급상과 파트너십을 맺고 이윤을 분배해서, 의사와 병원을 만나는 일은 공급상에 맡겨버리는 걸 선호했다.
그러나 창서제약은 대형 제약회사와 공급상 사이 규모의 회사였다. 청서에서 자체적으로 소모품과 의약품을 생산하기도 했고, 병원과 다이렉트로 거래하는 공급상이기도 했다.
요즘은 삼갑병원 하나에 여러 제약회사가 들러붙어 있는 것도 이상할 것 없고, 창서제약에서 좀 특별한 사업을 전개하고 싶다고 해서 안 될 것도 없었다.
“능 선생님, 선생님의 특별 강연, 오늘 오후입니다. 시범 수술은 식사 전에 준비되어 있고요. 이 시간대, 괜찮으시겠어요?”
황무사는 여원 맞은편에 앉아서 스케줄 체크를 진행했다.
“네.”
능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황무사도 한숨을 돌렸다. 어제 와서 스케줄 체크를 했어야 했는데, 주차하다가 길가에 차에 부딪혔고, 하필 말이 안 통하는 차주를 만난 바람에 지체되고 말았다.
원래 실수투성인 인생에 작은 일이라고는 하지만, 능연의 일에 영향이 생긴 걸 생각하면 황무사는 앞으로 일이 걱정이 태산이었다.
다행히 능연이 강연 시간에 이견이 없자, 황무사는 그제야 웃음이 나왔다.
“능 선생님, PPT 사용하시겠어요? 이따 기술 엔지니어한테 위챗으로 보내라고 할까요?”
“능 선생 귀찮게 하지 말고 자세한 일은 나하고 이야기해요.”
황무사가 잠시 주절주절 대자, 여원이 바로 말을 잘랐다.
“그렇네요, 참. 그래야죠. 그래도 자질구레한 일은 다 저한테 맡기시면 됩니다. 음식 좀 가지고 올게요. 능 선생님, 뭐 드시겠어요?”
황무사는 말이 끝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새우요.”
능연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계속해서 포크와 젓가락을 놀리며 대하 한 마리의 껍질을 완벽하게 벗겼다.
황무사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잠시 바라보다가 얼른 음식을 가지러 갔다.
오늘 주요 임무가 바로 능연 시중을 드는 것이었다. 그게 대단한 일은 아닐지 몰라도, 이런 회의에서 보여주기는 매우 중요했고, 의사의 지위를 나타내기도 했다.
예를 들어 혼자 회의장에 온 사람은 기껏해야 부주임일 것이고, 대다수는 권력이 별로 없는 부주임이다. 수하에 치료팀이 있는 부주임이나 주임은 보통 병원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레지던트에게 가방을 들게 해서 심부름꾼으로 데리고 온다. 그런 레지던트들은 늙고 게을러서 부려먹기 힘든 주치의급과 비교하면 말도 잘 듣고, 손발도 빠르다.
심부름꾼을 두 명 데리고 오는 의사는 대단한 의사이다. 심부름꾼 하나만 데리고 오면 더블 베드룸에 같이 묵을 수 있지만, 둘이나 데리고 오면 주최자 측 부담이 더 커진다.
그리고 제약회사 직원이 풀로 시중드는 의사는 더욱 소수 중의 소수였다. 황무사는 별 쓸모없는 걸 알아도 능연의 체면을 세워줘야만 했다.
그래도 그런 일은 자신이 있는 편이었다.
식사 후, 바로 아래층 회의실에서 회의가 시작됐다. 창서성 유명 의료계 인사들은 번갈아 올라갔고, 운화병원, 성립, 육군병원의 여러 능력자들과 타지에서 온 의사들도 있었다.
점심 식사 전, 여러 능력자들은 연합해서 강단에 오르기까지 했고, 서로 겸허하게 상대방을 추켜세우며 ‘수술 봉합 재료 선택’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선포하면서 회의를 클라이맥스로 이끌었다.
능연도 진지하게 듣고, 듣고, 듣다가, 연단 아래서 갑자기 자기 의견을 냈다.
“저분이 선택한 티타늄 클립은 범위가 너무 넓어서 적당하지 않네요.”
“능 선생, 지금은 그런 말 하지 마. 괜히 찍힌다고!”
여원이 깜짝 놀라서 저도 모르게 그렇게 내뱉었다.
“안 해요.”
“정말?”
능연이 고개를 흔들어도 여원 마음에 생긴 걱정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머릿속에 미친 듯이 경고등이 울렸다.
“정말요.”
“그럼, 언제 얘기할 생각인데요?”
여원은 능연이 계속 참고 있을 거라고는 도무지 생각할 수 없었다.
“오후 강연할 때, 지금 발표하는 내용이랑 충돌하는 점 있으면 같이 이야기 꺼내죠, 뭐.”
역시나, 능연도 참고 있을 생각은 없는 듯이 담담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