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747화 (726/877)

안절부절, 불안, 기대.

여원은 몇 번이나 그런 감정 기복을 겪은 후에야 겨우 오후를 맞이했다.

능연은 두 번째로 연단에 올랐고, 회의장은 이미 물샐 틈 없이 빽빽했다.

각 병원에서 온 의료진, 각 제약회사 직원, 또 호텔 종업원, 거기에 어쩌다 몰려온 투숙객까지, 원래 여유 있었을 회의장을 유람 버스처럼 비좁게 만들었다.

능연의 강연을 중대 사건으로 생중계하는 카메라들이 모두 연단 쪽으로 향해 있었다.

지금은 운리 플랫폼을 제외하고 다른 제약회사도 병원과 학교 간 수술 생중계 시스템을 세우려고 뛰어들었다. 하지만 아직 규모도 그리 크지 않고 별로 재미도 못 보고 있었다.

능연은 손에 든 원고를 힐끔 보고는 마이크를 켜서 들었다.

“간 절제 문제 위주로 설명해 드릴까 합니다.”

두과 급의 학술회의는 그다지 정식적인 자리는 아니었다.

사실 임상 의사들의 연설은 원래 격식 같은 것이 없고, 수술 관련 연설은 더욱 무미건조한 편이다.

이럴 때 오히려 전문적으로 원고를 써주거나 심지어 윤문해주는 사람이 있는 대빵들의 연설이 차라리 어중간한 고급 의사 연설보다 재미있었다.

어느 연설이든 그 안에 진정한 학술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원래부터 따지기 어려웠다.

능연의 연설은 점점 지루해졌다. 손에 든 원고는 여원이 쓴 것으로, 여원은 논문은 자주 써도 연설문은 쓸 일이 별로 없어서, 연단에서 읽으니 무미건조했다.

다행히 능연은 충분히 잘생겨서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느낌이라 이래저래 평균은 됐다.

“백문이 불여일견이구만. 운화병원 능연, 과연 잘생겼어.”

연단 아래 어느 대빵 역시 흥미진진한 듯 토론했다.

“이렇게 잘생겼는데 의사가 되다니. 무슨 생각일까? 머리가 어떻게 된 거겠지?”

“간 절제를 천 건이나 했답니다.”

간 절제 수량을 들은 몇몇 창서성 대빵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수술 건수, 특히 대형 수술, 고급 수술 건수는 수많은 자원으로 누적하는 것이다. 그 자원은 단순히 돈과 에너지, 설비 같은 병원과 의사의 투자뿐만 아니라 수많은 환자의 희생도 포함된다.

간 절제 천 건은 어느 병원에서도 무시하지 못할 수량이었다.

“운화 출장 수술을 모두 먹어 치우겠더라고. 젊은 사람이라 기운도 좋아.”

중간에 앉아 있는 성립 계 주임이 턱을 치켜들었다. 오늘 같은 자리에서는 그가 가장 거물급 의사라고 할 수 있었다. 전문가 의견을 발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도 소문 들었네.”

곁에 있던 대빵도 웃었다.

운화병원 주임 하나도 생각을 모를 얼굴로 웃었다.

“곽종군이 미니까. 곽종군 후임자가 될지도 모르지.”

“이렇게 젊은데?”

“아니면 간담췌외과를 먹던가.”

그 말에 사람들이 웃음소리를 냈다.

“응급센터에서 간 절제를 천 건이나 하다니. 대단하긴 하네.”

“수술 동영상이랑 생중계 본 적 있는데, 끝내주긴 하더군. 젊은이가 대단하더라고.”

대빵들은 편안하게 수다를 떨었다. 그중 중간에 앉은 몇 명은 대부분 과 주임으로 현재 의료 시스템상 더 올라갈 가능성은 있지만, 사실상 그다지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과 주임까지 된 의사들은 대부분 느긋했다.

그들은 느긋하게 여유를 부리면서 휴가를 보내면서 한가한 시간을 지내는 것처럼 근육에 긴장도 풀었다.

그때 연단 위에 능연이 간 절단면 처리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지름 2mm 혈관과 담관은 티타늄 클립 혹은 헤모락 클립(hem-o-lok clip)으로 처리해도 됩니다. 그러나 그렇게 좋은 선택은 아닙니다. 가장 좋고 효과적인 처치를 하려면 봉합 결찰이 좋습니다. 5-0 비흡수사 혹은 흡수사를 사용해서, 상대적으로 작은 혈관에 8자 봉합을 하고, 비교적 큰 혈관은 연속 봉합을 하여······.”

능연이 거기까지 말하자, 회의장에 있는 사람 대다수가 입을 다물었다.

앞줄에 앉은 대빵 몇은 티타늄 클립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바로 능연을 바라봤다.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능연은 태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 원고를 본 다음 계속했다.

“이 방면으로, 저는 오늘 오전에 계 주임이 전문가 의견에서 제시한 티타늄 클립 사용 범위에 반대 의견이 있습니다. 간 절제에서 이런 식으로 티타늄 클립을 사용하면 수술에 불리할 뿐만 아니라 환자의 회복에도 불리합니다.”

계 주임의 안색이 점차 흑화했고 모두의 안색이 점차 구경꾼 모드로 변했다.

두과 제약회사 직원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손가락으로 허벅지를 꼬집으며 머릿속에 능연과 했던 대화를 쉴 새 없이 반복했다.

-어떤 화제도 괜찮다고요?

-예, 뭐든 상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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