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선생, 족발 좀 드세요. 여 선생, 뭐 해. 족발 좀 찢어드려. 손님 대접은 해야지.”
응급센터에서 위가우를 발견한 좌자전은 할 일 없는 사람처럼 식사 대접까지 했다. 물론 대접이라고 해봐야 족발이지만. 사실 하늘에서 떨어진 맛있는 음식은 둘째치고, 응급센터에서 준비한 음식도 아까웠다.
하지만 좌자전은 사회성 넘치는 사람이었다. 위생 병원에 있을 때, 설사 어제 뒤집어지게 싸운 사람도 오늘 병원에서 만나면 차별하지 않던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래서 좌자전은 위가우를 좋아하지 않지만, 완전히 적으로 만들고 싶진 않았다. 원사 사부도 있는 사람이고. 그 사부가 달려오면 곽 벼락도 벼락을 뿜지 못하니까.
그래서 좌자전은 상대에게 족발을 대접했다. 그러나 위가우는 족발이 그다지 먹고 싶지 않았다. 특히 여원이 찢어준 족발은.
장난해? 저 손으로 조금 전에 똥 꺼냈다고.
위가우의 머릿속에 여원이 열심히 일하던 모습이 n번째로 떠올랐다. 작은 손이 서서히, 조금씩, 검지를 펼치더니 살며시, 살며시 항문을 찌르고, 찌르고…….
위가우의 귓가에 환자의 BGM까지 들렸다.
아……. 오……. 음…….
칠십 넘은 할아버지가 꾹 참으면서 내는 신음을 떠올린 위가우는 쓸데없이 응급센터에 온 사실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먹어요.”
여원은 큰 거위 먹이듯이 접시를 밀어서 기름진 족발을 위가우 앞에 가져다 놓았다.
“아, 배가 그렇게 고프지 않네요.”
“아까 장갑 꼈거든요.”
위가우가 완곡하게 자신의 기분을 표현했다. 위가우의 생각을 여원이 왜 모를까. 하지만 자기가 찢은 족발을 먹는 위가우를 보고 싶었다.
변비는 매우 일반적인 질환이고, 심각하지도 않다. 적어도 장경색보다는 훨씬 가벼운 병이고, 여러 번 겪은 환자도 많다. 하지만 항문외과 의사 말고는 잘 견디지 못한다.
위가우 같은 심장외과 전문의는 설사 타과 간 이식을 시작했다고 해도, 여전히 깔끔하고 정갈한 층류 수술실을 쓰는 사람이라 환자가 똥을 뿜을 수 있는 수술은 매우 낯설었다. 똥 꺼내는 장면도 당연히 좋아하는 장면이 아니었고.
“위 선생님, 체면 차리지 말고요.”
여원은 일부러 검지를 펼쳐 족발을 눌렀다가 살짝 구부려서 튕겨 주었다.
“색까지 비슷하잖아요.”
위가우는 갑자기 한숨을 내쉬고는 조금 살아난 것처럼 굴면서 자신의 박학다식을 뽐내기까지 했다. 여원은 멈칫하고는 유심히 족발을 들여다보다가 즉시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돼. 이것 봐요, 족발은 간장색이잖아요. 아까 그 환자 변은 붉은빛을 띠는 황흑색이었어요. 햇빛 아래서 볼 땐 차라리 보라색에 가깝죠.”
위가우는 순간 어이없어졌다.
“자세히도 관찰했네요.”
“이 정도쯤이야 한 번 보면 기억하죠.”
여원은 조금 뿌듯해졌고, 위가우는 그런 여원을 바라보며 그녀를 높이 사기 시작했다. 한눈에 이런 걸 알아보고 또 기억도 똑똑히 하는 등, 이렇게 세심해지려면 평소에 얼마나 노력했을지. 그리고 이런 노력은…….
“위 선생, 우리 곧 수술 가야 합니다.”
좌자전이 재촉하기 시작하자, 위가우는 이대로 일어나서 나가고 싶은 심정으로 ‘아’ 하고 대답했다. 하지만 좌자전의 표정에 위가우는 이대로 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약한 모습을 보였다가 조림 계란이 나중에 뒤에서 무슨 말을 꾸밀지 모를 노릇이니까.
위가우는 눈을 감았다가 뜨고는 1/4로 찢어진 족발을 노려보다가 힘껏 씹기 시작했다. 여러 해 전에 처음으로 해부실에 가서 포르말린에 담긴 시체를 볼 때와 비슷한 표정이었다. 다만 그때는 코와 눈이 고생했고, 지금은 입과 혀가 고생한다는 점이 다르면 다르달까.
조금 느끼한 족발을 씹는 감촉이 이에 닿는 순간, 위가우는 속까지 뒤집혔다. 다행히 버티면서 한 입, 두 입 씹었고, 세 번째 씹었을 땐 조금 침착해져서 맛을 느끼기 시작했다.
“괜찮네요. 이 정도면 맛있는 족발이야.”
위가우는 조금 전 표정을 감추며 맛 평가를 하기 시작했다.
“연문빈이 족발을 잘 만들긴 해요.”
여원이 콧방귀 뀌고는 족발을 들고 먹기 시작했다. 위가우는 입을 다물었다. 능 팀 구성원들은 하나 같이 기술은 평범한데, 각 영역에서 특별한 점이 있어서 신경을 쓰지 않으려야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억지로 족발 하나를 먹은 위가우는 곧바로 돌아갔고, 오후가 되어서야 다시 몰래 응급센터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일반외과 부주임까지 데리고 와서 곽종군이 돈으로 지은 자랑용 참관실로 곧장 향했다.
응급센터 다른 의사들은 보고도 못 본 척했다. 다른 과 의사들과 비교하면, 응급센터 의사들은 보호자가 환자 곁에서 치료를 지켜보는 상황에 익숙했다. 참관실이 생긴 후로는 일정 조건이 있긴 해도 본원 의사나 본원 의사가 초청한 의사는 아무런 제한 없이 출입했다.
위가우는 사실 이 참관실이 마음에 들었지만, 한마디 평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너무 사치스럽네. 요즘은 라이브 중계도 좋은데, 이런 참관실까지 필요한가.”
“그래도 라이브 중계로 보는 거랑 다르죠.”
함께 온 부주임이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뭐 얼마다 다르다고요. 기술 배우려면 어차피 반복해서 틀어 볼 수 있는 영상이 더 좋은 거 아닌가요. 현장 직관은 오히려 집도의 기분 맞춰주는 거에 가깝지.”
위가우가 툴툴거리는 소리에 주위 사람들의 눈이 저절로 돌아갔다. 오늘 참관실엔 위가우를 제외하고 다른 의사는 일고여덟 정도뿐이었다. 사람들은 위가우가 하는 말에 대꾸할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낯선 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위가우도 재미가 없어져서 서서히 입을 다물었다. 잠시 후, 아래층 수술실에 능연이 들어왔다.
“개흉 준비 다 끝났습니까?”
저 말투에 적응되지 않는다니까!
위가우가 입을 삐죽였다. 자신의 부하였다면 바로 욕을 해줄 정도였다. 하지만 능연이니 그 누구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능연 앞에 시스템 화면이 번쩍였다.
- 퀘스트: 감탄스러워!
- 퀘스트 내용: 의사들이 감탄하게 만들어라.
- 퀘스트 보상: 중급 보물 상자 (0/3)
마취과 간호사와 마취과 실습생은 약품 바구니들을 잔뜩 수술실로 옮겨와서 쉴 새 없이 비상 약품을 늘어놓았다. 냉장고에도, 약상자에도, 의사 옆에도,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그 모습이 털을 잔뜩 세우고 뼈다귀를 쫓는 개 같았다.
주사기도 상자째 탄약 상자처럼 수술실 곳곳에 구석구석 쌓아 놓았다. 드라마에서 볼 때는 상당히 아름답게, 심지어 깔끔하게 놓여 있지만, 현실 병원에서는 그렇게 따질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수술 준비 단계는 실습생의 천하이다. 그리고 마취과 실습생이든, 수술과 실습 간호사든 ‘이게 뭐더라?’라는 문제에 직면한다.
수술실에서 쓸지도 모르는 설비, 체외 순환에 쓰는 설비, 자체 회수용 설비 등등, 모두 수술실 구석에 아무렇게나 쌓여 있다. 수술이 시작되면, 이런 설비들은 망아지처럼 아무렇게나 끌려와서 전선 꽂고 커버를 덮고 묵묵히 일하다가 끝나면 다시 멀리 꺼지게 된다.
마취의, 혹은 체외 순환 기사는 이런 체외 순환 설비, 자체 회수 설비를 게이머 주변에 있는 컴퓨터 취급한다. 상응하는 자리에 고정되어 있지만, 밑에 바퀴가 달려서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이다. 딱히 용도가 있어서 쓰는 게 아니라, 훈련하기 위해서 쓰는, 부름을 받지 못한 실습생처럼.
“준비 단계도 이렇게 떠들썩하다니, 심장외과 수술은 참 화려하네요.”
참관실에서 위가우 옆에 서 있는 일반외과 부주임은 그런 칭찬을 늘어놓으면서 참관실 분위기를 띄우려 했다.
방 안에 저마다 다른 진료과 의사들이 품종 다른 개처럼 한 상자에 담겨 있으니, 분위기가 좋으면 털 관리에도 도움이 될 테니까.
나이가 젊은 편인 위가우는 어리고 사나운 품종이라, 일반외과 부주임의 선의의 처치를 무시하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심장외과는 지도력이 가장 필요한데, 수술 전 준비를 이렇게 엉망으로 하면 수술할 때 힘들죠. 저러다 약품을 제때 못 찾으면 의료 사고 난다고요.”
“지금은 다 실습생이고, 이따 수술 시작하면 선임 간호사랑 마취의 들어올 거예요.”
“실습생이니까 더 엄격하게 트레이닝 해야죠. 나중에 수술하면 폭탄 같은 존재니까.”
위가우는 체면도 차리지 않고 태클을 걸었다. 비슷한 수술을 너무 많이 해서, 눈알만 굴려도 바로 실수가 보였다.
참관실 사람들은 못마땅한 듯 흘겨봤다.
“대체 어느 병원이길래 그리 큰소리치십니까?”
어느 의사가 묻는 말에 위가우가 싱긋 웃으며 이름을 대려고 하는데, 부주임이 먼저 목을 가다듬으며 가로챘다.
“적 원사님 제자, 위 선생이야.”
적 원사가 누구인지 바로 모를 수 있어도, ‘원사’라는 타이틀은 너무나 분명했다. 참관실에 있던 의사들은 다들 입을 다물었다.
위가우는 사람들의 그런 표정에도 전혀 통쾌하지 않았다. ‘적 원사 제자’ 이런 호칭은 지금 그로서는 더는 칭찬이 아니었다.
“저는 기술 측면으로 분석한 겁니다. 심장 수술은 상상 초월할 정도로 위험해요. 그래서 더 엄격한 규칙으로 관리해야 하고요. 실습생은 쓰지 않는 게 좋아요. 선임 간호사, 선임 마취의가 처음부터 팔로우해야 더 안정적입니다.”
위가우는 가르치듯 줄줄 내뱉었고, 사람들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아래 수술실을 바라보는 척하며 껄껄 웃기만 했다.
부주임도 껄끄러워져서, 위가우의 말이 멈추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거짓 웃음을 지으며 말을 꺼냈다.
“위 선생, 우리 운화병원 수술 준비는 이런 식으로 역할 분담이 다 되어 있답니다. 인원과 효율 다 고려해야 하니까요.”
“음, 사실 이해는 합니다.”
위가우 역시 짐짓 웃어 보였다. 그 역시 입으로만 하는 소리지, 정말로 수술 전 준비 같은 걸 모두 완벽하게 할 순 없었다.
사실상 불완전한 상태에서 불완전한 수술을 하는 게 외과 수술실에서 가장 흔한 풍경이다. 마음에 드는 마취과 의사 대신, 약 하나 놓는 것도 느린 중년 느끼남이 있어도 어쩔 수 없을 때가 많다. 그럴 땐 완벽한 수술실이고 뭐고, 엘리트인 자아도 다 없어질 지경이 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위가우는 다시 아래층 준비 작업을 바라보다가 무시하는 마음이 더 강해졌다. 심장외과는 의사의 실력만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고, 전체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요즘 병원에서 왜 심장외과 수술을 그다지 반기지 않을까. 크게 돈이 되지 않는 게 당연히 가장 큰 원인이고, 복잡한 기술과 지극히 높은 협조가 필요한 수술이라는 것도 큰 요인이었다. 간단히 말하면, 돈도 못 벌고 어려운 수술이었다.
하지만 일반외과 의사로서, 자아에 도전하려는 천재로서, 돈은 둘째치고, 가치가 있는지, 의미가 있는지가 더 중요하지.
위가우는 입을 삐죽이며 속으로 운화병원이 이런 상황이면 능연은 팀을 꾸리는 것만 해도 몇 년은 걸리겠다고 생각했다.
치이익. 수술실 문이 열리고, 능연이 두 무리를 끌고 질서정연하게 안으로 들어왔다.
위가우는 저도 모르게 흠칫했다. 드라마에서 보는 의사들은 나란히 잘 걷지만, 현실 의사들은 대충대충 걷는 게 일상이다. 젊은 의사들만 저렇게 질서정연한 거면 모르겠지만, 각 진료과 중년 의사들까지 저렇게 발맞춰 들어오는 걸 보면 능연의 위치가 어떤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것이 능연의 지도력인가?
그 단어를 떠올린 위가우는 불안한 듯 몸을 비틀었다.
저 나이면, 진료과 과장이 되려면 아직 멀었고, 같은 업계 다른 사람을 컨트롤할 능력이 가장 약한 시기인데.
“능연은 결국 응급센터 센터장이 되겠죠.”
위가우가 불현듯 하는 말에 일반외과 부주임은 멈칫하다가 곧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뿐만 아니라, 참관실에 있는 다른 의사들도 무의식중에 고개를 끄덕였다.
능연이 언젠가 곽종군의 자리를 이어받을 거라는 건 운화병원에서 거의 공인된 사실이었다. 곽종군도 그런 생각을 감추려고 하지 않았고.
응급센터 내부 다른 부주임과 주임들은 생각이 많을 수밖에 없지만, 저항하진 않았다.
위가우는 콧방귀 뀌며 운도 좋은 놈이라고 생각했다.
“시작합시다.”
아래층에 있는 능연은 이미 수술 시작을 선포했다. 이미 작업 모드에 들어가 있던 의사와 간호사는 그 순간부터 질서정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취는요?”
능연은 오른쪽에 있는 마취의를 바라봤다.
“네, 준비됐습니다.”
오늘 마취의는 중년이지만, 그래도 꽤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능연과 함께 일하려면 적극만이 살길이었다.
위가우는 위에서 관찰하며 능연의 놀라운 영향력을 깨달았다. 이 순간, 그의 머릿속에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기술과 협력은 다 부수적인 거고, 결국은 실력이야.
그 생각에 위가우는 다시 평온해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심장을 다 열 줄은 몰랐다.”
능연과 함께 수술에 들어온 연문빈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응급센터 수술실이고, 위에 참관실이 있지만, 대빵들은 없으니 연문빈도 매우 자유롭게 행동했다.
그는 콧노래를 부르면서 능연의 움직임에 따라 노련하고 리듬감 있게 어시했다.
그런 연문빈의 모습에 위가우는 자연스럽게 능연에게서 시선을 떼고 그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저 근육 의사, 응급센터 사람 아니던가요?”
“연문빈이요? 당연하죠. 응급센터 헬스 달인이요. 전에 드신 족발도 연 선생이 졸인 거고.”
일반외과 부주임은 바로 연문빈의 이름을 부르며 정보도 줄줄 읊었다.
“심장외과 수술 얼마나 했어요? 오래되진 않았죠?”
“두어 달? 서너 달? 같은 과가 아니라서 잘 아는 건 아니에요.”
“서너 달 만에……?”
“연 선생이 꽤 괜찮게 하나 봐요?”
위가우가 입술을 핥으며 하는 말에 일반외과 부주임이 한마디 했다. 위가우는 다리를 떨며 한참 침묵하다가 대답했다.
“뭐랄까, 잘하는 건 아닌데 서너 달 만에 박자 맞추는 것만 해도 대단하죠.”
“연문빈도 조금 천재 재질이라는 말인가요?”
일반외과 부주임은 저도 모르게 턱을 치켜들며 연문빈을 조금 높이 사는 눈으로 바라봤다. 차도 있고 집도 있고, 투잡도 하는데 거기에 기술까지 있으면 정말로 좋은 사윗감 아닌가?
“손 쓰는 거 보니까 천재까지는 아니고요.”
위가우는 천재 이름표를 함부로 달아주고 싶진 않았다. 게다가 이런 거친 의사에게는.
“능연은 조금 천재 재질이긴 하죠. 연문빈은 그냥 좀 노련한 어시 정도? 우리 진료과 젊은 의사들이 풀 수술량으로 구르면 몇 달 만에 저 정도는 해요. 그리고 우리 진료과 젊은 의사들 기초가 더 좋고.”
일반외과 부주임은 바로 알아듣고 웃어 보였다.
“풀 수술량이라니 그건 잘 알죠. 요즘 능연 수술량도 장난 아닙니다.”
“그야 나도 알죠. 하지만 서너 달이면 하루에 10시간 정도지, 뭐.”
보통 심장외과 의사는 주에 수술 네다섯 번 하니까, 하루에 평균 10시간이면 충분했다. 수월한 수술은 평균 수술 당 서너 시간이면 끝나고, 조금 어려운 수술이라고 해도 10시간 남짓하면 충분했다.
일반외과 부주임은 위가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당연히 알아서 피식 웃으며 나지막이 대답했다.
“넘을걸요.”
“넘는다고요?”
“연문빈도 꽤 열심히 해요. 게다가 능연 밑에 있으면서 직책이나 보너스 걱정할 일도 없고, 응급센터엔 지금 연수의도 많고, 잔심부름할 사람도 많거든요. 우리랑 비교할 수 없죠.”
일반외과 부주임은 저도 모르게 투덜거렸다.
응급센터의 대우와 조건과 비교하면 엘리트 진료과인 일반외과도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도 어쩔 수 없었다. 병원이나 진료과엔 수술량이 가장 기본적인 수입원이고, 소수 인원으로 많은 수술을 해내면 진료과와 병원 평균 수입과 총수입 모두 크게 올라가는 건 당연했다.
엘리트 진료과인 일반외과도 바쁜 의사도 매주 2, 30건 수술하지만, 그나마도 큰 수술이 아니고 그걸 다시 인원수로 나눠야 하니, 응급센터처럼 마음껏 보너스를 뿌리거나 연수의, 페이닥터를 모집하지 못한다.
그러나 능 팀에게는 어린애 장난 같은 수치였다. 능연의 매일 수술 시간은 10시간부터 시작이고, 조금 흥분한 날엔 20시간도 한다.
사실상 최근 능연은 상태가 매우 좋아서 빈번하게 20시간 동안 수술을 해댔다. 게다가 운화병원 다른 심장외과 의사들과 달리, 능연의 수술은 처음부터 끝까지 2시간이면 끝날 때가 많아서 앞뒤 자르면 30분이면 끝날 때도 있었다.
물론 연문빈은 그 앞뒤를 맡아야 하는 어시라서 실력을 늘릴 기회는 계속 늘어났고.
진료과 전체 수입 구조로 보면, 더 많아진 인원을 능연이 혼자 창출해낸 수익으로 먹여 살리고, 보너스도 다 감당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위가우의 관심 포인트는 그게 아니어서, 살며시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운화병원…… 창서성에 심장외과 수술이 이렇게 많습니까?”
심장외과의 위축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다른 진료과 수술량이 계속 늘고 의사와 수술 수도 늘 때, 심장외과 상태는 오히려 반대였다. 환자는 줄고, 지금 있는 심장외과도 줄어드는 추세이니, 새로 궐기한 심장외과 수술팀이 수술 환자를 충분히 확보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게 위가우가 주목하는 포인트였고.
그런 쪽으로 생각해 본 적 없는 일반외과 부주임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충 받아쳤다.
“곽 주임님이 어디서 구해왔겠죠. 아니면 능연이 구해 왔거나.”
“그건 말도 안 되죠. 지금은 우리도 풀 수술량을 보장하지 못하는데, 능연이 어떻게…….”
“아는 병원이 많잖아요.”
참관실에 있던 의사 하나가 더는 못 들어주겠다는 듯 불쑥 끼어들었다.
“능연이 그렇게 사교적인 성격이 아닐 텐데요.”
“출장 수술 많이 가잖습니까. 다른 도시 병원, 등급 다른 병원, 의사랑 환자를 얼마나 많이 만났겠어요.”
그 의사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
“게다가 능연이 사교적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은 사교적이잖아요. 밥은 됐고 바로 환자를 데리고 오는 사람도 있어요.”
참관실의 의사들도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위가우는 이가 다 시린 기분으로 아래를 다시 내려다봤다.
“운이 참 좋긴 좋아.”
요즘 심장외과 초짜 의사는 수술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 심장외과 인원 구조는 전형적인 피라미드 구조에서 빈익빈 부익부 구조로 바뀌고 있었다. 즉 진료과의 진정한 주력 인원인 중장년이 된 노련한 심장외과 의사는 수술량이 줄어듦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경쟁해야 하고, 따라서 젊은 의사의 기회도 줄어든다. 그러니, 위가우가 아는 범위에서, 연문빈처럼 수술해댈 수 있는 초짜 의사는 거의 없었다.
“창서성에서나 이게 가능하죠. 북경에서는 아무리 유명하고 아무리 잘생겨도 소용없습니다.”
“뭐 그렇죠.”
위가우가 고개를 돌리며 하는 말에 일반외과 부주임은 진심인지 아닌지 모를 말투로 대충 맞장구쳤다.
순간 고요해진 참관실엔 수술실에서 뼈를 자르는 소리만 들렸다.
위가우는 생각을 거두고 진지하게 아래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수술 모드였다.
갖가지 전동메스, 초음파 메스 등등이 가득한 요즘 수술은 피를 흘리면 바로 전기로 굳혀 버리고, 절개도 전동메스로 하고, 수술실엔 봉합해야 하는 골치만 남고, 환자의 출혈이 줄어들고, 농후한 바비큐 냄새와 각종 발암물질이 많아졌다.
차갑게 얼린 메스로 근육을 자르던 촉감과 자신감이 가장 그리웠다. 지금은 심장외과에서나 그런 느낌을 오래 느낄 수 있었다. 심낭 안은 전기 응고를 잘 쓸 수 없으니까.
그리고 그런 점 때문에 다른 과 의사들이 심장외과로 넘어오기 쉽지 않다. 특히 젊은 서전은 전기 응고에 익숙해진 후에 다시 심장외과에 적응하려면 긴 시간 적응기가 필요하다.
위가우는 능연에게 그런 모습을 발견하고 싶었다.
“니들홀더.”
“당겨요.”
“됐어요. 그만.”
능연의 목소리가 또렷하기 짝이 없이 아래에서 들렸다. 간단하고 짤막한 명령에, 위가우는 수술에 참여해서 수술대 앞에 섰을 때처럼 저도 모르게 허리를 곧추세웠다.
“저 녀석…….”
위가우는 한참 만에 힘껏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능 선생 지혈 기술은 운화병원뿐만 아니라 온 성 범위에서도 유명합니다. 지혈 표준 제정하는 작업도 하고 있을 거예요. 전문가 의견 구성하거나.”
일반외과 부주임은 다시 설명을 늘어놓았다.
“대단한 거 맞습니다.”
위가우는 웃어 보이며 속으로 지혈만 대단할까 하고 생각했다.
“심장외과 기준은 좀 더 높습니까?”
일반외과 부주임이 은근슬쩍 추켜세우며 물었다. 위가우는 웃음을 터트리며 살짝 거만하게 대답했다.
“지혈이 매우 중요하긴 하죠. 하지만 단순한 지혈 문제만 따지는 건 너무 올드합니다. 요즘 고려해야 하는 건…….”
그때, 능연이 갑자기 멈추더니 참관실 쪽을 올려다봤다. 귓가에 퀘스트 진도 제시어가 울렸기 때문이었다.
- 퀘스트: 감탄스러워!
- 퀘스트 내용: 의사들이 감탄하게 만들어라.
- 퀘스트 보상: 중급 보물 상자 (1/3)
위가우는 수술할 때 허리가 아픈 것처럼 천천히, 천천히 몸을 흔들었다.
“좀 쉴까요?”
“수술은 다 보고요.”
옆에 있던 부주임이 눈치채고 묻는 말에 위가우는 조금 망설여졌지만, 아직은 가고 싶지 않았다.
능연의 수술은 위가우에게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단순히 기술 측면뿐만 아니라 능연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두 가지 선택이 있었는데 왜 이걸 선택했을까? 박리 순서는 왜 이렇게 정했지? 뭘 피하려고 남다른 수단을 택한 거지?
능연의 모든 스텝마다 위가우는 생각에 빠졌다.
늘 스승에게 배운 경험으로 해법을 찾던 위가우는 긴 시간 동안 이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자신의 기술이 향상하고, 스승의 기술이 낙후됨에 따라 이렇게 쉴 새 없이 영감을 받는 수술을 보는 게 점점 어려워졌다. 그래서 지금 상대가 능연인데도 자리를 뜨기가 싫었다.
어차피 능연이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걸 아는 것도 아니고. 내가 이 수술로 많은 걸 얻을 수 있다는 건 더 모르겠지.
위가우는 문득 능연의 수술로 실속을 차리고 싶어졌다. 이렇게 어깨너머로 남의 수술을 배운다면, 능연이 명백히 손해, 밖에서 온 야인인 자신은 이득이니까.
위가우는 그런 생각을 하며 마음이 편해져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능연 수술이 확실히 볼거리가 있죠.”
일반외과 부주임은 껄껄 웃으며 한마디 했다. 반건조된 나뭇가지가 스스로를 태워 실내 온도를 유지하는 것 같은 부주임의 모습에 위가우는 나뭇가지가 타는 연기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는 듯 손을 휘저었다.
“수술은 볼거리가 아니라 효율이죠.”
“그렇네요. 수술 효율이 일순위죠. 멋진 수술, 멋진 얼굴, 이런 건 다 허상이야.”
일반외과 부주임이 냉큼 맞장구쳤다.
수술실에서 대빵 맞장구치나, 강호를 누비는 원사의 제자 맞장구치나, 거기서 거기였다. 사는 게 다 그렇지, 창피한 게 어디 있어.
위가우는 기분이 좋아져서 안색도 좋아졌다.
“능연 수술은 볼거리만 있는 게 아닙니다. 심장 우회술은 자주 들으면 촌스러운 것 같아도, 사실 촌스러운 게 가장 우아한 겁니다. 이런 촌스러운 수술을 잘하는 사람도 손에 꼽히고요.”
“저는 심장외과 수술은 잘 몰라서요.”
일반외과 부주임은 멀리 아래를 내려다보며 집중하고 있었지만, 사실 수술에 집중하는 게 아니었다.
그는 일반외과에서도 서열이 낮은 부주임이었고, 병원에서 보낸 세월도 사실 장안민과 비슷했다. 그리고 이 나이대 의사들은 주력 수술에 집중할 시기라, 그 외 수술엔 별 관심이 없었다.
위가우는 속으로 누가 네가 알아보길 기대한다냐, 하고 생각하며 아무런 말 없이 웃기만 했다. 주변을 힐끔 바라본 그는 문득 아쉬워졌다. 심장 수술을 잘 아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이야기 나누면서 보면 좋을 텐데.
“이 수술도 중계하네. 보는 사람이 꽤 있어. 50명 넘는데?”
앞에 앉아 있는 의사는 아래쪽에 그다지 집중하지 않고 오히려 핸드폰을 꺼내 운리 플랫폼에 접속했다.
운리 라이브 시스템에서 시청자 50이란 이야기는 500, 혹은 그 이상의 의사가 보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 정도면 매우 흥분할 수치였다.
국제 학회 어쩌고도 이렇게 많이 참가하지 않은 때가 더 많으니까.
위가우도 핸드폰을 꺼내더니, 라이브가 아닌 톡방을 열었다.
-운화병원 능연이 심장 우회술 하는데 볼만하네.
-뭐가 볼만해? 사진이라도 꺼내뒀어?
‘매일매일 즐거워’라는 닉네임이 가장 먼저 답장했다.
-사형, 수술하러 가시지 않았습니까?
위가우는 먼저 인사부터 하고 피식 웃으며 글을 입력했다.
-우리끼리 얘기니까 말이지만, 능연의 심장 우회술, 꽤 괜찮네요.
-괜찮은 것도 아니고 꽤 괜찮다고?
사형이 재빨리 대답했다.
-초심자 기준으로 보지 말고 정상 기준으로 봐야지. 또, 얼굴도 보지 말고!
위가우는 ‘너보다 잘한다고!’라고 하고 싶은 걸 꾹 참았다.
-초심자 기준이 아니라 수술하는 걸 보면 꽤 성숙한 수술입니다.
-한번 봐야겠다.
닉네임 ‘매일매일 즐거워’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사라졌다. 의사의 톡방은 늘 이래서 위가우도 신경 쓰지 않았다. 상대가 시간이 없어서 대답하지 못하는 건지, 심근경색이 생겨서 대답하지 못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어찌 됐든 마침 타이밍이 맞으면 실시간 대화하고, 아니면 뒤늦게 글을 남기고.
‘매일매일 즐거워’가 나타나지 않는 사이, ‘괜히 즐거워했어’가 나타났다.
-능연 진짜 잘생겼다. 쟤 사진을 내 몸에 넣는 걸 허락해야겠어요.
-뭐라는 거야. 라이브 봤냐?
후배인 ‘괜히 즐거워 했어’는 위가우도 편하게 대했다.
“봤습니다. 내가 저렇게 잘생겼으면 의사 안 할 텐데. 뭐하러 의사해요? 매일 화장하고 쇼핑하다가 집에 가서 마누라한테 웃어만 줘도 마누라가 좋아서 난리일 텐데. 넷째 마누라도 용서할지 몰라요.
‘괜히 즐거워했어’는 우다다다 글을 쓰며, ‘타이핑이 빠를수록 수술 못한다.’는 의학적 정의를 훌륭히 증명했다.
위가우는 ‘괜히 즐거워했어’는 수술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며 싱긋 웃었다. 심장 우회술은 심장외과에서 성숙할 대로 성숙한 기술이라, 이제 입문한 젊은 의사라고 해도 사람은 아니라도 개 심장 우회술은 열댓 번은 했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기술이라는 건, 하기만 한다고 완벽한 게 아니다. 게다가 완성도마다 효과도 완전히 다르고. 난도는 더 다르다.
농구 할 때, 노마크 상태에서 레이업 슛할 땐 마크 상태에서 중거리 슛 성공하는 것보다 쉬운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술 난도도 낮고, 팀 수익도 상대적으로 낮다. 나아가, 3점 슛 라인 밖에서 두 사람 사이에 끼어서 들어가는 공이 난도가 훨씬 높고 팀 수익도 높은 것처럼.
이런 수술은 수술이 끝나고 환자가 살기만 하면 성공하는 게 아니라, 재수술 확률을 낮추고, 환자의 생존 시간과 라이프 퀄리티를 높이려면 기술이 필요하다.
깔끔하게 들어가거나 리바운드로 들어가거나, 농구 세계에서는 결과가 같지만, 심장외과에서는 5년 이상 생존 시간이 걸린 일이고, 더 나아가 살아날 수 있을지 없을지, 갈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괜히 즐거워했어’가 경력도 얕고, 수술을 잘 모르는 것에 위가우는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뿌듯해졌다.
그때, 사형인 ‘매일매일 즐거워’가 인원이 더 많은 톡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능연 심장 우회술, 정말 쩐다!
-얼마나 쩌는데?
백 명 넘게 있는 그 단톡방엔 본원 심장외과 의사뿐만 아니라 이젠 더는 어리지 않아서 사방으로 뻗어나간 심장 센터 의사들도 있었다. 외지에서 주임까지 되었지만, 여전히 단톡방에서 큰소리 치는 사람들.
사형 ‘매일매일 즐거워’는 멈추지도 않고 메시지를 보냈다.
-어쨌든, 나보다 쩔어. 우리 가우보다 쩔고.
기분 좋게 웃고 있던 위가우는 순간 공기가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한번 봐야겠네.
-우리 가우, 요즘 너무 타과 수술해서 그런 거 아니야?
-능연이 그 운리에서 제일 잘생긴 의사죠? 걔가 뭐라고 사형보다 잘한다는 겁니까!
누구는 농담하고, 누구는 질문하고, 단톡방은 순간 시끌벅적해졌다. 그러나 위가우는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아졌다.
수술실에서 수술 중인 능연의 귓가에 쉴 새 없이 시스템 알람이 울려댔다. 열어보니, 퀘스트 진행도도 끊임없이 변화가 생겼다.
퀘스트 내용: 의사들이 감탄하게 만들어라. (2/3)
퀘스트 내용: 의사들이 감탄하게 만들어라. (3/3)
퀘스트 내용: 의사들이 감탄하게 만들어라. (4/3)
능연은 속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원래 예상한 일이라 신기할 것도 없었다. 수술만 잘하면 퀘스트를 어떻게 깰지, 걱정할 것 하나도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