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785화 (764/877)

응급센터 독립 응접실.

이곳은 곽종군이 새로 리모델링한 공간이며 그 옆이 구급 대원이 사용하는 휴게실이었다. 그 공간은 두꺼운 벽으로만 구분되어 있지만, 문 여는 방향이 달라서 보호자들이 구급 대원과 마주칠 일은 없었다.

두 공간 모두 잘 꾸며져 있었는데 다만 응접실 쪽이 음식 준비는 덜 되어 있었다. 녹색 식물은 조금 더 많이 놓여 있어서 응접실에 앉아 있으면 조금 더 안심이 되었다. 구급 대원이 사용하는 휴게실엔 빨리 먹고 다시 일하러 갈 수 있도록 간편식, 커피와 음료가 더 많았다.

운화병원 응급센터의 중환자실은 아직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거기 달려 있는 응접실과 구급 대원 휴게실은 이미 정상 운영 중이었다.

응접실에 앉은 무 원장은 그제야 조금 마음을 놓았지만, 주변 설비를 살펴볼 여유까지는 없었다.

1분, 2분, 그렇게 20분이 흘렀다.

이미 응접실 구석구석을 다 살핀 무 원장은 저도 모르게 물었다.

“괜찮은 겁니까? 지금 상황은 어떤가요?”

의학원 원장인 무 원장은 대충 지금쯤이면 다친 학생의 상황을 제어하고 리스크는 벗어난 상황이리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혹시 상황이 제어 안 된다고 해도 손상 정도는 알려주어야 할 때였다.

응급센터에 만날 붙어 있는 좌자전도 무 원장만큼 시간을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했다. 그가 벌떡 일어나며 말을 꺼냈다.

“지금 제가 가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지.”

무 원장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초조해도 응급 처치 중인 의사를 추궁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금세 10분이 지났고, 무 원장의 표정도 살짝 변했다.

“상황이 복잡한가 보군.”

무 원장은 핸드폰을 꺼내 들더니, 바로 전화를 걸지는 않고 머릿속으로 앞으로의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그렸다.

능연의 실력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운리 생중계를 여러 번 봤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교육용 자료로 틀어주기까지 했고 본인 아버지의 몸이 지금까지 어떻게 변했는지가 더욱 생생한 증거였다.

무 원장 경험으로 어디서 의사를 초빙하든 국내외 어느 능력자든 그렇게 나이 많은 환자에게 간암 수술을 하는 건 지금 수준이 최고치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능연의 나이를 생각하면 더욱 최고였다. 외과의는 같은 실력이면 젊은 쪽이 좋은 게 당연했다.

이렇게 젊고 실력 있는 능연이 외상 처리하는 데 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린다니, 환자의 상황이 어떨지 불 보듯 뻔했다.

무 원장은 심각한 얼굴로 눈을 축 늘어뜨리고 입도 축 늘어뜨리고, 팔자주름까지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무 원장님.”

학생 몇 명이 안내 요원과 함께 응접실로 들어왔다. 맨 앞에 선 여학생은 얼굴 가득 미안한 표정이었고, 볼에 눈물 자국도 있었다.

“무 원장님, 이 학생이······ 당사자입니다.”

맨 앞에 선 학생을 소개한 안내 요원이 말을 이었다.

“여기는 이수명 학생의 룸메이트와 동기들입니다. 그리고 이수명 학생······ 여자친구도······.”

윗사람 앞에서 학생의 여자친구라고 말하는 게 조금 적당하지 않은 것 같았지만, 실제로 그러하니 있는 대로 말은 해야 했다.

무 원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당사자와 이수명의 여자친구를 바라보고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어떤 상황인지 잘 모른다네. 다들 이리 와서 좀 앉게.”

무 원장은 특히 이수명의 여자친구에게 몇 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문득 생각해보니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병원과 의사를 잘 아는 것뿐만 아니라 환자 가족의 심리를 더욱 심층 연구했었기에, 이럴 때 쓸데없는 입에 발린 말은 별 도움이 되지 않음을 잘 알았다.

“능 선배가 직접 수술을 한다고 들었어요.”

이수명의 여자친구가 부드럽게 물었다. 동양적 미가 물씬 풍겼고 연민이 생기는 말투와 동작이었다.

“능 선생이 수술하고 있네. 무 원장님이 일부러 전화하셨고 운화병원에서도 최대한 응급 처치를 하고 있네.”

같이 온 병원 관계자가 서둘러 한마디 하면서 자기 병원의 일인자를 추켜세웠다.

“감사합니다. 원장님.”

“우리가 일을 제대로 못해서 미안하네.”

무 원장은 길게 한숨을 내쉴 뿐, 여전히 긴말하지 않았다.

당사자인 여학생은 여자친구를 한참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방 안의 대화가 일단락 지어지자 그제야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병원비는 내가 다 책임질게요. 퇴원하고 드는 돈도 내가 다 책임지고요.”

무 원장은 저도 모르게 여학생을 바라봤다. 요즘 대학생이 그렇게까지 책임질 능력이 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무 원장은 곧 여학생이 끼고 있는 시계를 주목했다. 단순한 하얀 가죽 시계였는데 유심히 보니 판매가 24만 위안이 넘는 유명 브랜드였다.

무 원장은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을 하며 침묵했다.

온순하기만 하던 이수명의 여자친구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여학생을 바라보며 단호한 말투로 대답했다.

“그쪽이 낼 게 아니라 범인이 내야죠!”

“아니 제 말은 혹시라도 필요하면······.”

“이런 걱정도 할 일이 없었는데······. 아무튼 그쪽은 아무것도 할 필요 없어요. 수명이는 원래 그런 사람이에요. 개나 고양이를 봐도 구조한다고요. 그러니까 자책하지 말고 부담은 더욱 가지지 말아요.”

거기까지 이야기한 이수명의 여자친구는 주위 사람의 시선을 느끼고 말을 멈췄다. 무 원장은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나긋하게 입을 열었다.

“이번 일은 사고라네. 게다가 이수명 학생도 지금 수술을 받고 있고. 일단 좋은 결과가 있길 기도하는 게 좋겠네.”

그때 좌자전 핸드폰의 벨소리가 바지 주머니에서 울렸다. 전화한 사람이 왕가라는 걸 본 좌자전은 냉큼 전화를 받았고 역시나 능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수술 끝났습니다. 보호자 어디 있습니까?”

“어, 무 원장님이랑 같이 응접실에 있어.”

능연의 안정적인 목소리에 좌자전은 얼른 대답했다.

“네.”

능연은 대답하고는 바로 전화를 끊으라고 지시했다. 잠시 후, 능연이 응접실에 나타났다.

“부모님은 아직 오고 계셔. 무 원장님은 알고, 왕 주임님, 그리고 여기가 이수명 학생 여자친구. 여기가 이수명 학생이 구한 당사자.”

좌자전은 생각 많은 표정으로 능연에게 일일이 소개했다. 환자의 부모가 와 있었다면 당연히 수술실 대기 로비에서 기다렸을 텐데, 학교 고위층과 여자친구는 그 정도까지 초조한 것 같지 않았다.

“수술은 순조로웠습니다. 간이랑 담관 손상이 좀 심했고 담관 봉합하는 데 시간이 좀 오래 걸렸을 뿐입니다.”

능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하는 말에 능연과 함께 온 여원이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의사는 담관 부분 절제, 그리고 담낭 절제를 합니다. 하지만 능 선생은 환자 나이를 고려해서 특별히 수술 방안을 개선하고 수정하여 담관을 문합하여 환자의 담관과 담낭을 지켰습니다.”

“담관 봉합?”

무 원장이 미소를 지었다.

“그거 쉬운 게 아닌데. 물론 우리 능 선생은 조금 더 신경 썼을 뿐이겠지만.”

이제야 수술이 지연된 이유를 알게 된 무 원장은 마음을 놓았다. 여원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담관 1기 봉합은 운화병원 간담췌외과에서도 그렇게 많이 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환자의 다친 부위도 조금 특수했고요. 능 선생 아니었으면 환자 블리딩이 더 심했을 겁니다. 능 선생이 수술 중에 세심히 절개하기도 했고요.”

학생들은 알 듯 모를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좌자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담낭이랑 담관 절제했으면 앞으로 고기 못 먹을 뻔했네.”

장시간 집중하느라 능연일지라도 조금 지친 상태였지만, 수술이 순조로워서 기분이 좋은 상태라 웃으며 말을 받았다.

“고기를 먹어야 시험 준비를 하죠.”

“다행이군. 이수명 학생은 앞으로 고기를 많이 먹어야겠군. 에너지 회복도 해야 하고.”

무 원장은 더욱 활짝 웃으며 곁에 있는 보조 교사를 바라봤다.

“이수명 학생이 학교로 돌아오면 학교생활과 학습상태를 주의하게. 기말고사 성적은 나와 능 선생에게도 이메일로 보내고.”

“예. 타이트하게 관리하겠습니다.”

보조 교사는 더할 나위 없이 흥분한 모습으로 대답했다. 무 원장과 관계를 맺을 기회가 없는 사람인데, 정말로 이수명에게 감사해야겠고 생각했다.

방 안 가득한 사람들의 표정이 한결 홀가분해졌고, 모두의 얼굴에 티 없는 미소가 드러났다.

학생들이 병실로 간 다음 주 부원장이 사무실에서 응접실로 향했다. 곽종군도 다른 응급처치 현장에서 달려온 것처럼 적시에 나타났다.

“무 원장님 고생하셨어요. 우리 능 선생, 잘했죠?”

주 부원장이 싱글벙글 웃으며 인사했다.

“그럼요. 우리 운화대학 졸업생 중에 가장 흡족한 학생일 겁니다.”

기분이 확실히 좋은 무 원장이 반쯤 농담하듯 그렇게 말하고는 말을 이었다.

“전화 받자마자 가슴이 철렁해서 바로 능연이 떠오르더라고요. 역시 우리 운화대학 출신 학생이 필요할 때 이렇게 큰 도움을 주는군요.”

“우리 능 선생이야 무슨 수술에서도 믿음직하지요.”

곽종군이 껄껄 웃으며 끼어들었다. 그는 능연에게 집중될 관심을 뺏기 싫어서 일부러 수술이 끝나고 능연이 칭찬받을 것 다 받은 후에야 나타났다.

마음이 홀가분해진 무 원장이 우아하고 고상한 모습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본 곽종군도 마음 놓고 호응했고, 주 부원장은 몇 마디 더 하고는 능연 팀을 격려하고는 바쁘게 자리를 떴다.

수술 전에도 얼굴을 비췄고, 수술 후에 또 한 번 둘러봤으니 체면은 충분히 챙겨준 셈이었다.

주 부원장과 평소에 친분이 깊지 않던 무 원장은 인사를 다 주고받고는 돌아서서 능연을 바라봤다.

“이번 수술, 정리해서 나중에 학교에 수업 교재로 삼아도 되겠어. 그때 우리 교수가 이 의사가 바로 우리 운대 출신 의사다! 하고 자랑해도 되겠다고.”

“알겠습니다.”

능연은 무 원장의 농담을 알아들은 건지 아닌지, 바로 승낙했다. 무 원장은 그런 능연의 스타일을 매우 좋아했다. 단순 명료한 어법은 그의 수술과 닮아 있었다. 직접적이고 환자의 2차 상해도 적고 효과도 특출 나고.

보면 볼수록 능연이 마음에 든 무 원장이 아쉽다는 듯 말을 이었다.

“우리 나이대 사람들은 항상 나이가 재산이라고 하지. 그런데 능 선생은 오히려 너무 젊은 게 아쉽다니까.”

“무 원장님, 능 선생은 동안이라 나중에 쉰 넘어도 젊어 보인다고 할 겁니다. 나이가 젊다고 능 선생을 역차별하면 안 됩니다.”

주 부원장, 곽종군과 함께 온 수간호사는 부원장이 자리를 떠난 후에도 바로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다가 그 김에 기분 좋게 능연을 추켜세웠다.

의사 앞에서도 할 말을 하는 수간호사는 말을 노골적으로 해도 상관없었다. 무 원장 역시 그저 껄껄 웃기만 했다.

“학교에서 능 선생한테 줄 게 있어 봐야 뭐가 있겠나. 능 선생이 나이가 많아서 병원에서 주임 자리를 얻었다면 학교에 교수 자리를 하나 줄까 했지. 그럼 이런저런 수업을 열 수도 있을 것이고. 그런데 나이가 너무 젊어서 두 선을 이을 수 없으니 말이지. 어쩔 수 없이 강좌나 열어서 수업하면서 버티는 수밖에.”

두 선이란 바로 병원과 학교라는 두 선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두 선은 교수나 주임 의사가 되기 전엔 이어질 수가 없었다. 다시 말하면 부교수는 부주임 의사가 되는 게 쉽지 않다. 그러나 두 선을 모두 끝까지 가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교수가 주임 의사를 하든, 주임 의사가 교수를 하든 기본적으로 장애물이 없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건 직함과 타이틀 문제였고, 그 전에 강의나 임상에 참여하는 건 여러 가지 경로가 있었다. 그러나 역시 의미가 달랐다.

그때 곽 주임이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무 원장님, 두 선을 굳이 잇지 않아도 협력은 할 수 있지요.”

“응?”

능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었다면, 무 원장은 이 말을 흘려듣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능연을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무 원장은 오늘 일도 순조로운 것도 있으니 곽종군이 계속 말을 이어가도록 그냥 두었다.

“요즘 우리 응급센터에서 훈련 캠프를 열지 않았습니까. 수련의가 지금 한 마흔 명 됩니다. 사실 여기에 졸업반 학생들을 추가해도 되지 않을까요? 수련의와 함께 섞여서 배우는 겁니다.”

곽종군은 운화 대학의 인력을 쓰고 싶은 것이었지만, 말을 할 때는 일단 학생들의 이득을 우선 드러냈다. 무 원장은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

“어떤 식으로?”

“교수들 몇 초빙해서 같이 수업할 수 있으면 제일 좋겠지요. 그리고 해부실을 함께 쓰면서 해부용 시체를 좀 나누어 쓰면 더 좋고요. 기초가 떨어지는 수련의들이 좀 있어서 안 그래도 어떻게 하면 해부 기초를 올려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참이거든요.”

곽종군은 요즘 거의 훈련 캠프 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지방 병원 의사들의 현황을 구체적으로 꿰고 있는 상태였다.

교수 수업 어쩌고는 그저 구실이었고, 해부용 시체야말로 진정한 목적이었다.

“요즘 우리도 해부용 시체가 부족해서.”

무 원장은 미간을 좁히고 그렇게 말하고는 곧 능연을 힐끔 봤다.

“어떻게든 몇 구는 구해볼 수 있지만, 장담은 못 하겠네.”

“그 정도만 해도 다행이지요.”

정말로 들어줄 줄 몰랐던 곽종군은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능연이 있으면 무슨 일이든 성공률이 높아졌다.

“사실 인원이 많지 않으면 바로 사람을 보내서 우리 학생들과 함께 사용해도 되네만. 서로 교류도 하고 말일세.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군.”

그렇게 말한 무 원장이 한마디 더 덧붙였다.

“능연 자네도 언제든 오게. 내 쪽에도 사실 자네가 좋아할 만한 아이템이 있어.”

“네. 해부용 시체를 잘 이용하겠습니다.”

능연은 진지하게 대답했고 무 원장은 능연에게 선물로 준 셈 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럼 됐네. 시간도 늦었으니 식사는 다음에 하세나.”

그리고는 한참 인사치레가 오간 후에야 무 원장 일행이 자리를 떴다.

하늘을 살핀 곽종군이 웃으며 말했다.

“능연, 일찍 돌아가서 쉬게. 병원에 있으면 일이 안 끝나. 운전하기 싫으면 사람 보내주겠네.”

“차 있습니다.”

능연이 싱긋 웃으며 인사하고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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