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778화 (757/877)

“왕건장 씨 가족분 계시나요? 왕건장 씨!”

스트레처 카를 밀고 나온 간호사는 먼저 목소리 높여 보호자부터 찾았다.

왕노는 허둥지둥 이미 말라버린 눈물을 닦고 다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여기요!”

조금 멀리 떨어져 있던 남편은 핸드폰을 들고 겸손한 표정의 웃음 그대로 왕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왕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보호자를 기대와 걱정으로 몰아넣는 수술 구역 문 앞으로 재빨리 다가갔다.

“왕건장 씨 보호자분?”

간호사가 다시 환자의 팔찌를 체크하며 물었다.

“예, 아버지예요.”

“능 선생님이 수술 하셨어요.”

간호사가 자리에서 물러나자 능연이 보였다.

“수술은 매우 순조로웠습니다. 종양 적출 후 병리 검사한 결과 양성으로 판명되었습니다.”

능연의 표정은 엄숙했고 조금 굳어 있어서, 다른 의사가 그런 표정을 지었다면 어쩌면 무서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능연에게는 딱 좋은 표정이었다.

양성이라는 두 글자를 들은 왕노는 휘청거렸다가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은 듯 다시 물었다.

“그럼 이제 괜찮은 건가요?”

“기본적으로는요.”

능연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

“어찌 됐든 위 부분 절제라 이제부터 주의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병실로 가시면 간호사가 설명해드릴 거예요.”

“네, 네.”

왕노는 쉴 새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묻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너무 흥분했고 생각도 뒤죽박죽이라 순간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왕노는 그렇게 얼떨결에 간호사와 스트레처 카를 따라 같이 특수 병동으로 들어갔다. 위를 대부분 절제했지만, 복강경 하 수술이라 ICU까지 들어갈 필요 없고 특수 병동만으로 충분했다.

“아빠 상태는 어떤가요.”

모든 게 정리된 후에야 왕노는 긴장도 되고 기대도 되는 표정으로 간호사에게 물었다.

“지금은 모든 지표가 정상입니다. 좋아요.”

특수 병동 간호사는 리스트에 숫자 몇 개를 입력하고 침대 발치에 걸었다.

“저, 정말요? 정말로 좋은 거 맞죠? 그죠?”

왕노는 공부도 많이 하지 않고 배운 것도 많이 없어서 모니터링 기기에 나타난 숫자를 봐도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쉴 새 없이 질문해서 불안함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네, 정말 좋은 상태예요.”

특수 병동 간호사는 매우 친절했다. 환자 셋만 담당하면 되는지라, 상대해야 하는 환자와 보호자가 적어서 감정 컨트롤도 잘하는 편이었다. 왕노는 그제야 긴 한숨을 내쉬었다.

“참, 아까 능 선생님한테 감사 인사한다는 게 깜빡했네요. 인제 가서 인사하면 좀 이상할까요?”

“조금요?”

간호사는 어쩐지 상대하기 싫다고 생각하며 생긋 웃었다. 평소에 능 선생님 한 번 보는 것, 말 한마디 하는 것 다 얼마나 어려운데. 아까 이야기를 해놓고 지금 또 하고 싶다니. 게다가 이상하냐고?

“능 선생님 너무 바쁘시죠.”

혼자 그렇게 대답한 왕노는 아버지 곁으로 가서 앉고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면회 시간 주의하세요.”

간호사는 한마디하고 자기 작업 구역으로 돌아갔다.

특수 병동은 점점 조용해졌다.

얼마나 흘렀을까, 갑자기 들린 신음에 모두 귀를 쫑긋했다.

“아빠! 깼어요?”

아부지가 눈을 뜬 걸 본 왕노가 펄쩍 뛰어올랐다.

“아픈 데 없어요? 느낌은 어때요?”

“괜찮다.”

아버지는 눈을 뜨고는 가볍게 몸을 움직이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수술 끝난 게냐?”

“네. 능 선생님이 하셨고, 엄청 순조로웠대요.”

왕노는 냉큼 대답했다.

“음, 그럼 됐다. 거봐라, 그럴 거라고 했잖니.”

아버지의 목소리는 조금 가라앉아 있었고 눈빛이 흔들렸다. 그 모습에 왕노가 문득 깨달은 듯 다급하게 덧붙였다.

“양성이래요. 암이 아니래요.”

“아······. 다행이구나.”

마음을 놓은 환자는 얼굴에 빛이 나는 것 같고 목소리도 한결 가벼워졌다.

“네 남편은?”

“사무실에 갔어요.”

“아, 출근했구나. 그래, 그래야지.”

왕노가 머뭇거리며 하는 말에 아버지가 웃어 보였다.

“돈 빌리러 갔어요. 퇴원할 때도 써야 하니까요.”

아버지가 오해한 걸 본 왕노가 한마디 설명했다. 아버지는 잠시 멈칫하더니 답답한 듯 얼굴을 흐렸다.

왕노는 몰래 한숨을 내쉬고는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하루 이틀 쪼들린 것도 아니고, 적어도 수술이 끝났고 목숨에 지장이 없다니 조금은 마음을 놓아도 될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도 생각일 뿐, 표정은 전혀 편안해지지 않았다.

능연은 임기와 엽사공을 이끌고 아침부터 밤까지 수술을 진행했다. 두 치료팀이 움직이는 것보다 빠른 진도였다. 능연이 몰입하면 자주 있는 상황이었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수술을 연달아서 하는 것 말이다.

물론 대다수 외과 의사가 오매불망하는 상태이다. 다만 대다수 외과 의사는 부주임급이 되어야 이렇게 행복하게 온 진료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다른 때와 조금 다른 것은, 능연이 요즘 위 절제 위주로 수술을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능연이 막 위 절제 스킬을 얻었을 때는 위 수술을 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가끔 응급으로 온 환자가 마침 위천공일 때나 겨우 기회가 있을까.

일반 외과와의 관계도 있어서 곽종군도 일부러 위 절제 환자를 능연에게 보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엔 위 절제 환자가 점점 더 운화병원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지금 삼갑병원은 기본적으로 모두 풀베드 상태였다. 특히 외과 수술이 필요한 한자는 가능하면 큰 병원을 찾았고 곽종군이 소식을 뿌리자 환자가 더 몰려들었다.

임기와 엽사공뿐만 아니라 훈련 캠프의 의사들도 일이 많아졌다.

찰칵.

엽사공이 안에서 문을 밀고 나와 너스 스테이션으로 걸어가 미처 입을 떼기도 전에, 스테이션 안에 있던 간호사가 먼저 물었다.

“또 옷 갈아입으시게요?”

“헤헤. 땀이 너무 많이 나서요. 불편해서.”

엽사공이 미안한 듯 웃어 보였다.

“다른 건 몰라도 능 선생님 옷 갈아입는 빈도는 제대로 배우셨네요.”

나이 든 간호사가 깔깔 웃으며 수술복을 엽사공에게 던져 주었다.

“능 선생하고야 비교가 되나요. 능 선생은 자기 전용 욕실이 있는데.”

“선생님은 샤워도 안 하고 옷만 갈아입으러 오는 거잖아요.”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참, 수술 리스트 한 부 프린트해 주세요.”

간호사가 눈을 흘기며 하는 말에 엽사공은 웃으면서 프린트물을 받아 돌아섰고, 한참 가다가 멈춰서서는 저도 모르게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샤워 안 하는 걸 어떻게 알았지?

“엽 선생?”

생각을 다 하기도 전에 자기를 부르는 소리에 엽사공이 멈칫했다. 그리고는 고분고분 멈춰 섰다. 지금 수술 구역에 있으니, 거기 있는 사람은 바닥에 누워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마취과 의사가 아닌 이상 모두 그의 상급 의사다.

뒤에서 나이 지긋한 의사가 하나가 다가오자 엽사공은 더욱 자세를 가다듬고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안녕하십니까. 엽사공입니다.”

“아, 엽 선생. 소문으로 많이 들었네. 젊고 유능하다고.”

다가온 의사는 상급 의사의 거만함이 전혀 없이 온화한 태도로 그를 대했다. 엽사공은 누가 태클 걸러 온 것만 아니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안도했다. 동시에 그 역시 웃음으로 화답했다.

“아이고, 과찬이십니다. 선생님은?”

“아, 난 일반 외과 위청이라고 하네.”

의사가 자기 소개를 하며 싱긋 웃었다.

“엽 선생은 날 모르겠지만, 나는 자네가 수술하는 걸 본 적 있지.”

“제 수술을요?”

“음.”

위청은 엽사공이 생각하는 대로 대답하지 않고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위 절제 수술이 능숙하더구만, 장 수술도 하나?”

“전에 현 병원에서는 자주 했는데 운화병원으로 온 다음엔 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엽사공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음음, 그렇군. 그랬어.”

위청은 엽사공을 위아래로 살피며 웃는 얼굴로 다시 물었다.

“자네 능연이랑 자주 출장 수술 가는 거 맞지?”

그 말에 엽사공은 웃기만 하고 대답하지 않았다.

“자네는 수련의 아닌가. 능연이랑 출장 수술 가면 날로 계산하나? 하루에 5백에서 천? 솔직히 말해서 우리 일반 외과는 출장 가면 날이 아니라 수술 건수로 계산한다네. 한 건에 4, 5백이 정상이지.”

일반 외과가 출장 수술 갈 때는 수술 건수도 적고 시간도 길다는 말은 당연히 하지 않았다. 그는 엽사공이 그 점을 떠올리기 전에 바로 말을 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엽 선생 같은 실력이라면 일반 외과 쪽으로 발전하는 게 좋아.”

엽사공은 멍해져서 바로 대답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아직도 수련의지? 곽 주임이 자리 약속했나?”

위청은 뻔히 아는 질문을 한 다음 엽사공이 대답하기를 기다렸다. 엽사공은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나지막이 대답했다.

“아직 그런 얘기는 없었습니다.”

“아직? 능 선생은? 능 선생도 아직 아무런 말이 없나?”

위청은 빙긋이 웃었다. 그가 말하는 자리란 진료과 고용을 가리키는 것이며 허점을 이용한 구인 방식이었다. 병원의 페이 닥터보다 못하니 정직원과 비교할 필요조차 없었다.

엽사공도 전에 그런 문제를 고민한 적 있지만, 지금은 웃기만 했다.

“아직 연수 중이라서요.”

“그 임기 선생도 연수 끝났는데 아직 눌러 붙어 있지 않은가. 자네는? 자네도 눌러 붙을 셈인가?”

위청이 기세등등하게 공격을 펼치자, 위사공은 순간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지 몰랐다.

“우리 일반 외과, 올해 정직원 자리가 빈다네.”

위청이 눈빛을 빛내며 엽사공을 바라봤다.

“기회를 잘 잡게.”

엽사공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 운화병원 정직원? 내가?

“생각 있으면 날 찾아오게.”

위청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눈을 찡긋하고는 휙 돌아서 조심스럽게 응급의학과 수술 구역을 벗어났다.

남겨진 엽사공은 온몸이 타오르는 걸 느끼며 장처럼 마음이 복잡해졌다.

마음을 졸이며 PPT 작성을 마친 황무사는 한숨 돌리면서 속으로 회사가 할 일 없이 일을 만든다고 욕했다. 그러고는 자동 슬라이드를 틀어놓고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집어 들어 위챗 톡방, 단톡방을 확인하고는 QQ 개인 톡방과 단톡방을 살폈다.

고개를 들었을 때 슬라이드 재생도 끝나 있었다.

황무사는 몰래 좌우를 살피고는 가방에서 다른 핸드폰을 꺼내 QQ를 열었다.

- 익명 조공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익명 조공군이란 모든 구성원이 닉네임으로 조공을 하는 것이고, 이론적으로 사람들은 서로의 신분을 몰랐다.

그러므로 다들 조금 자유롭게 평소에 하지 못하는 말, 올리기 어려운 사진을 올렸다.

황무사는 이런 톡방이 더 좋았다. ‘연 조공’, ‘연팬’, ‘미남 의사’ 같은 단톡방은 여자들이 많은 데다가 의사와 간호사가 잔뜩 있어서 아무래도 자유롭지 않았다.

하지만 익명 조공군은 그런 걱정이 별로 없었다.

이 톡방을 알게 된 황무사는 일부러 새 핸드폰을 사서 새 아이디로 QQ를 만들고 이 조공방에 가입해서 본인을 ‘근(謹)’이라고 소개했다. 황무사는 이러면 자기인 줄 알아보는 사람은 없으리라 믿었다.

구성원들은 대부분 그런 식이어서 아무도 ‘리틀 스윗’. ‘내 마음 두근두근’, ‘뿌리 깊은 수니’가 대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니 대화도 당연히 더 자유로웠다.

황무사는 그 방에서 능연에 대한 정보를 얻는 걸 좋아했고, 그것 역시 그의 목적이기도 했다. 물론 그 방에 사람들이 올리는 능연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고 배우고 싶었다.

한때 모델 일을 했던 그는 몸매와 패션센스는 있으니 능연이 옷 입는 방식, 동작을 배워 두면 자기에게는 매우 유리하리라 생각했다.

황무사는 평소에 여기저기 다녀야 하는 직업이고 항상 운화병원을 지키고 있을 수 없었다. 여기서 대화하며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또 사진도 볼 수 있으니 업무 중 작은 스트레스 해소거리라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 단톡방에서는 무언가 한창 뜨겁게 논의 중이었다.

위로 스크롤을 한참 올린 황무사는 곧 화제의 발단을 찾았다.

- 한방에 정곡: GS 위 주임이 응급센터 수술 구역에 갔어. 이유가 뭘까?

- 365: 수술 보러 갔겠지. 요즘 수술 보는 의사 많잖아. 위청이 갔대도 이상할 거 없지.

- 리틀 스윗: 왜 안 이상해. 부주임이 얼마나 바쁜데. 할 일 없이 능 선생 수술 보는 게 안 이상해? 수술을 한참 보다가 갑자기 수련의를 붙잡고 이야기 하던데 무슨 일이냐고.

거기까지 본 황무사는 깜짝 놀랐다가 흥분했다. 무슨 첩보전이나 궁중 암투물을 보는 것 같았다.

황무사는 정신을 차리고 계속 스크롤을 내렸다. 사람들은 피부를 한 겹 한 겹 벗기고 인체를 탐구하는 모드로 위청이 응급센터 수술 구역으로 간 미스터리를 풀고 있었다.

- 눈꽃다람쥐: 응급센터에서 만날 자기네 수술하니까 GS도 열 받은 거겠지. 한마디 하러 간 거 아니겠어?

- 건배: 지금 말한 사람 GS야? 회의에서 한 말 좀 풀어 봐.

- 365: 우린 익명방인데 상대의 정체를 알려고 하면 안 돼. 자기 정체도 드러내서는 안 되고.

- 눈꽃다람쥐: GS 아냐. 그래도 아는 건 있지. GS에서 이번에 태도를 밝히려고 정직원 자리까지 들고 나갔어. 응급센터에서 찍어놓은 수련의를 꼬시려고 한대. 특히 능 선생이 찍어둔 수련의.

황무사는 깜짝 놀랐다. 능 선생 난처하게 하려는 건데?

응급센터에서 그렇게 큰 공을 들여 훈련 캠프를 만들었는데, 거기서 얻은 새싹, 그것도 능연이 찍은 새싹을 일반 외과가 채간다면 얼마나 난처해진단 말인가.

병원처럼 도둑이 체면을 중시하는 곳은 접어두고, 제약회사에서도 스카우트를 이런 식으로 하지는 않는다. 황무사가 알기로는 이미 많은 현 병원 의사가 정직원 자리 때문에 병원을 옮길까 말까 고민한다.

병원에서 정직원이냐 아니냐는 큰 차이가 나니까. 고액 연봉으로 스카우트해온 주임, 부주임을 제외한 평범한 초짜 의사보다는 정직원이 훨씬 더 존중받는다. 똑같이 정직원 자리가 아닌 포지션에서 일하는 간호사도 정직원이 아니면 오래 버틸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거기까지 생각한 황무사는 다급하게 스크롤을 내렸다. 역시나 그에 관한 토론이 줄지어 이어졌다. 하지만 그걸 능 선생에게 알리겠다는 말은 없었다.

황무사는 눈을 찌푸리고 생각하면서 양손으로 핸드폰을 쥐고 후다닥 메시지를 입력했다.

- 이런 일을 여기서 이야기하면 뭐해.

전송 키를 누르기 전에, 황무사는 갑자기 손을 거뒀다. 생각하는 대로 지껄이는 건 쉽지만, 그 말을 하고 나면 자기도 능연에게 알리기가 곤란해진다.

능 선생 곁에 얼마나 많은 눈이 있는데, 나중에 능 선생에게 이 일을 보고하러 갔다가 다른 사람 눈에 띄기라도 하면 그가 바로 ‘근’이라는 걸 들키게 된다. 황무사가 눈을 번뜩였다.

그렇게 되느니 차라리 직접 능 선생에게 알리는 게 나았다. 어차피 그가 병원에 나타나는 건 지극히 정상이었고, 능연에게 소식을 전하는 것도 업무 중 하나니까.

거기까지 생각한 황무사는 조금 전에 입력한 메시지를 깨끗하게 지우고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차 키를 꺼내 그대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운화병원 응급센터.

세 개짜리 출입문이 있는 대문을 통해 오가는 사람들이 대형마트처럼 많았다.

황무사는 고개를 숙이고 안으로 들어가 사람 없는 곳을 찾아 옷매무새를 고치고는 잘 아는 의사 하나를 찾아서 수술 구역으로 들어갔다.

제약회사 직원은 자주 수술 구역의 창고에 납품하러 들어가거나 심지어 수술실에 들어가 돕기도 한다. 하지만 반드시 의사가 데리고 들어가야 하고 혼자 자유롭게 출입하는 제약회사 직원은 지극히 드물었다.

황무사도 대다수 제약회사 직원이 그러는 것처럼 능연의 사무실에서 기다릴 수 있었다. 하지만 능연은 대다수 의사와는 달랐다. 그의 스케줄대로라면 퇴근 시간이나 되어서야 수술 구역에서 나올 텐데, 다른 날이면 몰라도 오늘은 사무실에서 기다릴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감사해요.”

옷과 슬리퍼를 갈아 신은 황무사는 자기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간 의사에게 감사 인사를 한 후 그 길로 1번 수술실로 향했다.

1번 수술실엔 참관실이 달려있어서 사람이 가장 많이 오가고 이목을 가장 많이 끄는 곳이었다. 그러니 그곳이 오히려 단독으로 대화하기 가장 좋은 곳이었다.

한참 핸드폰을 만지던 황무사는 다시 단톡방을 확인했고, 그 안의 익명 사용자들을 지켜보며 점점 우월감이 생겼다.

이 행동력 약한 것들! 온라인으로만 떠들면 뭐해!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잖아. 결국 현실에서 행동해야만 한다고!

황무사는 그렇게 생각하며 묵묵히 이따 어떻게 말을 전해야 할지 스토리를 조합하기 시작했다.

그때, 저 앞쪽 구석에서 낮게 중얼거리는 여자의 목소리가 전해왔다.

“능 선생님, 제가 뭐 하나를 들었는데요. 이건 선생님한테 꼭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일반 외과 위 주임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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