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782화 (761/877)

“임 선생님, 이어서 하세요.”

엽사공 곁에서 위 절제 부분을 마친 능연은 그가 봉합도 거의 다 해가는 걸 보고 조수 자리를 임기에게 넘겼다. 임기는 싱글벙글 승낙하고는 웃으며 엽사공을 바라봤다.

“이제 내가 어시할게. 이따 홍소육이나 만들어줘.”

“능 선생은 홍소육 싫어하는데. 그리고 너 여기서 더 찌면 이제 답도 없다. 이따 간 볶음이나 해줄게.”

엽사공은 눈으로 모니터에 나타난 위 부분 병소를 바라보며 더욱 신중하게 손을 놀렸다. 능연의 도움은 사라졌지만, 보는 눈은 여전히 있었다.

임기도 그냥 우스갯소리로 한 것이라 웃으며 넘기고는 중얼대기 시작했다.

“요즘 우리 내장 너무 자주 먹는 거 아냐? 하긴 뭐 맛은 있지. 이따 연 선생한테 받아 올 테니까 볶을래?”

“내가 졸인 것도 먹을 만한데 뭐하러 연 선생한테 받아와. 요즘 고깃값 내렸는데도 가격 내리지도 않더만.”

엽사공이 입을 삐죽이는 모습에 임기가 웃음을 터트렸다.

지금 상태에서 다시 어시로 돌아오니 너무 간단해서 마음도 홀가분했다. 몇 달 전부터 능연 밑에서 위 절제 수술을 하던 상황을 회상하면서 임기도 꽤 생각이 많아져서 곁눈으로 능연을 힐끔댔다. 뒤로 물러난 능연은 벌써 장갑과 수술복을 벗고 냉정하고 지적인 모습으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있는 간호사들은 눈을 능연의 몸에 묶어 두지 못하는 게 한스러운 표정이었다.

임기는 부러운 듯 다리를 흔들면서 무의식중에 표정을 가다듬었다. 최대한 능연과 비슷하게, 쿨하고 시크하게······.

능연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임기에겐 일종의 격려처럼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능연은 시스템을 격려하고 있었다.

“이번에 얻은 중급 상자에서 나온 거 그래도 괜찮네. 음, 이렇게 복잡한 퀘스트인데 이 정도가 아니면 그것도 문제지.”

시스템은 당연히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능연은 그런 무응답 식 대화가 낯설지 않았다. 가끔 반 친구들 심지어 교수하고 대화할 때 상대가 멍하니 바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게 한두 번도 아니었으니까.

사실 능연은 그게 대부분 사람의 공통적인 속성이라고 생각했다. 학교뿐만 아니라 길거리에서 길을 묻거나 호텔 체크인할 때, 차 서비스해 주는 서버 등 모두 이렇게 잠시 정체되는 현상을 보이곤 했다. 세상에 버그가 생긴 것처럼.

그러니 시스템에게 기대도 없지만, 단순히 본인의 정상적인 노선대로 계속 칭찬했다.

“심방 사이막 결손 보건술은 폐쇄술보다 우리 응급센터에 적합해. 앞으로 스킬 줄 때 적용성도 좀 고려해줘.”

능연이 좀 전에 얻은 기술이 바로 ‘심방 사이막 결손 보건술’이었다. 전에 얻었던 ‘심방 사이막 결손 폐쇄술’과 달리 보건술은 표준적인 외과 스킬이라 개흉이 필요하고 체외 순환 처치를 채택한다.

폐쇄술과 비교하면 보건술의 적용 범위가 더 넓고, 심방 사이막 결손 크기에 제한이 있는 폐쇄술과 달리 수술 후 약물 배출도 따로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개흉으로 인한 신체 부담은 최소 절개로 진행되는 폐쇄술보다 훨씬 크다. 폐쇄술이 가능한 상황이면 당연히 폐쇄술을 우선 채택한다. 다만, 환자는 언제나 자기 병이 비교적 가벼운 것이라고, 자기 몸은 최소 절개술이 더 적합하다는 환상을 갖는다. 하지만 의사는 그렇지 않다.

심방 사이막 결손 보건술은 매우 유용한 기술이며 체외 순환의 입문 수술이다. 이제 막 심장 수술을 시작한 능연에게는 매우 완벽하다고 할 수 있었다.

“능 선생, 저녁에 뭐 먹을래?”

엽사공이 능연에게 그렇게 물었다. 수술이 지루한 단계에 돌입했다는 뜻이었다.

능연은 정신을 차리고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소 염통 구이로 하죠.”

“어디, 맛있는 소 염통 이야기라도 본 거야? 소 염통은 소 몸에서 가장 싼 부분인데.”

엽사공이 놀라며 물었다.

“심장 조직 좀 보고 싶어서요.”

능연은 다시 모니터를 힐끔 보면서 위 부분 처리가 된 걸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머지는 알아서 하세요. 저는 심장외과 좀 가볼게요.”

“심장······. 아니 나 소 염통 구이 못해.”

엽사공이 아직 어리둥절해 있는 사이 능연은 이미 문을 밟고 나가고 없었다. 일년 가까이 운화병원에 눌러 붙어 있던 임기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좋은 쪽으로 생각해. 적어도 능 선생이 네 수술을 인정해준 거잖아. 그리고 새로운 요리 개발 능력도 있다고 믿는 거고.”

“대체 뭘 보면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데?”

“소 염통 구이는 한 적도 없고 할 줄도 모르는데 그래도 하라고 하잖아. 그럼 믿는다는 거지.”

임기는 그렇게 말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오늘 복강경인 거 다행인 줄 알아라. 개복이었으면 네 위를 찔렀을 거야.”

“팔이 그렇게 짧은데 어떻게 찔러.”

“내가 스킬이 좀 되거든.”

두 사람 모두 노련한 선임 주치의였고, 수술실에서 폭주하는 것에 매우 익숙했다. 위에 상급 의사도 없으니 둘 다 참지도 않았다.

참관실에 있던 의사들도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유머 감각은 좀 떨어지는데, 실력은 되는구만.”

“응. 그렇네.”

위청의 말에 상지걸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엽가공 요리 실력도 꽤 괜찮아. 그리고 보니 그렇네. 우리도 밥을 안 해먹는 것도 아닌데 그동안 왜 요리 솜씨 좋은 사람 뽑을 생각을 안 했을까.”

“조금 전에 결장 만진 손으로 음식하길 바라는 거야? 아니면 대장 만진 손으로 고기를 구우라고?”

“그렇게 따지면 옆에 있는 통통한 놈 경쟁력도 그렇게 떨어지는 거 아니네? 그럼 그렇게 결정한다.”

“그래.”

두 부주임이 결정을 내리고는 등 뒤의 주치의들을 바라봤다.

“의견 있어?”

“없습니다.”

“어르신 말씀이 장땡이죠.”

위청과 상지걸은 서로 마주 보다가 역시 위청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그럼 이렇게 하는 걸로 하고 서두르자고. 이런 일은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해야 해. 곽 주임이 알기 전에 해야 한다니까. 적어도 알아도 어쩔 수 없게는 해야지.”

위청만큼 적극적이지 않은 상지걸은 덤덤하게 대답했다.

“할 수 있으면 하는 거고 안 되면 적어도 우리 태도를 보인 거지.”

“이왕 할 거면 성공해야지.”

위청은 지금 일반 외과 후계자가 될 희망이 있는 편이니 적어도 자기 능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었다. 상지걸은 딱히 반대하지 않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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