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의가 대거 몰려들자, 운화병원 응급센터의 업무 강도가 확실하게 줄어들었다.
병원이 바쁘고 빡빡한 건 대부분 손이 부족해서다. 어느 병원이든 사업체든 정직원 자리는 매우 귀한 희소품이다. 위에서 정직원 자리를 대량 내놓지 않는 것도 이유이나, 다른 한편으로는 병원 의사가 어느 정도 급에 오르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력을 가지면 인력을 보충해야 한다는 동력을 잃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정직원은 월급을 많이 가져가는 자리이다. 레지던트와 주치의는 부주임, 주임과 비교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인원이 많아지면 상금을 대량 가져가게 된다.
그렇게 따지면, 일정 수준의 실력이 있고, 일 잘하고 권력 다툼에 관심 없는 수련의는 병원에서 부족한 인원을 채우는 데 가장 좋은 수단이 된다.
적어도 의사들이 가장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수단이었다.
운화병원 응급센터 사람 모두 곽종군과 능연의 정책에 쌍수 들고 환영했다. 응급센터로 승격한 다음, 능 팀에 들어온 환자를 더 분담해야 하는 건 사실이었고, 모든 치료 팀이 바쁘게 움직이는 현실이었다.
스무 명 넘는 수련의가 들어오자, 응급센터의 생태가 철저하게 바뀌었다.
한시적이긴 해도, 치료 팀마다 수련의 서너 명을 받았고, 덕분에 하루에 환자를 수십 명 정도 해결 가능해졌다.
“좌 선생, 수련의 더 들어오면 나한테도 보내줘.”
좌자전과 마주친 도 주임 역시 껄껄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는 이제 곧 은퇴할 사람이라, 지금 관심사는 딱 두 가지, 돈 버는 것과 농땡이였다. 수련의가 두 가지 일을 모두 해결해주니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좌자전 역시 웃으며 화답했다.
“나중에 들어오는 사람 있으면 제일 먼저 물어봐 드리겠습니다.”
“음, 그쪽에서 고르라고 하면 안 되고, 좋은 놈 있으면 미리 찍어서 나한테 보내.”
도 주임이 좌자전에게 눈을 찡긋했다.
“이건 제가 결정할 수 없는데요. 어르신들이 다들 벼르고 계시니까요.”
“아이고, 이 늙은이 좀 편애해주게.”
좌자전이 웃으며 하는 말에 도 주임도 웃으며 그렇게 말하고는 사무실로 들어가려고 했다.
번뜩 좋은 생각이 난 좌자전이 그를 따라 한 걸음 뗐다.
“도 주임님. 혹시 시간 있으시면 의사 몇 데리고 저희 연 선생 수술에 좀 들어와 주시겠습니까?”
“연 선생?”
진료과 일에 이제 그닥 관심이 없는 도 주임은 순간 다른 과 젊은 의사의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연문빈 말입니다. 족발 맛있게 만드는 그 의사요. 자주 능 선생하고 팀 꾸리는.”
도 주임의 표정에 싫은 내색은 없는 걸 본 좌자전이 연문빈이 딱히 찍히진 않은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냉큼 말을 이었다.
“우리 능 선생이 연 선생 수술을 몇 건 준비해줬는데, 수술을 제법 잘합니다. 곽 주임님도 보셨는데, 혹시 주임님도 한 번 와주실 수 없을까 해서요. 평가도 좀 내려주시면 더 좋고요.”
“아하, 능연이 그 연문빈을 키우고 싶어하는구만? 능연 수하라면 레지던트? 곧 치프 평가 있나?”
“그건 아니고요. 능 선생이 어떤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능 선생은 기술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요. 그래서 요즘 연문빈하고 마연린 두 레지던트를 데리고 하루에 수술 4건 이상하면서 두 의사 실력이 훌쩍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어르신들께 선보이고 싶은 거죠.”
좌자전의 말에 도 주임은 어금니가 다 시린 느낌이었다.
“하루 4건? 조금 젊은이들은 미쳤나?”
좌자전도 사실 이해할 수 있었다. 수술 4건이면 기본적으로 수술실에서 12시간 이상 서 있어야 한다. 아무것도 안 한다고 해도 12시간 서 있으면 힘들어 죽는다.
게다가 집도의는 머리도 엄청나게 써야 하고.
“어쨌든, 두 사람 모두 잘 버티고 있습니다. 그래서 능 선생도 격려해주고 싶은 모양입니다. 저도 수련의들이 수술 참관 시작하면 그 두 사람 수술부터 배정할 생각입니다.”
좌자전은 그 말을 하면서 말투도 더 부드러워지면서, 다시 한번 능 선생의 따듯함에 감동했다.
도 주임도 드디어 말뜻을 알아듣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연 선생, 요즘 젊은 애들 말로 하면 주인공 대우를 받는 게로구만.”
“우리는 요즘에······ 그런 말은 안 합니다만.”
좌자전이 멈칫하며 하는 말에 도 주임이 잠시 좌자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웃어 보였다.
“그래, 알겠네. 내가 늙어서 자꾸 자네들을 젊다고 생각하는군. 음, 좌 선생 자네도 마흔 몇이니 젊은 건 아니지.”
도 주임이 자기 청춘을 애도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좌자전은 에라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들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