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 시 제1 중앙병원.
병실 안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곡 선생님 왔대.”
환자 누나는 전화를 받고 온 다음 더욱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녀는 귤 하나를 까서 먹으면서 종알댔다.
“진료소에서 연락 왔는데, 곡 선생님 고속철도 타고 곧 병원에 도착하신대.”
“병원에서 해? 아니면 밖에서 해?”
침대에 누워있는 환자는 조금 걱정되는 듯 물었다.
“밖에서 해야겠지.”
그 이야기가 나오자 환자 누나의 표정이 조금 언짢아졌다.
“요즘 병원은 책임은 하나도 안 지려고 하지. 그래도 괜찮아 개인 구급차 불렀으니까, 선생님 와서 보시면 같이 약속된 병원으로 가면 돼.”
“응.”
남동생은 기운이 별로 없어 보였다.
그는 무신 시 중학교 체육 교사로 농구부 코치인 동시에 성급 심판이었다. 게다가 나이도 있어서 아킬레스건 상태에 대해 요구가 높은 편이었다.
초진한 무신 시 1병원에서 운화 출장 의사를 구할 수 있다고 해서, 겨우 1병원에 남기로 한 것이었다.
상해 의사까지 온다니 더 좋은 일이었지만, 시 1병원이 아니라 개인 진료소에서 수술한다니 아무래도 걱정이 되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지금 병원도 장사야. 개인 병원 수술실이라고 꼭 공립병원보다 수준이 떨어지진 않을 거야. 그냥 보험금 신청이 되냐 아니냐 차이인데, 좋은 선생님이라면 보험이 안 되도 그만이지.”
“응.”
위로하는 말에 남동생이 고개를 끄덕이자 누나가 웃어 보였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야. 그 진료소에 찾아갔을 때, 이력서를 주면서 의사를 고르라고 하더라고. 그중에 내가 이 곡 선생을 고른 거니까.”
“네 선도 이렇게 속 시원하게 되면 좋겠구나.”
바로 옆에 앉아 있던 부모님이 결국 한마디 했다.
그러자 긴장됐던 분위기가 조금 풀렸고, 누나는 못 들은 척 말을 이었다.
“실력 좋은 의사래. 골관절 센터에서 한 달에 아킬레스건 수술을 10건도 넘게 한대. 그리고 네 수술은 어려운 수술이 아니래, 그런데 실력 있는 의사까지 찾았으니 더 걱정할 거 없지.”
“응, 알아. 나도 핸드폰으로 검색했었어.”
“그렇지? 그러니까 안심해. 우리로서는 가장 좋은 선택이야. 가능하면야 축 원사님이 해주면 제일 좋지만, 축 원사님 나이가 너무 많아서 직접 수술은 안 한대. 아, 맞다. 곡 선생님 오시면 이런 얘기는 하지 말고.”
“당연하지.”
남매 둘은 이런저런 상의하면서 마음이 점점 편안해졌다.
그때, 정형외과 부주임과 마취의가 병실로 와서 검사를 시작했다.
“선생님, 잘 부탁드립니다.”
누나는 병실에 다른 사람이 없는 걸 확인 하고 봉투 두 개를 내밀었다.
“괜찮습니다.”
이런 환자에게 봉투를 받을 수는 없어서, 정형외과 부주임이 바로 거절했다.
“어차피 직접 의사를 찾아서 이따 퇴원도 하실 거니까, 긴 말 하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의 선택을 저희 병원은 존중합니다.”
“선생님. 사실 저희도 다른 곳에서 할 생각은 없습니다. 여기서 수술할 수 있게 고려해 주시면 안 되겠어요?”
누나가 다시 봉투를 내밀면서 나지막이 덧붙였다.
“돈 아니에요.”
그 말에 정형외과 부주임은 무심결에 봉투를 만져봤고, 안엔 돈이 아니라 카드가 들어있었다.
“아이고 이런 식으로 밖에서 의사를 찾아오셨으니 무슨 상황인지 저희가 잘 모르니 정말로 방법이 없습니다.”
정형외과 부주임은 아쉽다는 듯 카드가 담긴 봉투를 누나에게 돌려줬다.
누나도 어쩔 수 없이 봉투를 받아들이고는 정형외과 부주임을 배웅한 다음에 바로 홀가분한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됐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여기서 못 한다니, 밖에서 할 수밖에 없지. 가격이 좀 비싸긴 해도, 어쨌든 더 나은 의사한테 수술 받는 거니까.”
“음, 의사 실력이 중요하지.”
가족들도 일제히 그 말을 반복하며 굳은 믿음을 보였다.
잠시 후, 곡 선생이 경쾌한 걸음으로 시 1병원에 나타났다.
겨우 마흔 몇 살인 곡 선생은 아직 한창 청춘인데, 골관절 센터에서 일이 순조롭지 않아서 점점 개인 병원 노선을 고려하고 있었다.
그는 여러 개인 병원과 개인 진료소에 본인 정보를 남겼다. 사실은 규정 위반이지만, 환자도 당국에서도 추궁하지 않는 일이었고 곡 선생도 최선을 다해 본인 환자에게 미소 지으며 서비스했다.
공립병원 출신인 의사의 미소는 드물고 귀한 것이었다.
“영상 자료를 이미 봤습니다. 일단 검사하고 문제 없으면 바로 출발하죠.”
곡 선생이 싱글벙글하는 말에 환자와 보호자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는 봉투를 줄 생각에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곡 선생님,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음, 아닙니다.”
모르는 척 봉투를 받은 곡 선생이 고개를 숙이고 검사를 시작했다.
이런 기초적인 일은 눈감고도 하는 일이고, 다른 병원에 왔으니 할 수 있는 검사는 최대한 해야 했다.
“음, 큰 문제 없습니다.”
대충 살펴본 곡 선생은 대담하게 결론을 냈다.
“잘됐네요.”
환자 누나가 티 나게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 구급차를 불러서 환자 옮길 겁니다.”
곡 선생은 웃는 얼굴로 앞으로 순서를 설명하고 구체적인 수술 내용도 소개했다.
“요즘 의사도 참 친절하네요. 공립병원 의사는 이렇게 설명 안 해주잖아요.”
기분 좋아진 누나가 동생과 가족을 향해 웃으며 하는 말에 곡 선생도 웃어 보이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앞으로 내가 유명해지면, 이런 일은 아래 의사한테 시킬 겁니다.
병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즐거운 시간에 취해있을 때 병실 문이 가볍게 열렸다.
“곡 선생님.”
문을 열고 들어온 좌자전은 들어오자마자 침대 곁에 앉아 있는 대머리를 알아보고 아는 척했다.
“좌 선생? 어떻게 여기에.”
곡 선생 역시 매우 놀라며 되물었다.
“무신 시는 저희 창서성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걸요.”
좌자전이 싱긋 웃으며 대답하자 곡 선생은 헛기침하며 머쓱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음, 저는 개인 진료소에서 소개한 환자가 있어서······.”
“네네. 창서성이 얼마나 큰데, 다른 병원 의사를 다 막을 수 있겠습니까.”
좌자전이 손을 휘휘 흔들자 곡 선생은 냉큼 웃어 보이고 물었다.
“능 선생도 여기 있습니까?”
“네. 수술 몇 건 하러 왔습니다.”
“아, 좋네요. 무슨 수술입니까?”
“간 절제도 있고, 아킬레스건 보건술, 관절경도 있고요.”
좌자전의 얼굴에 담담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흠.”
아직 머리가 굴러가는 곡 선생은 재빨리 상황 파악을 하고 곁에 있는 남매를 바라봤다.
“저희는 곡 선생님만 믿습니다.”
잠시 머뭇거린 누나는 곡 선생의 표정을 보고는 상대방이 응원이 필요한 줄 알고 냉큼 그렇게 말했다.
2~3년 전에 곡 선생은 이미 능연과 같이 수술하며 아킬레스건 보건술을 한 적 있었다.
그때 능연은 의학 조공술로 곡 선생을 배불리 먹였었고.
곡 선생은 이해하기 힘든 표정으로 환자와 보호자를 바라보고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나 자신을 못 믿는데?!
곡 선생은 옷매무새를 가다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최대한 긴장을 풀며 물었다.
“능 선생 벌써 수술 시작했나요?”
“진작에 시작했죠. 배정된 수술이 많아서 올 때마다 촉박하답니다.”
좌자전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겠지요, 그렇겠지.”
곡 선생은 머릿속으로 미친 듯이 생각했다.
그도 똑똑한 사람이었다.
의사의 세계가 잔혹한 이유가 바로 이 상아탑에 똑똑한 사람들을 잔뜩 몰아넣고 쉴 새 없이 그들을 조이기 때문이다. 인류 존엄에 대한 자신감을 박탈하고, 인류 사회에 대한 존중도 박탈하고.
외과 의사의 인간관계에서 압박과 대항은 항시 볼 수 있는 현상이었다. 60세 진료과 주임이 후계자를 지목할 때 얼마나 신경을 쓰고 머리를 쓰는지, 태자 책봉하는 황제에 뒤지지 않는다. 그리고 일단 실패해서 후보에 없던 부주임이 자리를 가로챈다면, 진료과 주임은 은퇴한 후, 평생 다시 진료과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분원이 있는 병원의 인간관계는 더욱 복잡하다. 곡 선생이 차라리 천 리길을 달려 무신 시까지 와서 출장 수술하는 것은 주임들과 달리 명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생존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지금 이런 상태에서 능연에게 밉보일 짓은 할 필요도 없었고,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곡 선생은 속으로 못미더운 개인 진료소를 원망하면서 환자와 보호자들을 힐끔 보고는 다시 확인하며 물었다.
“전에 연락한 의사가 능연 능 선생입니까?”
“네.”
상황이 어딘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걸 깨달은 누나도 미심쩍은 듯 대답했다.
“음.”
곡 선생은 무슨 말로 자신의 기분을 표현해야 좋을지 몰랐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란 게 이런 걸까.
곡 선생은 저절로 좌자전을 힐끔 봤고, 졸임 계란처럼 웃고 있는 좌자전의 얼굴을 보니 굳이 반으로 쪼개지 않아도 속에 노른자까지 시커멀 것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능연이 직접 나설 것도 없고, 좌자전이 상해를 다녀와도 축동익 원사가 본인을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라는 걸 곡 선생은 장담할 수 있었다.
“그럼 능 선생한테 수술을 받았어야지요.”
곡 선생은 수술을 포기하기로 결정 내렸다. 계속 버텨봤자, 득될 게 하나도 없었다. 곡 선생은 좌자전 앞에서 들으라는 듯 입을 열었다.
“능 선생은 전에 축 원사님과 함께 협력한 적 있는 의사고, 자주 우리 골관절 센터에서 수술도 합니다. 수술 실력은 매우 뛰어나고요.”
믿음이 생긴 동생은 저도 모르게 누나를 바라봤다.
조금 미심쩍어하던 마흔 살 누나는 곡 선생이 ‘능 선생은 전에 축 원사님과 협력’이라고 하는 걸 듣는 순간 귓가에 경고하는 종소리가 울렸다.
이거 전형적인 사기 아니야?
능 선생이 이제 몇 살이고 축 원사는 몇 살이냐고.
협력? 개인적으로 하청에 똥 푸는 걸 의뢰해도 협력이라고 하지.
누나는 혹시 모르니 확인 차원에서 정중하게 물었다.
“곡 선생님, 이 능 선생이라는 분, 설마 축 원사님의 제자인가요?”
“아닙니다. 파트너 관계입니다.”
좌자전이 현장에 있는데 어떻게 맘대로 지껄일 수 있을까. 곡 선생은 특별히 자세히 설명했다.
“지금 하시려는 수술이 바로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입니다. 능 선생과 축 원사가 같이 발명한 수술 방식이지요.”
“능 선생이랑 축 원사님이 같이요?”
“예.”
누나는 하마터면 웃음을 터트릴 뻔했다.
“할아버지가 손자 먹여 살리는 거겠죠. 성과를 젊은 사람 이름으로 올리는 거, 이런 식으로 유명세 올리는 거 아닌가요?”
“정말로 아닙니다.”
곡 선생 말투가 더욱 진실해졌고, 머리까지 바닥에 조아릴 기세로 열심히,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
“능 선생은 재능을 타고났고 실력이 엄청나게 뛰어난 유형입니다. 축 원사님이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의 큰 틀을 짠 건 맞지만, 구체적으로 실현한 건 능 선생입니다. 게다가 개선된 방법도 냈고요.”
누나는 금붕어가 죽은 이유를 거짓말로 설명하는 고양이를 바라보는 눈으로 냉랭하게 곡 선생을 바라봤다.
“그래도 우리는 곡 선생님이 수술해주시길 바랍니다.”
누나는 남동생의 손을 꼭 잡고 다시 한번 본인의 뜻을 확실히 밝혔고 곡 선생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저기, 다리 근육이 아니라 머리 근육을 손봐야 하는 거 아니요? 대체 왜?
“농담이 아닙니다. 능 선생 실력이 저보다 더 좋습니다.”
곡 선생은 최대한 가벼운 마음으로 그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다.
처음에 능연을 만났을 때야, 능연이 터득한 기술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곡 선생은 이제 이해할 수 있었다. 그 기술로 수술을 해낼 수 없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능연 앞에서 ‘대단해!’하고 엄지를 치켜세울 수는 있었다.
둘은 경쟁 상대가 전혀 아니었다.
그러나 누나는 곡 선생 한 번, 좌자전 한 번 바라보더니 여전히 냉정하게 판단을 내렸다.
“뭐가 어찌 됐든, 저희는 곡 선생님이 수술해주시길 바랍니다. 더 할 말 없으시면, 동생은 좀 쉬어야겠어요.”
곡 선생은 억울한 듯 좌자전을 바라봤는데 좌자전은 웃기만 하고 아무런 말 없이 병실에서 나갔다.
그리고 문을 닫자마자, 방음 안 되는 병실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저런 사람 너무 잘 알지. 본인이 추켜세우고 싶은 사람 추켜세우느라 지조도 없이 구는 사람 말이야. 봐봐, 정상적이면, 저렇게 끊임없이 다른 사람 실력 좋다고 하겠어요? 특히 의사잖아요. 의사들은 원래 내가 제일 잘난 줄 아는 사람들 아니에요? 게다가 이분은 골관절 센터 의사잖아요. 그런데도 운화병원 의사를 저렇게 칭찬한다고요? 이렇게까지 고개 숙이면서? 분명히 그 능 선생이라는 의사, 뒷배가 있거나 집이 대단한 거예요.”
“그럼 곡 선생님한테 수술 받자꾸나.”
딸의 말을 들은 부모 역시 모두 동의했다.
문 밖에 서 있던 곡 선생은 온몸이 불편해졌다.
혹시 내 원수가 보낸 사람이야?
나한테 왜 이래?
“좌 선생님. 이 일을 어쩌면 좋죠?”
곡 선생이 가련한 눈으로 좌자전을 바라봤다. 정말로 누군가에게 찍히고 싶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환자와 보호자가 원하는 대로 하면 되죠.”
곡 선생이 입술을 파르르 떨면서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좌 선생님, 그럼 이건 어때요? 혹시 문제 생기면 바로 능 선생이 수술할 수 있게 환자를 1 병원에서 수술할 수 있도록 1 병원에 말씀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능 선생도 바빠서요.”
“압니다. 알아요. 최대한 능 선생이 곤란하지 않게 하겠습니다.”
“그럽시다.”
좌자전이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했다.
곡 선생은 식은땀을 닦으며 좌자전을 배웅하고는 환자의 수술 전 준비를 시작했다.
“오늘 허리 마취하는 게 좋겠습니다.”
환자가 수술실로 실려 들어오자 곡 선생은 특별히 설명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