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닝 캠프라는 개념 좋군. 공격도 할 수 있고 방어도 할 수 있고. 일단 일회성으로 한 번 해보지. 중간에 심사회나 시상식을 해도 되고.”
곽종군은 좌자전이 가지고 온 기획서를 보며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세심하게 꾸렸군. 우리 응급센터는 지금 규모가 커져서 확실히 수련의나 실습생을 늘릴 필요가 있지. 음, 기숙사도 있고, 잘 활용하면 자금도 많이 절약될 거야.”
“구체적인 내용은 저랑 제윤조 선생이 같이 상의했습니다.”
좌자전은 이럴 때 공을 다툴 생각이 없었고, 아직 실습생인 제윤조는 더욱 견제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자 곽종군은 ‘오’ 하고 감탄하며 좌자전 뒤에 서 있는 여자를 발견하고 미소 지었다.
“제 선생은 아직 실습생이지? 운대 출신인가?”
“네. 능 선생님 동문입니다. 아, 팬은 아니고요. 그래도 능 선생님이 선배인 건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제윤조는 대답한 다음 냉큼 다음 말을 덧붙였다.
“음, 잘했네. 괜찮은 생각이었어.”
곽종군이 실습생 제윤조에게 다정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병원에서 주임급 의사들은 레지던트 아래 의사들을 대할 때는 태도가 괜찮은 편이었다.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그런지 보기만 해도 귀엽고 무섭게 대하지 않았다.
화낼 일이 있어도 곽종군은 주치의나 부주임급 의사에게 화를 냈다.
하지만 곽종군의 얼굴을 바라보는 제윤조는 긴장해서 양 늑골이 다 쪼그라드는 기분이었다.
“트레이닝 캠프는 모두 자네에게 맡기겠네. 할 수 있겠나?”
곽종군이 시선을 좌자전을 향해 돌렸다.
주름졌지만 기름지지 않고, 통통하지만 투실하지 않고, 거칠고 검고, 커다란 여드름 흉터가 있는 좌자전의 얼굴은 아무리 봐도 힘든 일을 하는 사람의 얼굴이었고, 심지어 보기만 해도 일을 던져 주고 싶게 생겼다.
이미 습관이 된 좌자전은 준비도 충분하게 마쳤겠다, 곽종군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냉큼 대답했다.
“네. 맡겨 주십시오. 다만, 트레이닝 캠프 비용이······.”
“신경 쓸 것 없네!”
곽종군은 손을 크게 휘두르고는 제윤조를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우리 중환자실 만들 때 예산이 넉넉해서 지금 남은 자금이 있으니 원무 회의 때 이야기해서 지출 방향을 조절하면 되니 아무런 문제가 없네.”
“그럼 됐습니다.”
좌자전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큰일을 그에게 맡기다니, 걱정도 됐지만 사실은 흥분되는 마음이 더 켰다. 좌자전으로서 이번 일은 앞으로 나갈 기회일 뿐만 아니라 더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이번 일을 성공시키면 어쩌면 인생을 새로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창서성 병원 형국을 새로 쓸 수 있을지도 모르고.
곽종군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그는 두꺼운 손으로 좌자전의 어깨를 두드렸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소리네만, 병원은 실습생과 수련의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네. 특히 우리 중환자실이 생기고 나면 더욱 필요해지겠지. 하지만, 사람 모집한 다음 잘 대해줘야 하네. 의사 아닌가, 수련이라고 해도 다들 프라이드가 있으니까.”
“알고 있습니다. 수련의로 결정되기 전엔 반드시 명절 보내러 온 친척 대하듯 대하겠습니다.”
“결정된 다음엔요?”
사회생활 경험이 없는 제윤조가 호기심에 저도 모르게 물었다.
“당연히 명절 보내온 친척 대하듯 해야지. 명절 지난 다음에 대하듯 말이야.”
좌자전이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