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퀘스트 완성: 의사의 수련
- 퀘스트 보상: ‘초음파 심전도’ 판독(마스터급)
능연은 반짝이는 작은 책을 흡족한 얼굴로 품에 넣었다.
초음파 심전도는 심장 해부 구조를 이용하는 데 쓰이고, 응용 범위가 넓다. 특히 수술 중에는 심장외과 의사의 눈이 되어 준다.
전엔 이 방면 기술을 전혀 모르던 능연이 바로 스킬을 얻은 건, 복습할 시간을 몇 달은 아낀 것이다. 완곡하게 표현하면 좌자전의 남은 인생만큼 아낀 셈이었다.
“푹 쉬고요, 앞으로도 면역력 조심해요. 감기 안 걸리게 최대한 신경 쓰고.”
능연은 편도선염 수술을 마친 의사 환자를 향해 몇 마디 당부를 남겼다. 환자이긴 해도, 본업이 의사라서 자기 상황이 어떤지 잘 아는 의사는 그래도 평온한 편인 표정으로 ‘우우’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곁에 있던 좌자전이 대변인이라도 된 듯 입을 열었다.
“능 선생, 직접 수술해줘서 너무 좋대. 수술도 매우 만족하고. 뭐라고 감사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또 닥터스 오더 반드시 지키고, 적극적으로 몸 돌볼 거고, 상황 생기면 바로 보고 한대. 또 수술 중에 능 팀 구성원의 따듯한 보살핌도 감사한대. 환자 보호자도 안정적인 상태고, 수술 전 준비도 잘 됐고, 수술 회복도 기대하고 있대. 맞지?”
2분 동안 주절대던 좌자전은 막 편도선을 제거하고 망연하게 눈을 뜨고 있는 의사를 바라봤다. 의사는 머뭇거리면서 또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좌자전은 ‘아이가 말을 잘 들으면 아비는 기쁘다’ 표정을 지으며 안도했다.
운화병원엔 환자가 넘쳤지만, 운화병원산 환자를 구하는 건 쉽지 않았다. 좌자전은 자신의 노력이 헛수고가 아니었음을 기뻐하며 칭찬을 바라는 얼굴로 능연을 바라봤다.
“잘했어요. 다들 고생했어요.”
능연은 좌자전의 이런 표정에 매우 익숙했다. 그에게 고백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해도, 짝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에게 강렬한 호감을 느끼는 행인 1이라고 해도, 그에게 도움 되는 일을 한 후엔 기대를 바라는 일이 그의 인생에선 가득했다.
능연도 그걸 캐치했을 땐 기본적으로 호응해 주었다. 그의 세상은 원래 그랬다. 단순하고 순진하고, 상부상조하고. 개인의 시간과 정력 문제로 모든 이에게 일일이 호응하지 못해도, 사람들이 자길 신경 써주는 상태일 땐 능연도 항상 정신을 바짝 차렸다.
노력 좀 해서 세상에 돌려줄 수 있는 상황이면, 노력 좀 하는 게 당연했다.
능연은 수술실에서 나가기 전에 잠시 환자를 바라보며 시진하고, 문제없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밖으로 나갔다.
오늘 수술 느낌이 참 좋았다. 편도선염 수술은 매우 간단하고 난도도 낮은데 신선도는 또 높았다.
서전으로서 새로운 유형의 수술을 접하는 것 혹은 구 유형이라도 새로운 모습을 보이면 온몸이 짜릿해지기 마련이었다.
능연은 기분 좋게 목욕하고는 휴게실로 돌아갔고, 바로 수술실에 들어가지 않고 일단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기로 했다.
“제윤조.”
어디로 새려는 듯 살금살금 움직이던 후배 제윤조를 발견한 능연이 그녀를 불렀다. 제윤조는 재빨리 걸음을 멈추고는 꿈꾸던 바를 등 뒤로 날리며 생긋 웃어 보였다.
“예. 저 여기 있어요. 어제 선생님이랑 종일 수술하고 오늘 아침엔 차트 쓰는 제윤조요.”
“슬라이드 쓸 줄 알아? 초음파 심전도 채널 좀 열어볼래?”
능연은 휴게실에 설치된 TV를 가리켰다. 의사 생활이 길어질수록, 경력이 늘어가면 갈수록 일상 생활에는 무능해진다. 비판적인 언어로 말하자면, 저능한 능력자랄까.
경력 많은 진료과 주임들은 돈 꺼낼 줄도 모르게 되어서, 어딜 가든 얼굴로 결제하는 최첨단 기술을 미리 만끽하기도 한다.
능연은 슬라이드나 관련 설비 사용법 같은 걸 배우는 데 별 흥미가 없었다. 복강경이나 슬관절경도 다 익히지 못했는데 흉강경까지 시작해서 바쁘다고 하면 정말로 바빴다.
그에 비해, 수술을 더 많이 하고 싶어 하는 제윤조는 그런 쪽으로 빠삭해서, 능숙하게 리모콘을 꺼낸 후, 컴퓨터를 열어 히아신스 사이트에 접속해서 초음파 심전도를 검색했더니 금세 우르르 나왔다.
“처음 나온 거 열면 돼.”
능연은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제윤조를 조종했다.
M형 초음파 심전도가 바로 모니터에 나왔다. 주르륵 나열된 영문과 숫자, 그리고 뭐가 뭔지 잘 모를 초음파 도면이 모니터에 깜빡거리며 바뀌었다.
능연은 TV에서 나오는 설명을 말없이 들었다. 마스터급 초음파 심전도 판독이 있어서 모니터의 예시를 바로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전문가들이 뭐라고 말하는지 궁금했다.
“의사가 되려면 이런 것도 배워야 하나…….”
제윤조가 멍해져서 은근 두려운 듯 중얼거렸다.
“안 배워도 되니까 안심해라.”
마침 쉬러 들어온 연문빈이 미소 가득한 얼굴로 말을 꺼냈다.
“똑똑한 의사나 배우는 거야.”
“그, 그건…… 제가 똑똑한 의사가 아니라는 말씀이신가요?”
“누구랑 비교하냐에 따라 다르지. 안 그래?”
모처럼 여자와 이야기할 기회가 생긴 연문빈은 꽤 적극적으로 대답했고, 그런 그의 적극성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제윤조는 참 거슬리는 말이라고만 생각하고 얼굴을 찌푸렸다.
“두루두루 비교하면 되잖아요. 보통 의사, 평균적으로.”
“그럼 보통이지.”
제윤조를 바라본 연문빈은 순간 운대 졸업한 이 실습생이 꽤 마음에 들었다. 눈을 찌푸리고 있는 것도 자기가 한 말을 심오하게 받아들여서 그런 것이라 여기면서.
제윤조는 심오하다 못해 폭발할 지경이었지만, 연문빈이 선배인 걸 생각해서 표현하지 않고는 고개를 숙이고 콧방귀 뀌었다.
누가 보통인지 모르겠네.
연문빈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제윤조의 모습에 내심 흡족해하며 자랑하듯 설명해주었다.
“이건 초음파 심전도, 앞으로 배울 거야. 심장외과에서 자주 쓰는 검사 수단이거든. 그러니까 자신 없으면 심장외과 가지 마. 배울 게 너무 많다.”
“아, 네.”
젊은 피 제윤조가 그런 잔소리를 견딜 수 있을 리 없었다. 속으로 오늘 집에 가면 지가 잘난 줄 아는 레지던트 욕 잔뜩 늘어놓은 글 좀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선임 레지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