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749화 (728/877)

“능 선생, 능 선생 실력이 뛰어난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우리 같은 의사도 노력하고 있고, 더 어려운 수술에도 도전하고 싶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티타늄 클립을 쓰는 건 어쩔 수 없어요.”

다른 성립 주치의 하나도 죽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료과 주임은 아래 초짜 의사, 특히 주치의와 레지던트에겐 살상력을 가진 존재였다. 주임의 말을 거역한다? 죽는 게 문제가 아니라, 살아도 사는 게 아니고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고, 심한 경우엔 정상적으로 사표도 내지 못 하는 일도 있다.

그러니 어차피 동료가 눈앞에서 큰 창피를 당하는 걸 본 주치의는 차라리 대담해졌다.

상대의 말을 들은 능연이 싱긋 웃어 보이고는 대답하려고 하는데 앞줄에 앉은 사람이 이미 고함치기 시작했다.

“말이야 방귀야! 돈 벌고 싶으면 그렇다고 하지, 발전, 도전 같은 소리 하네.”

‘방귀’라는 소리를 들은 사회자는 마침 그 의사가 앞줄에 있는 걸 보고 아예 마이크를 건넸다.

“저기 선생님, 우리 수준 있게 대화합시다. 자기 소개 해주시겠습니까?”

“운화병원 비뇨기과 부주임 곽립청입니다. 우리 과에서 방귀는 욕도 아니죠.”

곽립청의 당당한 자기소개에 회의장에 웃음이 터졌다.

욕을 먹은 주치의는 멍청하게 서 있었다. 원래부터 억지로 일어난 것이라, 지금은 대항할 용기도 없었다.

“능 선생, 나 못 참겠어. 내가 몇 마디 해도 될까?”

곽립청이 능연을 바라보며 싱긋 웃으며 물었다.

“그러세요.”

능연이 개의치 않는 모습에 곽립청은 웃으면서 마이크를 받아 고개를 돌려 아직 서 있는 주치의를 바라봤다.

“당신 질문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구석에 선 주치의는 서른셋에 이미 대머리 기운이 있는 얼굴로 곽립청을 바라봤다.

“첫째, 발전하고 싶고 더 어려운 수술도 하고 싶은 평범한 의사. 내 생각엔, 요즘 첨단 수술 자체가 드뭅니다. 그런데 첨단 수술을 하고 싶은 일반 의사는 솔직히 말해서 많죠. 그럼 앞으로 모든 이가 다 첨단 수술만 해야겠네요?”

곽립청이 목소리를 확 깔았다.

“한 진료과에서 첨단 수술을 할 수 있는 건 결국 그중에 하나, 아니면 둘, 많아도 셋입니다. 왜? 병원의 자원에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환자 숫자만 문제가 아니라, 더 중요한 문제가 있죠. 병원이 큰 수술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느냐, 그 큰 수술에 얼마나 많은 준비 작업과 후속 작업이 필요하냐. 이런 기초가 없으면 첨단 수술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그리고 단순히 하고 싶다는 게 또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곽립청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결국 의사와 환자 모두 경쟁하고 선별하는 겁니다. 좋은 병원, 큰 수술을 감당할 수 있는 병원은 두드러질 것이고, 좋은 의사, 빨리 배우는 의사도 두드러지겠죠. 그럼 평범한 의사는? 그냥 평범한 수술 하고, 평범한 질환 치료나 하시길. 환자 생명으로 연습하지 말고요. 그게 윤리 아닙니까?”

곽립청 목소리는 뒤로 갈수록 엄격해졌고, 사람들은 수군수군댔다.

의사들은 사실 곽립청의 논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어느 업계든, 어느 단체든, 단체가 되면 하나하나 괴물이 되고 언제나 무한한 자원을 필요로 한다.

새로 온 의사는 선배가 고급 수술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언젠가 그날이 오길 바랄 뿐이다.

곽립청은 응급센터에 잘 보이려고 능연의 편을 들었지만, 내용 자체만 따지면 그 역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비뇨기과에서 가장 미래가 밝은 큰 수술은 신장 이식을 꼽는다. 그러나 신장 환자가 제한적인 상황이라 곽립청 같은 나이의 의사도 그런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다.

그래서 더 재능 있고 운이 더 좋은 의사들이 신장 이식을 하는 동안, 곽립청은 지금까지 신장 이식을 할 자격도 없었다.

곽립청도 그 일로 오랜 기간 언짢아했지만, 드디어 받아들였다.

“이제 두 번째를 설명하죠.”

곽립청이 마이크를 조금 멀리 뗀 다음 목소리를 높였다.

“요즘 젊은 사람은 참, 그쪽이 말한 소위 일반 의사라는 말, 머리에 시멘트 채웠습니까? 2mm 혈관도 제대로 못 꿰매고 티타늄을 써야겠다고 고집하면서 간 절제는 왜 합니까? 미쳤어요?”

곽립청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나중엔 거의 고함치는 수준이었다.

“그쪽 어머니가 그쪽 병원에 수술받으러 가도 본인 같은 의사를 배정할 겁니까? 그런 의사가 간 절제 하는 목적이 뭡니까? 티타늄 클립 배당금 벌려고요?”

회의실이 웅성웅성대기 시작했다.

현장에 있는 의사, 제약회사 직원, 그리고 능연을 보러 온 일반인 모두 곽립청의 적나라한 말을 들으며 핸드폰을 치켜들었다.

사회자가 더는 못 참겠다는 듯 냉큼 달려나왔다.

“능 선생, 한마디 하시겠습니까?”

능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그 동작에 사람들이 다시 조용해졌다.

“2mm 이상의 혈관은 봉합해야 한다. 이건 단순한 기술 판단입니다.”

능연은 여전히 서 있는 주치의를 한 번 바라봤다.

“간 절제 수술에서 혈관 봉합을 해내지 못하면 다른 부분은 더 못하겠죠?”

능연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회의장 안에 동의하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곧 그 소리가 더욱 커졌다.

“할 줄 아는 의사는 하고 못 하면 꺼져야지.”

“간 수술하고 싶은 의사가 얼마나 많은데, 수처 하나 못하면서 무슨 개뿔 간 절제야.”

“그렇게 돈 벌고 싶으면 정형외과로 가!”

그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심리는 조금씩 달랐다. 계 주임에 대한 불만, 티타늄 클립 지지파에 대한 불만, 혹은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 사람, 혹은 능연을 응원하고 싶은 사람.

그러나 눈앞의 상황으로만 보면 현장 분위기는 이미 ‘민심이 기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계 주임은 암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뒤를 보더니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솔직히 그도 조금 뜨끔했다.

티타늄 클립을 쓰는 데 여러 가지 의중이 있었다.

요즘은 소모품을 남용하는 추세였다. 돈 때문이든 귀찮아서든 의사들은 어쨌든 티타늄 클립같은 소모품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계 주임은 최대한 동맹군을 만들어서 전문가 의견으로 발표하고, 일반 의사들에게 이론을 제공한 다음 그 의견을 지지받아서 본인이 발표한 의견의 영향력을 넓히고 싶었다.

그런데 능연에게 현장에서 덜미가 잡히는 일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바로 견해를 바꿀 수도 없었다.

계 주임은 상처를 제대로 물려 눈빛은 날카로운데 기운 없는 표범처럼 미간을 단단히 찌푸렸다.

회의장은 다소 어수선해졌다.

“내가 통역하지, 전문가 의견은 방귀다.”

“방귀는 더럽지 않고 전문가는 더럽다는 건가?”

“능 선생의 강연은 크게 두 개념인데, 하나, 나 잘남. 둘, 계 주임 쓰레기. 이거 아냐.”

연단 아래 의사들은 처음에는 소곤소곤하다가 나중엔 큰소리로 평소라면 하지 못했을 말을 해댔다.

특히 회의장 뒤에 앉은 초짜 의사들은 더욱 기회를 놓치지 않고 평소에 못 한 말을 했다.

중국 병원 제도는 초짜 의사에게 매우 불리하다. 특히 삼갑병원 외과 초짜 의사는 혹독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할 정도다.

진료과 주임이 옛 애인과 새로 사귄 애인이 싸우는 걸 보고 있더라도, 부주임이 돈 쓸 시간이 없이 초를 다투며 효율을 따져대고 있더라도, 평범한 주치의는 겨우겨우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고, 레지던트는 기껏해야 근근이 버티는 수준이었다.

마흔 살 아래 의사들은 노력만 하고 수확이 없고, 마흔 살 이상이라고 해도 운이 좋은 사람만 수확을 할 수 있다.

이런 빈부 격차는 급이 높은 병원일수록 더욱 두드러진다. 제일 심한 곳은 부주임 이하 의사는 작업할 때 본인 아이디와 비밀번호도 없어서 상급 의사 아이디와 비번으로 약 처방을 내려야 한다. 그 결과, 원래도 많지 않던 약품 공제금이 모두 상급 의사의 것이 되고 본인이 받을 수 있을지는 모두 상급 의사 마음에 달리게 된다.

이런 환경에서 쌓인 불만을 초짜 의사들은 지금 조금씩 쏟아낸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것만 해도 앞줄에 있는 대빵들은 이미 거북했다.

일반외과 소화기질환 연구소는 한참 전에 설립되었고, 자리만 많이 차지하고, 밉보인 사람도 많아서 몇 명이 함께 분위기만 잡아도 사람을 몹시 거북하게 만들 수 있었다.

계 주임 역시 거북했다.

오늘은 그의 대업의 날이 되어야 했다.

어렵게 정리해낸 이 전문가 의견은 단순히 내용을 나열하면 되는 것이 아니고 각 방면 의견을 종합하고 비슷한 결론을 내야만 발표할 수 있는 것이다.

계 주임은 오늘 발표가 끝나면 돌아가서 파티할 생각이었다.

연단에 선 능연을 바라보는 계 주임의 눈에 분노가 가득했다.

간이 조금만 더 컸더라면 지금 자리에서 일어나 능연과 대질하고 서로 질문 몇 개 하면서 서로 욕한 다음 돌아가서 논문으로 계속 욕을 해줬을 것이다.

그렇게까지 한다면 차라리 체면은 챙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한 계 주임은 그렇게 간 크게 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논문으로 서로 욕하고 나면, 다음 순서는 첨부 문서로 증거를 제출해야 했다.

좋은 문서와 증거는 학술 연구 거리가 되니, 계 주임이 막 펴낸 ‘전문가 의견’은 운화병원의 하이에나들이 현미경 아래서 물어뜯을 것이 분명했다.

전문가 의견 안에 구멍이 티타늄 클립 하나뿐이 아니라서, 계 주임이 그걸 허락할 리가 없었다.

계 주임은 ‘불가피’하게 타협을 해야만 했다. 그외에도 운화병원 사람들의 인신공격에 대비해야 한다. 그런 일이 생길까? 하는 의문은 가질 필요도 없었다. 운화병원의 곽종군은 해마다 사람을 패는 데다가 곽종군은 사람 팰 때 사람 가리는 법이 없으니 말이다.

계 주임은 그 광경을 지켜보는 건 꽤 즐거워했지만, 자기가 두들겨 맞는 꼴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두과만 아니었더라도.

저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한 계 주임은 저절로 두과 직원을 바라봤다.

식은땀을 흘리고 있던 두과 직원은 계 주임의 시선을 느끼고 바로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먹을 걸 다 털린 생쥐처럼 달달 떨었다.

두과 직원이 사회자를 바라봤다.

그러자 사회자는 더욱 난처해졌다.

현장 분위기를 컨트롤하는 게 본인 책임이라지만, 이런 분위기를 어떻게 컨트롤한단 말인가.

곧 난장판이 될 것 같은 이 분위기를.

“음, 그럼 계속 하겠습니다.”

그때, 능연의 목소리가 다시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고, 놀랍게도 계속해서 강연을 할 모양이었다.

사회자는 넋이 나가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계속 하려고?

유치원에서부터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까지, 능연이 참가한 비슷한 활동은 연설이든 변론이든, 가끔 이런 난리 상태가 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중지해?

당연히 그건 불가능하다. 연설 원고 쓰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데 아까워서 어떻게 중간에서 그만둘까.

능연은 고개 숙인 채 마이크를 들고 원고를 보면서 계속 이어나갔다.

간 수술에 관해 설명하는 것이니, 처음부터 알아듣는 사람이 많으리라 기대하지 않았고, 상황이 혼란스러워진 것에도 그다지 영향받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관중들을 방해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일부러 목소리를 낮춰 조용히 원고를 읽었다.

시끄러운 회의장에 능연의 소리가 살짝살짝 들리기 시작하자, 가장 바깥쪽에 있는 사람부터 투덜대기 시작했다.

“좀 조용히 해 봐요.”

“능 선생 소리가 안 들려.”

“떠들 거면 나가서 떠들어요.”

항의하는 목소리와 함께 소란스러운 장면이 서서히 정돈되면서 능연의 목소리가 다시 주변에 똑똑히 들리기 시작했다.

“간 절제 목표는 최대한 병변을 깨끗이 제거하는 것입니다. 동시에 최대한 남은 간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수술 영향을 최대한 감소하는 것, 환자한테 유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최대 목표입니다.”

계 주임 역시 묵묵히 의자에 다시 앉았고, 속으로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했다.

능연은 변함없는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나머지 간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지혈······ 음, 지혈은 혈류 차단과 동맥 재건에 달렸고요······.”

“수술 전후 기간 케어에 관해서는······.”

가만히 듣다 보니 계 주임은 다시 뭔가 잘못된 기분이었다.

“이 녀석, 지금 전문가 의견 낸 거처럼 됐잖아.”

계 주임이 얼굴을 찌푸리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전문가 의견이 전문가의 말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배포하는 것도 있나?”

곁에 있는 주임이 허허 웃었다.

“능연이 의도한 건 아니겠지. 그런데 들어봐. 원고는 이미 틀이 잡혀있어.”

계 주임 본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전문가 의견 문서를 정리해서, 그쪽으로는 민감했다.

계 주임의 말에 곁에 있던 다른 주임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했다.

“그러니까, 오늘 능연이 온 의도가······.”

“그건 아닐 걸세. 우리가 앞길을 막은 것도 아니고.”

계 주임은 그렇게 말해놓고 뜨끔해서 혹시나 하고 기억을 되살려 봤다.

“간 절제 이야기해서 그런 거 아냐?”

“뭔 상관이야. 간 절제는 자기만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럼 왜? 우리가 사전에 연락을 안 해서? 아니면 며칠 전에 미리 얼굴 보러 가지 않아서?”

계 주임은 계속 고개를 흔들었고, 머리가 깨질 것같이 고민했다.

한참 생각하던 그는 갑자기 문제점 하나를 발견했다.

“아니, 당한 건 우린데, 왜 우리가 능연한테 무슨 짓을 한 건 아닌지 고민하고 있는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