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754화 (733/877)

한창 수술 중이던 능연은 퀘스트가 나오자 잠시 멈추고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수하 의사의 실력이 그의 동기를 넘었음을 증명하라?

핵심은 아무래도 증명이겠지?

그의 밑에 있는 의사들의 실력은 진작에 대부분 동기의 실력을 넘어섰으니 말이다. 모든 동기를 넘어서는 건 아무래도 불가능하고. 능연 본인만 해도 따지고 보면 연문빈보다 늦게 병원에 들어왔다. 연문빈 혹은 마연린의 동기 동창 중에 천재가 없으리란 증거도 없지 않은가.

게다가 다른 의사도 마찬가지로 시스템을 얻었을지도 모를 일이고.

거기까지 생각한 능연은 고개를 들어 수술대를 둘러싸고 한창 배움에 열중하는 부하 의사들을 바라봤다.

연문빈이 가장 마음이 놓였다. 능연 밑에서 제일 오래 있었고, 어시든 집도든 적지 않게 수술을 했었고 단지 이식과 탕 봉합은 동기의 수준만 넘은 것이 아니었다.

마연린도 아마 평균 수준은 넘었을 것이다. 실력이 연문빈보다는 조금 부족해도 나이와 기초 때문이었고, 장안민도 그와 비슷했다. 물론, 같은 나이 의사로 계산하면 장안민은 대다수 동기 의사를 앞섰지만, 부주임 기준으로 보면 또 모를 일이었다.

이 기술형 의사 세 명을 제외하고 능연 밑에 있는 여원과 좌자전은 기술 분야에서 동기를 이기려면 조금 어려울 것 같았다.

좌자전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의 동기 의사는 지금 잘난 사람은 공정원 원사가 될 판이었고, 적어도 그 나이에 아직 레지던트인 의사는 드물 것이다.

여원도 어리진 않았다. 석사 졸업하느라 몇 년 뒤처졌고 겨우 치프 레지던트가 되었지만, 나이만 따지면 비슷한 나이의 의사는 주치의 혹은 부주임이 되었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능연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 그럼 0/5라는 퀘스트 진도 중에 3개만 쉽게 완성할 수 있다는 말인가.

나머지 2개가 난점이겠군.

능연이 보기에 이 난점은 정말로 난도가 있어 보였다.

좌자전과 여원은 둘 다 시간을 들인다고 실력이 늘 만한 선수가 아니었다.

“능 선생, 무슨 문제라도?”

능연이 수술 중에 멈추는 걸 거의 본 적이 없는 연문빈이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훅을 당기고 있던 엽사공도 불안해져서 자세를 바꿨다.

옆에 있는 사람들의 그런 모습에 능연이 바로 정신을 차렸다.

능연은 엽사공을 유심히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서른 몇, 학력 보통, 경험 보통, 눈과 손의 협조 능력 보통, 수술 끈기 보통, 학습 의지······도 의사 중에서는 역시 보통. 총체적으로 평범하고 평범한 병원 평범한 의사였다.

그러나 확률 면으로 봐서 모든 항목에서 7, 80점을 얻을 만한 의사도 사실 귀한 존재였다.

같은 팀 여원만 봐도 학력 좋고 수술 끈기와 학습 능력은 병원에서 매우 강한 편인데 그의 수술 실력은······ 아무리 봐도 중급 이하의 수술만 감당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최종 수술 잠재력은 엽사공보다 떨어졌다.

“능 선생?”

능연의 시선에 엽사공은 불안해졌다.

“아, 엽 선생님. 엽 선생님도 제 수하 의사인 거죠?”

능연도 확실하지 않아서 아예 대놓고 물었다.

그 말에 엽사공은 너무 놀랐다. 다년간 단련해서 손이 충분히 안정되지 않았다면 지금 훅을 놓칠 뻔했다.

무슨 뜻이지?

나한테 무슨 불만이라도?

아니지!

능 선생 같은 성격으로는 나한테 불만 있으면 그냥 바로 나를 버렸을 거고, 그럼 나는 백수가 됐겠지.

아니면 좌 선생님 손에 버려져서 더욱 비참한 백수가 됐거나.

그럼, 능 선생이 이 많은 사람 앞에서 일부러 나를 비꼬거나 모욕주려고?

엽사공은 별별 생각을 다 했다.

아니, 그럴 필요가 전혀 없잖아!

일단, 능 선생은 부하 의사를 모욕 주는 스타일이 아니야. 또······.

엽사공은 열심히 자문했다. 나 엽사공, 무슨 짓을 했길래 능 선생이 저 귀한 머리까지 써서 이런 식으로 창의적으로 비꼬거나 모욕을 주는 건?

아니 그건 포상이지 모욕이 아니잖아?!

가만······.

그러니까······.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고 나니 남는 건, 아무리 불가능한 일이라고 해도, 정답밖에 없었다.

그 짧은 순간에 잠시 생각을 마친 엽사공은 놀랍고 믿기 어려운, 그렇지만 본인은 믿고 싶은 결론을 내렸다.

능 선생이 나를 제자 아니면 직계로 받으려고?

엽사공의 다리가 후들거렸다. 손에 훅이 들려있지만 않았다면, 엽사공은 매우 급진적인 일을 이 자리에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엽사공은 다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고개를 든 엽사공은 진정성 있는 미소를 능연을 향해 지어보였다.

“당연하지. 운화병원에 들어온 날부터 나는 능 선생 부하였어.”

“그래요. 그럼 마무리 봉합 하세요.”

“능 선생! 고마워!”

능연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하는 말에 엽사공은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마무리 봉합 같은 포상은 실습생에게나 어울리지만, 지금 이 순간, 엽사공은 실습생이라도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능연의 실습생이 되는 건데 무슨 불만이 있을까.

옆에 있던 임기는 부러움에 눈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나 엽사공보다 운화병원에 온 지 더 오래됐는데?

그것도 많이 오래됐는데?

그러나 능연은 본인이 그의 부하인지 아닌지 한 번도 확인한 적이 없었다.

임기는 눈이 빠져라 능연을 바라봤다.

바로 그때, 능연이 고개를 돌려 임기를 바라봤다.

엽가공까지 해도 퀘스트에 적합한 부하는 넷뿐이었다.

게다가 임기는 능연 앞에서 꽤 오래 어슬렁거렸었다.

그래서 능연은 입을 열어······.

“네!”

임기가 순간 고함쳤다.

정말로 능연의 질문을 너무 기대했다.

그는 엽사공처럼 현병원에 아직 자리가 있는 게 아니었다. 즉, 엽사공은 돌아갈 곳이 있었다.

임기는 수련의 기간이 끝났는데 버티고 돌아가지 않아서 지금 거의 잘리기 직전이었다.

그런 만큼 당연히 능연의 인정을 바랐다.

하지만 그의 대답이 너무 빨랐고, 덕분에 수술실이 조용해졌다.

오로지 능연만 냉정함을 유지했다.

이런 대화는 그로서는 익숙했다.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네’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매우 흔했다. 다들 왜 그런 짓을 하는지, 능연은 알 수 없었지만, 어차피 장난 같은 걸 잘 이해하지 못해서 추궁하지도 않았다.

“능 선생, 날 임 선생이라고 부르든 임기라고 부르든 나는 아무런 상관없어.”

임기는 머쓱함을 감추면서 한마디 더 했다.

“예. 호칭은 중요한 게 아니고요. 어떤 유형의 수술을 좋아하세요?”

능연이 고개를 서서히 끄덕이며 하는 말에 임기는 열심히 마무리 봉합하는 엽사공을 힐끔 보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지금 그에게 매우 중요한 순간이 닥친 것 같았다.

능연처럼 바쁜 의사는 이런 질문을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 그의 선택이 미래의 발전 방향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무림 문파에서 사부가 ‘이 녀석, 너는 어떤 무술을 배우고 싶으냐?’라고 묻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대답은 간단하지만, 그 간단한 대답이 어쩌면 일생에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

임기는 머릿속에 오가는 수많은 생각을 마지막에 한마디로 응축했다.

“능 선생 보기에 내가 뭘 잘하는 거 같아? 나는 그거 할래.”

지금까지 해왔던 아부의 말과 비교하면 지금 이 말의 진정성은 매우 높았다.

임기는 의술을 배우는 새싹이 아니었다. 정형외과가 돈을 잘 먹고, 심장내과가 돈을 잘 벌고, 능연이 이 두 가지 항목에 모두 능력이 뛰어나다는 걸 모두 잘 알고 있었다.

능연의 간 수술 분야의 지위를 잘 알았고, 이 기술을 배웠을 때 미래 비전이 어떨지도 잘 알았다.

그러나 의사 생활을 오래 한 임기는 의사는 재능과 적응도를 따져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능연 밑에서 배우면서 고작 목표가 입문급이었다면, 뭐하러 운화병원에 눌어붙어 있느냔 말인가.

어쩌면 능 선생에게 적당한 방향을 선택해달라고 하는 것이 가장 성공한 방법이라던가?

임기는 기대하는 표정으로 능연을 바라봤다.

“그렇군요.”

능연은 한참 고민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운화병원으로 돌아간 다음 응급실에서 일해 보세요.”

임기의 미소가 점점 큰 물음표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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