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759화 (738/877)

환하게 빛나는 수술실에 의사와 간호사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환자를 절개, 노출, 박리, 드레인, 봉합해 나갔다.

현대 병원의 수술실 현장은 첨단 생산라인 같아서, 잘 관리되고 인원 훈련이 잘된 상태라면 쉴 새 없이, 적당하게, 예정된 수술 방안으로 수술이 완성된다.

그냥 방관자로서는 이런 장면은 그야말로 감탄이 나올 정도로 아름답고 절묘하다고 할 수 있다.

공포스러운 아름다움이지만, 어쨌든 아름답고 절묘했다.

능연이 동작을 멈추자 한창 수다를 떨던 어시들은 꼬리를 밟힌 고양이들처럼 모두 능연을 바라봤다.

아까부터 너무 많은 양의 정보를 머리에 밀어 넣고 있던 오늘의 퍼스트 장안민이 황급하게 고개를 들고 물었다.

“수술 제 시간에 안 끝날 거 같아?”

능연이 의아한 듯 장안민을 바라봤다.

“끝납니다.”

갑자기 바라보는 능연의 시선에 뜨끔한 장안민은 과 주임을 대하는 부주임의 미소를 바로 드러냈다.

“아니, 내 말은, 능 선생 요즘 수술 연달아서 하는데 갑자기 멈추길래······. 좀, 그······뭐랄까······.”

“영문을 모르겠다는 거죠.”

왕가 역시 궁금해 하던 참이라, 장안민의 말을 보충했다.

능연의 수술은 항상 이어서 하는데 수술이 끝났을 때 다음 수술이 준비되지 않으면 능연이 수술실에 서서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요즘 조수 중에 누가 감히 능연을 그렇게 눈뜨고 기다리게 할 만큼 간 큰 사람이 있을까?

그리고 능연이 수술을 지연시키는 일도 매우 드물었다. 능 팀이 운화병원에서 승승장구 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였다.

하루에 안정적으로 수술 10건 하는 치료팀은 어느 병원에서도 환영받고, 한 팀이 두 진료과를 감당해도 문제없었다.

능연은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지 생각하다가 있는 대로 이야기하기로 했다.

“밑에 의사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좀 보고 싶네요. 이번 수술 끝나면 잠시 멈추겠습니다.”

“그럼 알겠습니다.”

상황을 보러 온 우 간호사가 먼저 대답했다. 응급센터 수술팀도 조금씩 확장되었고 그중에 매일 가장 중요한 임무를 처리하는 것도 바로 능연의 수술인데, 그런 능연이 슬렁슬렁하는 걸 본 수술팀 책임 간호사 우 간호사는 놀랐던 마음을 진정시키며 웃었다.

“나가서 한 바퀴 돌고 오는 것도 좋죠. 능 선생님도 답답하시죠?”

“조금요.”

능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답답하기도 했다. 증명 퀘스트를 어떻게 끝낸 것인지, 누가 끝낸 것인지 우선 알아봐야 했다.

일부러 능연을 살피러 수술실에 온 간호사는 능연의 대답을 듣자마자 핸드폰을 꺼내 ‘연의 조공그룹’에 메시지를 보냈다.

-능 선생님이 조금 답답하다고 나가서 돌아다니시겠대.

-돌아다닌다고 해도 병원이겠지.

-또 모르지, 영화라도 보고 싶으신 거 아닐까?

구석에서 수술을 배우던 엽사공이 까치발을 들고 능연을 힐끔 보고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나는 능 선생이 직접 확인한 부하 의사야. 능 선생한테 관심 받는다는 거겠지.

바쁜 와중에도 자기를 잊지 않는 능연의 모습에 엽사공은 임신이라도 한 듯 마음속에 따듯한 기류가 꿈틀거리는 느낌이었다.

능연은 여전히 고개를 파묻고 수술에 집중했다.

수월하고 순조롭게 수술을 마친 능연은 간호사가 도와주기도 전에 양손으로 수술 가운을 잡고 일회용 수술 가운을 휙 잡아채서 바닥으로 던졌다.

옛말에, 수술실에서 한 번에 수술 가운을 완벽하게 벗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진작 핸드폰을 들고 준비하고 있던 간호사가 그 장면을 찍고는 신이 나서 ‘남자답다’고 외쳤다.

그러자 세컨드 어시였던 연문빈이 입을 삐죽였다.

“수술복 안 찢어서 벗는 사람도 있나.”

연문빈은 그렇게 말하면서 장갑을 벗고 능연과 똑같이 양손을 수술 가운에 대고 양팔을 힘껏 당겨서 ‘부욱’하고 반으로 찢어 바닥에 던졌다.

“선생님이 입은 건 면 수술 가운이라고요!”

우 간호사가 덜덜 떨면서 연문빈을 가리켰다.

면 수술 가운은 수술복과 마찬가지로 회수에서 세탁해야 한다. 오래 입을 수 있는 면 재질 수술 가운은 일회용 수술 가운보다 인기가 많은 반면 수량도 적었다.

놀란 눈으로 연문빈을 바라보는 간호사를 따라 카메라 렌즈도 저절로 그쪽으로 돌아갔고 웅성대는 효과음도 깔렸다.

“정말 야만스럽다.”

“울타리 부수는 멧돼지 같네.”

“고삐 풀린 이인자.”

천천히 고개를 숙여 바닥에 너덜너덜해진 면 수술 가운을 힐끔 본 연문빈이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그때 덜덜 떨리는 손가락을 거둔 우 간호사가 단호하게 말했다.

“이따 청구서 보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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