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연 녀석, 좀 오버예요. 실력이 심하게 뛰어나요. 몇십 년 연습한 거 같다니까요.”
위가우는 성원 호텔 푹신한 침대에 누워서 사형과 수다를 떨고 있었다.
대학 다닐 때 얼렁뚱땅 사형 손에 이끌려 적 원사 사단에 들어가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다가, 석, 박사도 적 원사 사단에서 쭉 마치고 병원과 학교에 남게 되었다. 그렇게 은연중에 적 원사의 후계자가 되었고, 그 바람에 적 원사의 여러 제자와도 잘 지냈다.
원사 직급쯤 되면, 전승도 많아서 한 사람이 다 이어받는 것도 불가능하고 일부분만 받아도 대단한 일이었다. 물론 그 일부분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본인 능력이지만.
위가우는 연구 쪽 성적은 평범해서 다른 멤버의 도움으로 커트라인을 넘겼지만, 임상 쪽 재능은 탁월해서 적 원사가 그를 매우 아꼈다.
임상의에게 제일 중요한 건 아무래도 임상 기술이니까 말이다. 그런 이치로 위가우의 임상적 판단을 매우 신뢰하는 사형은 능연이 뭘 어떻게 했는지 물었다.
“1년도 안 됐는데 심장 우회술을 배웠어요. 그것도 매우 훌륭하게. 그리고 오늘 봉합도 봤는데, 잘못된 대혈관 수정 작업이요. 끝내주게 하더라고요.”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지 몰라 잠시 고민하던 위가우는 결국 끝내준다는 말로 설명했다. 그게 제일 명확하기도 하고.
사형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 ‘아’ 소리를 내더니 웃었다.
“네 사형들이랑 비교하면 어떤데?”
위가우가 바로 대답하지 않자, 핸드폰에선 어색한 전자파가 흘렀다.
“그렇게 대단해?”
사형이 의외라는 듯 다시 물었다.
“내가 본 바로는 정말로 대단해요.”
위가우는 살며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끝내준다고 하죠. 솔직히 그 나이, 그 경력에 그게 말이 되냐고요.”
“실력에 말이 되고 말고가 어디 있어.”
사형은 직접 본 것이 아니라서 오히려 당연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위가우는 속으로 직접 본 게 아니니까 그렇지, 하고 꿍얼거렸다.
“간 이식은 어떻게 되어가? 운화에서 센세이션 일으킬 준비는 됐어?”
사형이 껄껄 웃으며 화제를 바꾸자, 위가우는 바로 웃음을 지었다. 사형의 이런 점이 제일 좋았다. 눈치 빠르고, 멤버의 간지러운 점을 잘 긁어주는 것. 임상 실력도, 연구 실력도 평범한 사형이 그룹에서 생존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별문제는 없어요. 이쪽 기자들도 연락해 놨고. 운화병원 GS에서도 잘 밀어주고요. 그런데 센세이션까지는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이게 센세이션이 아니면, 뭐가 센세이션이야!”
위가우가 또 겸손 떤다는 걸 잘 아는 사형은 바로 엉덩이를 두들겨 주었다.
“내가 늘 말하잖냐. 가우 넌 실력만 좋은 게 아니라고. 그 능연, 기술이 이렇든 저렇든, 다 한순간이야. 현대 기술 발전 추세 봐라, 너처럼 신기술 빨리 배우고 받아들이는 의사야말로 중요하지.”
“선배님, 우리 조금 전에 능연이 심장 우회술 한 이야기하고 있었는데요…….”
“에이, 그건 아니지. 걔가 얼마나 오래 몰래 배웠을지 어떻게 알아. 네가 간 절제, 간 이식해 오는 거 내가 다 봤는데. 창서성은 됐고, 전 세계로 따져도 너 정도면 빠르지.”
사형은 정치인처럼 위가우를 위로했다.
적 원사 사단 생활은 이런 식이었다. 위가우 같은 사제가 아무리 잘 싸우고 잘 이겨도, 사형들의 지지가 필요했다. 더 일찍 원사 사단에 들어온 사형들은 경력이 더 길지만 재능이 떨어질 때는 사제들에게 논문 도움을 받거나, 필요할 때 도움받는 거로 다 같이 화기애애하게 보냈다.
위가우는 마음이 포근해진 느낌으로 핸드폰을 쥐고 있었다. 사형의 의술은 자기보다 못하고, 능연과 비교할 수 없어도, 말 하나는 예쁘게 했다.
“어찌 됐든 사형, 시간 있으면 능연이 우회술 하는 거 보러 오세요. 정말 볼 만해요.”
기분이 좋아진 위가우는 저도 모르게 그렇게 덧붙였다.
“안 그래도 운화에 가려고 했다. 능연이 아니라 네 수술 보러 가는 거지만.”
“내 수술이 뭐 볼 거 있다고요…….”
“이 새끼, 창서성에서 간 이식 자주 하냐? 네가 그 빈자리를 채워준 거잖아. 보스 생각 보니까, 정말로 너 간 이식 쪽으로 발전하게 할 수도 있겠던데?”
“정말로요?”
“안 할 이유가 없잖아. 안 그래?”
“그래도 전 심장이 좋은데. 간 이식은 그냥…….”
“그건 그거대로 하면 되지. 어쨌든 너 ‘걸청’ 평가해야 하잖아. 심장외과 하나로 힘들 수도 있잖냐. 영역이 넓어지면, 보스가 너 밀어주기도 좋고.”
사형의 말에 위가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 과학 기술 연구 체계에서 ‘걸출청년’이라고 불리는 ‘국가 걸출청년 과학 기금’은 원사에 버금가는 중요한 단계이자, 원사가 되는 필수 루트였다.
지금으로서는 48세 전에 걸청이 되어야 원사가 될 자격이 있다. 걸청 중에 10% 이하만 진정한 원사가 되고.
하지만 설사 원사가 되지 못해도, ‘걸청’이 주는 혜택도 매우 방대했다. 고등학교 원장이 되든, 정상급 병원에서 자리를 잡든, 걸청은 가장 날카로운 창이자, 가장 견고한 방패였다.
위가우의 의술이 아무리 좋아도, 걸청에 참여해야만 했다. 중국 학자라면 참여하지 않을 수 없는 게임이었다. 그 타이틀을 얻지 못하면 학계에서 먹고살기 힘들뿐더러, 자기 사단에서 버티는 것도 어려워질 수 있다.
위가우는 이른 편도 느린 편도 아니고, 걸청 제한 기간까지 아직 13년이 남았지만, 솔직히 지금부터 준비하기엔 조금 늦은 감도 있었다. 학자들은 원래 감추는 데 능통한 집단이니까.
전화를 끊은 위가우는 과학 연구 쪽을 생각하면 짜증스러워져서 저절로 내일 수술을 떠올렸다.
순조롭고, 우수하고, 난도 높은 수술로 모든 성벽을 깨부수는 것이 위가우가 오랜 세월 실천해온 경험이었다.
내일 간 이식 수술을 통해 앞으로 새로운 길도 개척하고, 이미지를 세우게 될 것으로 생각했다.
“내일은 향수 두 배로 뿌려야지.”
위가우는 수술 장면을 상상하며 서서히 꿈나라로 향했다.
호텔 구석에서 윙윙거리던 모기가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결국 결심한 듯 침실에서 날아나갔다.
한 입 먹자고, 저 냄새를 견딜 순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