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811화 (790/877)

가슴 열고, 대복재정맥을 꺼내는 동시에 타겟 혈관을 찾고…….

강 주임은 능연의 어시 아래 매우 순조롭게 일련의 작업을 마쳤다. 고개를 들어 시계를 봤더니, 평소보다 3분 정도 빨랐다.

순간, 강 주임은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수술은 사실 목공과 비슷해서 순조롭게 되면 기분이 좋아지기 마련이다. 물론, 쉴 새 없이 반복하다 보면 기분이 안 좋아지는 건 굳이 말할 것도 없지만.

강 주임은 기분이 평온해진 후, 오히려 조금 머쓱해졌다.

다른 사람 덕에 이득을 보고, 실력이 뛰어난 사람의 겸손한 협조를 받고 나니, 강 주임도 뭔가 해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안 그러면 불안감에 잠식될 것 같아서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대동맥 끝단 관상동맥까지 수술이 진행되자, 강 주임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능 선생, 이거 해볼래? 근단 문합은 시간 여유가 있으니까, 루페 쓰고 니들홀더랑 포셉 같은 조작 하면 돼. 처음 수술 배울 때, 교수님들도 이거부터 가르쳤지. 손맛 익히기엔 좋아. 미세혈관 봉합이랑 평소 봉합 차이도 느낄 수 있고.”

심장외과 의사가 우회술을 배울 때, 보통 대동맥-관상동맥 문합부터 시작한다. 강 주임이 지금 자리와 기회를 내주는 건, 진심을 다해 선의를 베푼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좌자전은 흡족한 듯 미소를 지어 보이며 강 주임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강 주임은 쓴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속으로 이러다가 2년 안에 능연과 곽종군이 심장외과에 참견하겠다고 생각했다.

능연은 당연히 고개를 끄덕였고, 걸음을 옮겨 집도의 자리에 서서 수술 부위를 관찰했다.

주치의 이량은 반농담인 듯 질투의 목소리로 말했다.

“주임님, 저보다 능연한테 더 잘해주시네요. 어시 생활 1년 넘게 해왔는데, 대동맥 앞 벽만 겨우 만지게 해주셔놓고.”

“능 선생이 오늘 긴 시간 우리 수술실에 있었잖아. 좀 만지게 해주자.”

강 주임이 어이없는 듯 한숨을 내쉬며 하는 말에 이량은 멈칫하고는 정말로 질투가 몰려왔다. 시간을 따지자면, 자기야말로 아침부터 밤까지, 연초부터 연말까지 함께 있는데, 오늘 능연이 아무리 오래 있어 봐야 자기만큼 희생했을까 싶었다. 하지만 자기가 아무리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일해도 1년 할 거 상대는 하루면 할까?

“포셉!”

그때, 능연이 기구 달라고 손을 내밀자, 강 주임은 무심결에 말리려다가 잠시 생각하고는 그냥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허탈하긴 해도, 능연 같은 의사를 가르치는 건 진짜 초짜 의사를 대하는 것처럼 엄격하게 할 수는 없으니까.

그의 수하 의사가 처음으로 이런 수술을 한다면, 먼저 지켜보다가 해도 되는지 허락받은 다음에야 움직일 것이다. 하지만 능연은 잠시 지켜보다가 곧바로 수술을 시작했다. 물론 능연으로서는 당연했지만, 강 주임은 완전히 마음이 놓이진 않았다.

그때, 포셉을 든 능연은 과감하게 오름대동맥 관벽을 집고는 가위를 요구했다. 강 주임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특별한 것 없는 동작이지만, 능연이 우회술 자체에 매우 노련하다는 것과 심장 해부 지식이 매우 정확하다는 걸 증명했다.

능연이 전에 심방 결손 수술을 했다는 걸 떠올린 강 주임은 또 생각이 많아졌다.

이러다가 1년 안 되어서 능연과 곽종군이 심장외과에 참견하겠네.

“가위.”

“메스.”

“거즈.”

능연은 빠르게 콩팥동맥 문합 부위의 지방을 자르고 오름대동맥에 절개구를 냈다. 심장 우회술이란 의학 용어 중에 가장 전달이 명확한 편이었다. 수술 과정도 다리를 놓는 것처럼 이식할 혈관을 통해 심각한 관상동맥 혈관을 우회해서 지나가는 것이다. 고가 다리를 세우는 것처럼.

능연이 지금 하는 것이 바로 이 고가 다리에 교차로를 만드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다리를 세우는 것보다 기본적인 작업이었다. 게다가 주치의가 사전에 설계하지 않은 교차로 위치였다. 그렇다고 해도 능연은 매우 재미있게 하고 있었다.

심장에 칼과 바늘을 대는 수술은 그야말로 귀한 기회였다. 심장외과를 통하지 않으면, 곽종군이라고 해도 이런 기회를 쉽게 주지는 못한다. 그리고 능연이 필요한 것도 바로 이런 기회 한 번이었다.

혈관 봉합 경험이 수두룩했고, 기술은 또 그랜드 마스터 급이라, 관상동맥에 고가 다리 하나 놓는 건 사이드 문합 방안으로 손쉽게 할 만했다.

수부 혈관과 비교하면 심장 혈관은 아차 하면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위험만 제외하면 봉합하기 쉬운 편이다. 어찌 됐든 굵기 자체가 같은 급이 아니니까 말이다. 심실에서 나온 표준적인 큰 혈관은 확대경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

능연 역시 지금 확대경 없이 하고 있고. 그 장면에 강 주임은 철저히 할 말을 잃었다. 주치의 이량은 눈이 데굴데굴 굴러갈 것 같았고.

능연이 지금 하는 건 매우 상징성이 있는 작업이었다. 운화병원 심장외과에서 강 주임이 수하 의사에게 우회술을 허락하느냐 아니냐, 판단하는 근거는 단 하나였다. 바로, 확대경 없이 근단 문합술을 해낼 것.

이량도 최근에 겨우 그 기준에 들었다. 그 기준에 들기 위해 평소에 밥 먹을 때 이쑤시개로 콩을 집는 등 무수한 노력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 능연의 움직임을 보고 있자니, 거대한 차이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수부외과 수술해본 사람은 확실히 다르네.”

이량은 조금 불안한 듯 꿍얼거렸다.

“음. 해부도 명확하고.”

강 주임이 나긋하게 대답했다. 그는 줄곧 능연이 이 방면을 얼마나 아는지 주시했다. 능연의 수술 기술은 이미 증명되었고, 지금은 심장 해부와 수술 방식에 대한 숙련도가 유일한 장애물이었다. 그런데 능연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능연이 근단 문합을 마친 걸 본 강 주임은 다시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러다가 곧 능연과 곽종군이 참견하겠네.

그 생각에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강 주임님, 제가 계속합니다?”

집도의 자리에 선 능연은 내려오기 싫어졌고, 강 주임에게 그렇게 말하며 얼굴에 이미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게…….”

강 주임은 이만 내쫓고 싶으면서도 그럴 수는 없어서 이렇게 물었다.

“할 수 있겠어?”

“그럼요.”

능연은 매우 시원스럽게 대답하고는 포셉을 요구했다.

강 주임은 아무래도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며 눈을 깜빡였다.

대부분 수술 원리는 매우 간단하고 직접적이다. 가장 간단한 건 단연코 절제다. 위궤양, 절제. 담결석, 절제. 고환 종양, 절제, 절제!

심장 우회술은 조금 더 복잡하지만, 사고회로는 매우 명확하다. 고가 다리에 혈류 통행만 늘리면 된다. 하지만 수술 과정은 너무나 복잡하다.

중세 시대에 서양 수술은 환자가 출혈 과다로 죽기 전에 수술을 마칠 수 있도록 속도를 추구했다. 요즘은 생명 유지 기술이 발전해서, 수술을 조금 느긋하게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심장외과 수술은 체외 순환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속도에 대한 요구는 더 높아졌다.

강 주임은 능연의 수술을 지켜보면서, 속도가 늦어지면 이어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긴 수술 시간을 벌었으니, 능연도 만족했겠거니 싶었다. 그러나 능연의 속도는 강 주임의 예상처럼 서툴지 않았다. 오히려 능연이 기구를 노련하게 사용하면서 스크럽 간호사와도 익숙해져서 능연의 속도가 점점 더 순조로워졌다. 원래 그래야만 했고.

능연은 수술 방안을 능숙하게 장악하고 있었고, 다만 이런 수술이 처음이라 적응할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뿐이었다. 물론, 강 주임 눈엔 적응 문제만으로 보이지 않았지만.

“능 선생, 우회술 해본 거야?”

강 주임이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드는 듯 묻자, 능연은 담담한 표정으로 여전히 수술에 집중하면서 대충 대답했다.

“그냥 배우기만 했습니다.”

“그냥 배우기만 했다…….”

강 주임은 따라 중얼거리고는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몰랐다. 이게 사람이 할 말이야?

“능 선생, 어디서 배웠어?”

옆에서 궁금한 듯 묻는 이량의 말에 강 주임 역시 눈빛을 빛냈다. 중요한 문제긴 했다. 특정 병원에서 기술을 배웠다면, 어떤 면으로는 그 병원 계열 사람이 되니까.

운화병원에서 실습생 생활을 마친 후 팔채향에서 근무하는 항학명은 운화계열 의사이고 능연 밑에서 배웠다고 할 수도 있었다. 엄격한 족보 개념은 없지만, 어찌 됐든 인맥 관리 쪽으로 출신 학교보다 더 믿을 만한 관계였다.

항학명이 도움이 필요할 때, 운화병원을 찾아오면 어느 정도 참작해주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운화병원에서 팔채향으로 지원 나갈 때도 자연스럽게 팔채향 병원에 주둔한다. 그렇게 왔다 갔다 하면서 관계가 더 밀접해진다.

능연과 축동익이 다른 사람 눈엔 바로 이런 유사한 관계로 보인다.

이량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능연을 바라봤고, 강 주임은 근심스러운 얼굴로 능연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런데 능연은 그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병원에서 배운 게 아닙니다.”

“병원이 아니면 어디서 배워?”

강 주임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툭 물었고, 능연은 웃기만 하고 대답하지 않았다. 매일 그에게 질문하는 사람이 가득했다. 톡까지 합하면 더 많고. 그걸 어떻게 일일이 다 대답해.

수술실에서도 사실 마찬가지였다. 면대면이든 톡으로든, 어차피 사람이라 차별 대우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싹 무시한다.

게다가 강 주임이 질문한 사이에, 능연은 재빨리 손을 놀렸고, 근단 문합도 곧 끝내 버렸다. 이 환자의 증상은 그렇게 심각한 것이 아니고, 관상동맥도 많이 막히지 않아서 간단한 우회술로 끝낼 수 있었다. 한 번에 혈관 여러 개를 접합해야 하거나, 여러 갈래 분기를 내야 하는 수술과 비교하면 이런 환자는 기본에 속했다.

그래서 능연도 명확한 사고회로로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집중해서 손을 놀렸다.

꿍얼거리던 강 주임은 문득 능연의 생각을 읽고는 저절로 안색이 변했다.

이 짜식이.

이대로 수술 전체를 능연에게 맡겼다가는 앞으로 우회술 하겠다고 나서면 반대할 이유가 없어진다.

“흠흠, 능 선생…….”

“잠시만요.”

미친 듯이 수술에 집중한 능연은 ‘대답하기 싫음’ 모드로 돌입했다. 수술 하나 하기 쉽지 않으니, 조용히 만끽하고 싶었다.

강 주임의 표정은 다채로워졌고, 한참 만에 겨우 입을 열었다.

“집도의는 나야…….”

주치의 이량은 속으로 웃으면서 내심 투덜거렸다.

우리한테는 사자왕처럼 굴더니, 능연은 참 조심스럽게 대하십니다! 겁나십니까?

“이량!”

강 주임이 갑자기 부르는 소리에 이량은 바로 생각을 거두고 아부하는 표정을 지었다.

“주임님, 말씀하십시오.”

“능 선생 실 정리 해주고, 이 포인트 봉합 끝나면 쉬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이었다.

이제 어시가 없으니, 수술 어떻게 계속하나 보자.

이량은 바로 알아듣고 서둘러 대답하고는 능연을 바라봤다.

“능 선생, 그럼 이 포인트 봉합 끝나면 쉬자고.”

“전 됐어요. 쉬고 싶으신 거면…….”

능연은 잠시 머뭇거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연 선생님, 이 선생님 대신 하세요.”

자기가 어떻게 하냐고 이야기하려던 연문빈은 그냥 입을 다물었다. 능 팀에서 능연은 말수도 적고 일도 잘 안 시키지만, 명령을 내릴 때는 기본적으로 매우 체계적이었다.

연문빈이 손을 씻고 장갑을 끼자, 강 주임은 긴장해서 발을 동동 구를 지경이었다. 좌자전은 강 주임이 뭐라고 하기 전에 옆으로 다가가 웃으며 조용히 말을 걸었다.

“강 주임님, 우리 능 선생, 수술 잘합니까?”

“잘해요. 상당히 잘해요.”

강 주임도 눈 뜨고 거짓말할 수는 없었다.

“합격 기준보다요?”

“그야 물론이죠.”

“사실 실수만 안 하면 되죠. 실수해서 수술에 문제가 생기면 3패니까요. 수술을 순조롭게 해내면 3승이고.”

“아…….”

강 주임은 좌자전을 바라봤다.

“좌 선생, 어째 뼈가 있는 말 같습니다.”

“능 선생은 수술을 제일 좋아합니다. 우회술도 혼자 몰래 배워왔어요. 우리도 깜짝 놀랐다니까요. 하지만 배웠으면 됐죠. 수술이란 게 배워두면 수술할 기회 없을까 걱정할 일은 없잖습니까. 물론 강 주임님이 가장 먼저 기회를 주셨고요.”

“뭘요.”

상대가 앞으로도 기회를 노린다는 걸 강 주임은 너무나 잘 알아들었다. 그렇긴 해도, 자신이 기회를 준 거라는 걸 좌자전이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억지로나마 좋아졌다.

그렇게 수술을 막거나 능연을 불러 내리려던 생각도 사라졌다. 지금 능연을 불러 내리는 건 의미가 없었다. 강 주임은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기술을 배우는 것이고, 기술만 배우면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찾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특히 능연은 응급센터에서 조금만 신경 쓰면 가슴 통증 환자 중에 우회술 할 만한 환자를 선별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강 주임은 그 생각에 웃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인정을 베풀면 돌아오겠죠.”

“그…… 말 나온 김에, 우리 능 선생 우회술 기술 등급이 어떤 것 같습니까?”

좌자전 역시 능연이 혼자 우회술을 해내는 걸 본 데다가, 능연의 기술에 자신감이 넘쳐서 그렇게 묻는 것이었다. 다른 의사에게 추천해도 될까 싶어서.

기준을 조금 낮추면, 능연처럼 혼자 우회술을 해낼 수 있는 의사는 기본적으로 이 기술을 장악했다고 봐도 된다. 게다가 심장외과 초짜 의사보단 훨씬 뛰어날 것이고.

질문을 들은 강 주임은 장외에서 장내로 돌아와 능연의 수술을 꼼꼼히 관찰할 준비를 했다.

그렇게 관찰하고, 관차아알 하고, 관차아아알 하다가…… ‘아악’ 하며 ‘시발’부터 시작한 육두문자를 늘어놓다가 좌자전을 돌아봤다.

“그야 당연히 매우 훌륭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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