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770화 (749/877)

능연이 전칠을 따라 크루즈에 올랐지만, 가는 내내 다른 복장을 한 서버 등 직원만 보이고 여객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능연은 그게 매우 좋았다.

크루즈가 운화에 생긴 지 오래됐는데 능연은 아직 한 번도 타보지 않았다. 매체에 보도되는 크루즈는 언제나 여행객 인원수를 강조했고, 네 자리 수 여행객을 볼 때마다 능연은 크루즈는 노땡큐라고 생각했다.

“오늘의 서프라이즈가 곧 펼쳐집니다!”

전칠은 능연의 손을 끌어당기며 앞쪽을 가리켰다.

“콘서트홀?”

“응응, 독일 교향악단이에요.”

전칠이 혀를 낼름했다.

“오늘은 리허설이지만 정식 공연 프로그램이고 시간도 같아요. 그리고 객석엔 우리랑 연출밖에 없죠. 아, 선원 몇은 있겠네요.”

능연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리허설에 방해되는 건 아니죠?”

“아니에요. 오아시스호는 며칠 동안 운화에 잠시 정박할 뿐 손님을 태우진 않아요. 이 악단도 사전에 와서 현지 분위기를 익히는 거고요. 앞으로 크루즈에서 공연을 여러 번 할 거거든요.”

전칠은 능연의 손을 잡은 채 조금 붉어진 얼굴로 말을 이었다.

“현장에서 들으면 되게 좋아요. 오늘 공연도 엄선한 악장을 연주해요. 비용 걱정도 별로 안 해도 되고요.”

“그럼 들어보죠. 주의해야 할 거 있나요? 나 뉴비라.”

능연은 이왕 온 거 즐기자는 마음으로 대답했다.

“음, 실수할까 봐 걱정되면 그냥 아무 소리 내지 않으면 돼요. 그런데 사실 상관없어요. 어릴 때 교향악단 연주 들으러 갔을 때 연주가 멈추길래 박수쳤거든요. 결국 우리 아빠도 일어서서 박수를 쳤죠. 악단이 할 수 없이 박수 끝나기를 기다리더라고요······.”

전칠은 깔깔 웃으면서 문 앞에서 대기하는 서버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능연과 함께 콘서트홀로 들어갔다.

오아시스호엔 콘서트홀이 여러 개였는데, 그중 이 콘서트홀은 3, 4백 명 규모에 뒷부분은 불쑥 솟은 2층 높이였다. 물론 지금은 텅 비어 있고 앞줄에 흩어앉은 몇몇 사람들이 가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전칠은 누군가와 인사를 할 필요도 없이 능연을 데리고 중간쯤 자리에 앉았다.

의자는 넓고 부드럽고 폭신했다.

능연에게 기댄 전칠은 온몸의 세포가 다 늘어지는 느낌이었다. 다시 고개를 들어 능연을 보니 능연은 호기심 어린 표정이었고, 전칠은 원래 있던 작은 걱정도 완전히 사라졌다.

클래식 뉴비에겐 오늘 독일 교향악단으로도 충분했다.

악단은 몇 명 안 되는 관중들을 그리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았다. 불빛이 환해지자 잘 차려입은 중년 남녀 몇십 명이 종종걸음으로 들어왔다.

바이올리니스트가 바이올린을 들고 맨 앞줄에 앉았고 첼리스트는 빈손으로 들어와 뒤쪽에 이미 세팅된 첼로 앞에 앉았다.

“어릴 때 바이올린 배웠는데, 그땐 너무 무거웠어요.”

“맞아요. 체외 순환기 같죠.”

전칠이 능연의 눈빛을 보며 작게 투덜대자, 능연이 이해한다는 듯 대답했다.

지휘봉이 흔들리자, 관현악단의 화음이 바로 울려 퍼졌다.

60인조 오케스트라가 한순간에 축적된 에너지를 발산했다. 단원들의 하모니는 바쁘게 움직이는 응급치료팀 못지않았다.

사실 능연은 열심히 연주하는 단원들의 모습이 응급치료팀보다 훨씬 단합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공략 대상, 대응해야 하는 상황의 복잡 정도만 다를 뿐이다.

트레이닝 제도가 어떤지는, 또는 악단의 누군가도 시스템을 받았는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연주를 들으며 능연은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한 곡이 끝났을 때······.

능연의 머릿속에서도 ‘딩’ 소리가 났다.

- 퀘스트: 증명

- 퀘스트 내용: 수하 의사의 수준이 동기인 동료 수준을 넘었음을 증명하라.

- 퀘스트 진도: 2/5.

- 퀘스트 보상: 중급 보물상자.

능연의 미간이 저도 모르게 좁혀졌다. 자기가 병원에 없을 때 퀘스트를 완성하다니. 게다가 누가 완성한 건지 확인도 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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