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808화 (787/877)

“곽종……, 곽 주임 심장, 병변이 가벼운 편이 아닌데요.”

응급센터 수술실로 온 강 주임은 곽 주임의 필름을 보고 안색이 변했다. 이미 다른 의사에게 자문을 구한 좌자전은 침착하고 엄숙하게 대답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검사부터 몇 개 하고, 관상동맥이면 바로 수술해야죠. 내가 집도하고, 세 시간 고투하면 당신네 곽 주임, 20년은 더 할 겁니다.”

당연히 상황이 좋은 쪽으로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좌자전은 강 주임이 집도를 맡아달라고 부탁하는 줄 오해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의사들은 자기네 병원 고수에게 수술을 부탁하니, 오해할 만도 했다. 서로 잘 아는 사이기도 했고, 수술 후 관리도 더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으니까. 최종 치료 효과만 따져도, 다른 병원에 가서 더 뛰어난 의사에게 수술받는 것보다 나았다.

게다가 강 주임이 실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 역시 한때 천재 의사로 유명했었다. 비록 그 후로 눈부신 발전이 없었지만, 심장 우회술 쪽으로는 스트라이크 존이었다. 어찌 됐든, 긴 세월 동안 해온 심장 우회술은 경험도 많고 성공률도 매우 높았다.

좌자전은 대놓고 말하기 좀 그래서 일단 웃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곽 주임님 올해 겨우 쉰 좀 넘었는데, 20년은 부족하죠.”

“의사가 일흔까지 살면 괜찮은 거지, 뭘 더 바라요. 중국인 평균 수명이 76인데.”

강 주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물론 수술이 순조롭다는 전제하에서지만. 순조롭지 않으면 20년도 힘들죠.”

좌자전은 할 말을 잃고 상대를 바라봤다. 동료를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도 의사밖에 없었다. 게다가 대부분 외과의. 내과 의사는 이렇게 대놓고 말하진 않는다.

“우리 사람이니까 솔직히 말하는 거예요. 심장 수술 위험이 낮은 것도 아니고. 개흉 수술, 체외 순환, 리스크가 얼마나 많아요. 하지만 곽 주임 상황은 미룰수록 어려워져요. 아직은 심장이 안 뛸 걱정은 없지만, 나중에 잘못하면 심근경색 리스크도 커져요.”

좌자전이 입을 삐죽이며 대답했다.

“곽 주임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실 텐데요.”

“곽 주임이 뭐라고 생각하는 게 중요한가요. 지금 이 심장으로는 벼락도 2년 정도밖에 못 뿜어요. 그 후로는 장담 못 한다니까요.”

“심장외과인데 말주변이 안 좋으시네요. 주임님 이러다가 우리 응급의학과에 계시면 3개월 있다가 바로 정형외과로 가시겠어요.”

좌자전이 고개를 흔들며 하는 말에 강 주임이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몸 상태가 별로라서, 여기서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영안실 가야 할 걸요.”

그 말에 좌자전도 뭐라고 받아칠 수가 없어졌다. 물론 할 말이야 많지만, 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한마디로, 이 상태면 빨리 결정해야 해요. 오래 끌면 심근경색으로 안 끝나요. 알죠?”

강 주임이 허탈한 듯 말을 이었다.

“듣기 싫은 건 아는데, 이런 환자를 너무 많이 봐서 그래요. 병세가 가벼울 땐 신경 안 쓰다가, 신경 쓰기도 전에, 시장 가려고 버스 타다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진다니까요.”

좌자전은 속으로 듣기 싫은 걸 알면서도 그렇게 말하냐고 생각했다. 하지만 강 주임이 말하는 리스크는 모두 사실이었다.

“그래서 자문을 구한 겁니다. 조영술 하기 전에 곽 주임님 치료 방안을 확정해야 해서요.”

좌자전은 ‘자문’을 강조했다. 그 점을 알아들은 강 주임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심장 우회술은 거기서 거깁니다. 지금 곽 주임 상태로는 내가 해도 돼요. 일단 동맥 우회하고, 그래도 안 되면 대복재정맥 하면 되거든요. 아니면 막힐 수 있어요.”

거기까지 이야기하고 좌자전의 눈치를 살핀 강 주임은 대놓고 드러난 그의 표정을 보며 다시 얼굴을 찌푸렸다.

“설마, 심장 우회술은 고려하지 않은 건 아니겠죠?”

심장 우회술과 심장 스텐트 수술은 앙숙이었다. 둘 다 사람을 살리는 중요한 방안이지만, 서로 싫어했다.

특히 심장 스텐트 수술이 점점 보급되는 상황에서 심장 우회술은 크게 배척받기도 했다. 안 그래도 스텐트 수술을 극심하게 싫어하는 강 주임은 더 가차 없이 말을 이었다.

“곽 주임 나이로는 우회술이 훨씬 나아요. 스텐트는 영구성이긴 하지만, 5년 뒤엔 다시 막혀요. 평생 약도 먹어야 하고. 대복재정맥 심장 우회술보다 훨씬 까다롭다고. 의사가 개흉을 무서워할 일인가요?”

“능 선생도 개흉 생각은 합니다. 다만…….”

“다만 뭐요?”

“다만, 능 선생은 심장 박동 비정지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강 주임은 정말로 멍해져서 한참 만에 겨우 입을 열었다.

“신기술이라고 다 좋은 기술이 아닌데.”

“그야 그렇습니다만.”

강 주임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물었다.

“어디에서 하려고요?”

“이제 막 나온 이야기고, 곽 주임님은 아직 모르십니다. 능 선생도 거기까진 말하지 않았고. 외부에서 고수를 초청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좌자전이 웃어 보이며 하는 말에 강 주임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심장 박동 비정지라…….”

많은 심장외과 의사에게 기술 발전이란 확실히 끊임없는 노력을 요구하는 일이다.

인공심폐장치를 쓰는 수술보다 심장을 멈추지 않는 무인공장치 수술이 아무래도 더 장점이 많았다. 체외 순환의 합병증도 피할 수 있고, 또 호흡기도 더 빨리 뗄 수 있고. 게다가 혈액 파괴가 적어서 수혈량도 줄고, 장기 쇠약 비률도 낮아진다. 나아가서 퇴원도 빨리할 수 있고.

그런데 심장 박동 비정지 수술에서는 체외 순환 준비가 여전히 필요하긴 하지만, 나이 먹은 사람에겐 각종 새 자재, 신기술이 얼마나 낯선지 모른다.

의사가 평생 공부해야 하는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지만, 이렇게 밀리듯 배워야 하면 스트레스가 클 수밖에 없었다.

“별로 주목하지 않던 분야라서, 가서 좀 알아봐야겠네요.”

강 주임은 드디어 마음이 좀 진정됐다. 당장에라도 유능한 의사 이름을 몇 명 댈 수 있지만, 그중에 누구로 결정되더라도 강 주임으로서는 제 체면도 살려야 해서 미리 물어보려는 것이었다.

제일 훌륭한 의사를 운화에 모셔올 수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

좌자전은 그제야 웃어 보였다.

“예, 예. 천천히 해 주십시오. 참, 지금 심장외과에 우회술 환자 있습니까?”

“그야 당연하지. 그건 왜 물어요?”

강 주임은 순간 긴장하며 되물었다.

“능 선생 공부 좀 하게 하려고요. 그건 심한 건 아니죠?”

좌자전이 껄껄 웃으며 심한 말을 했고, 강 주임은 망설이지도 않고 바로 거절했다.

“능 선생이 심장 수술하려면 심방 결손이면 충분해요. 심장 우회술이 얼마나 어려운데.”

“훅 정도는 잡을 만하잖아요.”

좌자전이 눈을 가늘게 뜨고 못생긴 얼굴로 귀여운 척하자, 강 주임이 더 못 믿겠다는 듯 대답했다.

“수술 시작해도 훅만 잡고 있겠냐고요.”

“집도의가 계신데, 훅 잡으라면 잡아야죠.”

좌자전은 거기까지 말해놓고 순간 정색했다.

“다른 생각은 하지 마시고요. 우리 능 선생이 어시할 자격도 없습니까? 아니면, 주임님 심장 우회술 솜씨가 걱정되셔서요?”

“자극하지 마세요.”

강 주임이 언짢은 듯 콧방귀 뀌고는 흔쾌히 도전을 받아들였다.

“내일 아침에 수술 들어오라고 해요. 선생님도 시간 있으면 들어오고. 내 심장 우회술 솜씨 제대로 보여드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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