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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그레이트 닥터-802화 (781/877)

“곽 주임님, 건강 검진이고 MRI 하나 찍는 건데 뭘 그렇게 긴장하세요.”

당직 간호사는 성격이 화끈한 데다가, 나이 어린 걸 믿고 주임도 거침없이 대했다. 곽종군 나이쯤 되면 스물 남짓한 어린 아가씨 앞에서는 언제나 싱글벙글이었고, 입으로만 쓴웃음 지으며 일부러 투덜댔다.

“건강 검진에 누가 MRI를 찍나. 능연이 찍으라고 했겠지.”

“다 능 선생님이 주임님 신경 쓰느라 지시한 거죠.”

주임이 어차피 다 알고 묻는 말이라 간호사도 감추지 않았다.

“흥흥, 너희 젊은 사람들이 신경 쓰는 게 뭔지 어찌 안다고. 건강 검진할 나이가 되어야 겨우 알 텐데.”

간호사가 입을 오므리며 웃자, 곽 주임이 궁금한 듯 눈을 찌푸리며 다시 물었다.

“어느 부분에서 웃는 거지?”

“너희 젊은 사람이요.”

“요즘은 그런 말도 안 쓰나?”

“그런 말이 무슨 말인데요?”

“공주님 같은 그런 단어 말이지.”

“공주님이라니요.”

어린 간호사는 자연스럽게 어리광부리듯 말을 이었다.

“너희 젊은 사람이라는 말에 저뿐만 아니라 능 선생님도 포함된 거라서 웃은 거예요.”

“이제 능 선생 잘생긴 거에 익숙해질 때도 되지 않았냐?”

“아니요. 잘생김엔 변화가 없으니까요.”

하트 뿅뿅한 간호사의 얼굴에 곽종군은 껄껄 웃으며 스스로 MRI 철제 침대에 누웠다. 간호사는 잠시 더 조작한 후에 문을 열고 나갔고, 곧 MRI 기기가 우르릉 움직이는 잡음이 들렸다.

MRI는 진정한 첨단 기술로, 심지어 블랙 테크니컬이라고 말할 수 있다. 원자핵이 자기장에서 발생하는 공진을 영상으로 만드는 기술로, 사실 노벨상 두 개가 포함된 기술이었다.

첫 번째 노벨상은 1944년, 자기장 안 원자핵이 자기장 방향을 따라 정방향 혹은 반방향 질서 배열을 나타낸 다음 무선 전파를 더하면 원자핵의 회전 방향이 바뀐다는 연구였고, 두 번째 노벨상은 1952년. 1946년에 발견한 현상, 홀수 핵을 지닌 원자핵이 자기장에서 특정 빈도 주파수장에서 원자핵이 주파수장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현상이었다.

그리고 그 후로 이런저런 기초 과학 연구를 투입하면서 서서히 MRI의 기초가 설립되었다.

MRI는 현대 과학 기술을 정말로 구현해낸 기기라고 할 수 있고, 현대 과학, 특히 기초 과학에 지대하게 응용되고 있다.

그 많은 자금을 들여 과학 항목, 특히 보기에 별 쓸모없는 기초 과학을 뭐 하러 연구하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MRI를 예로 들어 매우 공손하게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걸로 댁을 살릴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다.

물론 대부분, 자기한테 필요할 날이 오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곽종군도 마찬가지로, 여전히 언짢은 얼굴로 MRI 기기에서 나왔다.

“아무 일도 없다니깐. 됐다. 검사하는 게 마음이 놓인다면야.”

“아무 일 없으면 좋죠.”

간호사는 귀여운 척하며 재빨리 주임을 부축했다. 뒤에 환자가 많이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능연이 돌아오면 온 병원 MRI 기기가 25시간 돌아가도 부족했다.

“능연은?”

기기에서 나온 곽종군이 헛기침하고는 바로 물었다.

“사무실에 계세요.”

간호사가 입을 가리며 웃는 모습에 곽종군은 다시 눈을 찌푸렸다.

“또 왜 웃냐.”

“이럴 땐 되게 사람 냄새나셔서요.”

“너희 젊은 사람들 말은 정말로 모르겠다.”

곽종군은 한숨을 내쉬고는 사무실로 향했다. 간호사도 툭 내뱉어놓고 사실 긴장하고 있었다. 사실 그녀가 하고 싶었던 말은 ‘지금은 주임님도 보호자가 데리고 온 영감 같네요’ 였으니까. 그러나 아무리 철이 없고 단순해도, 곽 주임 놀리는 건 그래도 조심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평소에 아버지에게 부릴 수 있는 애교는 얼마든지 부려도 되지만, 그 이하는 알아서 생각 잘하라는 수간호사의 말처럼.

간호사는 혹시라도 곽종군이 자기가 망할 영감 취급당한 걸 눈치챈다면 정말로 망할지도 모른다고 내심 생각했다.

“사람 냄새난다는 건, 대하기 어렵지 않다는 뜻이었어요.”

간호사는 대충 얼렁뚱땅 얼버무렸고, 곽종군도 깊이 따지지 않았다.

사무 구역에 도착한 곽종군은 뒷짐을 지고 위엄을 부렸고,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쯤엔 벌써 위엄이 가득했다. 지나다니는 초짜 의사들은 몸을 부르르 떨면서 알아서 발끝을 세우고 살금살금 걸었다.

곽종군이 고개를 살짝 치켜들고 바라봤더니, 능연은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출장 다녀온 사이, 퇴원할 사람은 거의 했고 남은 사람은 증상이 변화하거나 반복되는 환자뿐이었다.

사실 정상이었다. 치료하는 환자 수가 늘면 아무리 90% 치유율이라고 해도 달마다 백 명은 완치하지 못하고 각종 합병증 혹은 증상 변화가 일어나기 마련이니까.

차트에서 정보 얻는 걸 좋아하는 능연은 매우 꼼꼼하게 자료를 읽었다. 곽종군은 능연의 드넓은 등, 집중한 모습을 보며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진료과에 능연 같은 의사만 있다면 대형 응급을 꿈꿀 때 걱정은 하나도 할 필요 없겠건만.

“곽 주임님, 오셨습니까.”

잠시 쉬고, 화장실도 가고, 먹을 것 좀 먹고 돌아가서 푹 쉬려던 주 선생은 곽 주임을 보고는 정의로운 느긋한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사무실에서 누가 쥐처럼 조심스럽게 굴면 쥐가 되는 거고 ‘대의늠연(大義凜然: 정의롭고 늠름하다. 이 소설 원제 <대의능연>과 발음이 같음)’하면 능연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힐끔 주 선생을 본 곽종군은 별말 없이 능연을 향해 돌아섰다.

“능연, 왔으면 하루 쉬지 않고.”

“오면서 쉬었습니다. 검사 결과는요?”

“난 괜찮다니까. 원래 조심할 나이가 되었잖나. 이렇게까지 신경 쓸 정도는 아니라고.”

“영상 나왔나요?”

곽종군이 손을 휘휘 저으며 하는 말에 능연은 ‘환자의 서술’을 싹 무시하며 물었다.

“아직이에요.”

따라온 간호사가 생글생글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나오면…….”

“나오면 바로 나한테 주게.”

곽종군은 고개를 돌려 명령하고는 다시 능연을 바라봤다.

“걱정할 것 없다니까.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알아.”

“주임님, 심장 수술 몇 건 배정해 주십시오.”

능연은 곽종군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다른 말을 했다. 차라리 기술로 설명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고, 이런 요구를 곽종군이 거절하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다. 능연이 간 절제 수술에 얽매여 있는 걸 그냥 보고 있을 사람도 아니고. 능연이 간 영역에서 심층 연구하고 싶다고 해도 지지하겠지만, 영역을 넓히고 싶다고 하면 당연히 그것도 지지할 테니까.

“그래.”

곽종군은 묘하게 편안해진 마음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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