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784화 (763/877)

응급센터 식탁 모든 테이블 중간에 소 염통과 각종 소고기 요리가 담긴 큰 접시가 놓여 있었다.

“염통에 둘러싸인 소고기라. 좋군.”

곽종군은 소구이를 품평하며 쉴 새 없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머리만 돌려 능연에게 오늘 일정을 물어봤다.

“능연, 자네 심장외과 수술에 관심이 생긴 건가?”

“네.”

능연 역시 다른 의사들과 마찬가지로 소 염통은 한 조각만 집고는 소고기만 공략했다.

“일단 심장외과 의사들 수술부터 보다가 심방 사이막 결손 보건술 할 수 있도록 해보려고요.”

“음, 좋아.”

곽종군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심장외과 수술을 전개하는 건 쉽지 않을 거야. 체외 순환이랑 케어 쪽을 우리가 키우기가 쉽지 않거든. 돈도 많이 들고.”

응급센터는 지금 돈이 넉넉한 편이었다. 병원으로 갔다가 다시 곽종군 손으로 들어오는 돈도 여덟 자릿수였고 회의 몇 개만 열어도 막대한 수입을 벌어들였다. 그러나 그 돈을 의료 설비, 특히 심장외과에 쓰기에는 그냥 보통 수준이었다.

거기에 능연 혼자 심장외과 수술을 하게 되면 비용을 회수하는 데 오래 걸려서 손해였다. 곽종군은 그런 생각을 하며 고기를 한 조각 더 집어들어 우물우물 씹어 삼키곤 말을 이었다.

“내 생각엔 일단 심장외과 사람들이랑 잘 지내는 게 좋을 것 같군. 우리 설비 조건이 안 되니까, 가능한 한 그쪽 설비를 빌려 쓰도록 말이야.”

“네.”

이제 심장외과 입문급으로 들어선 선수인 능연은 아직 풀 세트 설비를 갖출 생각이 없었다.

곽종군은 이해심 많은 능연의 태도를 보며 저도 모르게 자책했다.

“그래도 옛날부터 우리 응급이랑 심장외과는 관계가 깊은 편이지. 지금 자네가 하고 있는 심장 외상 보건술도 응급에서나 하는 거니까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면 심장외과도 우리 응급센터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러니까 우리가 가끔 심장외과 사람이랑 설비를 쓴다고 해도 불합리할 건 없어. 안 그래?”

곽종군은 그렇게 말하면서 생각도 정리하는 동시에 다른 의사를 바라봤다. 의사들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맞습니다.”

그래도 역시 좌자전이 제일 먼저 정신을 차렸다.

“곽 주임님 말씀이 옳습니다. 심장외과는 원래 응급에서 갈라져 나간 거죠. 그러니까······간담췌외과가 일반 외과에서 분리된 것처럼요. 물론, 심장외과는 조금 일찍 분리됐지만 뭐, 개념은 같습니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주 선생과 조 선생은 그제야 깨달은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심장외과는 응급의 일부죠.”

“전통적으로도 심장외과는 원래 응급에 속하죠.”

곽종군은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그건 접어두더라도 어쨌든 그런 사고방식을 조금 수정하면 될 거야. 다들 고민해 보라고.”

그러자 사람들은 매우 중요한 임무를 받은 것처럼 분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능연 곁에 앉아 있던 전칠이 그들이 대화가 일단락된 걸 보고 흥미진진한 듯 능연을 향해 물었다.

“능 선생님 이제 심장외과 수술하려고요? 심방 사이막 폐쇄술은 이제 안 해요?”

“기회가 별로 없어서요. 왜요?”

능연이 의아한 듯 전칠을 바라봤다.

“운리에서 최근에 가정용 의료기 메이커를 하나 사들였거든요. 심방 사이막 폐쇄기 특허를 가지고 있는데 지금 연구 개발 중이거든요. 생산되면 써보고 의견 좀 달라고 하려고 했는데.”

“허가 나오는 데 시간 걸릴 거예요. 나중에 사용해 보면 돼요.”

능연은 긴말하지 않았다. 운화병원 같은 병원에는 수시로 여러 메이커에서 여러 소모품과 설비를 보내왔고, 의사들도 다른 유형 기계와 소모품을 사용하는 데 길들어 있었다.

물론 의사마다 좋아하는 소모품이 다르고 강한 진료과 주임과 의사는 자기가 좋아하는 기계와 소모품을 고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약체는 설비과와 상의해야만 했다.

설비과와 분쟁이 생기면, 의사가 무슨 소모품을 요청하든 설비과에서 ‘재고 없다’고 하면 외과의는 눈만 깜빡일 수밖에 없었다.

절대다수 병원의 설비과장은 원장의 측근이라 의사들은 보통 설비과장과 맞서지 않는다.

능연은 지금 하찮은 폐쇄기 사용하는 데에 충분한 발언권이 있을 만큼 막강한 발언권을 쥐고 있었다. 어쩌면 심장내과 주임의 발언권보다 더 막강할지도 모른다.

의사 업계에서 실력이 ‘보통’을 넘는 의사는 지극히 많은 권한을 손에 넣는다.

“열심히 모델 만들라고 할게요. 그리고 제대로 만들어서 출시하면 바로 가지고 올게요.”

전칠은 입꼬리를 늘리며 웃으며 말을 이었다.

“도움이 되면 정말 좋겠네요.”

능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급의학과 다른 의사들도 운리에서 보낸 고기를 먹으며 저절로 따라 말했다.

“우리도 돕겠습니다. 폐쇄기는 몰라로 다른 소모품은 사용해볼 수 있으니까요.”

조낙의는 특히 더 열심히 말을 받았다.

“소모품뿐만 아니라 약품도 괜찮아요.”

월초에 마누라에게 가방을 털린지라 오늘에야 이번 달 특식을 즐기는 조낙의는 흥분해서 이를 다 달달 떨었다.

맥순도 곁에서 조심스럽게 거들었다.

“능 선생님이 쓰실 폐쇄기를 준비하는 거라 이번에 저희 연구 항목은 전부 환급도 못 받아서 회사 평균 경비도 훌쩍 넘게 투자했습니다. 퀄리티는 확실할 거예요.”

“훌륭한 폐쇄기만 만들 수 있다면, 본전을 못 찾는다고 해도 사회에 공헌하는 거죠.”

전칠이 생긋 웃으면서 능연을 바라봤다.

“부담가지지 말아요. 운리는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회사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돈만 좇을 순 없어요. 가끔 사회에 책임도 져야죠.”

잠시 생각하던 능연은 다시 전칠을 향해 웃어 보였다.

“열심히 사용할게요.”

“그럼 됐죠.”

전칠은 더욱 달콤하게 웃었다.

그때, 옆 테이블에 있던 연문빈이 조용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만 먹을래, 배부르다. 난 수술하러 간다.”

“연 선생님, 같이 가요!”

그러자 실습생 몇 마리도 따라 일어났다. 그리고 사람들이 발걸음을 몇 발짝 떼기도 전에 능연의 핸드폰이 울렸다. 익숙한 벨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무의식중에 말소리를 낮췄다.

“무 원장님? 선대 원장님 몸은 좀 어떠세요?”

액정에 뜬 이름을 본 능연은 먼저 선대 원장 안부부터 물었다.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현재 운화 의과 대학 원장이고 능연이 전에 그의 아버지, 즉 선대 원장의 조기 간암 절제를 한 적 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우선 병세 변화부터 물었다.

전화 저편에서 무 원장의 대답이 들렸다.

“아버지 몸 상태는 매우 좋다네. 아침마다 운동하시고 건강 검진 결과도 좋아. 음, 오늘은 다른 일로 전화한 걸세.”

“말씀하세요.”

능연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답했다.

“한 30분 전에 우리 학교 학생, 그러니까 자네 후배이기도 하지. 아무튼, 한 학생이 정의를 위해 용감히 나서느라 자상을 입었네. 교수랑 동기 둘이 지금 운화병원으로 가고 있는데, 피를 아주 많이 흘리고 있다고 하네. 자네가 직접 맡아주길 바라서 내가 전화한 걸세. 가능한 한 이 학생을 살려주게.”

무 원장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그러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는 듯 한마디 덧붙였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학생이네. 앞날이 창창한데 이렇게 목숨을 잃으면 너무 안타까운 일이야.”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능연은 긴말 없이 승낙하고는 바로 시스템 화면을 불러내서 한 시간여 남은 가상 인간의 시간을 확인하고는 중간에 투명한 인터페이스를 바라봤다.

- 퀘스트: 생명을 구하라.

- 퀘스트 내용: 정의를 위해 용감하게 나선 학생 이수명의 목숨을 지켜라.

- 퀘스트 보상: 가상 인간(마스터급) 사용 시간 25분 증가.

“다친 이수명은 대학교 3학년이고 해부동 뒤쪽 작은 숲에서 영어 4급 공부하고 나오다가 여학생한테 치근덕대는 남자를 발견했답니다. 그래서 나가서 막았는데 남자가 칼을 들고 있었답니다.”

대학 기자이던 제윤조는 학생이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내려와 능연에게 자기가 얻은 소식을 보고했다.

“3학년인데 영어 4급이라니, 좀 늦은 감이 있네.”

능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하는 말에 제윤조는 잠시 멈칫했다.

“그것보다 학생 상황에 관심 가져야 하는 거 아닌가요?”

“상황이 어떤지 알고 있어?”

능연의 물음에 제윤조는 멍해졌다.

“칼에 찔렸고 지금 출혈이 계속되고 있고 기절한 거 같다고······.”

제윤조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병원에서 의대생이 전할 수 있는 정보로는 너무나 전문성이 부족했다.

“학교에 어떻게 칼을 소지한 사람이 있을 수 있지. 설마 해부용 메스는 아니겠지? 그럼 골치 아픈데.”

마찬가지로 실습생인 정원동이 제윤조를 끌어당기면서 화제를 돌렸다.

“해부용 메스는 아니래. 외부에서 들어왔나 봐. 학교에 들어간 이유는 아직 모른대. 심지어 해부동은 외진 곳에 있는데.”

“해부동 뒤의 숲이 확실히 으슥하지. 밤엔 사람도 별로 없잖아. 보통 그쪽으로 잘 가지 않는데 의대생도 아닌 사람이 왜 거기에 간 거야. 여학생 아는 사람이래?”

“모른대. 자세한 상황은 아직 몰라. 게다가 나이가 많다던데. 스물 후반으로 보인대. 대체 어떻게 학교에 들어온 건지.”

가십 이야기를 할 때는 제윤조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다만 그녀의 묘사에 주변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곧 마흔다섯이 되는 좌자전, 서른 몇인지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여원, 그리고 지나가던 주치의와 레지던트들은 모두 제윤조를 노려보고 있었다. 제윤조도 바보는 아니어서 곧 자기가 무슨 말을 한 건지 깨달았다. 하지만 수습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인제 와서 스물 후반이 나이가 많은 편이 아니라고 해도 늦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3학년이 영어 4급 공부하냐고 진도 문제를 꺼낸 능 선생이 역시 제일 귀여웠다.

“구급차 곧 도착합니다.”

소식을 전하러 온 접수 간호사는 바로 자기 일하러 돌아섰다.

응급센터는 매일같이 갖가지 위급 중환자가 오니, 무 원장이 전화한 것이 아니라면 능연이 직접 아래로 내려올 일이 없었고, 환자도 다른 의사가 맡았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 게다가 일반적으로 응급의학과에서는 너무 큰 수술은 하지도 않아서 환자가 들어오면 바이탈을 안정시키고 증세를 확인하면 관련 진료과를 호출하면 된다.

오늘 환자는 간담췌외과를 부를 가능성이 가장 컸다.

그런 면으로 보면 운화병원 응급센터는 이미 정상적인 응급의학과가 아닌 셈이었다. 물론, 응급센터의 ‘센터’라는 두 글자는 원래 은근히 ‘고귀’라는 뜻을 감추고 있다. 수준이 더 높아 보이는 것도 당연했다.

적어도 능 팀 구성원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능 팀 모두 안정적으로 구급차 출입구에 서 있었고 이미 장갑을 낀 능연은 군계일학처럼 단연 돋보였다.

조낙의, 주 선생 등을 포함한 주치의들도 모두 능연을 대할 땐 태도가 은근히 달랐다. 운화병원은 지금도 운화대학 부속 병원이고 운화대학 의학원 무 원장을 누구나 특별하게 생각하고 대한다.

실력 있는 의사는 원래 대접받는다지만, 무 원장에게 일이 생겼을 때 첫 번째로 능연에게 연락했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조금 다른 느낌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인정이기도 하고 책임이기도 하고 또 일종의 부담이기도 하지만, 어찌 됐든 능연의 지위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환자 쇼크 상태입니다. BP 75/40.”

병원 앞에 도착한 구급 대원이 스트레처 카를 밀고 나오며 우다다 말을 내뱉었다.

“기도 개방하고 정맥 통로 열어요. 그리고 채혈하고 수액 준비하세요.”

재빨리 환자를 살펴본 능연은 명령을 내리면서 가상 인간을 꺼냈다.

수술실의 정밀 조작과 비교하면 응급의학과의 조작은 보통 크게 열고 닫는 경향이 있다. 수술실이 준비가 충분한 진지라면, 응급의학과는 조우전(遭遇戰)이 열린 전장이라고 할 수 있다. 조우전은 한번 시작하면 목표 완수가 제일 목표고 모든 것을 다 면밀하게 고려하는 건 불가능했다.

능연도 환자가 실려 들어가는 그 시간에나 가상 인간을 살펴볼 틈이 있을 뿐이라 신속하게 가상 인간 상태의 환자를 해부하여 수술 범위와 내용을 확정했다.

사실 개복 검사할 때 해도 된다. 실력 있는 의사가 개복 검사를 하면, 능연이 가상 인간을 사용해 얻는 정보보다는 못해도 쓸 만한 정보를 얻는다. 그러나 능연은 쓸 만한 정도로 만족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필요한 상황에서는 가상 인간을 사용하는 것도 아끼지 않는 능연은 시작하자마자 일 분 넘게 사용하여 환자의 복강 내부 상황을 확실하게 살폈다.

상황이 아무래도 좋지 않았다.

환자의 간과 담관 모두 찢겨 있었고 처리를 잘못하면 목숨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설사 처리를 잘한대도 환자가 정상 생활로 회복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를 상황이었다.

간은 회복된다지만, 담은 그렇지 않다. 게다가 회복한다고 해도 아무런 대가가 없는 건 아니었다. 정상 간 절제에서 3, 40%의 간만 남겨도 몇 달이면 회복되지만, 출혈이 심한 상태에 담까지 잘라내면 어떻게 될지 말하기 어려웠다.

능연은 가상 인간을 통해 본 장면을 회상하며 저도 모르게 생각에 잠겼다.

“능 선생?”

그와 협력하는 의사들은 이미 다급해져서 내가 알아서 하길 바라는 거라도 말은 해야 하지 않냐는 듯 그를 재촉했다.

능연은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는 속으로 스스로를 일깨웠다.

내가 요즘 너무 들떴지. 간 절제도 세계에서 1등이 아니고 응급 처리 기술은 더 안 좋으면서 쓸데없는 생각부터 했네. 아무래도 원칙이 최고야. 선구명, 후치료.

거기까지 생각한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서히 팔을 뻗어 환자의 다친 곳에 손을 집어넣었다.

맨손지혈!

응급센터에서 능연이 벌써 이 기술로 얼마나 많은 사람을 구해냈는지 모른다. 경쟁자가 있다면 그 경쟁자는 지금 화가 나서 뛰어내렸을지도 모른다. 전쟁터로 비유하면, 능연의 맨손지혈은 경무기로 진행하는 조우전에서 갑자기 탱크를 끌고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간호사 둘이 보충할 수액을 들고 와 갈아 끼워도 혈압이 돌아오지 않자 바로 수액 속도를 올렸고, 그러자 환자 호흡이 조금 편해진 것 같았다.

“메스.”

능연도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메스를 요구해서는 예비선도 그리지 않고 이미 설정해둔 위치에 긴 절개구를 냈다. 같은 응급의학과 외과 의사들도 능연이 휙 그어낸 절개구를 보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 원장님 곧 오신대.”

처치실로 들어온 좌자전은 알아서 한쪽으로 물러나 있다가 핸드폰을 들고 거리를 둔 채 능연에게 알렸다.

“알겠습니다.”

능연은 고개를 숙인 채 모든 집중력을 수술에 기울였다. 좌자전은 핸드폰에 대고 몇 마디 더 하고는 핸드폰을 집어넣고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좌자전은 옷을 새로 갈아입고 처치실에 한 발을 걸치고는 들어오지도 않고 물었다.

“능 선생, 무 원장님이랑 같이 주 부원장님도 오셨어. 상황이 어떠냐고 물으시는데?”

능연은 몇 초 뒤에야 콧소리를 내며 대답했다.

“영어 4급 시험, 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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