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석션을 든 엽사공은 쥐새끼 동굴을 지키는 여우처럼 정신 집중해서 두 눈을 부릅뜨고 능연의 동작을 살펴봤다.
그도 아킬레스건 보건술은 할 수 있었다.
수많은 현병원 약체 의사들과 마찬가지로 엽사공이 있는 병원도 대형 병원이 꺼리는 수술을 했다. 일반외과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하지만, 사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대충했다.
같은 아킬레스건 보건술도 지금 엽사공의 눈엔 완전히 다른 수술로 보였다.
능연은 수술 전 영상 자료도 따져서 판독하고, 수술 시작 후 절개구도 따지고, 메스 들어가는 각도도 따지고, 수술 스텝은 더욱 정교한 디저트처럼 따졌다.
엽사공은 초 강력한 능연의 리듬감을 느낄 수 있었다.
깨닫는 데 노력이 필요한 느낌이었고, 깨우치는 사람도 어느 정도 기초가 필요한 느낌이었다.
같은 서예라고 해도, 누군가는 급하게 휙휙 써 내려가는 느낌이고, 누군가는 느리게 쓰다가 속도가 빨라지는 느낌이랄까. 한 획, 한 획 글을 잘 쓰는 건 사실 속도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누가 봐도 편안하게 속도 조절하며 붓을 놀린다.
엽사공의 눈에 지금 능연이 하는 수술은 불 조절이 매우 뛰어난 요리사 같아 보였다.
보이는 건 느긋하게 보이지만, 식재료, 온도, 요리 과정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느낌이랄까.
고개를 들어 몰래 능연을 힐끔 보는 엽사공의 눈빛에 감출래야 감출 수 없는 감탄이 가득했다.
“엽 선생님, 힘드시면 제가 바꿔드리겠습니다.”
임기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오자 엽사공이 맥이 빠졌다.
임기는 엽사공보다 운화병원에 먼저 들어온 수련의였고, 배경이 비슷했다. 둘 다 노래방으로 업무 스트레스를 푸는 현병원 의사에, 같은 일반 외과 선임 주치의였다.
다른 점은 임기가 먼저 들어왔고, 기술을 더 많이 배웠다는 점이다. 하지만, 요리를 못해서 엽사공보다 팀워크가 떨어졌다.
운화병원에 온 시간은 더 짧지만, 능 팀 사람들은 엽사공의 이름을 모두 기억했다. 여원, 마연린 등도 매일 몇 번이고 그의 이름을 부른다.
“엽 선생님, 점심은 뭐예요?”
“엽 선생님, 저녁에 뭐 먹어요?”
“엽 선생, 야식은 뭐 먹어?”
여원, 마연린 등은 능 팀의 핵심 인원이라고 할 수 있었다.
팀에서 겉도는 실습생, 훈련의 그리고 수련의로서 핵심 인원의 관심은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특히 임기 같이 기간이 다 됐는데 버티고 떠나지 않고 운화병원에 비비려는 의사로서는 더욱 중요했다.
은연중에 임기와 엽사공은 능 팀에서 같은 생태계 위치에 있는 것처럼 되었다.
엽사공은 끊임없이 얼굴을 내미는 거로, 임기는 가장 먼저 능 팀에 온 수련의라는 거로, 비슷하게 얼굴을 알렸다.
두 사람이 같은 생태계에 자리하려니, 당연히 자리가 비좁았고 경쟁을 하지 않으려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냥 훅 잡는 건데요 뭘. 힘들게 뭐 있나요.”
엽사공이 싱긋 웃으며 겸손하게 대답했다.
“저녁에 요리도 해야 하잖아요. 어깨 아프면 저녁에 국자 어떻게 잡으시려고.”
임기가 좋은 말로 타이르듯 말했다. 이야기를 들은 수술실 의사들은 요리사를 힘들게 해서 저녁밥에 영향을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임기도 매우 중시하는 문제였다.
다른 건 몰라도 엽사공의 요리 실력은 정말 대단했다.
“오히려 반대죠. 지금 써 둬야 이따 더 편안하게 잡을 수 있죠. 그리고 훅 잡는 것 정도는 힘들지도 않고 오히려 단단하게 잡을 수 있도록 단련도 했습니다.”
엽사공이 웃으면서 철저히 임기를 때려눕혔다.
수술실에서 참관하는 의사들은 두 사람의 다소 유치한 대화를 못 들은 척했다.
슬쩍 능연의 눈치를 살핀 임기는 그가 두 사람의 대화를 거의 안 듣는 것 같자 저절로 안도했다.
“능 선생, 오늘 수술도 참 멋지게 하네.”
임기는 생각을 바꿔서 아예 능연에게 아부를 떨기로 했다.
“맞습니다. 내가 만나본 의사 중에 능 선생 실력이 가장 뛰어난 것 같아요.”
엽사공도 절대로 뒤질 생각이 없는 것처럼 한마디하고는 계속 말을 이었다.
“현병원에 있을 때 주임님 수술 보면서 어떤 때는 운화병원 전문가 혹은 북경 전문가라고 해서 뭐 얼마나 더 강하겠느냐 했는데, 정말 이렇게까지 딴 세상일지 몰랐습니다. 음······. 뭐랄까, 집밥을 잘하는 이모님하고 미쉐린 셰프 같달까요?”
“요리하고 의술하고 비교하면 난 요리 쪽 급수가 더 높은 것 같아.”
퍼스트 어시인 연문빈이 환자의 다리를 한 번 건드리고는 그렇게 말했다.
“그건 맞는 말이네.”
마연린도 그 말에 동의했다.
“그러고 보니 며칠 동안 연 씨 족발 못 먹었네. 오늘 창자라도 졸이지 그래?”
“졸임 국물로 졸인 오리발도 맛있는데.”
두 수련의의 경쟁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사람들의 화제가 신속하게 옮겨갔다.
사실 정말로 눈치채지 못했고, 눈치챘더라도 신경 쓰지도 않았다.
지금은 그저 낮에 쉬는 시간에 틈이 난 초짜 의사가 능연에게 배우러 온 것이고, 조금 더 늦어지면 쉬러 갈 사람은 가고 또 이어서 무미건조한 당직이 시작된다.
출장 나올 때마다 능 팀 구성원은 10건 이상의 수술을 완성해야 한다.
그것도 능연이라 가능한 것이고, 다른 의사가 이렇게 대형 출장 수술을 구성하려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치료 팀의 초짜 의사들은 출장 수술을 여전히 좋아했다.
사실 예전 같으면 능 팀 출장 수술에 임기 같은 수련의가 기회를 잡기는 어려웠다.
출장 수술을 가면 작게라도 돈을 버니 휴일을 뺏기긴 해도 팀 내 경쟁이 치열했다.
초짜 의사는 의사 생활 중에 돈이 가장 궁한 시기고, 이럴 때 돈을 벌 수 있다면 초짜 의사는 일하는 시간이 길어져도 개의치 않았다.
능연은 수월하게 환자의 혈관을 처리했고, 눈 감고 손을 놀리는 것처럼 모든 혈관을 정상 상태로 돌려놓았다.
어찌 됐든 수하 의사들도 점점 단련이 됐고, 전보다 훨씬 수월해지긴 했다.
연문빈처럼 처음부터 그의 밑에 있었던 의사는 지금 웬만한 운화병원 주치의보다 훨씬 솜씨가 좋았다.
딩!
- 퀘스트: 증명.
- 퀘스트 내용: 수하 의사의 수준이 동기인 동료 수준을 넘었음을 증명하라.
- 퀘스트 진도: 0/5.
- 퀘스트 보상: 중급 보물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