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814화 (793/877)

“상관없는 사람은 다 나가고, 남고 싶은 사람은 이름 적어요.”

순회 간호사가 사람을 내쫓지 못하자, 결국 수간호사가 바로 필살기를 꺼내 들었다. 그러자, 얼굴을 붉힌 채 나와서 서명하는 몇몇 어린 간호사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은 속속 밖으로 나갔다. 그냥 보는 건 좋지만, 이름까지 남기라는 건 아무래도 좀 귀찮았다. 게다가 수간호사가 곧 폭발할 것 같았고.

수간호사의 팔을 잡고 애교 부릴 등급이 아닌 간호사들은 하하호호 밖으로 나가서 아까 봤었던 서양물에 관해 이야기하며 모처럼 찾아온 느긋하고 즐거운 시간을 만끽했다.

좌자전은 그제야 몰래 실습생 제윤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잠시 후, 제윤조가 폴짝폴짝 능연을 따라 수술실로 들어온 다음 수술 베드 곁에 서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마연린을 살폈다.

“느낌 어때요?”

사람들을 다 내쫓은 수간호사가 그제야 웃음을 보였다. 아직 실습생인 제윤조는 멍하니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포르말린에 담긴 거랑 확실히 다르네요.”

“당연하지!”

수술실 환경에 조금 적응한 마연린은 이제 더는 술을 권하거나 혹은 남이 권하는 술에 충동적으로 되거나 할 때는 지난 임원처럼 오히려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술자리 신입을 직면할 수 있게 됐다.

제윤조는 휙 고개를 숙였다가 능연을 바라봤다.

“능 선생님, 저도 메스 한 번 대봐도 돼요?”

마연린은 이제 막 남이 권하는 술에 적응했는데 바로 한 병 비우라는 소리를 들은 사람처럼 당황했다.

“잠시만, 내 여긴 네가 아무렇게나 연습하는 데가 아니거든!”

제윤조는 마연린을 상대도 하지 않고 간절한 눈빛으로 능연을 바라봤다.

“능 선생님, 젊은 의사가 경험이 있어야 성장하죠.”

“오늘은 안 돼.”

능연이 바로 거절했다. 칼질 몇 번이면 끝날 수술을 제윤조에게 주는 건 불가능했다. 나누는 것도 말도 안 되고.

“네.”

사실 제윤조도 그렇게까지 아쉽진 않았지만, 일부러 마연린에게 농담했다.

“아깝네요. 아니면 리본 매듭지어줬을 텐데. 저 어릴 때 만들기 숙제 점수 높았거든요.”

마연린은 제윤조가 농담한 것을 깨닫고 흥흥댔지만, 놀라서 오줌 쌀 뻔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었다. 누군가 목숨줄을 베려고 하는데 당연히 놀랄 수밖에.

곽종군도 이 순간 능연을 관찰하고 있었다. 젊은 의사와 경력 많은 의사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의외의 상황에 대한 대처였다. 능연의 수술 중 대처는 이미 충분히 훌륭하고, 곽종군도 100% 신임했다. 하지만 현실 세계의 수술이란 단순한 수술이 아니어서 장외 요소의 영향이 불가피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의사가 직접 치료하지 않는 범위엔 가족과 지인도 포함된다.

현대 서전은 그 영향을 더 받는다. 전형적인 암 절제 수술 때도 덜 자르다가 재발이 예상보다 빨랐다는 등등의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곽종군은 능연을 믿고 싶고, 능연에게 수술받고 싶었다. 자기는 준비됐는데, 능연이 준비됐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능연은 발걸음도 가볍게 집도의 자리에 섰다. 오늘 수술은 이론적으로 의사 하나, 기껏해야 간호사 하나 더 있으면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수술이었다. 하지만 능연이 하는 수술인 데다가, 수술과 인원이 충분해서 언제나처럼 5인 팀이 따라붙었다.

어찌 됐든, 마취도 마취의에 간호사까지 있을 정도로 응급센터가 이번 수술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 수 있었다.

모두의 기대와 흥미가 가득한 시선 속에, 능연은 바로 메스를 들지 않고 상의하듯 물었다.

“어떤…… 스타일이 좋아요?”

그냥 해부면 간단하지만, 포경 수술은 외형 조건도 있으니까 잘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곽종군은 조금 유감스럽기도 개운하기도 했다. 마연린은 기겁했다. 능연이 칼을 잡자마자 휘두르면 몇십 초 만에 수술이 끝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하로서든, 환자로서든, 옆에 메스가 주르륵 놓인 의사를 거스를 엄두는 없어서 그냥 고분고분 대답했다.

“능 선생의 심미안을 믿습니다. 예.”

지켜보던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름다움이라면 물론 능연이 가장 설득력이 있으니까.

그때, 한쪽에 있던 곽립청이 풉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곽 주임님?”

능연은 그의 의견이 매우 궁금했다. 곽립청은 조심스럽게 곽종군의 표정을 살피고는 미소 지은 얼굴로 앞으로 나섰다.

“이쪽 스타일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내가 좀 잘 알잖아.”

곽립청은 핸드폰을 꺼내 뒤적여서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대부분 환자한테 고르라고 하거든. 자자, 이것 좀 봐봐요. 이게 자주 보는 스타일인데…….”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곽립청의 핸드폰 액정을 바라봤고, 그의 손가락의 위치에 따라 스타일이 다른 방망이들을 보게 되었다.

“정말 훌륭하네요.”

의사 하나가 놀라움에 혀를 내밀면서 역겨운 마음을 억누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마연린은 볼수록 긴장되고, 볼수록 망연해졌다.

“어떻게 골라야 할지 모르겠어요.”

“나라면 이거로 한다.”

마연린의 대답을 예상한 곽립청은 바로 사진을 하나 꺼냈고, 마연린은 왜냐고 물었다.

“내가 알기로 위 선생이 이런 스타일 좋아하거든.”

“아…….”

사람들은 저마다 이해했다는 듯 탄성을 질렀고, 마연린은 그냥 그걸로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한참 동안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자, 마연린은 마취 상태인 줄 알았다. 다시 눈을 떴더니, 능연이 이미 장갑을 벗고 있었다.

“수술 끝. 순조로웠어요.”

능연은 마연린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평소와 다름없는 답을 주었다.

“이렇게 끝났다고?”

“능 선생 수술이 어떤지 아직 모르냐? 슉슉슉, 봉합 끝.”

여원이 담담하게 하는 말에 마연린은 뭐라고 하면 좋을지 몰라 입만 뻐끔댔다. 능연의 수술을 그렇게 많이 봐와서 능연의 수술 속도에 당연히 적응했지만, 막상 자기가 환자가 되자 느낌이 달랐다.

마연린은 심지어 아까 눈을 감고 있었을 때 느꼈던 갖가지 감정들을 되짚어보기 시작했다.

“휴가 며칠 줄 테니까, 푹 쉬어요.”

능연은 명의 다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경쾌하고 밝은 말투가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그와 동시에, 새로운 퀘스트가 튀어나왔다.

- 퀘스트: 의사의 수련

- 퀘스트 내용: 본원 의사 수술 세 번 할 것

- 퀘스트 보상: ‘초음파 심전도’ 판독(마스터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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