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 선생 회진온대. 다들 긴장해.”
“오늘 능 선생 대 회진이야?”
“쓸데없는 소리. 능 팀 일찍 온 거 못 봤어?”
“우린 사람이거든. 자야 한다고요. 너도 어제 나이트였으니까, 본 거지. 롤렉스 차고 있는 거도 봤어?”
“롤렉스가 뭐냐, 서브마리너 그린이라고 해야지 있어 보이지.”
“아유, 너무 좋다. 능 선생이 있어야 응급센터가 정상으로 돌아가는 거 같지.”
초짜 의사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조금 컸지만, 응급 처치실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주치의들과 부주임 모두 그만하라고 하진 않았다. 그들도 하고 싶은 말이었으니까.
그러나 그들은 할 수 없는 말이었다. 수술실에 돌아가면 어느 초짜 의사보다 더 흥분해서 수다 떨 사람들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일주일 만에 운화병원으로 돌아온 능연 덕택에, 붕 떠 있던 응급센터가 크게 진정됐다는 점이었다.
곽 주임이 화도 덜 내고, 능연이 수술 구역 뒤에 서 있기만 해도 세상이 망할까 봐 걱정할 일도 없었다.
게다가 구체적인 측면에서, 능연 혹은 곽종군이 떡 버티고 있어야 응급센터 수술실이 우뚝 설 자본이 생긴다. 아무리 크고, 호화로운 병원도 대단한 의사 없이는 몇 년 안에 무너지기 십상이니까.
브랜드 효과라는 건 두드러지지 않는다면 두드러지지 않지만, 여전히 무시 못 할 효과를 내는 법이다. 게다가 기술이라는 건 매우 실재적인 것이니까. 응급센터 120에서도 간과 관련된 부분이 생기면 가장 먼저 운화병원으로 보낸다. 곽종군이 120에 작업한 것도 있지만, 그만큼 능연과 곽종군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제 또 바빠지겠네요.”
주치의 하나가 작은 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옆에 있는 장안민 부주임 의사를 바라봤다.
“바쁘면 좋지. 진료과에 지금 비어있는 침상도 곧 찰 거고, 그럼 보너스도 착착 나올 거고.”
“그렇긴 한데, 솔직히 지금 작업양도 전 괜찮은 거 같아요. 빈 침상이 다 차면…….”
“그러니까요. 보너스도 살아 있어야 쓰죠. 공부하느라 그렇게 고생했는데, 일하다가 심근경색으로 죽으면 얼마나 억울해요.”
“능 선생이 아직 심근경색 수술은 안 해서, 다시 살아날 확률이 50%도 안 된다는 게 더 문제지.”
주치의들은 그렇게 말하면서 웃음을 터트렸지만, 장안민은 웃지도 않고 아무리 봐도 언짢은 얼굴로 그들을 바라봤다.
너희들은 돈도 안 궁하냐? 보너스 얼마나 벌었다고 벌써 잘난 척이야. 나는 주말에 고물차 타고 40km나 털털거리며 팔채향까지 가서 몇 시간 동안 일하고 천 위안 안 되게 벌어 왔는데. 한 달 죽어라 다녀도 기름값이랑 차 유지비 빼고 나면 5천 위안 남았는데. 서브마리너 그린? 일 년 뛰어도 못 번다, 라고 생각하면서.
장안민은 갈수록 기분이 안 좋아졌다.
그때, 옆 침상에서 바삐 움직이던 조낙의가 흥흥대며 입을 열었다.
“능연이 수술해주길 기대하다니, 다들 꿈도 크네. 게다가 능연이 아무리 수술을 잘해도, 수술받는다는 건 너희들이 아프다는 거 아니냐? 하긴 뭐, 보너스가 한 푼이라도 많으면 많은 거지. 빈 침대 다 채우고 한 달에 몇천 위안 더 벌면 마누라 가방 하나 더 사주고, 좋잖냐.”
그 말에 장안민은 매우 동감하며 대답했다.
“가방만 빼면 다 찬성!”
“네가 찬성하는 게 무슨 소용이야. 넌 간담췌면서.”
조낙의가 흡족한 듯 웃는 모습에 주변 의사들도 실실 웃었고, 장안민은 눈앞이 시커메졌다.
맞는 말이었다. 지금 이야기하는 보너스는 진료과 보너스였고, 당연히 진료과 의사에게만 해당했다. 장안민은 누구나 아는 배신자지만, 진료과 보너스엔 지분이 없었다.
물론 능 팀 내부적으로는 장안민 몫이 있다. 좌자전이 치료팀 비용 지출할 때, 다른 명목으로 장안민의 보너스를 챙겼다. 간담췌에서 원래 나오는 보너스랑 합하면 엇비슷해지고.
그러나 어쨌든 차이는 났다.
장안민도 속으로는 이해하지만, 눈앞에 돈이 떠내려가는 걸 볼 땐 여전히 아까웠다.
“시간 다 되어가네요. 장 선생님, 회진 따라가실 거예요?”
의사 하나가 와서 물었다. 응급 처치실엔 당직의가 있어서 회진할 때가 되면 서로 바꾸곤 했다. 특히 담당 환자가 있는 의사는 더 서둘러야 하고.
장안민은 원래 택일 수술하는 간담췌 의사인데 응급센터에 와서 돕는 것도 능 팀 구성원과 가깝게 지내기 위해서였다. 배신자가 되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마찬가지로 얼굴 내밀 기회가 있으면 빠르게 움직여야 하고.
“그래. 그럼 능 선생한테 가볼게. 너희들은 일 봐라.”
장안민은 다른 사람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말만 남기고 줄행랑쳤다.
“과로사 걱정은 쟤가 제일 많이 해야 해.”
조낙의가 뒤에서 툴툴거렸다.
장 · 가난 · 안민이 재빨리 2층 복도로 달려가자, 능연이 곧 의사 몇을 데리고 나타났다. 기다리고 있던 젊은 의사들은 착실하게 눈인사하고는 능연이 지나친 다음 뒤로 가서 따라갔다.
그건 주임을 대할 때나 하는 방식이고, 운화병원 응급센터에서는 예전엔 곽종군이나 이런 위엄을 부렸다. 다른 주임 의사는…… 위엄이 부족해서는 아니고 곽종군에게 권력을 찬탈할 생각이 없음을 증명받은 사람이나 그런 인사를 받을 엄두를 냈다.
언제부터였는지, 능연의 회진 대열은 자연스럽게 거창해졌는데 곽종군은 말리긴커녕 오히려 능연을 배우라고 젊은 의사들에게 권장했다. 그렇게 능연의 특수한 지위가 두드러졌고.
장안민은 미소 짓고 있다가 능연이 다가오자 대열에 합류했다.
바로 그때, 밝은 녹색 빛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좌자전의 왼손에 푸르스름한 서브마리너 그린이 번쩍였다.
장안민은 속으로 쳇 하고 혀를 차면서 여전히 미소를 유지했다. 다시 푸르스름한 빛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이번엔 연문빈이었다. 연문빈이 웃음을 참으면서 가슴을 불끈대며 장안민을 향해 티를 냈다.
장안민은 이를 악물며 미소를 유지했다. 그때 여원이 지나갔다. 잘 안 보이는 자리에 서 있었지만, 손목의 푸른 빛 때문에 존재감이 매우 두드러졌다.
“저 롤렉스 푸른 빛이요, 금으로 제련한 색이래요.”
마연린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리자, 장안민은 억지로 웃어 보였다.
“조사까지 했냐?”
“네. 와이프가 요즘 제가 잘하고 있다고, 좋아하는 거 같으니까 사준대요.”
마연린은 허리에 손을 댄 채 가슴을 활짝 펴고, 얼굴엔 자력갱생한 자의 거만함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