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794화 (773/877)

“선생님 나온다.”

그 한마디에 환자 보호자들이 우르르 자리에서 일어났다.

좌자전은 예전처럼 맨 앞에서 혹시 환자 보호자들이 실수 혹은 일부러 능연하고 부닥칠까 봐 몸으로 가로막았다.

“다들 조용히! 능 선생이 설명할 겁니다.”

사람들이 무슨 기대를 하는지 잘 아는 좌자전은 사람들이 다 모이길 기다렸다가 큰 소리로 말했다.

역시나 사람들은 순간 조용해졌다. 의사의 통보를 놓치고 싶은 사람은 없다. 환자 부모가 떠밀려서 앞으로 나왔고, 다른 사람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한데 몰려 서 있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능연은 뒤에서 걸어 나와서 알콜겔을 바르면서 바로 보호자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소식을 전했다.

능연이 그 말을 하자마자 사람들의 표정이 많이 편안해졌음을 알 수 있었다. 환자와 나이가 비슷한 여자아이들도 온 주의력을 능연에게 집중했다.

능연은 시선을 돌리지도 않고 계속 말했다.

“이번에 진행한 전 흉강경 하 심방 사이막 결손 보건술은 체외 순환에 45분을 썼으며 매우 순조로웠습니다.”

“45분 체외 순환 시간은 세계적으로도 일류인 수준입니다.”

좌자전은 언제 나와서 능연을 추켜세워야 할지 잘 알았다.

좌자전은 시스템은 모르겠고, 일단 능연이 멋져 보이는 게 우선이었다.

세계적으로 일류라는 말을 들은 보호자들은 역시 기뻐했고, 나이가 가장 많은 할아버지가 나서서 감사 인사를 했다. 환자 어머니도 눈물을 닦으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럼 앞으로 정상인처럼 되는 건가요?”

“구체적인 회복 상황은 아직 확신할 수 없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수술 전보다는 분명 좋아질 겁니다.”

능연의 대답은 여전히 긍정적이었지만 좌자전이 헛기침하며 보충했다.

“수술 전 상황보다 좋다는 건 수치화 하기 어렵습니다. 어쨌든 수술은 매우 순조로웠고 앞으로는 수술 후 회복에 집중할 겁니다. 보호자분들도 신경 쓰셔야 하고요. 다 함께 힘을 합쳐서 환자의 심장이 최대한 회복될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그 말뜻을 알아들은 환자 어머니는 조금 당황했다.

“그럼 정상인처럼 될 수는 없다는 거네요? 수술하고 다른 아이처럼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정상인처럼 회복되고 말고는 사실 많은 요인이 있습니다. 그건 장담할 수가 없고요.”

“그렇군요.”

환자 어머니가 고개를 푹 떨궜다. 남편은 아내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이러지 마. 수술 성공했잖아. 안 그래?”

“나도 알아. 아는데······. 내가 조심했더라면······ 어쩌면······ 어쩌면······ 정상 아이처럼······.”

아내가 울지도 못하는 모습에 남편은 마음이 아픈 듯 말했다.

“전에 의사 선생님이 심방 결손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일어난다고 하셨잖아. 자책 그만해.”

“알아, 아는데······.”

환자 어머니가 고개를 들어 미안한 듯 능연을 바라봤다.

“선생님, 죄송해요. 수술이 순조롭다고 하시니 매우 기쁜데요. 다만 우리 애가 고생한 거 생각하면 미안해서 그래요. 우리 애가 다른 애들처럼 생활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서.”

“정상이라는 기준이 뭔가요?”

능연이 되묻는 말에 좌자전은 바로 긴장했다. 이런 식으로 대화가 전개됐다가 수습을 못 할 수도 있었다. 환자 어머니 역시 멈칫했다.

“정상이라는 건······. 그러니까 정상적인 아이들처럼 뛰고, 춤추고······ 또 여름 캠프도 마음 놓고 보낼 수 있고 약이 모자라지는 않는지 이런 걱정 없이······.”

“아하, 그 정도라면 그 뜻을 이룰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번엔 환자 어머니뿐만 아니라 환자 아버지도 완전히 얼어붙었다. 그는 보증서라도 받으려는 듯 레이저라도 나올 눈빛으로 능연을 바라봤다. 능연은 자기가 할 수 있는 말은 다 했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술 구역으로 돌아갔다.

냉큼 그를 따라잡은 좌자전은 뿌듯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는 마음으로 잠시 걷다가 입을 열었다.

“능 선생. 우리 객관적인 규칙 만들자. 다음부터 환자한테 그런 장담은 하지 말자고.”

“그냥 확률이 높다고 한 건데요.”

“환자 보호자 마음 모르겠어?”

좌자전이 답답한 듯 대답했다.

“작은 확률이라고 했어도 보호자들은 대박 났다고 생각했을 거야. 그런데 큰 확률이라고 했으니 어떻겠어요? 응? 나중에 어쩌려고.”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되죠.”

“소송당하면?”

“당해야죠.”

능연의 대답에 좌자전이 입을 쩍 벌렸다.

“의료 소송 생기면?”

“곽 주임님한테 연락해야죠? 운화병원 기준 아닌가요?”

“그래?”

능연이 담담하게 하는 말에 좌자전이 의문인 듯 물었다.

“네. 직원 수첩에 있어요.”

“대체 왜 그런 걸 보는 거니, 님은.”

좌자전은 더는 할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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