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842화 (821/877)

능연은 하급 의사의 근태에 대해 별로 관여하지 않았다. 사실 수술대에 설 때 까다로운 것 말곤 평소엔 기본적으로 방임하는 상태였다. 하급 의사가 출근을 하든 말든, 휴가를 내든 말든, 능연은 전혀 터치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자신의 시간에 맞춰 움직이며 출근하고 퇴근했고, 병원과 수술실에 당도한 후에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서 어시를 골랐다.

그게 능연의 일관적인 스타일이었고, 운화병원 같은 병원, 또 곽 주임, 좌자전 등의 서포트가 있어서 유지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혹은, 운화병원 의사들이 이 고생스럽고 긴 학습 그래프를 견디지 못했다면, 같은 등급의 병원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적어도 최근 몇 년간의 젊은 의사들에게는 그렇다. 그리고 능연 수하에서 능연의 시간표를 자발적으로 따르지 못하는 의사는 능 팀에서 버티지 못한다. 트레이닝 캠프에 들어간 연수의들처럼, 들어왔다가 나갔다가, 대부분 고작 서너 달 버틸 뿐이고, 심지어 석 달도 못 버티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마연린이 홍콩에 자격증 따러 간다고 해도 능연은 아예 터치하지 않았다.

좌자전은 전화 두 통을 걸었지만, 마연린은 어물쩍 넘겨 버렸다. 다들 능연 밑에서 휴가 없이 일하지만, 하루 이틀 정도는 다들 문제없이 게으름을 피웠다. 좌자전도 그랬다. 휴가 내고 아들 만나러 가서 맛있는 것도 사주고 한 것이 불과 얼마 전 일이었다.

마연린도 당연히 쉬는 날이 필요하다. 특히 와이프가 연수 갔을 시기에는. 그녀가 휴가받아서 돌아오면 마연린은 휴가를 내야 하고, 어떤 때는 이틀 후까지 강제 휴가를 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니 마연린이 며칠 사라지는 일은 사실 흔한 일이었다.

Intuitive 사의 기초 자격증은 매우 간단해서 이틀이면 충분했다. 마연린과 주 선생은 기초 자격증을 딴 후에야 소가복도 불렀고, 이틀 더 연수하고는 서둘러 운화로 돌아왔다.

때마침 능연도 운화대 해부 시신을 모두 사용했고, 매일 병원과 학교를 분주히 오가던 생활 모드에서 병원에 주둔하는 모드로 복귀했다.

마연린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병원으로 돌아가서 샤워하고 옷 갈아입은 다음 수술실로 들어갔다.

능연은 입구와 등진 위치에서 묵묵히 수술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서 있는 연문빈이 마연린을 향해 눈을 깜빡여 보이고는 시선을 허리 쪽으로 돌렸다가 눈을 찡긋하며 웃어 보였다. 마연린은 우습기도 하고 기도 찬 얼굴로 안으로 들어가서 능연이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볼 수 있는 위치에 가서 섰다.

“흠흠, 능 선생, 나 복귀했어.”

“아. 마 선생님. 컨디션 어때요?”

능연의 물음은 의학적, 생리적, 그리고 환자 중심적 질문이었다. 그러나 수술실엔 약속이나 한 듯 미소가 번졌다. 간 큰 간호사 몇 명, 즉 모든 간호사가 마연린의 하복부 이하를 바라보면서 모두가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수군거렸다.

“마 선생님 또 노예 됐다가 왔나 봐요.”

“좋은 게 있으면 나눠야지, 혼자 차지하면 저렇게 돼.”

“위 선생님도 참.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말이죠.”

마연린은 한숨을 내쉬고는 일단 능연의 물음에 대답했다.

“컨디션 좋아. 일해도 돼. 그리고 집에 다녀온 게 아니라 홍콩 다녀왔어.”

“홍콩이라니. 그럼 빅토리아 만을 보면서 노예 된 거 아니에요?”

간호사 언니들이 다 들끓었다.

“친구랑 다녀온 겁니다. 그 김에 다빈치 로봇 자격증도 따고 왔고요.”

마연린의 말은 신선한 양고기 한 접시처럼 한순간에 들끓던 분위기를 차분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잠시 차분해진 분위기 속에서 다들 막 따끈따끈하게 구워져서 나온 양고기 스테이크 보는 눈으로 마연린을 바라봤다. 연문빈은 더더욱 의외라는 눈빛으로 마연린을 바라봤다.

“자격증 따기가 그렇게 쉬워?”

“마침 자리가 나서요. 시험은 어렵지 않았어요.”

마연린이 싱긋 웃으며 대답하고는 능연을 바라봤다.

“능 선생, 전에 악남에 출장 수술 갔을 때, 다빈치 기계 봤었지? 그때도 좋아 보이더니, 써 보니까 정말 좋더라.”

“어떤 면이요?”

능연은 여전히 수술대를 바라보며 감정을 알 수 없는 얼굴로 물었다.

그러나 능연과 익숙한 사람들은 능연이 수술과 관련된 일엔 매우 오픈마인드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출장 수술 갈 때도, 현지 의사가 허세를 보여도 신선한 것이라면 일단 진지하게 지켜본 다음에야 자신의 기술을 상대에게 선보인다.

다빈치 로봇은 국내에서 희한한 기술은 아니고, 총 몇백 대의 기계가 도입되어 있다. 다른 최첨단 기계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북경, 상해, 광동 지역 삼갑병원에 집중되어 있긴 해도, 다른 지역에서도 가끔 볼 수 있다.

마연린은 능연이 분명 관심이 있는데 시간이나 체력 분배 등 원인으로 바로 도입하지 않은 거라 믿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의료 기기 영역에선 쉴 새 없이 첨단 기계, 설비가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시총이 무시무시하게 막대한 회사들이 브레인들을 새 의료용 설비 연구 개발에 투입해서 해마다 혁신적인 최신 성과를 발표한다. 그러나 임상의가 모든 기계를 다 사용해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자기 영역에 속하는 설비라도 해도 임상의의 선택은 항상 정체되어 있다. 수술 중 초음파 설비도 따지고 보면 신기술인데, 정말로 처음 나타났던 시기만 따지면 지금보다 훨씬 일찍이었다. 임상의가 선택할지 말지는 그들의 필요와 능력에 달려 있었다. 그리고 의료 기기 회사의 홍보도 중요하다. 연간 수천, 수만 건 이상의 학술회의에서 하는 일이 바로 그런 일과 유사한 일이었다.

그러나 다빈치 로봇은 상당히 달랐다. 특히 직접 학습해 본 마연린은 앞으로 20년 후의 미래 무기가 될 것으로 확신했다.

마연린은 이미 준비해온 대사를 다시 한번 되새기고는 목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다빈치 로봇은 우리가 상상한 것과 달리 사실 로봇과 별 상관이 없었어. 지난번에 처음으로 로봇 수술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AI의 발전으로 의사가 도태될 줄만 알았지. 그런데 전혀 그런 게 아니야. 수술 과정에 AI의 직접 조작은 없었어. 결국은 도구일 뿐이야. 순수한 수술 도구.”

능연은 의외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에는, 다빈치 로봇은 고해상도 3D 복강경에 더 가까워. 사실 정말로 그거고. 능 선생도 게임하잖아. 복강경이 2D 화면의 게임이라면, 다빈치는 3D 화면의 게임인 셈이지. 화질이 좋을 뿐만 아니라, 3D 구성이 있어서 조작이 오히려 쉬워졌고, 더 직관적이야. 내 생각이지만, 다빈치를 특화할 필요는 없는 거 같아. 그냥 고급 복강경이야. 직접 써 보니 좋긴 좋은데, 결국 의사의 내공에 달렸어. 하지만 이 도구, 복강경보단 훨씬 대단해. 이걸 안 쓰는 이유는 딱 하나, 설비를 살 돈이 없고 배우기 싫어서야.”

항상 핵심만 말하는 능연은 고개를 들고 바로 물었다.

“그래서 다빈치 한 대 사는 게 낫다는 건가요?”

“응. 반드시. 지금 추세야. 복강경도 그랬잖아. 80년대에 처음 나왔을 때 미국 사람들이 많이 썼지. 나중에 유럽, 일본으로 퍼졌고. 국내에는 아직도 복강경과 개복 수술의 장단점을 따지는데, 사실 논쟁할 것도 없지. 복강경 수술한다고 개복 수술 못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그 당시 복강경 수술하려면 고가 모니터, 풀세트 장비를 갖춰야 해서 자본 때문에 그랬지, 2000년 이후엔 다들 살 만해지니까, 이제 누가 좋고 나쁨을 거론해? 안 쓰는 병원이 어디 있어…….”

연문빈이 불안한 듯 목을 움직이고는 끼어들었다.

“비쌀 거 아냐.”

“천만 위안 단위예요. 평범한 건 2, 3천만 위안. 어떤 조합으로 짜는지에 달렸어요. 돈만 따지면, MRI랑 비슷해요. 효과는 매우 좋아요.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마연린은 입술을 핥으며 말을 이었다.

“웰스 왕립 병원에서 다빈치 수술 한 건 보면서 가장 특별하게 느낀 점이 뭐냐면, 우린 복강경으로 조직 지질 때, 다 들어 올려서 지지잖아. 다빈치는 아니야. 바로 지지더라고.”

연문빈의 표정이 절로 흔들렸다.

“그래서 바로 물었지. 그 뒤의 조직까지 영향 주지 않냐고. 조작하는 의사가 아니라고 그러더라고. 3D 시각으로 보기 때문에 더 깊숙이 보이는 거지. 복강경처럼 평면을 보는 게 아니야. 2D는 후면 조직이 정말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모르잖아. 그러니까, 익숙해지기만 하면, 다빈치 수술은 효과도 좋고 빠르고…….”

“그럼 사요.”

충분한 정보를 얻었다고 생각한 능연은 순식간에 결정을 내렸다. 마연린은 얼떨떨해졌다.

“산다고?”

“사요.”

“못해도 2천만부터인데? 그리고 전문 수술실 레이아웃도 필요하고.”

시원스러운 결정에 오히려 마연린이 뜨끔해졌다. 병원에 돈이 많은 거 같아도, 새 설비를 마음대로 살 수는 없다. 새로 출시한 기계는 보통 1, 2년 혹은 2, 3년 후에 결정하고 그 속에 온갖 수작과 꿍꿍이가 적잖게 벌어진다. 주 선생을 찾아 함께 간 것도 주 선생이 앞으로 1, 2년 사이에 귀중한 조력자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해서였다. 그런데…….

“곽 주임님께 가서 물어보세요.”

능연은 마연린의 사고방식과 전혀 다른 노선으로 문제를 생각했다. 그로서는 MRI나 CT를 하나 더 사는 것과 같았다. 비싼가? 말도 안 될 정도로 비싸다. 필요한가? 조금 그런 듯. 그래서 사야 하나? 사라고 곽 주임에게 말하면 된다. 그러니 이런저런 생각을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마연린은 준비했던 말을 1/10도 하지 못하고 얼떨떨하게 밖으로 나갔다.

홍콩에서 쇼핑할 시간도 없이 열심히 했던 것,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고심하느라 밤새운 수고, 거울을 보며 연습하느라 수줍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렇게 간단히 성공하자 허탈해졌다. 그런데 거부할 수도 없었다.

마연린은 올림포스산 아래서 올려다보는 것 같은 격차를 느꼈다.

“곽 주임님이라. 음, 그래, 곽 주임님이야말로 진정한 난관이지.”

마연린은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고개를 들고 성큼성큼 의국 쪽으로 향했다.

“능연이 다빈치 기계를 사려고 한다고?”

곽 주임이 책상 뒤에 앉아 마연린을 위아래로 살피며 물었다. 심장 우회술을 마친 곽 주임은 요즘 요양하며 조용히 지내고 있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밖에 나가 개지랄 떠는 일이 줄었단 말이었다.

병원 외부의 토론은 난도가 높고, 경력, 배경뿐만 아니라 실력도 필요하고, 목소리와 폐활량도 매우 중요했다. 그러니 전면적으로 제어하지 못하면 곽 주임의 사고 회로가 막힐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몸이 완벽하게 회복하기 전에는 대부분 원병 안에서 시간을 누리고 있었다. 이상적인 응급센터를 즐기고, 전국 각지에서 온 응급환자들이 구제되는 모습을 즐기고, 회의 시간에서 자유롭게 굴 수 있는 걸 즐기고…….

사방으로 출격하던 때와 비교하면 본진을 지키고 있는 곽종군은 강호 전설적 느낌이 줄었는지 몰라도 그가 병원 내부에 미치는 압박감은 나날이 막강해졌다. 자세히 설명해 보자면, 달마다 욕먹던 누군가는 매주 욕을 먹게 되었고, 매주 욕먹던 누군가는 매일 욕 먹게 된 차이가 있달까?

평범한 의사는 매우 조심스럽게 곽종군 앞에 나타나고, 마연린 같은 녀석은 더더욱 온순한 어린양처럼 굴어서 곽종군은 며칠 동안 그를 보지도 못한 정도였다.

마연린도 지대한 압박감을 내뿜는 곽종군의 눈빛을 마주하며 온 힘을 다해 생각했다. 능연의 생각이라고 하고 싶지만, 너무 대놓고 거짓말할 수는 없었다.

“예. 능 선생은 다빈치 로봇이……. 음, 미래 발전 추세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비록 흔하진 않지만, 그래도 접하고 시도해야만 합니다. 능연 본인도 이쪽에 관심이…….”

“알았으니, 됐네.”

마연린의 작은 뇌가 운행하기도 전에 곽종군이 손을 휘저으며 말을 잘랐다. 마연린은 순간 실망했다. 역시나, 천만 단위부터 시작하는 기계를 도입하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사실 마연린도 예상은 했다. 첫 시도부터 성공하리라 바라지도 않았다. 가능성이 너무 낮으니까. 현실 속 병원에선 서기와 원장이 CT 한 대를 두고 싸워대는 게 일상이었다. 몇백만 위안짜리 기계는 에이전시 8개를 거치며 원가의 10배로 비싸진다. 그리고 다 같이 관련 부서를 찾아가 차 마시는 것이야말로 뉴스거리였다.

중간에 에이전시 셋을 거치기만 해도 양심적인 편이었다.

마연린은 자기 선에서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할 정도로 거만하진 않았고, 재빨리 마음 정리한 후에 비굴한 태도로 다시 입을 열었다.

“다빈치는 국내에서 갈수록 빨리 채택되고 있습니다. 사실 뜻만 있으면 상대 회사에서 연락해서 시범 테스트를 해 봐도…….”

여기까지가 초기 목표였다. 아니나 다를까, 곽종군은 예상대로 다시 손을 저었다.

“능연이 필요하면 사면 그만이지. 원하는 아이템은 정했다나?”

“예에?”

마연린은 대뇌의 움직임이 일시 정지했다. 곽종군은 자기 사고 회로를 따라 대답했다.

“일단 가서 리포트 하나 작성해 와. 지금 말한 거 다 적어서. 그래야 구체적 상황을 이해하지. 의료 설비 쪽은 아무래도 복잡하니까.”

참으로 드물게, 마연린에게 설명해 주느라 마지막 말을 덧붙인 것이었다. 관련된 정보를 얼마 전에야 얻은 마연린은 그게 무슨 말인지 정말로 알아들었다. 솔직히 말해서, 천만 위안 넘는 기계는 둘째치고, 운화병원 같은 급 병원에서는 백만 단위 설비도 진료과 주임이 결정할 수 없고 반드시 병원 윗선이 지지해줘야만 가능했다.

그 외에도 의료 기기는 판매 루트도 중요했다. 성 혹은 시의 어느 회사가 어떤 물품을 독점하는 때가 많다. Intuitive에서 독점 생산하는 다빈치라고 해도 사고 싶다고 바로 살 수 없고 현지 에이전시를 통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특수한 상황에서는 여러 회사가 각자 한 회사의 다른 아이템을 담당하는 때도 있어서 같은 의료 기계 회사의 다른 아이템을 사는데도 여러 에이전시를 거처야 하는 일도 있다.

그리고 운화병원이 어느 아이템을 고르느냐도 당연히 단순히 가성비 비교 과정이 아니다. 그러나 그건 모두 곽종군의 업무 범위 안이었다.

마연린은 망연하고 또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곽종군의 사무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콜라 한 병 마신 후 주 선생을 찾아갔다.

“곽 주임님께 상황 보고했어요. 우리가 아는 걸 최대한 곽 주임님께 설명했고요. 곽 주임님 본인은 아마 다빈치를 사려고 하실 거예요. 위로 제안해 보겠다고 하셨고요. 병원 윗선이 뭐라고 말할지가 문제예요. 그러니 앞으로는 선생님이 나서 주셔야 할 거 같아요.”

마연린은 주 선생을 붙들고 상황 설명을 했다. 주 선생의 병원 내 관계를 이용하려고 주 선생을 끌어들인 것이었다. 운화병원 같은 단체에서는, 직원과 윗선 모두 관계가 깊이 얽힌 한 몸이었다. 마연린 같은 젊은 의사는 초반 4, 5년 동안은 그저 겉모습만 알 수 있지, 그 안에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를 전혀 파악할 수 없다.

평소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특히 젊은 직원은 대부분 시간상으로 관대한 대접을 받는다. 특히 젊고 잘생긴 직원일수록 관대함이 더 폭넓어진다.

그러나 핵심 이득에 관련된 일은 소위 관계 네트워크와 쌓인 원한이 우르르 터진다. 어떤 체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그 핵심 이익이란 인사 변동일 수도 있고, 경제, 재무일 수도 있다. 설사 평소에 서로 침범하지 않고 온화하게 차나 마시는 비영리 기관마저도 직책과 사무실 문제 등으로 엉망으로 뒤엉켜 싸우기도 한다.

마연린은 지금 외부의 능력자, 능력자의 제자와 접촉할 정도가 되었지만, 운화병원 내부로서는 곽종군 앞에서 손바닥 비비는 정도가 한계고 병원 윗선은 아무리 손을 내밀어도 닿지 않는다. 그러나 주 선생은 가능하다.

마연린은 기대하는 얼굴로 주 선생을 바라봤다. 이렇게 바쁜 운화병원에서 농땡이를 부릴 수 있는 남자라면 임기응변 하나는 끝내주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주 선생은 나른하게 그를 바라봤다.

“곽 주임님이 고개를 끄덕였는데, 윗선에서 거절하겠냐. 우린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그 말에 마연린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곽 주임님이라고 해도 몇천 위안짜리 설비가 쉽진 않을 텐데요. 게다가 수술실이랑 새 수술 방식 같은 것도 얽혀 있고요.”

“곽 주임님이 필요하다는 게 아니라 능연이 필요하다는 거잖냐…….”

“그게 무슨 차이가 있어요?”

“내가 병원 윗선이라면, 능 선생 수술하는 것만 보고 있어도 고민이겠다. 야, 이렇게 대단한 의사는 도장깨기를 해도 북경까지 가겠다. 다른 데 갈까 봐 걱정되겠냐, 안 되겠냐.”

주 선생은 마연린을 바라보며 자문자답했다.

“걱정돼서 죽겠지. 이런 레전드급 의사가 가버린다? 운화병원 전체가 어떤 생각을 할까를 떠나서, 상하좌우에 얽힌 관계, 특수병동 환자 모두 난리가 날걸? 그런 때에, 능 선생이 새 설비, 새 기계 사고 싶습니다, 하고 먼저 말하는데, 너라면 뭐라고 대답하겠냐?”

마연린은 멍하니 주 선생을 바라봤다.

“그러니까……. 제가 헛짓을 한 건가요?”

“그건 아니지.”

주 선생은 공평한 평가를 하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이건 말이다……. 네 사명을 완성했다고 하는 것이다.”

웅웅웅.

건물 밖 기계가 아무 거리낌 없이 소음을 만들어냈지만, 수술실 안에선 그다지 반감을 표시하지 않았다.

“정말로 다빈치 산다고?”

의사들은 복도에서 마주치자마자 바로 로봇 이야기를 꺼냈다.

“능연이 쓰고 싶어 한다던데.”

“그럼 됐네.”

“어이, 천만 단위 설비야. 그렇게 쉽게 말하지 말라고.”

“우리 병원은 일 년 설비 지출만 해도 몇억인데, 천만이 뭐라고.”

그러고는 잠시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

“물론, 이번 건 좀 끝내주지만, 그래도 능 선생이 필요하다면야…….”

“그건 그래……. 그래도 우리도 써도 되겠지?”

“정책이 어떤지 모르지. 아님 의정과에 물어보던가.”

의정과.

뇌 주임은 맞은편에 앉은 진료과 주임들을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바라보며 지치고 또 기가 찬 듯 입을 열었다.

“일개 직원인 나를 괴롭히려고 작당하고 왔구먼.”

“뇌 주임…….”

맞은편에 앉은 소화기 외과 주임은 따라 웃지 않고 언짢은 말투로 대답했다.

“너무 빠른 거 아니냐? 회의에서 다빈치 이야기 나오자마자, 바로 리모델링 준비해? 예산도 아직 안 떨어졌잖아. 보고서도 막 올린 거 아니냐고. 이게 대체…….”

“병원에 새 설비 들이면 좋은 거지. 다들 좋잖아.”

뇌 주임은 허허 웃으며 모르쇠로 밀고 나갔다.

“결국 한 지갑에서 나오는 돈인데, 천만 단위 설비 들이고 나면, 다른 진료과는 설비 업그레이드 하지도 못해.”

소화기 외과 주임은 선봉에 설 작정을 했는지 계속 밀어붙였다.

정형외과 호 주임도 이 자리에 있었다. 만한전석 수술을 능연에게 내어 준 후, 진료과 내부, 특히 자기 팀 분위기가 이상해진 걸 확연히 느낀 그는 지금 더더욱 예민한 상태였다.

“우린 작년에 간이 X-ray 기계 하나 들이자고 했을 때, 보고서를 그렇게 올려대도 결국 못 샀는데요…….”

“작년에 수술실 CT 새로 했지? 모니터링 설비도 싹 다 업그레이드했잖아. 냉장고도 10대나 사놓고.”

뇌 주임이 설비 구매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해도, 병원에서 누가 뭘 샀는지 정도는 훤하게 꿰고 있을 위치였다. 단순히 인턴 압박하고, 의사들 태클 거는 기술로 의정과 대장 자리에 오른 건 아니니 말이다.

“연구용이든, 임상용이든, 2년 동안 다들 설비, 기기 꽤 바꿔댔거든. 그럼, 우리가 그 많은 설비를 고친 돈이 어디서 왔는지는 생각들 안 해봤나?”

뇌 주임은 맞은편에 앉은 사람들을 전혀 동요하지 않고 바라봤다. 주임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따지러 온 거지, 면접 보러 온 것이 아니라서 순순히 뇌 주임에게 호응해줄 생각은 없었다.

뇌 주임은 별거 아니라는 듯 껄껄 웃었다.

“내가 이야기해 볼까? 다들 요 몇 년 살기 좋아졌지. 설비도 더 많이 사고, 보너스도 더 많이 받고. 그게 다 능연이 잘해서인 줄 알라고.”

“혼자 수술을 얼마나 한다고요.”

호 주임이 가장 먼저 반박하자 뇌 주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호 주임은 뇌 주임보다 젊고, 직급도 훨씬 낮아서 한마디 들어도 그냥 웃어넘겼다.

“하나만 말하지. 우리 병원 순위, 올라갔지? 심장외과, 간담췌외과 전국 순위 말이다. 앞으로도 올라갈 여력이 있을걸? 게다가 꽤 크다고.”

하원정이 이 자리에 없으니, 뇌 주임의 시선이 심장외과 강 주임에게 향했다. 강 주임은 죽은 돼지는 뜨거운 물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이미 최악의 상황이라 두려울 것 없는 표정으로 아무것도 못 들은 듯이 굴었다.

완전히 허물어진 하원정과 비교하면 강 주임은 아직 꿈이 있었다. 꿈이 있으니 바라는 것도 있을 수밖에.

뇌 주임은 다시 모두를 훑어보았다.

“그것 말고도 우리 병원 응급센터는 승급해서 국내 4대 응급센터 중 하나가 되었지. 그 영광이 병원에 가져다준 명성과 명예는 말할 것도 없지. 이것도 말해야겠다. 이런 무형 자산을 제외하고, 응급센터에서 발생한 유형 자산, 그건 단순히 능 선생이 수술해서 수입을 올린 게 아니란 말이지.”

“그럼 또 뭐가 있는데.”

소화기 외과 주임이 입을 삐죽였다. 인정할 수 없는 얼굴이긴 해도 사실 속으로는 이미 당황했다. 소화기 외과 역시 일반외과에서 분리해서 나온 작은 진료과였다. 어떤 병원에서는 소화기 외과에서 식도부터 위, 췌장까지 보기도 한다. 담낭과 간도 포함할 수 있고, 나아가 대장, 소장, 항문까지 관여할 수 있으며 항문장기과를 항문과로 만들고, 비뇨기과를 방광 & 나팔관과로 만들 수 있으며 간담췌외과를 없앨 수도 있다.

그러나 운화병원에서는 간담췌외과 자체가 분리되어 나온 것이고, 항문장기과가 아예 없어서 강세인 일반외과의 범위 안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 가장 두려운 것은, 능연이 언젠가 자기 진료과도 넘볼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능연이 이미 위, 췌장 수술을 한 것도 그렇고, 소화기 외과의 중점인 식도 부분도 다른 의사라면 기술 장벽을 느끼겠지만, 능연에겐 전혀 의미가 없다. 식도가 아무리 어려워도 간, 심장보다 어려울까.

뇌 주임은 소화기 외과 주임이 뜨끔해진 걸 눈치챘고 뭘 두려워하는지도 이해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모두를 향해 온화하게 웃어 보이고는, 더 강경해진 말투로 입을 열었다.

“또 뭐가 있느냐니, 많지. 돈이 어디서 났는지 까놓고 이야기해 볼까? 우리 병원 규모에서 정부 지원을 기대한다? 언 발에 오줌 누기지. 최근에 병원 리모델링하고 여러분이 설비며 기구며 산다고 쓴 돈, 다 대출이야. 그리고 그 대출한도……. 가차 없이 이야기하지, 대다수 의사는 그 한도에 영향을 못 줘. 그런데 능 선생은 돼.”

주임들은 어안이 벙벙하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어떤 영향이냐고 물었다.

“병원 순위가 미친 듯이 올라가고, 무형 자산이 증가했으니 대출한도도 당연히 늘었지. 그뿐만 아니라, 의료보험 한도도 우리 병원 각항 지표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우리 특수병동이 얼마나 빽빽한지 그것만 봐도 알 텐데? 그래, 이렇게 이야기하지. 지난번에 원장님, 학회에 다녀오셨을 때, 웃으면서 돌아오셨어.”

뇌 주임은 허리를 곧추세우며 말했다.

“여러분 중에 누가 원장님을 웃게 할 수 있지?”

“그건…….”

원래 탁자라도 뒤집으려고 온 건데, 할 말이 없어졌다.

“능 선생이 새 설비가 필요하고, 다빈치 로봇이 필요하다잖아. 당연한 요구라고. 능 선생 지금의 임상 능력으로 보면, 그의 판단을 참고할 가치가 있어. 권위성도 있고.”

뇌 주임은 목소리를 조금 높이며 말을 이었다.

“원장님 말씀이, 특수한 일은 특수한 상황으로 처리하라고 하셨다. 우수한 의사에게는 최대한 우수한 환경을 제공해 주라고, 회의 때도 말씀하셨는데. 그때 다들 동의하지 않았어?”

“그럼…….”

한참 침묵하던 소화기 외과 주임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다빈치 기계가 오면, 사용 시간은 어떻게 분배하나?”

“능연에게 달렸지.”

뇌 주임은 여지 하나 남기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처음부터 능연에게 주려고 산 로봇인데, 다른 사람과 공유할 리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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