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751화 (730/877)

무신 시 1 병원의 수술 층 시설은 운화병원과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면적이 좀 작고 수술실 등급이 조금 떨어지고, 수술실 설비가 조금 떨어지고, 수술과 경험이 조금 떨어지고, 마취과의 학력이 조금 떨어지고, 원감 제어력이 조금 떨어지고, 자주 쓰는 기계가 조금 낡았을 뿐이었다.

그것만 제외하면 두 병원의 수술실은 그다지 차이가 없었다.

곡 선생은 환자가 들어오자, 신분을 확인하고 다시 검사한 다음 문서를 꺼내 잘 알지 못하는 무신 시 1 병원 순회 간호사에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이 간호사님, 미안하지만 이 MRI 능 선생에게도 좀 전해주세요. 순서하고 환자 번호 다 붙여놨습니다.”

곡 선생은 온화한 태도로, 보스 앞에서나 짓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상해 골관절 & 스포츠 의학 센터에서 온 의사에게 무신 시 1 병원 의료진 역시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특히 곡 선생이 사진을 분류해서 담아두고 스티커까지 붙여 가지런히 준비해 둔 것을 보자 더 호감이 갔다.

순회 간호사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 보였다.

“그럼 제가 가져다드릴게요. 다른 전할 말씀은요?”

“잘 부탁한다고 전해주세요.”

곡 선생도 이제 중년이었고, 더 수치스러운 말도 하려면 할 수 있지만, 본인이 없는 자리에서야 굳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이 간호사는 웃으면서 대답하고 사진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럼 손 씻고 오겠습니다.”

한숨 돌린 곡 선생이 한마디 남기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럼 마취할까요?”

마취의가 묻는 말에 곡 선생은 걸음을 멈추고 잠시 생각하다가 나중에 하자고 했다.

보통 출장 수술 온 의사는 바쁘게 왔다가 바쁘게 돌아가는 게 일상이라, 수술실에 들어오자마자 환자는 마취되어있고 혈압도 조절되어 있고 기구는 반짝반짝 준비되어 있길 바란다.

하지만 그건 일반적인 상태고, 곡 선생은 그렇게까지 급하지 않아 하고, 나중에 하라고 하니 마취의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럼 난 잠깐 눈 좀 붙일게요.”

마취의는 곁에 있는 간호사에게 그렇게 말하고 다리를 치켜들고 뒤로 편하게 누웠다.

차가운 수술대에 누운 환자는 조금 전에 순회 간호사가 팔찌에 적힌 이름 등 정보를 확인하면서 몸과 마음의 준비를 모두 끝냈는데, 묘하게 버림 받은 느낌이 들었다.

“이제······ 뭘 하면 되나요?”

환자가 고개를 들어 옆에서 움직이는 조수를 바라봤다.

“선생님 오시길 기다리면 됩니다. 시트 구겨집니다, 움직이지 마세요.”

오늘 조수는 무신 시 1병원 정형외과 주치의로, 곡 선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느 정도 알 것 같아서 다리로 둥근 의자를 하나 끌고 와 환자 밭 밑에 앉으며 침착하게 대답했다.

“조금 춥네요.”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움직이면 안 됩니다.”

환자가 다시 움직이자 정형외과 주치의가 담담하게 다시 말했다.

수술실은 교실처럼 조용해졌고 잠시 후, 곡 선생이 수술실로 돌아왔다.

“마취의 좀 깨우세요.”

곡 선생은 손을 치켜들고 수술 가운을 입고 장갑을 꼈다.

조수가 깨우자 벌떡 일어난 마취의는 환자 허리 마취 준비를 했다.

환자는 몸을 웅크리고 마취의와 등진 채 허벅지를 배에 붙이고서,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

그런 상황을 질리도록 본 마취의는 위로조차 하지 않고 여전히 협박 전술을 사용했다.

“함부로 움직이지 마세요. 바늘 잘못 들어가서 신경 찌르면 평생 휠체어에 사셔야 합니다.”

환자가 더 심하게 떨기 시작했다.

“힘 빼세요. 괜찮습니다. 지금 등 쪽 소독하고 있어요.”

간호사가 다가가 부드럽게 한마디 하자, 환자의 떨림이 조금 잦아들었다.

곡 선생은 안타깝기도 하고 화도 나서 그를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게, 걱정되면 정보 좀 많이 수집하지 그러셨어요.

그런 생각이 스치긴 했어도 곡 선생의 얼굴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때 순회 간호사가 수술실로 들어왔고, 그 뒤에 무신 시 1병원 정형외과 부주임 둘도 들어왔다.

“이 간호사님, 왔어요? 능 선생이 무슨 말 하던가요?”

곡 선생은 옆에 정형외과 부주임 둘이 있다고 해서 감추는 거 하나 없이 바로 물었다.

무신 시에 다시 올 일도 없고, 창서성에도 다시 올 일이 없을지 모른다. 그저 오늘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게 유일한 목표였다.

“능 선생님이 그냥 평범한 아킬레스건 연속성 중단이라고 하셨어요.”

“그렇긴 하죠. 다른 말은 없고요?”

“없어요.”

“잘 생각해 봐요. 뭐든 좋으니까.”

곡 선생의 말에 이 간호사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능 선생님도 수술하느라 저한테 신경 쓸 여유가 없으셨어요.”

“그럼 이 간호사님, 미안하지만 한 번만 더 다녀올래요? 환자 허리 마취할 거고 개방성 수술할 거라고. 상처를 만진 다음 아킬레스건 뒤에서 10cm 절개구 낼 생각이라고요. 능 선생은 대형 절개구를 자주 사용하거든요. 하다가 안 되면 더 늘일 생각인데, 아니면 처음부터 길게 낼까요?”

이 간호사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본인 수술실이었다면 곡 선생은 바로 화를 냈을 것이다.

내가 함부로 대해도 되는 레지던트도 아닌데, 이렇게 명확한 명령을 듣고도 움직이지 않다니 무슨 짓이란 말인가.

하지만 이곳은 그의 수술실이 아니었다.

곡 선생은 할 수 없이 잘 달랠 수밖에 없었다.

“이 간호사님, 미안하지만 한 번만 더 부탁해요.”

“전화 두고 왜 자꾸 심부름시키세요.”

“사람을 보내서 묻는 게 더 성의 있어 보이잖아요.”

이 간호사가 투덜대는 말에 곡 선생의 말투가 더 진지해지면서, 배고파진 온순한 유기견처럼 눈빛도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이 간호사는 개의치 않게 나른하게 대답했다.

“빈번하게 수술실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 수술 후 케어에 안 좋습니다. 선생님은 상관 없을 수 있어도 능 선생님은 싫어하세요.”

‘능 선생’이라는 말을 붙이자 그 이유가 훨씬 더 타당해졌다.

수술에 대한 능연의 진지함을 잘 아는 곡 선생도 심각하게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아부 떨려다가 오히려 손해볼 수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전화하죠.”

곡 선생이 의견을 받아들이자, 이 간호사는 눈을 흘기고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여기 곡 선생님이 능 선생님이랑 통화하고 싶으시대요.”

잠시 후, 능연의 낮은 목소리가 경음악과 함께 들렸다.

“여보세요.”

전달력 충분한 중저음 남자 목소리에 누워있는 환자의 온몸에 소름이 다 끼쳤다. 목소리, 너무 좋아.

“능 선생, 나 곡 닥.”

곡 선생은 그나마 남은 자존심으로 ‘님’자를 붙여 능연을 부르지 않은 것에 대해 본인을 칭찬하고, 비정한 이 세상을 한탄한 다음, 조금 전에 이 간호사에게 했던 말을 다시 반복해서 물었다.

“선생님이 집도의신데 저한테 물으실 필요 있나요?”

능연은 전화 너머 다른 수술실에서 미간을 좁혔다.

“어쨌든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을 쓰는 거니까. 이 기회에 배울 수 있으면 배우려고.”

곡 선생이 다급하게 듣기 좋은 말을 하자, 능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10cm도 상관 없다고 대답했다.

“오케이. 저기, 전화 끊지 마시고.”

곡 선생은 메스를 받은 다음 절개구를 내면서 다시 물었다.

“지금 피하조직 박리 중이야.”

“너무 많이 박리하지 마세요.”

능연이 먼저 알아서 설명했다. 전화를 연결한 채로 두면 당연히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 테니 그 정도는 큰 수고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곡 선생은 냉큼 대답하고는 얼굴에 한숨 돌렸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으로는 계속 떠들어댔다.

“건초 뒤집을 거야.”

“혈종이 좀 심한 편이네. 이제 제거한다.”

“혈액 운행을 잘 유지하라, 오케이! 작은 혈관 꿰매는 중이야. 아이고, 이거 정말 어렵네.”

부분 마취를 해서 깨어있는 환자가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곡 선생의 아부하는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아무래도 능연이 지도 수술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환자는 순간 좀 멍해졌다.

누나가 말한 상황이랑 다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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