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두 건 하면서 스무 개 가까이 우스갯소리를 하고 서로 장난도 치는 동안 임기도 일반 외과 분위기에 융화되었다.
일반 외과는 운화병원 정상급 큰 진료과로 원장 두 명을 배출했다. 병실 구역 면적, 침대 수와 의사 수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매우 폭발적이고 저력 있는 진료과였다.
위청은 임기의 환심을 사려고 다음 날 이른 시간부터 그를 데리고 회진 돌며 뿌듯한 듯 일반 외과의 면면을 소개했다.
위청은 암사자 흉내 내는 털이 좀 빠진 수사자처럼 팔을 흔들며 말했다.
“면적만 따져도 GS는 병원에서 선두에 들지. 우리가 지금 있는 층 말고 위아래 다 일반 외과야. 총 3층이 기본적으로 우리 GS 병실이지. 우리 진료 팀이 가진 침대만 해도 32개. 자네도 좀 익숙해지면 침대를 맡을 거야.”
침대 32란 수치는 한 팀에게 매우 많은 할당량이었다. 추가까지 하면 위청은 50개 이상의 침대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사나흘 만에 한 번씩 바뀐다고 생각하면 일주일에 환자를 100명은 받을 수 있다. 그러니 위청이 자랑스러워 할 만했다.
하지만 임기는 곧장 능 팀을 떠올렸다. 병원과 진료과에서 능 팀에게 배정해 준 침대는 200개가 넘었다. 환자 증세, 장기 입원 정책 때문에 능연의 침대 회전율이 조금 느리긴 해도 이미 위청의 두 배 이상 진단량에, 간담췌외과에서 ‘빌려’올 수 있는 침대수를 더하지도 않은 것이다.
간담췌외과 그리고 장안민, 또 본인을 떠올린 임기는 잠시 멍해졌다.
위청은 중년에 배도 나온 임기가 참 멍청해 보인다고 생각하며 그를 바라봤다.
다른 부주임인 상지걸을 끌어들이기 위해 위청은 결국 밥도 잘하고 똑똑해 보이는 엽사공을 그에게 보냈다. 어쩔 수 없지만, 여전히 아쉬웠다.
서른 넘은 현 병원 의사는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으로 임기를 받은 위청은 지금 묘하게 걱정이 됐다.
나 후회하게 하지 마라.
“우리는 환자도 곳곳에서 찾아와. 창서성뿐만 아니라 주변 성에서도 기회만 있으면 우리한테 오려고 하지. 나중에 특별 외래할 때 한 번 가서 보여주지. 접수비가 몇백 위안이거든. 꽤 짜릿해.”
위청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지어졌다. 임기 역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생각했다.
능 선생은 지금 남아공, 영국에서 오는 환자도 있고 국내 환자는 전국적인데. 아킬레스건이랑 간 절제 유명세가 장난이 아니라고요.
임기의 표정이 그래도 공손한 걸 본 위청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GS였으니 수술 방식은 익숙하겠지. 그래도 우리 병원이 좀 더 엄격할 거야. 앞으로 수술할 기회 많아지겠지만, 본인도 게으름 피우지 말고 기회가 있으면 잡아. 추가 근무, 당직도 열심히 하고. 그래야 발전이 있지.”
“네.”
임기가 웃으며 대답하는 말에 위청이 강조하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어시 기회를 무시하면 안 돼. 알지?”
위청은 짐짓 심각한 척 말했다. 사실 집도 기회가 더 적고 어시의 필요성이 더 컸다. 임기는 고분고분하게 굴며 나지막이 말했다.
“응급센터에 있을 때 후반부에는 하루에 어시 8건도 했습니다. 버틸 수 있어요.”
“하루에 8건?”
위청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수술실에 들어갈 사람이 없냐고 묻고 싶었지만, 이미지를 생각해서 그 말은 삼켰다.
임기는 본인의 능력을 과시했다고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응급센터에서 위 절제 시작한 후로 기본적으로 저랑 사공이가 했죠. 주에 4, 5일 40건 정도 했네요. 거의 복강경이라 환자 퇴원도 빠른 편이었고요.”
위청의 입가가 실룩였다. 그 역시 일반 외과에서 바쁜 몸이라 능연이 수술을 많이 하는 것만 알았지 밑에 조수들도 이렇게 혹독하게 트레이닝하는 줄은 몰랐다.
일주일에 수술 40건은 침대 10개가 번갈아 운용된다는 소리였다. 이런저런 예기치 못한 일에 휴일까지 생각하면 침대 10개로는 모자라고 15개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임기와 엽사공이 다 그런 식으로 했다니, 두 사람만으로 위청이 가진 침대를 다 먹어 치울 수 있다는 뜻이었다.
거기까지 계산한 위청의 얼굴이 흐려졌다.
“그렇게 하고도 버텼다고?”
위청은 믿을 수 없는 듯 물었다. 사실 임기도 본인의 상태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능연과 수술하면서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매일매일 발전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중독된 것일지도 모른다.
환경 역시 매우 중요한 요인이었다.
능 팀 의사들은 모두 젊고, 결혼했어도 집에 잘 들어가지 않은 그런 부류였다. 틈 만나면 병원에서 수술하고 기술 배우고,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다 보니 하루에 수술 8건도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병원이 힘들다고는 하지만, 대입 때만큼 힘들지는 않다. 어찌 됐든 의사는 아웃풋이 많고, 인풋은 본인의 적극성과 공부하려는 마음에 달려 있었다.
대형 삼갑병원의 의사가 10년을 하루처럼 버틸 수 있는 것도 어떤 의미로는 학습상태를 벗어난 적이 없어서인지도 모른다. 어떨 때는 대입 시험 때 같은 마인드일 때도 있다.
임기는 능 팀에서 버티면서 날마다 주변에서 그런 분위기를 느끼면서 서서히 습관이 되어 갔다.
다만, 임기는 위청을 보통 사람이자 보통 의사라고 생각했고, 나이도 적지 않으니 이런 이상과 포부를 잘 이해하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그렇다고 그를 바꿀 생각도 없어서 위청을 거스를 생각은 없었다.
“응급센터는 돈을 많이 주잖아요. 돈 때문에 병원에 눌어붙어 있었던 거고요.”
“음, 그렇지.”
위청은 임기를 받은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의사가 요리를 잘하면 뭐하냐. 고생을 견디고 버틸 줄 알아야 진정한 의사가 되는 것이지.
위청은 현명하게 화제를 바꿨다.
“이따가 상 주임 팀하고 인사하자고. 앞으로 부딪힐 일도 많을 거야.”
“네.”
임기 역시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다음 날, 임기와 엽사공이 만났다. 두 사람 모두 상대를 살핀 후 한숨을 돌렸다. 적진에서 일하는 사람이 모든 사정을 아는 동지를 만나면 반가운 법이었다.
“엽 선생, 와서 설명하게.”
상지걸이 뒷짐 진 채 위청 곁으로 다가가서 소곤댔다.
“잘 보라고.”
그러자 엽사공이 바로 명확한 목소리로 환자 케이스를 소개했다.
“남자 환자, 68세. 설사를 반복한답니다. 일주일 전에 맥박이 77회, 호흡 20회, 혈압 132/94였습니다. 청진으로 소리를 들어 본 결과······.”
엽사공은 의기양양해서 케이스를 소개했고 5분이나 길게 이어졌다. 게다가 수치도 모두 정확했다.
임기는 엽사공에게 그런 실력이 있다는 걸 몰랐다. 어쩌면 응급센터에 있을 때는 드러내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상지걸은 쓸만한 노동력을 얻었다는 듯 위청 귓가에 속삭였다.
“이건 몰랐지? 기억력이 뛰어나더라고. 진짜로 좋아. 요리하면 좋아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