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뉴 속옷과 수술복으로 갈아입은 능연은 온몸이 편안한 느낌으로 응급실을 활보했다.
새 속옷이야 많지만, 새 수술복, 그러니까 몇 번 다리지 않고 직물 자체의 팽팽한 느낌이 있는 수술복은 귀했다.
“좌 선생님은요?”
응급 로비에 선 능연은 일단 일 잘하는 좌자전을 찾았다.
“여기요!”
좌자전이 구석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뭐 하고 계셨어요? 30분에서 1시간 전에요.”
일단 질문을 던진 능연은 동시에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고는 바로 덧붙였다.
그렇게 정확하게?
좌자전은 능연이 그냥 한 바퀴 도는 게 아니라 용건이 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은 생각이고, 머릿속으로 재빨리 정리해서 대답했다.
“원무과 사람이랑 우리 트레이닝 캠프 일 상의했지. 이벤트 주체는 우리지만, 그렇다고 일을 다 우리가 할 수는 없으니까. 게다가 계약 문제는 더욱 우리가 할 일이 아니라서.”
“성과는 좀 있습니까?”
능연이 말을 자르면서 물었다.
“아니. 아직 시작도 안 했어.”
좌자전이 어이없다는 듯 대답했다.
“그럼 됐습니다.”
좌자전이 아님을 확신한 능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스템 퀘스트를 완성했다면 적어도 하나는 마쳤겠지.
능연은 순서대로 마연린과 임기에게 질문하고 이어서 여원까지 묻고는 상황을 파악했다.
“이물질 꺼냈어요?”
능연이 감탄하며 고개를 숙인 채 여원을 바라봤다. 그러자 여원이 매우 흥분해서 대답했다.
“응. 한참 찾았는데, 환자 편도 뒤에 숨어 있더라고. 엄청나게 애먹었어. 위치도 안 좋았지만, 새우 가시가 너무 작고 깊이 박힌 데다가 부러지기까지 해서 아주 조금밖에 튀어나오지 않았거든.”
“보아하니 여 선생님이 다른 의사가 못 하는 일을 했군요.”
능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하는 말에 여원이 폴짝폴짝 뛰며 대답했다.
“마침 내가 잘하는 거니까. 이물질 쪽은 내가 여러 번 했잖아.”
“보니까 에너지를 집중해서 한 분야를 공략하는 게 좋은 거 같네요.”
능연이 서서히 고개를 끄덕였다. 증명 퀘스트는 다섯 명이 필요한데, 연문빈과 마연린 외에 장안민은 가능성이 80% 정도였다.
“공략까지는 아니고.”
여원이 조금 겸손을 떨었다.
“마침 이물질 환자를 만나서 최대한 받았지. 평소에 관련 과제를 더 연구해서 남들은 어떻게 하는지 봐왔으니까. 솔직히 소장품 범위를 좀 넓혀 볼까 하는 생각도 있어.”
그 말에 능연 곁에 몰려있던 의사 중 일부가 슬금슬금 흩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