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775화 (754/877)

오후 회의에서 능연은 적당히 알콜겔을 바르며 좌자전에게 지시를 내렸다.

긴 테이블에 둘러앉은 의사들 역시 알콜겔을 바르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마연린을 바라봤다.

좌자전은 조금 멍해져서 뭘 어찌하면 효과가 좋은 건지 생각에 잠겼다. 도 주임이 잘했다는 건지, 아니면 현장에 있던 의사들이 잘했다는 건지, 아니면 마연린이 잘했다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지만, 능 선생이 만족하면 그만이었다.

좌자전은 오래전부터 능 선생의 모든 생각을 알아내는 건 그만두자고 생각했었다. 생각을 전혀 알 수 없는 이런 사람······도 있는 법이니까. 그래서 좌자전은 능연의 표정을 보며 물어야 할 것만 물었다.

“다음에도 도 주임님 모셔?”

“네. 도 주임님 수업이 좋은 거 같아요.”

능연은 알콜겔을 내려놓고 테이블 양쪽에 둘러앉은 능 팀 의사들을 바라봤다.

“이번에 장안민 선생, 임기 선생, 엽사공 선생 배정하죠. 급할 거 없고 그냥 한 사람씩 하면 돼요.”

사람들은 모두 지명된 세 사람을 바라봤다. 이미 부주임이 된 장안민은 태연했지만, 수련의일 뿐인 임기와 엽사공은 어쩔 수 없이 조금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래?

특히 양쪽에 흩어져서 앉은 수련의와 훈련의들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임기와 엽사공을 살폈다. 능연에게 지명 당한 것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나중 문제였다. 적어도 능연이 두 사람의 이름을 기억한 것이고 거기다가 특별 대우를 해주는 것이니 말이다.

임기 역시 그 점을 생각하며 저도 모르게 전에 능연이 물었었던 ‘당신이 내 부하요?’를 떠올리고는 마음이 뜨거워졌다. 다음 순간, 임기는 더욱더 긴장하고는 목소리를 낮춰서 물었다.

“능 선생. 마 선생은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을 했는데, 나랑 엽 선생은 무슨 수술을 하지?”

능연은 전에 이미 1분이라는 시간을 써서 그 문제를 생각한 적 있고 지금 다시 30초를 써서 고민하고는 대답했다.

“임 선생님, 엽 선생님은 위 절제 수술합니다. 도 주임님 요청하는 건 일단 장 선생님 간 절제 수술부터 하고요.”

능연의 위 절제 수술도 마스터급인데 평소에 사용할 기회가 별로 없었으니 두 일반 외과 수련의를 가르치면서 쓰기 좋았다.

장안민은 능연 밑에서 한동안 간 절제를 했으니 그 말을 듣고도 별로 긴장하지 않았지만, 조금 머뭇대면서 물었다.

“도 주임님은 왜?”

“도 주임님이 현장에서 설명해주면 수련의들이 이해하기 빠르니까요.”

능연의 대답은 매우 합리적이었다. 사실 능연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 다만 목적이 설명 자체에 있지 않을 뿐이었다.

그 말에 장안민은 크게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네. 능 선생이 너무 바쁘니까 도 주임님이 설명해주시면······.”

“흠흠.”

장안민의 말에 좌자전이 짐짓 헛기침하고는 말을 이었다.

“우린 요즘 훈련 캠프 모드로 운영하고 있잖아. 도 주임님 건강하시니 수련의에게 설명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아, 네. 훈련 캠프.”

장안민이 실실 웃었다.

능연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아랑곳하지 않고, 알아들은 것 같으니 다시 좌자전에게 지시를 내렸다.

“나이 많은 수련의는 장안민 선생님한테 보내세요. 음, 위에서부터 보내죠. 나이 많은 사람부터 따져서 2/3는 장안민 선생님한테 보내요.”

“응.”

좌자전도 매우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간 절제는 매우 어려운 수술이라 기초가 너무 없는 의사에게 보여줘 봤자 소용도 없었다. 수련의의 실력이 어떤지 따지는 데 나이는 좋은 지표였다. 대단히 정확하게 분류할 필요도 없고, 단순하게 생각해서 젊은 의사에게 경험의 가치는 매우 중요했다. 35살 먹은 의사는 30살 먹은 의사보다 실력이 낫고, 30살 먹은 의사는 25살 먹은 의사보다 낫다. 완전히 정확하다곤 할 수 없어도 크게 틀리지도 않는다.

물론, 능연 같은 종류는 예외고.

세상엔 원래 잘생긴 사람이 있고, 인류의 심미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은 사람이 있는 것처럼 쓸데없이 고민할 필요가 없는 문제였다.

장안민 역시 알아듣고는 정신 집중하며 천천히 말했다.

“능 선생, 안심해. 우리 진료팀 체면을 깎을 일은 하지 않을 거야.”

그 말의 속사정을 아는 의사들은 장안민을 힐끔대며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간담췌외과 부주임 의사가 응급센터 치료팀 팀 회의에서 우리 팀 체면 운운하다니. 간담췌외과의 체면은 하수구로 처박힌 셈이었다.

좌자전은 장안민이 충심을 나타내는걸 마치길 기다렸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능 선생, 그럼 위 대부분 절제 수술은 매일 몇 명 필요해?”

“사흘 동안은 매일 두 건이요. 임 선생님, 엽 선생님 제 어시하시고요.”

능연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이었다.

“나중엔 환자가 얼마나 있는지 봐야겠죠. 하루에 8건은 넘기지 말고요. 많아도 10건.”

원래 웃고 있던 임기와 엽사공의 얼굴이 그대로 굳었다. 수술 8건이라니. 안과나 티눈과(물론 그런 과가 있다면) 수술이 아닌 이상 누가 그걸 견딘단 말인가.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감히 반론을 제기할 수도, 질문할 수도 없었다.

능연은 당연히 더 길게 설명하지 않았고, 두어 마디로 회의를 마무리 짓고 바로 수술실로 달려갔다.

항온, 항습인 수술실은 사람이 적을 뿐만 아니라 들어오는 사람은 누구나 깨끗이 씻어야 하니, 바깥세상과 비교해서 너무나 편안했다.

저녁에 좌자전은 이미 위 기질 종양(gastric stromal tumor) 환자를 일반 외과에서 빌려다 놓았고 능연은 즉시 사람을 데리고 회진하러 갔다.

좌자전은 능연을 바짝 쫓으며 설명했다.

“GS에도 병상이 없어. 내가 말하자마자 복도 환자를 던져 주더라니까. 그래서 이 위 기질 종양 환자를 데리고 왔지.”

좌자전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

“이 환자 가정 형편이 그리 좋지 않고 보험도 별로야. 입원비도 두 번이나 미루고 겨우 냈대. 앞으로 비용도 좀 힘들 거 같아.”

“음, 네. 괜찮아요.”

능연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응급의학과에는 유사한 상황이 더 많으니까.

일반 외과는 침대가 가득 찬 상황에서 여러 선택지가 없지만, 응급의학과는 그럴 여지가 별로 없고 그린 패스를 열어서 보통 돈을 내고 못 내고 문제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보너스를 따지는 의사는 좀 엄격하게 잡지만, 능연 같은 의사는 진작에 보너스에 대한 기대가 없어서 오히려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았다.

정 비용이 모자라면 진료과 비용으로 어느 정도 해결하는 것도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능연과 능 팀 현재 수술량만으로도 진료과 전체에서 딴지를 걸 사람은 없었다.

물론, 다른 사람이 불만이 있다고 해도 능연은 신경 쓰지 않았다.

“두 분 다 위 수술은 해 봤죠? 위 기질 종양은 경험 있어요?”

능연은 걸으면서 물었다.

“세 건 했었어.“”

“나도 두 건. 어시는 열 몇 건 했고.”

임기가 하는 말에 엽사공도 기억을 떠올리며 대답했고 능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 개방성이요?”

임기와 엽사공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개방성 위 대부분 절제 수술은 2급 수술이고 치질 수술과 같은 등급이다. 어렵지도 않고 리스크도 적은 편이었다. 환자는 상대적으로 조금 고통스럽지만, 그것도 치질 수술과 비슷하다.

복강경 하 위 대부분 절제 수술은 3급 수술이라 조금 난도가 있는 편으로 삼갑병원과 하급 현 병원의 영역이 된다.

“환자 상황 보고 괜찮으면 일단 개방성으로 하죠.”

이야기 나누는 사이 다들 병실에 도착했다. 좌자전이 걸음을 서둘러 먼저 병실 문을 열었다. 방 안에서 나는 소리와 함께 소독약 냄새가 확 났다.

“산소 됐어. 위가 아픈 거지 목이 아픈 것도 아닌데, 치워 버려.”

굵은 남자 목소리도 들렸다.

“아버지.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하세요. 지금 상황에 산소마스크 쓰는 게 더 편해요.”

“이거 한 시간에 1.5위안이다. 뭐하러 그러냐? 그 돈으로 찐빵을 사겠다.”

“동네에서 파는 찐빵도 요즘 2위안인데 1.5위안짜리가 어디 있어요.”

“동네에서 파는 거 말고 저 뒤에 골목 가서 사면 0.5위안 더 싸다. 알겠냐? 이런 건 배워 둬야지.”

굉장히 잘생긴 의사가 중년 의사 하나, 수련의 몇 마리와 실습생 몇 마리를 거닐고 병실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그래도 충격이 있는 편이었다.

“이분은 능연 선생입니다. 저희 치료팀 팀장이요.”

좌자전은 오해하지 않도록, 앞으로 나서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소개했다. 나이가 많을수록 직급이 높기 마련인 병원에서 종종 있는 오해고, 처음에는 속으로 짜릿해 하던 좌자전도 지금은 속이 쓰리기만 했다.

“능 선생?”

조금 전까지 찐빵 가격을 따지던 환자가 고개를 들어 심사하는 눈빛으로 능연을 바라보고는 우물쭈물 말을 꺼냈다.

“일반 외과 쪽 의사들은 다 삼사십대고 사오십대도 있던데.”

“하지만 우리 능 선생 실력이 더 뛰어납니다.”

좌자전은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고, 단호한 답에 환자와 보호자는 조금 놀랐다. 보통 그렇게 말 안 하지 않는데?

“사진 이미 다 봤습니다. 지금은 간단한 신체 검진을 할 겁니다.”

능연은 알콜겔을 바르기 시작했다. 회진할 때 능연은 신체 검진하는 걸 제일 좋아했다. 환자의 몸 상태를 또렷하게 알 수 있어서, 사람 몸을 만지면서도 좋아하는 몇 안 되는 경우이기도 했다.

신체 검진은 가장 초급 검사 수단이고 현대 의학 시스템에서 신체 검진의 가치는 각종 CT, X-ray, MRI 혹은 생화학, 소변, 대변 검사 등에 밀리고 있다. 그러나 능연은 신체 검진을 통해 자기 뇌리에서 환자의 몸 상태를 완벽히 구상하는 것을 더 좋아했다.

모든 환자가 풀 세트 검사에 적합하거나 또 하길 바라는 건 아니었다. 지금 앞에 있는 환자만 해도 MRI 찍는 데 한참을 망설였다. 굳이 비교하자면 신체 검진 쪽이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고 저렴하기도 하다.

“선생님들도 해보세요.”

검사를 마친 능연이 임기와 엽사공에게도 눈짓했다.

배가 좀 나온 환자는 누운 채로 조금 불안한 듯 보통 체격의 임기가 다가오는 걸 바라보면서 입술을 삐죽이다가 결국 질문했다.

“저기, 이 검사 돈 내야 합니까?”

그 질문에 능연이 지시한 숙제를 풀려던 의사가 멈칫했다.

“아니요.”

역시 옆에 있던 간호사가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면 됐습니다. 됐어.”

환자가 머쓱한 듯 웃으며 다시 말했다.

“지난번 돈도 아직 못 내서 걱정이라 그런 거죠. 병원 약이 좀 비싸야죠. 검사도 비싸고. 어쨌든 빨리 수술 마치고 집에 가서 쉬고 싶습니다.”

“예, 저희가 이따 알아서 할 겁니다.”

능연이 그 질문에 대답하길 바라지 않는 좌자전이 냉큼 대답하고는 고개를 돌려 보호자를 바라봤다.

“벌써 비용이 밀렸나요?”

좌자전은 돈 내라고 재촉한 것이 아니지만, 그의 한마디에 환자는 역시나 더는 묻지 않고 다급하게 변명하듯 말을 꺼냈다.

“오늘 것만 아직입니다. 이미 빌리러 갔어요. 돌아오면 바로 낼 겁니다.”

좌자전이 능연을 향해 어깨를 으쓱했다. 그들은 이미 유사한 환자를 많이 봐왔다. 요즘은 농촌 보험이 있어서 농민의 의료비를 일부 부담해 주지만, 나머지라고 해도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큰 부담이었다.

일반 외과 의사들도 딱 보고 상황을 파악했고 그러니 응급의학과에서 환자를 구하러 온 걸 보고 바로 그 환자부터 양보한 것이다. 지금 이 환자는 빈곤한 환자 중에서도 엄선한 환자라고 할 수 있었다.

“일단 수술부터 하고 나중에 돈이 모이면 내면 안 될까요?”

환자 보호자도 비용 문제 쪽으로 머리를 쓰기 시작했다. 능연은 망설이지도 않고 바로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일단 준비하시고요, 오후에 바로 수술 시작하겠습니다.”

이렇게 순조로울 줄 몰랐던 보호자는 멍하니 있다가 아버지에게 한 대 맞고 겨우 정신을 차리고 감사 인사를 했다.

능연은 사회가 기대하는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임기를 바라봤다.

“어디까지 했습니까?”

“여기가 좀 부어있네.”

“계속하세요.”

능연은 임기가 기본은 되어 있는 걸 보고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됐든 10년 경력의 의사이니 수술 건수는 적어도 보고 배운 것은 많았다.

환자와 보호자도 조금 침착해져서는 바삐 움직이는 의사들을 보며 점점 기대를 하기 시작했다.

능연은 수련의들이 모두 한 번씩 환자를 만져 보는 걸 기다렸다가 회진을 끝내고 다시 환자와 보호자에게 인사하고 뒤돌아섰다.

문앞과 복도에서 기다리던 실습생과 수련의가 냉큼 병실에서 먼저 나가서 능연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몇 발짝 걷던 능연은 입구에서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간호사를 바라봤다.

“이 환자 케어 비용 최대한 적게 처리하세요.”

“능 선생님 안심하세요.”

간호사가 달콤하게 웃으며 손으로 하트를 보냈다.

능연의 그 말을 들은 환자와 보호자는 그가 사라진 다음에 다급하게 물었다.

“케어 비용을 적게 처리할 수 있어요?”

“상황이 특수하니까 제가 수간호사님께 말씀 드려서 따로 신청할 거예요. 결제 내려오면 산소마스크 같은 비용은 안 들어도 돼요.”

간호사가 진실과 거짓을 섞어서 대답했다.

능연이 한 말이니 수간호사에게 따로 신청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병실에 다른 환자도 있으니 다른 사람의 기분도 고려해서 일부러 복잡해 보이게 말할 필요는 있었다.

사실 병실에서 드는 많은 비용, 예를 들어 약값, 검사, 주사 같은 건 간호사가 기록하는 것으로 비용 계산이 된다. 퇴원할 때 프린트되는 엄청나게 긴 리스트 안에 간호사들이 기록한 이런 내용들도 포함되는 것이다.

바쁜 삼갑병원에서는 이런 비용은 상세하게 기록할 수도, 대충 기록할 수도 있다. 다른 진료과와 병원의 병상 케어 비용이 몇백에서 천까지 차이 나는 것도 지극히 정상이었다.

비용을 지급 못할 가능성이 있는 환자는 케어 비용을 줄여서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벌금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었다.

환자는 그런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일단 돈을 적게 낸다니 기분이 좋아져서 웃는 얼굴로 딸을 바라봤다.

“산소는 돈 안 든다고 하니 그럼 써보자꾸나. 뭐가 그리 좋은 거라고 한 시간마다 돈 받는지 말이다.”

딸은 울지도 웃지도 못할 기분으로 산소마스크를 아버지 얼굴에 걸어주고는 한숨을 내쉬며 나지막이 말했다.

“아빠. 이미 입원한 거 돈 걱정 좀 그만 해요. 제대로 병 고치고 일찍 퇴원하는 게 더 좋잖아요. 빌린 돈은 천천히 갚으면 되죠.”

“아낄 수 있는 건 아껴야지. 너희들이 돈을 쉽게 버는 것도 아니고. 일찍 나가고 늦게 들어오고, 거기에 야근도 해야 하지 않니.”

산소마스크를 쓰고 그렇게 이야기하던 아버지는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