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758화 (737/877)

“X-ray로 봐도 뭐가 걸린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식도도 늘어나거나 꿈틀대지 않았고요. 섬유 후두경으로도 검사했지만, 이물질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간접 후두경도 다시 했지만, 역시나 이물질은 없었고요.”

임기는 다소 무기력한 표정으로 상황을 보고했다.

의사는 아무리 하기 싫은 일이라도 정말로 손에 떨어지면 순조롭게 끝나길 바라기 마련이었다.

작은 새우 가시 하나도 발견하지 못하자, 임기는 눈이 어떻게 된 건 아닐까 싶었다.

주 선생은 끝까지 나서지 않고 초연한 태도로 담담하게 미소 지으면서 뷰라이트에 꽂힌 사진을 바라봤다.

“걸린 게 안 보이는 것도 정상입니다. 작은 생선 가시, 심지어 닭 뼈도 X-ray에 안 잡힐 때가 있습니다.”

“예, 맞는 말씀입니다.”

임기가 입을 내밀었다. 분석만 하면 뭐하냐. 그래서 찾을 수 있는 거냐?

“섬유 후두경은 후두경실에서 한 겁니까?”

주 선생이 묻자 임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그런데 한참 들여다봐도 없더라고요.”

주 선생이 잠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영상의학과에서는 새우 가시가 너무 작거나, 아니면 이미 빠져서 못 찾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환자 상태도 안정됐고, 차라리 먼저 돌아가라고 했다가 다시 이상해지면 오라고 하는 게 어떨까요?”

“다시 올 때는 이비인후과로 가겠죠. 어쩌면 성립 이비인후과로 갈 수도 있고요.”

주 선생이 담담하게 한마디 하자 임기가 멈칫했다.

“이렇게까지 경쟁이 치열합니까?”

“우리 주임님이 구상하는 응급센터를 임 선생만 모르는 것 같군요. 다른 진료과로 가게 되면 알게 되겠죠. 그래서, 영 해결 못 할 거 같다 이거죠?”

주 선생이 임기를 바라보며 물었다.

임기는 주 선생의 관점을 알 것 같았지만, 동의하지 않았다.

물론, 굳이 생각을 입에 올리진 않겠지만.

고작 수련의, 심지어 병원에 눌어붙어 있는 수련의는 본인의 생각과 뜻이 없는 게 낫다. 있더라도 잘 감추는 게 좋고.

“이런저런 가능성이 있습니다만, 일단 환자가 돌아가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임기는 주 선생의 물음에 본론만 대답했다.

“이물감 환자가 돌아갔다가 다시 병원에 오는 비율이 매우 높습니다. 지금 이 환자는 이물감이 뚜렷한데 돌려보내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습니다.”

주 선생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웃어 보이고는 말을 이었다.

“게다가 나중에 다시 돌아와서 이비인후과로 간 다음 거기서 문제 해결하면 임 선생이 얼마나 난감하겠어요?”

임기는 아니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주 선생의 표정을 살피며 떠보듯 물었다.

“제가 난감해해야 할까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어쩔까요? 주임님을 불러야 하나요?”

임기의 말에 주 선생이 껄껄 웃었다.

“그래도 된다고 생각합니까?”

“안 되는 걸까요?”

“당연히 안 되죠. 주임님이 도라에몽도 아니고, 뭐든 해결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주임님은 화상 응급 전문입니다. 아시겠어요? 주임님을 부르면 임 선생이 그 가시가 될 겁니다. 불러도 생선 가시 전문가를 불러야죠.”

임기도 그 말은 이해했다. 게다가 마음속에서 우러난 이해였다. 임기가 이내 눈빛을 빛내며 물었다.

“그 말씀은······. 사실 주 선생님이······?”

주 선생은 후궁을 독차지한 수컷 양처럼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더 생각해 보세요.”

“선생님이 아니라고요?”

“당연한 소리를.”

주 선생은 속으로 내가 아무리 게을러도 지금까지 손 놓고 있었겠냐고 물었다.

임기는 양 떼에서 쫓겨난 어린 양이 된 기분으로 머뭇대며 물었다.

“우리 진료과에 생선 가시 전문가가 있단 말입니까?”

“생선 가시는 모르겠고, 이물질 제거에 능력 있는 의사는 있죠. 여 선생한테 물어보세요. 여 선생이 꺼낼 수 있다고 하면 환자나 보호자가 허탕 칠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 김에 국위 선양도 하자고요.” ”

주 선생은 더는 뜸 들이지 않고 바로 알려주었다.

이야기를 듣던 임기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좋아서가 아니라 ‘그러는 게 어디 있어?’ 혹은 ‘이 나쁜 노인네!’라는 마음이었다.

“여 선생이 평소에 이물질을 잘 꺼내긴 하지만, 그건 해부 구조에 익숙해서 그런 거 같던데요. 게다가 손도 작은데 이런 새우 가시를 잘 꺼낼 수 있을까요?”

“중요한 걸 잊으셨군요.”

주 선생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경험은 중요하죠. 처음이라면 아무래도 임 선생 말처럼 하반신에 집중했겠죠. 그러나 오랜 시간 경험이 쌓였으니, 분명 남다른 점이 있을 겁니다.”

“말씀대로 하죠. 여 선생한테 가보겠습니다.”

임기도 긴말하지는 않았다. 사실 상급 의사의 명령에 하급 의사가 왈가왈부할 여지도 없었다. 임기 역시 나이가 많다는 핑계로 몇 마디 더 물어봤을 뿐이었다.

잠시 후, 임기와 여원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의국에서 나왔다.

조금 전까지 컴퓨터 앞에서 얼굴을 찡그리고 글자를 입력하던 여원이 공구 상자를 들고 느긋하게 걷는 모습엔 어쩐지 능연의 느낌도 솔솔 났다.

준비가 충분하고, 자신감도 충분해서 그 일을 즐기는 느낌이었다.

임기는 순간 멍해졌다.

사실 운화병원에 남아······ 운화병원에 눌어붙어서 현 병원 주치의 자리를 포기한 건 임기에게도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능연 때문이었다.

임기는 능연 밑에 있으면 더 나은 미래가 올 것으로 생각했다. 더 나은 기술이든, 더 높은 수입이든, 능연 밑에 있으면 더 쉽게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현 병원의 미래는 빤히 보였고, 능연의 기술은 임기가 봐온 의사 중에 가장 강했다.

능연의 기질, 능연의 기세, 수술을 대하는 능연의 태도도 암암리에 임기를 변화시켰고, 임기는 이런 의사가 되고 싶다고 꿈꾸는 시간도 많아졌다.

그러나 오늘 여원의 모습에서 능연의 분위기가 날 줄은 몰랐다. 정말로 상상도 못 했었다.

여원이 능연 밑에 더 오래 있던 건 맞지만, 실력이 뛰어난 의사는 아니었는데.

“환자는 어디 있습니까?”

여원의 넓어진 코 평수가 그녀의 관심을 나타냈다.

“이쪽이야.”

임기는 놀란 표정을 거두고 냉큼 여원을 데리고 갔다.

환자는 진작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환자 아버지는 더욱 발을 동동 구르면서 아들을 달랬다.

“너무 초조해하지 말아라. 검사를 여러 가지 하긴 했다만, 어차피 미국에서도 이런 검사는 하지 않니? 게다가 비용도 더 비싸고 시간도 더 오래 걸리고. 지난번에 미국 시골에 갔을 때 MRI 예약하는 데 사흘이나 걸렸지! 그러는 새 병도 다 나았다!”

여원은 아버지의 말을 들으면서 시선을 젊은 남자에게 돌렸다.

마른 편에 작은 얼굴인 남자 표정은 조금 냉랭한 느낌이었는데 목이 조금 굵어 보이는 게 부은 건지, 아니면 태생이 그런 건지 알 수 없었다.

“진찰 좀 하겠습니다.”

여원은 환자 맞은편에 앉아 들고온 공구 상자에 손을 뻗었다.

다양한 아이템에 크기도 다른 핀셋, 포셉, 가위가 촤르륵 펼쳐졌다.

후두경을 들고온 간호사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여 선생님, 또 본인 기구 들고 오셨어요?”

“네. 쓰던 게 손에 익으니까요.”

여원은 그렇게 말하면서 후두경 키트에서 가장 대형 후두경을 꺼내고, 혀누르개도 두 대 꺼내 의자 위로 올라섰다.

“검사하게 머리 좀 숙이세요.”

그리고 여원은 더할 나위 없이 꼼꼼하게 검사하기 시작했다.

여기부터 저기까지, 이 각도에서 저 각도로.

원래 인내심 있는 편인 여원은 이물질 꺼내는 일에 익숙해지면서 더욱 끈기가 생겼다.

평소에 탁구공, 골프공 혹은 당구공 같은 이물질을 꺼내려면 아무래도 한 시간 단위로 계산해야 했다. 어떤 때는 최대한 손상을 막기 위해 그 미끈대고 축축한 구형 이물질과 2, 3시간 사투를 벌이는 일도 있다.

고작 목구멍은 여원에겐 아주 작은 구역에 불과했다.

호기심 많은 의사들도 몰려들기 시작했다.

“찾았다!”

다들 모여 웅성거리는 사이, 여원이 담담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포셉. 내가 쓰는 걸로.”

여원이 손을 내밀어 도구를 요구했다.

여원의 전용 도구를 여러 번 봐온 스크럽 간호사는 저도 모르게 머뭇거렸다.

“여 선생님, 지금 새로 꺼낸 후두경 키트 안에 있는 포셉을 쓰는 게 어떨까요······.”

“괜찮아요. 손에 익은 게 좋습니다.”

고개를 돌려 간호사의 표정을 본 여원이 진지하게 말을 덧붙였다.

“다 엄격하게 소독한 거니까 사용하는 데 문제없어요.”

“예.”

간호사는 비쩍 마르고 쿨해 보이는 젊은 남자를 힐끔 보고는 시선을 피하며 포셉을 건넸다.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환자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과연, 중국 아가씨들은 나 같은 스타일 좋아한다니까.

몇 분 후, 수술실에서 간을 쪼개던 능연 앞에 돌연 시스템 제시어가 나타났다.

퀘스트: 증명.

퀘스트 내용: 수하 의사의 수준이 동기인 동료 수준을 넘었음을 증명하라.

퀘스트 진도: 1/5.

퀘스트 보상: 중급 보물상자

이렇게 빨리 퀘스트를 완성했다고?

능연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누가 자신을 증명해냈는지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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