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764화 (743/877)

철컥하며 참관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역시나 새끼를 데리고 곽종군이 미끄러져 들어왔다.

새끼는 주치의 좌량재 였다. 주 선생과 동갑인 좌량재는 성격은 완전히 반대였고 기회만 있으면 나서는 유형이라, 지금도 아마 곽종군이 임시로 불러서 앞세운 것이리라.

“곽 주임님.”

“곽 주임!”

먼저 온 하얀 가운 의사들이 갖가지 호칭으로 그를 불렀고, 소란스러운 와중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주겸비는 제일 먼저 ‘곽 주임’하고 부른 의사를 바라봤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이었고 옷도 너저분해서 정체를 알아차리기 어려웠다.

곽종군은 껄껄 웃으며 역시 ‘왕 주임’하고 화답했다.

곽종군도 벼락 뿜어야 할 포인트를 잡지 않은 이상 어느 정도는 온화하게 사람을 대했다.

“이번 트레이닝 캠프, 거하게 열더구만.”

왕 주임도 돌려 말하지도 않고 대번에 포문을 열었다.

그 말을 들은 그 자리에 있는 의사들 모두 귀를 쫑긋 세웠다.

운화병원 트레이닝 캠프는 최근 한동안 창서성 의학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곽종군이 공짜 노동력을 대거 꼬셔올 생각이라는 걸 모두 잘 알고 있었다. 진료과 혹은 병원의 이익으로 따지면 수련의는 정말로 훌륭한 공짜 노동력이었다. 정직원 자리도 필요 없고, 보너스나 월급도 보장할 필요 없고 윗선의 기분과 양심에 달려 있다. 그뿐만 아니라 수련의의 노동 시간도 보장해줄 필요 없고, 바쁠 때는 12시간 일을 시켜도 정상이었다.

인원수가 더 많은 실습생은 쪽수로 밀어붙일 수 있다고 해도 수련의는 이미 자질이 충분하거나 거의 충분해진 의사라서 쪽수로 밀어붙이는 실습생보다 훨씬 쓸모 있었다.

한마디로 운화병원의 트레이닝 캠프는 속이 훤히 보이는 심보였다.

창서성 의료인들에게 곽종군의 트레이닝 캠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더 큰 문제였다.

“곽 주임, 응급센터 확장하고 싶은 마음은 우리도 이해하네만, 갑자기 이런 트레이닝 캠프를 연다니, 우리도 참 곤란하다네.”

시 2 병원 일반 외과 주임인 왕 주임은 대단히 막강한 인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경력이 오래되고 곽종군과도 오래 알아 온 사이라 막말을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곽종군 역시 콧방귀를 흥흥 뀔 뿐, 과민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1회엔 몇십 명 받을 예정이고, 젊은 의사에게 트레이닝 기회를 주겠다는데, 그게 뭐 어때서.”

“트레이닝?”

왕 주임이 웃음소리를 냈다.

“정직원 자리로 꼬시는 거 아니고?”

“이번엔 정말로 아니라네.”

곽종군은 힘을 주어 그렇게 대답한 다음 다시 싱긋 웃어 보였다.

“나중에 이야기하게. 근건 봉합 부분일세.”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능연과 연문빈이 이미 근건을 박리했다.

왕 선생 등은 약속이나 한 듯 고개를 돌려 아래층 수술실을 바라봤다.

그들이라고 곽종군하고 싸우고 싶은 건 아니었고, 그냥 잠시 쉬어가는 타이밍에 얼굴 보고 떠든다 정도로 생각했다.

주겸비는 미련이 남은 듯 고개를 돌려 임기와 눈빛을 주고받고는 나지막이 속삭였다.

“이 참관실 정말 좋군. 창서성 탑이야.”

“곽 주임님이 능 선생을 위해 준비한 거다.”

임기가 자랑스러운 듯 설명했다.

“알아. 네 양아버지 진짜 대단하다.”

임기는 묘하게 언짢아져서 주겸비를 바라봤다. 운화병원에서 6개월 넘게 눌러앉아 있었는데 그 말을 해도 너보다 자격 있는 내가 해야지!

하지만 사람들이 꽉 들어찬 참관실에서 주겸비와 그걸로 싸울 수도 없어서 흥흥대며 아래층을 내려다봤다.

능연은 그런 상황을 전혀 모르고, 혹은 알아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그는 날렵하게 연문빈을 어시하면서 중요한 순간에나 한마디씩 코치했다.

“단면은 조심해야 합니다. 면적이 최대한 커야 잘 맞붙습니다.”

“넵.”

연문빈은 심호흡하고는 최대한 정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새로 손가락 동작을 조절했다.

탕 봉합 스텝은 진작 장악했고, 혼자서 거의 50건 이상 끝냈었다.

지금까지 연문빈이 해온 굴근건 봉합 수술만 해도 이미 80% 이상 우량, 50% 우수가 나왔다.

어느 병원에 가도 통할 비율이었다.

응학 표준으로 보면 더욱더 훌륭했고.

하지만 연문빈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의 상급 의사인 능연도 만족하지 않았고.

더 안정적으로 성공률을 끌어올리려면, 연문빈은 모든 스텝에서 정확도를 개선해야 했다.

“타이 힘 주의하세요.”

능연이 다시 코치했고 연문빈이 바로 알겠다고 대답했다.

여기도 연문빈이 자주 문제가 생기는 부분이었다. 근건 문합은 파열된 근건을 잘 잘라내고 대접 봉합하는 것이라 간단하다면 간단했다. 본질적으로도 혈관 문합과 별 차이가 없어서, 마찬가지로 실로 근건을 한 바퀴 두르는 것이다.

그러나 혈관의 어려운 점은 실의 힘이 너무 강하면 혈관이 쉽게 파열된다는 점, 또 한편으로 피가 스며 나오지 않도록 바늘땀의 밀도를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근건에 대한 밀도와 힘은 확연히 달랐다.

굴근건 같은 위치만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근건 봉합이 혈관 봉합보다 쉽다.

다만, 어떤 일이든 완벽하게 하려고 하면 더 많은 복잡한 문제에 봉착한다.

예를 들어 지금, 근건 강도를 더 올리고 점착을 줄이고 싶으면 근건을 더 꼼꼼하게 밀착시켜 봉합해야 하고 타이도 끝단에 묶어 표면을 최대한 매끄럽게 하면서 끝쪽이 뒤집히는 것도 피해야 한다.

그 과정은 기준을 좀 낮추면 아무 의사라도 할 수 있을 만큼 매우 간단하다.

그러나 기준을 높이면 난도가 확 올라가서 매우 전문적인 의사라야만 해낼 수 있다.

공 모양을 만들 때, 누구라도 눈덩이를 만들 수 있고 진흙덩이도 조금만 열심히 하면 표면을 매끈하게 만들 수 있지만, 베어링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공 모양은 손이 있다고 아무나 다 만들 수 있는 게 아닌 것과 같다.

참관실의 작은 모니터엔 각자 다른 각도로 연문빈의 동작이 송출되었다.

“우리 이 젊은 의사 어떤가.”

곽종군은 다들 매우 진지하게 보는 모습을 보고는 웃으면서 말을 꺼냈다.

그러자 힐끔 그를 본 왕 주임이 덤덤하게 대답했다.

“젊은 의사 기준으로는 괜찮은 편이지.”

“그렇지? 우리 수부외과 의사도 능 선생이 키워낸 젊은 의사가 수부외과 주치의 정도 실력이라고 그러더라고.”

곽종군은 ‘한 가지 수술 방식에서는’ 같은 말은 생략하고 그렇게 말했다. 요즘 젊은 의사는 어차피 전면적인 기술보다 그중 하나 최고치를 따지니까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운화병원 수부외과는 유명한 편이라, 그런 말을 들은 의사들은 껄껄 웃고는 다시 머리가 희끗희끗한 왕 주임을 바라봤다.

“괜찮긴 한데, 대단한 건 아니고.”

왕 주임은 대답할 가치가 없다는 듯 간략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곽종군이 싱긋 웃으며 계속했다.

“우리 연 선생은 능 선생 밑에 1년 정도 있다가 집도하기 시작했고, 최근엔 집중 트레이닝 해서 계속 집도하고 있다네. 그건 한 한 달 됐나?”

그 자리에 있던 모두 안색이 조금 변해서, 이번엔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곽종군은 실실 웃으면서 뒷짐을 지고 가슴을 펴며 대빵 모습으로 멀리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번에 트레이닝 캠프를 여는 것도 총체적으로 따지면 우리 성 젊은 의사의 실력을 끌어 올려주려고 그러는 거지. 능 선생 실력이라면 그 자리를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네.”

“그건 감당, 불감당이 아니라······.”

“내가 능연이 감당할 수 있다고 하는 건, 우리가 도리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네.”

곽종군은 왕 주임의 말을 잘랐고, 말투도 도리를 모르는 사람처럼 변했다.

“더 좋은 방법이 있고, 트레이닝 캠프보다 더 좋은 방안이 있다면······ 꾹 참고 있길 바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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