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은 아주 성공적이었습니다.”
스트레처 카와 함께 수술실에서 나간 곡 선생은 환자 보호자 앞에서 거만하고 자신감 넘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로서는 거의 완벽한 수술이었다. 환자의 혈액 공급도 충분하고, 아킬레스건 강도도 상당히 튼튼했다. 비록 환자의 회복 기간이 비교적 길 것이고, 유위신처럼 고강도 훈련과 시합은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체육 교사의 조건은 충분히 만족시킨 셈이었다.
듣고 싶었던 말을 들은 보호자들은 그 말에 몇 번이고 감사 인사를 했다.
누나는 웃는 얼굴로 남동생을 내려다보며 말을 꺼냈다.
“수술 잘 됐으면 됐다. 그동안 고생한 보람이 있네.”
깨어있던 남동생은 가만히 침대에 누워서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 어디 불편하니?”
누나가 바로 알아채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건 아니고.”
“어디 불편하면 바로 말해야지.”
동생이 억지로 웃는 모습에 누나가 속이 타서 고함쳤다. 의사가 옆에 있을 때 말해야지, 아니면 내일모레 말하려고?
동생은 입을 뻐끔대며 뭔가 말하려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아이고, 답답해 죽겠네. 왜 그래? 배뇨관 빠졌니?”
누나는 동생이 민망해서 머뭇거리는 거로 생각했다.
“배뇨관 안 꼽았어.”
동생은 힘없이 한숨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나 수술 중에 깨어있었거든. 곡 선생님이 수술하면서 계속 도움을 청하더라고.”
그 말에 누나는 순간 너무 놀라서 거의 튀어 오를 듯 곡 선생을 바라봤다.
“수술할 줄 모르면서 수술하신 거예요?”
안 그래도 사람 많던 대기실에서 심심하고 지루하게 기다리던 보호자들이 재미있는 화제가 생기자 바로 몰려들었다.
곡 선생은 천재형 의사가 아니었다. 하지만 골관절 & 스포츠 의학 센터 주치의고 십 년 넘게 경험이 쌓여오면서 보호자를 대하는 일쯤이야 익숙했다.
곡 선생은 담담한 표정으로 느긋하게 남매, 그리고 다른 사람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꺼냈다.
“첫째, 저는 수술을 할 줄 알 뿐만 아니라 매우 잘합니다. 둘째, 저는 매우 진지하게 이 수술을 완성했습니다. 셋째, 조금 전에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수술은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하나, 둘, 셋하고 정리된 의사의 말에 주변에 몰려든 사람들은 재미가 순식간에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누나 역시 멍해졌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개인 진료소가 바가지를 좀 씌우긴 했어도, 그렇게 비싼 돈을 받고 수술할 줄 모르는 의사를 구해올 일은 없었다.
요즘 세상에 연기자를 구하는 게 의사를 구하는 것보다 돈이 더 들 테니 말이다.
게다가 수술 성공이 가장 중요한데, 본인이 수술 성공했다고 말하고 트집 잡을 만한 곳도 보이지 않았다.
“그럼 제 동생 말은 뭐죠?”
누나가 몸을 일으키고는 계속 물었다.
“수술 중에 계속해서 전화해서 묻더라는 말이 무슨 뜻이냐고요.”
“능 선생이 여기 있었으니까요.”
곡 선생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오히려 기뻐하며 대답했다.
그에게 능 선생 같은 부류 의사가 가장 생각을 알 수 없는 의사였다.
실력 있는 의사는 권력과 제어력 방면엔 보통 꽤 힘을 가지고 있는 법이다.
그래서 곡 선생은 수술 내내 오로지 한 가지만 고민했다. 어떻게 정확하게, 고 퀄리티로 무지개 아부를 떨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하는 건, 그건 곡 선생이 생각해낸 방법 중 하나였지만, 그것 하나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본인도 의문이었다.
지금 이 순간, 곡 선생은 강자 옆에 있는 건 호랑이 옆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깨달았다. 호랑이는 간단하게 사람을 먹어 치울 수 있지만, 호랑이의 생각을 읽긴 쉽지 않았다.
천만다행인 게, 환자 보호자가 다시 무지개 아부를 떨 기회를 주었다.
환자의 누나가 다시 캐묻기 전에 곡 선생이 목청을 높여 말을 꺼냈다.
“수술 전에 이미 말씀드렸듯이, 환자가 받은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은 능연 능 선생이 발명한 수술입니다. 사실 능 선생이 국내 정상급 의사고, 아킬레스건 보건술 수술 쪽은 일등 전문가입니다. 전문가가 여기 있고, 마침 제가 그 전문가가 개발한 수술 방식으로 수술하는데 상대에게 가르침 받는 건 너무 당연한 것 아닙니까? 게다가 환자를 위해서 한 일인걸요. 안 그렇습니까?”
곡 선생의 말투는 점점 더 엄숙해졌고, 더욱더 당당해졌다.
누나는 눈이 다 휘둥그레졌다. 뭐래?
주변 관중들도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우리 무신 시에 이렇게 대단한 의사가 있어?”
“말도 안 돼요. 운화에서 온 의사입니다. 운화병원 유명한 의사.”
“그걸 어떻게 알아요?”
”우리 형부가 지금 간 수술 받고 있어요. 국내에서 유명한 의사인걸요. 굉장히 젊지만, 전국에서 손꼽히는 의사랍니다. 제가 그 의사를 모셔 온 거라니까요. 운화병원 외래 암표가 1천 위안이나 한대요.”
“아니, 형부가 간 수술하는데 이렇게 신이 나서······. 아······.”
이제 막 아킬레스건 수술을 한 남매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 느낌을 받았다.
누나가 애써 생각을 정리하며 곡 선생을 붙잡았다.
“말에 구멍이 있어요!”
“예에?”
곡 선생이 누나를 바라봤다. 이게 무슨 추리 영화냐?
“본인 실력이 좋다면서, 왜 다른 사람한테 자문을 구해요. 말이 안 되잖아요. 게다가 수술을 아주 잘 한다면서요? 그렇게 잘하면서 젊은 의사한테 물을 필요가 있나요?”
누나는 본인의 생각을 고집했다.
“보통은 그렇죠.”
곡 선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능 선생의 실력은······. 흠, 이렇게 설명해 드리죠. 국내 정형외과 기술로 따지면, 제 실력도 매우 좋은 편입니다. 그러나 능 선생은 국내 정상급입니다. 아주 대단한 의사요. 아시겠습니까? 제가 능 선생에게 가르침 받는 건 수술에 매우 유리합니다. 수술 효과도 좋고요. 환자 회복도 당연히 기대보다 좋을 겁니다.”
누나가 멍한 표정으로 곡 선생을 바라봤다.
“하지만 개인 병원에서는 선생님이 일류 정형외과 의사라고 했어요! 게다가! 게다가······ 골관절 센터 의사 아니에요?”
“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능 선생이 더 대단한 의사라고요. 왜 못 알아들으시죠?”
곡 선생은 사실 일부러 사람 무리에 서서 원격으로 능 선생에게 아부를 떨고 있었다. 지금 호응해주는 사람까지 있으니 더욱 진지하게 입을 놀렸다.
“그럼 조금 적당하지 않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내 실력은 대입 시험 때 그냥 아무렇게나 봐도 순위권 대학은 들어가고 운이 좋으면 탑 10 대학에 들어갈 실력입니다. 능 선생은 말이죠, 능 선생은 수석합격할 실력이고요.”
주변 사람들이 저절로 ‘아!’ ‘오!’ 같은 소리를 냈다.
누나는 더욱 넋이 나간 모습으로 중얼댔다.
“내 선택이 잘못됐다는 거예요?”
그러자 곡 선생이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제가 동생분 수술을 했어도 손해 본 건 없잖습니까. 다른 건 몰라도 아킬레스건 보건술은 저보다 잘하는 의사도 드물어요. 평균 실력인 의사는 대입 시험 평균인 거고, 내 실력과는 큰 차이가 난다고요.”
“하지만······ 전에······.”
누나는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랐다.
“선택을 잘못한 건 아니고, 더 나은 선택을 놓친 겁니다.”
곡 선생이 입을 삐죽였다. 아부도 충분히 떨었고, 이제 긴말하기도 귀찮아졌다.
“어서 병실로 돌아가서 푹 쉬세요. 회복은 30% 병원 케어, 70%는 본인한테 달렸습니다.”
말을 마친 곡 선생은 휙 몸을 돌려 수술실 복도로 들어가, 눈도장 찍으려고 능연의 수술실에 찾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