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779화 (758/877)

선수 친 거야?

황무사는 앞쪽에서 중얼대는 간호사의 말을 들으며 그녀가 리허설을 하고 있음을 바로 알아채고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

능 선생에게 잘 보일 기회는 정말 너무나 드문데 모처럼 잡은 기회를 이대로 놓칠 수는 없었겠지.

황무사는 심지어 그 간호사가 원망스러운 마음도 조금 들었다.

간호사가 의사한테 잘 보여서 뭐하냔 말이다. 직급이 올라가길 하나, 월급이 올라가길 하나. 차라리 제약회사 직원인 그가 잘 보이는 게 훨씬 낫지 않나 싶었다.

황무사는 초조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했다. 그는 원래 임기응변에 강한 사람이 아니라, 이렇게 되니 도무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수술실 문이 이미 열렸다.

수련의 몇 명이 먼저 빠른 걸음으로 뒷걸음치며 걸어 나와서 멀리 떨어져 길을 비웠다. 수련의 훈련 캠프에서는 의학 기술 문제뿐만 아니라 수술실 매너, 그리고 운화병원의 병원 문화 같은 것도 가르쳤다.

능 선생을 보면 길을 비켜 준다.

이것도 운화병원 응급센터 문화 중 하나였다. 황무사도 그 이야기를 들었었다.

“능 선생님.”

아까 그 간호사가 가볍게 능연과 마주하는 자리에 먼저 도착했다. 황무사는 기운이 빠져서 어깨를 으쓱하고는 할 수 없이 복도로 걸어가 다른 사람이 능 선생 환심 사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기껏해야 스무살쯤 된 어린 간호사가 처음으로 학교 연극에 참여하는 것처럼 능연을 마주하고 서서 조금 전에 이미 여러 번 연습한 대사를 읊었다.

“능 선생님, 제가 들은 이야기가 있는데요. 말씀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일반 외과 위 주임님이요······.”

“위청 주임님이요? 응급센터에서 엽사공 선생님을 만난 건 저도 들었어요.”

능연은 사회 기대에 부응하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알려줘서 고마워요.”

“응? 이미 들으셨다고요?”

간호사는 매우 놀랐다. 황무사는 더욱 놀라 입을 쩍 벌렸다.

“내가 얼마나 빨리 온 건데, 누가 벌써 이야기를 한 했어요?”

능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위챗으로 다들 알려 주시더라고요. 어쨌든 감사합니다.”

“아, 위챗으로.”

간호사는 몹시 실망한 표정이었다.

“네. 그래도 알려줘서 고마워요.”

능연은 진지한 얼굴로 다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 때도 이런 중요한 정보를 자주 얻었고 가끔은 이런 소식이 전해지는 유행 패턴도 총결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소식이든 그에게 따로 전해질 때마다 모두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누군가 보낸 러브레터를 오늘 벌써 네 통 받았다고 다섯 번째, 여섯 번째 편지는 무시해도 되나?

당연히 아니다. 모든 러브레터는 일일이 감사하고 거절해야만 한다. 도평 여사가 능연이 세 살이 되었을 때부터 끊임없이 주입한 개념이었다.

소식도 당연히 마찬가지다.

능연의 감사를 두 번이나 받은 간호사는 그제야 기분이 좀 좋아져서 얼굴에도 다시 미소가 드러났다.

“도움이 안 됐네요. 다음엔 저도 위챗으로 알려드릴게요.”

“일부러 그럴 필요 없어요. 그래도 감사해요.”

능연은 여전히 진지한 얼굴로 세 번째 감사 인사를 했다.

간호사는 부끄러운 듯 주변을 둘러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럼 능 선생님 위챗 추가해도 될까요? 그래야 다음에 소식 전할 때 편하고······.”

“물론이죠.”

능연이 핸드폰을 꺼내 건네주자 간호사는 능연의 위챗 QR 코드를 스캔하고는 신이 나서 자리를 떠났다. 뒤에 서 있던 황무사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위챗은 꼼수지!!

위챗으로 소식을 전해서 어떻게 능 선생과 관계가 깊어지고 어떻게 능 선생이 자기를 기억하게 만든단 말인가. 제약회사 직원은 의사와 현실에서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리고 의사한테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없으면 절대로 안 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위챗으로?

위챗으로 되면 클럽이 왜 필요해?

위챗으로 되면 제약회사 직원이 뭐하러 스쿼트를 하냔 말이야!

황무사는 묘하게 분해서 휙 돌아섰고, 몇 걸음 가지 않았을 때 등 뒤에 또 목소리가 들렸다.

“능 선생님, 알려드릴 소식이 하나 있는데요. 이걸 말씀 드려야 할지 말지.”

황무사는 경판상근(추뼈의 가로 돌기에서 일어나 가장 위쪽 경추의 가로 돌기로 붙는 근육. 머리를 뒤로 젖히고 돌리는 작용을 한다.)을 치켜들고는 거만하게 사라졌다.

능연은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 다시 돌아와서는 좌자전을 불러 곽 주임에게 위청의 소식을 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식을 들은 곽 주임은 바로 달려왔다.

“정직원 자리를 줬다고?”

의국에 흥분한 곽 주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안 그래도 골치 아프던 좌자전은 매우 놀라 곽종군을 바라보며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엽사공에게 정직원 자리를 제시했습니다. 일반 외과로 끌어 들이려고요.”

“어쨌든 정직원 자리를 줬다는 거잖아. 게다가 엽사공한테. 그렇지?”

곽종군이 손을 휘휘 내두르며 묻는 말에 능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가 아닐 수도 있어요.”

“엽사공한테 두 자리를 줄 리 없고, 그럼 다른 목표가 있다는 거네? 또 누군데?”

곽종군은 그제야 진지해졌다.

“아마도 임기 선생?”

좌자전이 생각을 하며 대답했다.

“이번에 들어온 수련의 중에 가장 두드러지는 게 그 두 사람이니까요. 능 선생이 기회를 많이 주고 있거든요. 일반 외과에서는 그 둘을 데리고 가면 우리 체면이 바닥에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자기네 능력도 증명하고 우리한테······복수도 하고······요?”

“만약 그것들이 우리 사람을 데리고 가면······.”

곽종군이 이를 갈며 하는 말에 좌자전이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어쩌실 생각이신지······.”

“당의는 먹어 치우고 폭탄만 던지는 거지!”

곽종군은 당의 포탄(표면은 달콤하여 사람을 유인하나, 내용물은 포탄처럼 큰 해를 주는 것. 달콤한 속임수)의 고사를 들어 설명했지만, 태도만은 명확했다. 좌자전은 골치가 더 아파졌다.

“엽사공하고 임기가 정직원 자리를 받으면 우리 말을 듣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손해 보는 것도 없지. 게다가 정직원 자리라는데, 그걸 막을 수는 없지 않은가?”

좌자전은 곽종군의 말을 조금 이해했지만 그래도 머뭇거리면서 물었다.

“우리 응급센터에도 정직원 자리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들한테 주라고?”

곽종군은 모호한 태도로 웃기만 했다. 그러자 좌자전은 그제야 깨달았다. 그렇다. 일반 외과에서 정직원 자리를 임기와 엽사공에게 주는 건 다른 요인이 있다. 그러나 응급센터는 설사 정직원 자리가 있다고 해도 그렇게 쉽게 내놓을 수가 없다.

지금 남은 정직원 자리는 응급센터로 승급한 다음에 생긴 자리고, 이걸 다 내놓으면 앞으로 사람 모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쓸 수 있는 수련의가 있다면 곽종군은 정직원 자리를 쉽게 내놓지 않으리란 걸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제가 두 사람하고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능연더러 하라고 해. 능 선생 말이 더 설득력 있을 테지.”

좌자전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하는 말에 곽종군은 능연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능연은 대화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려던 좌자전은 순간 이럴 때 말주변은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오히려 말주변 없는 능연이 하는 말이 더욱 신뢰도가 높다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럼 능 선생, 어쩔 생각이야?”

좌자전은 능연을 바라봤다. 능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정직원 자리는 받고 계속 저랑 수술하는 건요? 장안민 선생처럼요.”

“아, 그래.”

좌자전은 좀 더 신경 써서 말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능연의 표정을 보고 능연의 말투를 들으며 그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장안민이란 선례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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