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수술, 참관실에서 몇 명이나 봤습니까?”
수술실에서 나온 능연은 샤워실로 향해 다시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에 그를 찾아온 좌자전에게 일단 질문부터 했다.
좌자전은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아무런 말 없이 우선 수건부터 건네고 대답했다.
“스무 명 정도? 참관실을 다 채웠으니까. 그리고 서 있는 사람도 있었고.”
“연 선생님 정도 되는 젊은 의사는 몇 명이나 됐습니까?”
“몇 사람 있었을걸? 신경 쓰지 않아서 나도 잘 모르겠네. 왜? 가서 알아볼까?”
좌자전은 묘하게 긴장됐다.
하지만 능연은 별다른 설명 없이 손을 휘휘 저었다.
요 며칠 연문빈과 마연린을 데리고 수술 10건 정도 했는데 아직 퀘스트 완료 제시어가 나오지 않았다.
능연은 조금 미심쩍어졌다.
시스템에 물어도 반응이 없어서, 능연은 다시 퀘스트 제시어를 읽을 수밖에 없었다.
-수하 의사의 수준이 동기인 동료 수준을 넘었음을 증명하라.
능연이 이미 확인한 바와 같이, 수하 의사에 대한 개념은 아마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두 개의 문제점이 있었다. 동기, 그리고 증명.
요 며칠 꽤 많은 의사가 달려와 참관했으니, 그중에 동기가 없을 리가 없다.
그럼 기술은?
능연이 보기에 연문빈의 기술은 당연히 동기 평균을 넘었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훨씬.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연문빈의 기술이 모든 동기를 넘는 건 당연히 불가능했다. 여원의 경험으로 비교해보면, 어쩌면 시스템은 현장에 있는 모든 동기를 뛰어넘으라는 게 아니랄까?
거기까지 생각한 능연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흔들었다.
연문빈은 이미 여러 수술에서 현장에 있는 모든 동기의 수준을 초월했다. 능연은 그걸 확신했다. 연문빈 나이에 탕 봉합을 하는 것만 해도 이미 대단한 일이었고, 연문빈보다 잘 하려면 창서성 의학계의 수준을 뛰어넘을 것이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능연은 다시 여원이 성공한 순간을 떠올렸다.
그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여원이 이물질 제거를 한 번 성공했다. 분명히 어려웠겠지. 하지만 전문 이비인후과 상급 의사 기술보다 좋았다? 그건 분명 아니다.
“좌 선생님, 며칠 전 여 선생님이 새우 가시 걸린 환자 처치한 거 기억하세요?”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자 능연은 질문을 던지면서 새로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좌자전은 당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어떻게 잊어. 그때 여 선생 엄청 커다란 포셉 들고 찔렀는걸. 그 포셉은 그 전에······ 흠흠. 어쨌든, 잘했어. 환자도 오늘 퇴원했고.”
“그럼 좌 선생님은 여 선생 이물 제거술을 어떻게 평가하세요? 기술 쪽으로.”
능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묻는 말에 좌자전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능 선생한테 꽤 심각한 문제인 모양인데?
좌자전은 잠시 곰곰이 생각하다가 서서히 입을 열었다.
“아주 잘한 거 같아. 사실 현장 상황만 봐도 다른 의사들은 다 손을 들었었거든. 여 선생이 받은 다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문제를 해결했고. 솔직히 나도 되게 놀랐어. 여 선생이 그 방향으로 길을 개척한 거잖아.”
좌자전은 대답하면서 능연의 표정을 살폈다. 하지만 능연의 생각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사실 능연은 온 신경을 ‘문제 풀이’에 집중하고 있었다.
“디른 의사들은 여 선생의 이물 제거술에 대해서 어떻게 보는 거 같아요?”
능연이 다시 질문했고 좌자전은 잠시 생각하다가 냉큼 대답했다.
“그건 뭐라고 말하기 어렵네. 그래도 아마 다들 놀랐겠지? 당시에 아무도 여 선생 직장······ 아니 이물질 제거 기술이 그렇게 좋을 줄 몰랐거든.”
“그러니까, 상상 초월하는 실력이라는 거예요?”
능연이 결론 짓듯 하는 말에 좌자전은 그 말뜻을 잠시 생각하고는 입을 열었다.
“기술 자체는 그렇겠지? 그런데 여 선생도 정말로 대단했어. 아무도 상상도 못 했지.”
“그럼, 연 선생님한테 비슷한 기회가 있다면, 무슨 기술이 있어야 모든 사람이······ 아주 새롭게 볼까요?”
“연문빈이 요즘 수술 많이 했다고, 격려 차원으로 기회 주려고?”
좌자전은 저도 모르게 감동해서 그렇게 물었다. 그가 아는 능연은 그런 사람이었다. 말로는 잘 표현 안 해도 행동으로 따스함을 보이는 사람이었다.
지금처럼 말이다. 연문빈과 마연린도 기분이 점점 처지고 있었다. 수술할 때는 그렇게 티 나지 않았지만, 짧게 휴식할 때 오히려 더 두드러졌다.
좌자전은 그런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배움 자체가 매우 귀한 기회인 건 맞고 아주 중요하지만, 버티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연문빈과 마연린은 이미 한계에 있었다.
좌자전은 조금 전까지 그런 연문빈과 마연린을 위로할 방법이 휴가나 보너스 말고는 없다고 생각했었다.
적당한 격려를 해주는 것이 그들의 기분 회복에 더 도움이 되리라는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연 선생, 오늘 탕법 정말 상당히 잘했지?”
좌자전이 떠보는 듯 묻자 능연이 고개를 흔들었다.
“괄목할 만한 정도는 아니었어요. 여 선생이 이물질 꺼낸 것처럼 되어야 해요.”
“여 선생 이물질 꺼낸 거처럼 되려면 족발밖에 없지.”
좌자전이 웃음을 터트리는 모습에 능연의 마음이 동했다. 연문빈이 족발을 어떻게 만들더······.
“의학 기술 쪽으로요.”
능연은 연문빈의 족발은 이미 운화에서 유명하고, 족발도 스킬로 친다면 이 퀘스트가 진작 끝났을 것임을 바로 깨달았다.
“단지 이식? 연 선생은 주로 탕법이랑 단지 이식하잖아. 단지 이식이 좀 더 직관적이지 않아?”
좌자전이 낮게 속삭였다.
“아, 그렇네요. 내 생각이 짧았어. 탕 법이 효과 없으면 단지 이식을 시도해 봤어야 해.”
“탕 법은 효과가 없다고?”
능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혼잣말하듯 중얼거리는 말에 좌자전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물었다.
능연은 변함없이 설명을 생략하고 바로 명령을 내렸다.
“단지 이식 필요한 환자 좀 알아봐 주세요. 그리고 트레이닝 캠프 신청한 의사 많은가요? 연문빈이랑 나이 비슷한 의사 찾아서 연문빈 수술실에 들여 보내주세요.”
“넵.”
좌자전은 능연이 연문빈과 나이 비슷한 의사를 고르는 건 연문빈의 자신감을 키워주기 위해서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 순간, 좌자전은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치밀어 올라서 전 세계에 능 선생의 따듯함과 영리함을 떠들고 싶었다.
레지던트의 실력을 트레이닝 하기 위해 이렇게 신경 쓰는 의사도 드문데, 레지던트 기분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하는 의사는 정말이지 귀했다.
안타깝게도 좌자전은 그런 마음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지 못하고 묵묵히 일하고 열심히 일해서 능 선생의 부담을 분담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런 게 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