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768화 (747/877)

능연은 복도를 따라 느긋하게 걷고 있었다.

수련의들이 대량 들어왔고, 연문빈과 마연린이 집도 수술을 하면서 응급센터 병실이 더욱 빨리 소비됐다. 그렇게 2주일이 지나자 추가 병실로도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때마다 수간호사가 능연을 찾아와 수술량을 줄일 것을 요구한다.

능연이 출장 수술을 갈 때가 된 것이다.

창서성에 수많은 도시가 있고, 익숙한 골관절 센터도 있고, 주변 몇 성에 익숙해진 병원도 있어서 한 달에서 두 달 정도는 그 병원 병상과 환자로 능 팀이 먹고살 수 있다.

하지만 능연은 출장 수술 가기가 조금 귀찮았다.

너무 자주 가기도 했고, 전칠이 전화를 걸어 저녁 약속을 해오기도 해서였다.

약속을 했으니 당연히 사전에 준비해야 했다.

능연은 수술하다가 불가피한 상황이 생겨 자리를 뜨지 못할까 봐 한 시간 여유를 뒀다가, 예상보다 수술이 15분 일찍 끝나면서 오히려 시간에 여유가 생겼다. 능연은 아예 어슬렁거리면서 분수대로 가서 큰 거위 향만원에게 먹이를 주었다.

향만원은 고분고분 날개를 퍼덕이며 옆에 있는 개‘아이’들을 내쫓은 다음에 능연 앞에 엎드렸다.

큰 거위는 전보다 더 뚱뚱해져서 10킬로는 넘어 보였다. 어쩌면 20킬로?

능연이 거위 털을 쓰다듬자, 옆에 있던 아이들이 부러움에 제 팔을 가만히 두지 못했다.

“능 선생님 방해하면 안 돼.”

젊은 엄마들은 일제히 자기네 개아이들을 단속하고는 서로 능 선생에 관해 알고 있는 정보를 교환했다.

“의사들은 다들 바쁜 거 아냐?”

젊은 아빠들 역시 서로 귓가에 속닥대며 능연을 평가했다.

“의사가 도구도 아니고, 쉴 땐 쉬어야지.”

그때 능연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능 선생님, 저 병원에 왔어요. 수술 다 했어요?”

전칠의 쟁반에 굴러가는 옥구슬 같은 소리가 상쾌하게 들렸다.

“음, 일찍 끝났어요.”

“잘됐네요! 저도 미리 도착했어요. 그럼 우리 할 거 하나 더 추가해도 돼요?”

전칠이 기대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좋아요. 금방 가요.”

단숨에 승낙한 능연은 향만원을 툭툭 두드리고는 핸드폰을 들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뭐 할 건지 물어보지도 않아요?”

“뭐 하든 다 상관없어요.”

능연이 웃으며 대답했다. 전칠이 짜온 계획은 언제나 편안했고, 이상한 것도 아니었으니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리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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