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800화 (779/877)

박 원장은 매우 아쉬운 마음으로 능연이 타고 가는 비행기를 바라봤다.

능연은 새롭고 멋지고 호화로운 제트기를 탔고, 자신들과 연문빈 등 나머지는 마리아가 제공해준 팔콘을 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팔콘 역시 훌륭한 전세기고 상업 항공기 비즈니스, 퍼트스보다 훨씬 짜릿하지만, 모든 일은 비교 대상이 있는 법이었다.

“브로커 일하면 전세기 탈 일 많잖아요.”

연문빈은 박 원장이 부러워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 듯 말했다.

“그야 당연하죠.”

박 원장은 자신의 감정을 서둘러 감추며 짐짓 해명했다.

“그래도 가끔이나 이런 전세기나 호화 개인 비행기고, 대부분 비즈니스 티켓이거든요.”

“이 정도면 충분하지 더 좋아 봐야 얼마나 좋겠어요. 퍼스트 타고 간다고 이코노미보다 빨리 가는 거 아니라고, 빌 게이츠도 그랬잖아요.”

“하지만 능 선생이 탄 개인 제트기는 정말로 우리 비행기보다 빠릅니다. 물론 상업 항공기보다 훨씬 더 빠르고요.”

박 원장이 멈칫하며 하는 말에 연문빈은 잠시 멍해져다가 자조하듯 웃었다.

“개인 비행기 탄 것만 생각하고 그건 또 깜빡했네요.”

“연 선생은 앞으로 기회가 많잖습니까.”

“저야 능 선생 덕에 얻어 타는 거고요. 이번엔 그것도 없었네요.”

연문빈은 주제를 잘 알았다.

“사오 년 동안은 그렇겠지만, 칠팔 년 뒤엔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에요.”

껄껄 웃으며 고개를 젓던 박 원장은 명함을 건넸다.

“괜찮으시면 가끔 전화 주세요. 출장 수술이든, 연수든, 다 됩니다.”

연문빈은 자동으로 앞발을 들어 명함을 받아들였다. 의사들이 브로커를 무시하는 거 같아도, 박 원장 같은 급 브로커를 만나면 모두 열정적으로 된다. 이유? 간단하다, 병원에서 마주치지 못하는 기회를 정말로 대량으로 물어다 주니까.

“정말로 전화합니다.”

연문빈이 농담하듯 떠보자 박 원장이 미소 가득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러라고 드리는 번호 아닙니까. 연 선생이 능 선생 큰 제자죠?”

“아, 우리는 좀 다른데.”

연문빈은 잠시 주저했다.

“일찍 깃발 꽂는 거로 생각하세요.”

박 원장은 미소 짓는 얼굴로 제안했다.

“이번 일로 태국 시장을 연 거 같아요. 또 능 선생 각 방면 순위도 올라갈 겁니다. 특히 보험회사 리스트에서요. 능 선생에게 플러스겠죠. 그럼 몇 번만 더 왔다 갔다 하면서 일 년만 지나도 능 선생 유명세가 크게 높아질 겁니다.”

박 원장은 조금 어리둥절해 보이는 연문빈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사람들이 연 선생 신분을 인정하기만 하면, 다른 건 몰라도 출장 수술이든, 연수든 쉬워질 겁니다.”

연문빈은 저도 모르게 뒤통수를 긁적였다.

“능 선생이 지금 그렇게 대단해진 겁니까.”

“물론이죠. 능 선생 큰 제자도 그렇게 대단해질 겁니다. 날 믿어요.”

박 원장이 큰 소리로 웃었다. 이 업계에서 오래 일한 박 원장은 사전 매수를 매우 좋아했다. 그가 익숙한 세계에서는 실력이 좋은 외과 의사일수록 각종 서무 업무를 싫어했다. 일단 익숙해진 제약회사나 의료 브로커가 생기면 웬만해선 바꾸지 않는다. 물론 늘려가는 일은 자주 있지만.

설득된 연문빈은 가슴이 떨렸다. 기대도 되고, 머쓱한 티도 내야 했고. 백 킬로그램 넘는 대장부가 귀여운 척해야 하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제트기 안.

디자인 감각 넘치는 인테리어로 비행기 내부가 여러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전칠과 능연은 각자 테이블 앞에 앉아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아무리 방음이 잘 되어 있어도 엔진 소리를 완전히 차단하진 못했지만, 둘 다 모른 척했다.

전칠은 수시로 능연을 힐끔 대면서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오히려 평온함을 즐겼다. 능연도 아직 기억이 남아 있는 틈을 타서 사흘 동안 한 수술을 전부 기록했다.

해외에서 한 수술이라 당연히 국내처럼 차트 시스템으로 기록할 수 없었다.

처음으로 외국인 대상으로만 한 수술이어서, 다른 인종 해부 구조에 대한 경험도 쌓였다.

그 외에, 능연은 이번에 완벽한 수술 두 건을 완성해서 퀘스트 1-3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중급 보물 상자 하나를 얻었다.

하지만 급하게 열진 않았다.

요즘 퀘스트 시리즈로 꽤 많은 중급 보물 상자를 얻었다. 다시 말하면, 단기간에 다시 중급 보물 상자를 얻을 기회가 있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경험으로 봤을 때, 상자를 모아서 여는 게 스킬이 나올 확률이 높고.

“상해 떨어지면 같이 식사할래요?”

“좋아요, 좋아요.”

능연이 바라보며 묻는 말에 전칠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도착하면 바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칠이 의아한 듯 덧붙였다.

“응, 식사 후엔 바쁠 거예요. 밀려 있는 수술, 사흘은 해야 해서.”

“아, 그렇게나 바빠요? 그럼 차라리 푹 자요. 나중에 다 끝나면 그때 식사하고.”

전칠은 마음이 아파져서 아쉽다는 듯 말했다.

“괜찮아요. 졸리지도 않고.”

능연은 고개를 저었다. 스태미너 포션이 많은 건 말할 것도 없고, 유명해짐에 따라 ‘진심 어린 감사’를 얻는 빈도도 높아져서 포션이 금방 다시 생겼다.

그런데 전칠은 오히려 더 괴로워했다.

“스트레스 너무 받아서 그래요. 사람이 어떻게 피곤하지 않을 수가 있어. 저녁은 언제든 먹을 수 있잖아요. 일단 쉬어야 해요.”

“저녁은 저녁에만 먹을 수 있어요.”

능연은 그렇게 고쳐주고는 전칠의 단호한 표정을 보고는 조금 약해진 표정을 지었다.

“물론 보통은 피곤하지 않을 리가 없죠.”

“응.”

“그럼……. 저녁은 먹어요. 저녁 먹은 다음에 일단 쉬고 수술할게요.”

능연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

“이러면 돼요?”

“좋아요, 좋아요.”

전칠이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이른 아침.

4시.

능연은 도저히 잠이 더 오지 않아서 침대에서 일어나 간단하게 세수하고 문을 열었더니, 문 옆에 이미 카트 두 개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호텔 룸서비스와 달리, 카트 곁에 선 셰프 둘은 하품을 하고 있었다.

“간단하게 아침만 준비해주시면 됩니다. 서버까진 필요 없어요.”

마흔 남짓해 보이는 두 요리사가 다크써클까지 내려와서 서 있는 모습에, 능연은 너무 비효율 적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앞에 서 있는 요리사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저으면서 또 하품하고는 대답했다.

“돈을 너무 많이 받아서 어쩔 수 없습니다.”

“능 선생님, 우리도 힘들게 얻은 기회입니다. 기회를 주세요.”

다른 요리사까지 웃으며 하는 말에 능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서니사이드 둘, 와플 하나, 다진 고기 국수도 있죠? 전병도 하나 주시고요.”

“알겠습니다. 룸에서 요리하겠습니다.”

허락 받은 두 요리사는 흥분해서 룸 안으로 들어가 주방에서 요리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딱 초급 레지던트 같은 모습이었다. 조금 나이가 많아서 그렇지.

배불리 먹고 마신 능연은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전칠이 준비해준 차를 타고 금세 골관절 & 스포츠 의학 센터에 당도했다.

이 시간에 센터는 당연히 굳게 닫혀 있었지만, 101킬로그램 레지던트는 당연하게 아까부터 대기하고 있었다.

“능 선생, 굿모닝.”

101 레지던트는 11킬로그램 머리를 치켜들고, 비굴하지 않게 예의 갖추면서 엄숙함도 잃지 않고, 겸손하면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존중하면서 우아함을 잃지 않은 모습으로 자신의 숙적을 맞이했다.

“굿모닝.”

능연도 간단하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101 레지던트는 미소를 지었다.

역시, 아무리 거만하고 고개를 높이 치켜든 능연도 내 앞에서는 진지하게 인사해주는군. 거만하고 세상을 깔보는 귀족들도 용감하고 충성스럽고 강인한 기사에겐 진지하게 인사해주는 것처럼!

“수술실이랑 환자, 준비됐나요?”

능연이 안으로 들어가면서 물었다.

“네, 준비됐습니다. 간호사들은 세 시간 전에 왔고요.”

101 레지던트는 재빨리 능연을 따라가면서 간호사들의 노고를 특별히 강조했다. 좋아하는 여자도 그 안에 있으니까.

“지각인가요?”

시계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묻는 능연의 말에 101은 넋이 나갔다.

“지각이라니요.”

“나이트는 12시부터 아닌가요?”

능연은 다른 건 몰라도 수술실 인원 출퇴근 시간은 매우 빠삭해서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내가 이야기할게요.”

능연의 수하는 이렇게 지각, 조퇴하는 일이 드물었지만, 자기가 나서서 규범을 잡아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101은 순간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능연이 골관절 & 스포츠 의학 센터 직원은 아니지만, 그가 어느 의사 혹은 간호사를 평가했다간 앞날이 편하지 않을 건 명백했다. 심각한 경우엔 축 원사가 나설 것도 없이 기 주임 선에서 깔끔하게 해결할 것이고.

“지각 아니고요. 여기는 원래 나이트 간호사가 그 시간에 나와요.”

100.87의 집중력이 순간 고도로 높아졌다. 능연은 그저 ‘아’ 하고 대답할 뿐, 추궁하지 않았다. 주변에 거짓말하는 사람도 많고, 원인도 다양해서 일일이 따지고 생각하는 법이 없었다.

“다들 제시간에 왔어요. 출근 기록 다 남아 있다고요.”

100.86은 계속 땀을 흘리며 설명했다. 문제가 생길까 봐 정말로 걱정이었다. 능연이 한마디만 하면 나이트 근무 서고 있는 여신에게 KO 당할 테니까.

능연은 이번엔 ‘아’와 함께 고개도 끄덕였다. 곁에 있는 레지던트의 복잡한 생각 따위, 알 바 아니었다.

100.85는 능연을 한참 빤히 보다가 조용히 안도하면서 속으로 ‘능연은 내 숙적이지만, 사람 자체는 좋은 사람이야. 적인 나도 존중해주다니, 참 괜찮아’, 하고 생각했다.

딩.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레지던트는 그 소리에 서둘러 앞으로 달려가 카드를 찍고 수술층으로 먼저 들어갔다. 들어가서 나이 많은 간호사님에게 수술복을 받고 능연이 아무런 이상도 없이 안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완전히 마음을 놓았다.

“능 선생, 오늘은 연문빈 선생하고 다른 사람들은 안 와요? 일부러 연 선생 수술복 큰 사이즈로 준비해두었는데.”

뚱뚱한 의사는 조금 궁금한 듯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너무 힘들어 보여서 오늘은 좀 쉬다가 이따 오라고 했어요.”

“아, 어쩐지. 그럴 줄 알았지.”

“저기요, 능 선생님 붙들고 말 걸지 마세요. 능 선생님은 수술 전에 샤워도 하셔야 해요.”

노란 토끼 수술 모자를 쓴 간호사가 안에서 나오며 불만 가득한 얼굴로 뚱뚱 의사를 쫓아냈고, 뚱뚱 의사는 힘겹게 침을 삼키고는 나지막이 대답했다.

“내가 능 선생 책임자인데요.”

“샤워하는 거까지 관리할 건 아니잖아요.”

간호사는 그렇게 말해놓고 능연을 향해서는 달콤하게 웃어 보였다.

“능 선생님, 수술실 두 개 준비되어 있어요. 환자도 이미 와 있고요.”

“알겠습니다. 금방 갈 테니까 잠시만요.”

능연은 순간 기운이 났다.

골관절 & 스포츠 의학 센터에서 준비한 환자는 모두 아킬레스건 수술 환자로, 반월판 손상, 슬관절 인대 손상 환자는 당일 수술로 모두 옮겼다. 능연이 첫 번째로 모인 환자들만 처리하고 태국에 다녀온 사이, 센터엔 더 많은 환자가 몰려 있었다.

특히 각종 손상으로 운동 기능에 장애가 생긴 환자들은 능연이 상해에 왕림했다는 소식을 듣고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몰려들었다.

수술실에 들어간 능연은 목을 치켜들고 큰 소리로 고함치는 환자를 만났다.

“능 선생! 직접 수술하는 거죠?”

“물론입니다.”

능연은 자연스럽게 웃으며 평온한 태도로 대답했다.

“휴우. 4시길래 좀 이상했죠. 능 선생은 4시까지 못 기다릴 텐데 싶어서. 밤새우셨어요?”

“아니요. 이제 일어났습니다.”

능연은 묻는 대로 대답해주면서 손을 세우고 필름을 읽기 시작했다. 환자는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 한가득이었으나, 능연이 집중하는 모습에 입가에 맴도는 말을 삼키고 다른 걸 물었다.

“능 선생님, 제 아킬레스건, 잘 봉합할 수 있을까요?”

“수술 성공률이 아마도 90% 이상일 겁니다.”

능연은 너무 올려서 말하진 않았다. 수술엔 변수가 너무 많으니까. 모든 상황을 다 제어할 능력이 있다면 모든 수술을 완벽으로 하게? 게다가 임상의 생활이 길어질수록 임상 의학의 한계를 더 잘 느끼게 된다. 아킬레스건 같은 작은 수술이라고 해도 점점 최고가 되기 어려워지고.

“90%라. 그럼 실패할 가능성이 겨우 10%. 이 정도면 괜찮은 거지.”

환자는 자신을 위로하면서도 목소리는 작아졌다. 기구 정리로 바쁘던 간호사도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바라봤다.

깊은 밤 조용한 때는 원래 생각이 많은 법이다.

질서 정연한 수술실에 서 있는 능연도 환자를 한 번 바라보고 다시 MRI를 바라보고는 한참 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

“성공할 겁니다.”

능연은 턱을 치켜들고 그렇게 말했다.

긴 시간 트레이닝에, 스태미너 포션도 몇백 병 소모한 것이 바로 자신감 넘치게 이런 말을 하기 위해서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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