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845화 (824/877)

“주임님, 주임님.”

원 부주임이 22살짜리 세컨드처럼 온화하게 주임을 불렀다. 양 주임은 ‘후’ 소리를 내며 화들짝 일어나 앉아서는 망연한 눈으로 주변을 바라보다가 익숙한 하늘색을 바라보고는 순간 안도했다.

“깜짝이야. 22, 3살 애송이가 잘난 척하는 바람에 바지도 못 찾는 꿈을 꿨어…….”

양 주임의 목소리는 갈수록 작아졌고, 원 부주임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것도 못 들은 척했다.

“능연이라……. 아무래도 꿈이 심상치 않아.”

완전히 꿈에서 깨어난 양학이 중얼거리는 말에 원 부주임이 알랑거리며 실실 웃었다.

“꿈은 반대라지 않습니까.”

양학은 자기 부하인 원 부주임을 바라보며 따라 웃었다. 꿈에서 수술할 때 적어도 주임이긴 했는데, 그 꿈이 반대라면, 내가 너한테 밟힌다는 거게?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미소도 차츰 식었다. 원 부주임은 양 주임의 노트에 살짝 이름이 기록된 것도 모르고 여전히 선량한 얼굴로 실실 웃었다.

“주임님, 돌아가서 좀 쉬시죠?”

“능연은?”

양학은 시간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아직 수술 중입니다.”

“아직도?”

“예. 6번째입니다. 조금 전에 새 기계 팔로 바꿨고요.”

기계 팔의 사용 횟수는 10번, 태무 센트럴 병원의 구매가는 33만 위안, 다시 말하자면 매번 사용할 때마다 3만 3천 위안을 순수 자비로 내야 한다.

병원 그리고 다빈치 모회사로서는 다빈치 로봇의 가격은 사실 큰 의미가 없었고, 진정한 핵심은 기계 팔 사용비로 벌어들이는 이윤이었다.

2천만 위안의 기계를 사용해서 후다닥 수술하면 반년이면 본전을 뽑는다. 다빈치 로봇 제조사도 더 많은 이윤을 얻는다. 엄격하게 기계 팔을 회수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10회 사용이니 뭐니, 모두 자본주의의 산물일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양학은 이런 자본주의가 매우 좋았다. 그는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저었다.

“대단하군, 대단해.”

“20시간 동안 잠도 안 자고 수술합니다. 게다가 타지에서 온 사람 아닙니까. 모르는 사람이라면 집 사느라 큰돈이라도 대출 낸 줄 알겠네요.”

“말조심하게.”

양학의 표정이 순식간에 엄숙해졌다. 의사들 사이에 농담으로 하는 말이 한마디 있다. 중병은 두렵지 않지만, 대출은 무섭다는 말이었다. 평소라면 몰라도, 다른 병원에서 온 대빵이 들었다가는 노트에 적어두고 내내 기억할지도 모른다.

“한 번 가보지.”

양학이 얼굴을 문지르고는 젖은 타올을 꺼내 대충 얼굴을 닦은 후에야 수술실로 향했다.

새벽의 수술실은 훨씬 조용했다. 능연은 여전히 모두를 등진 채 컨트롤러를 손에 쥐고 신이 나서 손을 놀리고 있었다. 유리창 너머 기계 팔은 리듬감 있게 상하좌우, 앞뒤로 우아한 무용수가 전기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느낌 있게 움직였다.

“능 선생, 이 수술 끝나고 좀 쉬지 그래?”

양학이 예의 바르게 물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스테미너 포션을 마신 능연은 지금 한창 기운이 넘치는데 쉬러 갈 생각이 있을 리가 없었다.

“사람이 쉬지 않고 어떻게…….”

“양 주임님. 지금 제 수술 어때 보입니까?”

“좋지! 거의 완벽하지…….”

능연이 갑자기 묻는 말에 양학이 무기력하게 평가했다. 밤이 늦어서 아부하기도 쉽지 않았다. 능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계속 수술하겠습니다.”

이어서 옆 수술실에서 기계 팔이 원거리 연애 중인 두 쌍의 연인처럼 격앙하여 움직였다. 힘들어서 미칠 것 같은 양학은 일단 하품부터 하고는 입을 가리고 한마디 하려는데, 이제 막 일어나서 온 좌자전이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

“양 주임님, 능 선생은 항상 이런 식입니다. 내킬 때까지 계속 수술해요. 그러니까, 병원 쪽에 문제는 없겠지요?”

좌자전은 조금 정중하게 물었고, 양학은 상대가 혹시 오해할까 봐 서둘러 손을 저었다.

“아니, 아닙니다. 그저 능 선생이 힘들까 봐 그러지.”

“괜찮습니다. 능 선생은 이런 거 좋아합니다.”

좌자전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

“다른 건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능 선생은 일부러 버티면서 수술하지 않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고요. 그러니까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계속 보내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하하하, 그야 쉽죠.”

양학이 껄껄 웃었다.

“그럼 됐습니다. 우리 조건은 그거 하납니다.”

좌자전도 따라서 웃었다.

“먼저 돌아가세요. 이쪽에서 연락하겠습니다. 전문가 컨센서스는 우리 능 선생이 바로 시작할 겁니다. 나중에 확실히 한 다음에 초청장 보낼 겁니다. 며칠이면 됩니다.”

“예, 예, 예. 아이고, 그럼 저는 도저히 못 견디겠어서…….”

양학은 도저히 더는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진료과 주임이 되기까지 이렇게 버텨온 건 맞지만, 근래 몇 년 자주 쉬면서 체력이 오히려 떨어졌다. 특히 수술이 없는 날 밤을 새우자니, 밤을 새울 동력도 없었다.

수술실 밖으로 나간 양학은 자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해서 하품을 연신 했다.

“주임님.”

원 부주임은 착실한 제자처럼 양학에게 찰싹 붙어 있었다.

“너도 이만 가서 쉬어라. 다른 사람 붙여두면 되지.”

양학이 대수롭지 않게 하는 말에 원 부주임은 고개를 저었다.

“아까 좌 선생 말이 계속해서 환자를 보내 달라고…….”

“그건 내가 알아서 해…….”

양학은 말을 멈추고는 머리가 잘 굴러가지 않는 듯 원 부주임을 바라봤다.

“능 선생이 이런 식으로 수술해대면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을 텐데요.”

원 부주임은 결국 양학이 가장 걱정하는 말을 입에 올렸고, 양학은 눈살을 찌푸렸다.

“말이 되냐. 벌써 수술 6건이나 했는데.”

“어제 수술 본 사람 많았잖아요. 다들 돌아가서 수술 시작했습니다. 후우. 게다가 6건 수술 기준으로 잡으면 안 될 거 같습니다. 능 선생 속도를 보니까, 한 시간 조금 넘으면 수술 한 건 끝내더라고요. 이래도 쉬지 않으면, 내일 점심까지 적어도 6, 7건 더 할 거 같은데 준비된 환자가 그만큼은 안 됩니다.”

택일 수술은 보통 수술 전에 준비가 필요하다. 금식에 물도 마시지 말아야 하고, 혈압, 혈당 같은 정규 검사도 빼놓을 수 없다. 전염병도 선별 검사해야 하고 영상은 더더욱 준비해야 한다.

응급은 어쩔 수 없으니까 닥치는 대로 하지만 말이다. 복강 내 수술은 대부분 바로 개복부터 하고 검사해서 수술 후 흉터가 유난히 크게 생기고, 회복도 느리다. 가능하다면야 당연히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특히 기초 질환이 있는 특수 환자들은 사전에 혈압, 혈당 체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나중에 용약, 회복 등에 문제가 잔뜩 생긴다.

태무 센트럴 병원 일반외과는 대형 진료과라서 수술 대기 환자를 손쉽게 두 자릿수까지 배정했지만, 그 이상은 쉽지 않다.

“지금은 시간이……. 내일 아침에 다시 전화하지.”

양항은 시간을 보고는 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네.”

“하룻밤도 못 버틸 정도는 아니겠지?”

양학이 눈살을 찌푸렸다. 아까 좌자전에게 시원스럽게 승낙한 것이 있는데, 돌아서서 바로 약속을 어기게 되면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다.

원 부주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했다.

“내일 아침이나 되어야 그나마 가능할 것 같습니다. 능 선생 속도가 점점 빨라져서…….”

원 부주임은 중얼거리다가 천천히 말을 멈췄다. 일반외과 주임들이 언제 임상의의 수술 속도를 타박한 적이 있을까.

“날씨가 별로니까 안 돌아가고 휴게실에서 자야겠다.”

양 주임은 창밖을 슬쩍 보고는 엘리베이터를 타러 갔다. 원 부주임이 되돌아보니, 창밖에 달이 밝고 별이 드문 것이 모처럼 만에 좋은 날씨였다.

“그러게요, 날씨가 참 별로네요. 저도 휴게실에서 자겠습니다.”

원 부주임이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돌렸다.

“제길.”

다시 꿈에서 깨어난 양학이 고개를 들었더니 하늘은 여전히 컴컴했다. 그러나 잠 생각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렇게 엉망인 잠자리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침대에 앉아서 생각에 잠겼던 양학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명예와 이득이 얼마나 어려운 건지도 모르고. 바라는 게 있어도 얻지 못하는 게 많은 것을.”

글줄 하나 읊은 양학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휴게실 전화로 응급의학과에 전화했다.

“오늘 적당한 환자 있으면 최대한 내 쪽으로 보내줘.”

수화기 너머에서 전화 받는 응급의학과 의사와 잘 알지도 못해서, 최대한 온화하게 부탁했다.

아까 꿈에서 떠올린 방법이었다. 일반외과 환자는 한계가 있고, 대부분 다빈치 수술을 원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오늘 소비한 환자만 해도 평소에 이삼 일은 걸릴 만한 양이었다. 그리고 내일 아침에 몇 건 더 쥐어짜 낸다고 해도, 능연이 돌아가겠다고 하면 이어서 할 수술이 없다.

진료과 의사가 할 수술까지 능연에게 내어줄 수는 없지 않은가. 수하 의사들이 난리가 날 테니 말이다.

다빈치 수술은 다른 정규 수술과 달리 집도의의 수술 스텝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머리만 맑으면 어시도 거의 필요하지 않고, 세컨 어시는 더더욱 필요 없다. 그래서 진료과 내부에 의사는 점점 줄어들었다. 예전엔 젊은 의사들이 어시 생활하면서 차근차근 수술 스텝을 배우고 차츰 올라갔다면, 다빈치 로봇을 채택한 후엔 그런 방식이 잘 통하지 않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큰 문제도 아니었다. 미국은 의료 체계가 있어서 단독으로 개업하는 외과 의사가 절대적 주류가 된다. 그리고 그 주류 의사 중 절대다수가 어시를 고정으로 두지 않는다. 그래서 어시 수량을 삭감할 수 있는 대책은 미국 의사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인건비 절감도 의사들로서는 다빈치 로봇을 구매하는 데에 거대한 동기가 된다.

그러나 국내 상급 의사로서는 더 복잡한 상황을 마주해야 한다. 양학 같은 주임, 부주임들은 하급 의사의 아첨과 시중을 만끽하는 동시에 그들에게 기술을 가르쳐야 하는 의무가 있고, 일거리를 물어다 줘야 할 필요가 있다. 초짜 의사 개개인을 대할 때야 대우가 달라질 순 있어도, 젊은 의사 그룹을 전체적으로 보면 이런 은근한 책임은 피할 수 없다.

그러니까, 양학이 다빈치 로봇 수술을 시작했을 때부터 점점 큰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었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다들 좋게 생각했었다. 어찌 됐든 큰 금액을 투자한 탑급 장비였고, 위생부 허가받는 것만 해도 쉽지 않았다. 허가가 떨어진 후에는 다들 전 세계적인 첨단 의료의 매력에 흠뻑 빠진 느낌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곧 치명적인 문제가 되었다. 다년간 발전을 거쳐온 일반외과의 수술실은 이미 문제랄 게 없었다. 초짜 의사들은 병상만 분배받을 수만 있다면 작은 수술 몇 건 하는 건 문제도 아니었다. 그러나 다빈치 로봇의 시간은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능연이 오기 전엔, 태무 센트럴 병원의 다빈치 로봇은 낮엔 기본적으로 풀 부하로 돌아가고 밤엔 기본적으로 운행을 멈췄다. 환자가 모자라서이기도 하고, ‘핵심기술’을 장악한 고연차 의사들이 만날만날 병원에 처박혀 있을 리가 없어서이기도 했다.

그리고 고연차 의사들이 병원이 없으니, 저연차 의사들의 발전 가능성 있는 수술은 더더욱 제한적이 된다. 다빈치 수술로 진행하다가 중간에 개복 수술로 전환해야 할 때마다 삼선 의사를 불렀다가는 당직이 누구라도 해도 언짢아할 일이니까.

수술 기회가 이토록 희박한 상황에서 능연의 수술 요구를 만족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필요한 수술량을 늘리는 것이고, 응급실이 환자 리소스를 증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이다.

양학은 아침이 되면 응급의학과 주임에게 전화 한 통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핸드폰을 내려다봤다.

“조금 더 자자.”

양학은 자리에 누워 억지로 잠을 청했다.

띠리리리, 알람이 울리는 순간, 양학은 바로 몸을 일으켰다. 머리가 띵했지만, 쉴 시간이 없었다. 양학은 머리를 부여잡고 전화부터 걸고는 대뜸 물었다.

“상황 어때?”

핸드폰 너머 지칠 대로 지친 중년 의사도 꿍얼거리면서 몽롱한 상태로 대답했다.

“괜찮은 편입니다. 수술도 순조롭고…….”

“쓸모 있는 이야기 좀 하지.”

“그게……. 그동안 천재 의사는 많이 봐왔지만, 이런 천재는 또 처음입니다. 수술 진도를 저보다 10배는 빨리 배워요. 특히 비장 절제는, 비장을 무슨 고무공 자르듯 자르는데……. 뭐라고 탓하고 원망할 수도 없더라고요…….”

양학은 몸이 저릿저릿해졌다. 머리가 맑지 않아서인지, 이렇게 뜻하지 않게 너무나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보니 유난히 더 시기, 질투, 원망이 들었다.

“대기 환자는 몇 명이나 더 있나?”

양학은 중년 의사의 설명을 자르며 물었다. 주임의 목소리에 정신 차린 중년 의사도 잠시 멈칫하다가 나지막이 대답했다.

“가보겠습니다.”

핸드폰 너머 목소리가 잠시 멈췄다가 문 열고, 닫고, 달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잠시 후, 중년 의사가 다시 핸드폰을 들고 ‘여보세요’ 하더니 진지해진 말투로 말을 이었다.

“주임님, 환자 두 명 더 있습니다. 지금 수술 전 준비 중이고요.”

“둘밖에 안 남았어?”

“네.”

“응급에서 온 환자도 없고?”

“둘 중 하나가 응급에서 넘어온 환자입니다. 급성 담낭염이요. 환자가 다빈치 수술을 원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13살 환자인데 안 받았습니다. 충수염 환자라서 다른 의사에게 넘겼습니다.”

중년 의사가 주저하며 말했다. 충수염은 일반외과의 초급 수술이라 보통 초짜 의사가 한다. 입문 단계의 간단한 수술이라서일 뿐만 아니라, 상급 의사들은 충수염 수술을 별로 내켜 하지 않아서이기도 했다. 충수염 수술의 어려운 점은 대부분 충수의 위치고, 그래서 의사들은 기술형 수술이 아니라 운수형 수술이라고 여긴다. 충수 돌기 위치가 이상한 환자를 만났다가는 주임급 의사도 세 시간 걸리는 때도 있다.

“능연에게 줘.”

양학은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었다. 좌자전과 약속한 이상, 수술량을 반드시 보장해야만 했다. 어떤 면으로 고려하든지, 어찌 됐든 수술을 잔뜩 채워둬야만 한다.

명령을 받은 중년 의사는 단 한마디도 되묻지 못하고 서둘러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양학이 간단하게 씻고 난 다음 다시 나갔을 때, 충수염 환자도 수술실에 갈 시간이 되었다.

“미성년자라고, 능 선생이 이 환자부터 하겠답니다.”

중년 의사의 설명에 양학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고는 미안한 얼굴로 능연을 바라봤다.

“이렇게 작은 수술까지 능 선생에게 부탁하게 될 줄은 몰랐군요. 혹시 마음 쓰이면…….”

못 만났다면 얼렁뚱땅 넘어갔겠지만, 만난 이상 한마디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능연은 의외로 고개를 저으면서 여전히 기분 좋은 모습으로 대답했다.

“충수염도 좋습니다. 오랜만이거든요. 어쩌면 재미있는 수술이 될 수도 있겠네요.”

그 말에 양학은 고작 충수염 수술인데 재미있을 게 뭐가 있냐고 생각하며 껄껄 웃었다. 수술 과정도 의외의 상황은 하나도 없었고, 능연은 염증이 생긴 충수 돌기를 매우 순조롭게 찾아냈다.

“운 좋은 녀석이군.”

양학은 능연을 에둘러 칭찬하기 위해서 웃으며 한마디 했다.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고개를 젓다가 고개를 돌렸다.

“전에 검사한 필름 다시 꺼내 주세요. 다시 한번 봐야겠어요.”

양학은 멈칫하고는 곧바로 모니터를 바라봤다. 정말로 문제가 생기면 그도 태평하진 못한다.

“무슨 문제라도?”

곁에 있는 중년 의사가 대신 묻자 능연이 ‘음’하고 대답했다.

“충수 돌기가 두 개인 것 같아서요.”

“맹장이 두 개라고요?”

환자 보호자가 의문 가득한 얼굴로 좌자전을 바라봤다.

“두 개라고요?”

여원은 기대 가득한 얼굴로 좌자전을 바라봤고, 좌자전은 여원을 끌어내며 환자 보호자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드문 경우긴 한데, 환자분은 분명 맹장이 두 개인 상황입니다. 지금 하나는 벌써 잘라냈고요, 지금 두 번째 맹장 처리하고 있어서 동의서 한 장 더 사인하셔야 합니다.”

좌자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태무 의사가 동의서를 들이밀었다. 사실 필수는 아니지만, 병원은 안전을 위해서 사인이 많을수록 안심한다.

환자 보호자는 딱히 별 이견 없이 동의서를 대충 훑어보고는 사인했다.

“사람 맹장이 어떻게 두 개일 수가 있죠?”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하지만 아드님은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이따 정확한 소식이 나오면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

환자 주치의가 지극히 신중하게 이야기하고는 동의서를 챙긴 다음 말을 이었다.

“두 분은 밖에서 잠시 더 기다리시죠. 수술 끝나면 상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예, 예. 선생님 잘 부탁합니다.”

두 보호자는 연신 감사 인사하고는 두 사람이 수술실로 돌아가는 걸 눈으로 배웅했다. 여원도 따라 들어갔다.

“정말로 충수 돌기가 두 개예요?”

여원이 빠른 걸음으로 따르며 물었다.

“아마 그럴 거야.”

좌자전은 느릿느릿 걸었다. 그 역시 꽤 오래 버틴지라, 지금 지치고 힘든 때라서 환자가 충수 돌기 두 개가 아니라 그게 두 개 있다고 해도 별로 흥분하지 않을 것 같았다.

여원도 사실 많이 지쳤지만, 언제 어디서든 잘 만한 곳을 찾을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그렇다고 대단히 잘 잘 수 있는 건 아니고 종종 남에게 밟히지만, 어찌 됐든 다른 사람보단 기운이 있었다. 그런 때에 관심 있는 일이 생기니 관심 포인트에 불이 들어와서 온몸에 기운이 가득해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 수술, 내가 어떻게든 들어갈걸. 충수가 두 개일 확률, 매우 낮을 텐데.”

여원이 중얼거리는 말에 나란히 걷던 태무 주치의도 끼어들었다.

“10만 분의 4에서 10만 분의 9의 확률이죠.”

여원은 저도 모르게 그를 바라봤다.

“충수 돌기가 두 개라길래, 조사해봤어요. 케이스 리포트 하나 쓸 수 있었을 텐데. 능 선생한테 넘어가게 되어서 아깝네요.”

“제가 쓸게요. 논문으로 발표되면 이메일 보내드릴게요.”

주치의가 조금 유감이라는 듯이 하는 말에 여원이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이런 논문이 능연 수술에 떨어졌으니, 그녀 손에 떨어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이, 세 사람은 수술실에 도착했다. 여전히 척추가 뇌룡처럼 아름다운 능연 옆에 서 있는 의사 서너 명은 얼굴이 창백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얼굴로 충수 돌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능 선생, 보호자한테 잘 설명하고 왔어.”

좌자전이 피드백하고는 고개를 들어 모니터를 올려다봤다. 거대해진 충수 돌기가 시선에 들어왔다. 좌자전은 저도 모르게 옆에 진열된 병리 표본을 바라봤다. 형제 같은 충수 돌기에서 빛이 반짝이는 듯했다.

“이 아이, 참 희한한 케이스네.”

둥근 의자에 기어 올라가서 고개를 들고 치켜올려 보는 여원의 얼굴에도 빛이 났다.

보통 충수염은 통증을 느낀 뒤에야 병원으로 온다. 평범한 충수염 환자는 돌기 절제 후 복통도 사그라진다. 그러나 충수 돌기가 두 개인 환자는 수술 중에 하나를 제거한 다음 통증이 일시적으로 잠잠해진 뒤에 분명 곧 다시 폭발할 것이다. 그때 다시 하나를 더 제거해야 한다고 하면 보호자들이 분명 의문을 품을 것이다.

양학 역시 생각이 많아졌다. 오늘은 출장 수술이고 그것도 능연이 하는 거라서 그렇지, 다른 의사였다면 십중팔구 두 번째 충수 돌기를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10만 분의 4의 확률, 정상적이라면 평생 한 번 만나지 못할 케이스고, 특별히 그 문제를 고려할 가능성은 더더욱 없었다.

그러나 이런 일로 문제가 생겼다면, 출장 수술 자체가 매우 골치 아파진다.

“앞으로는 다빈치로 충수염 수술하지 말도록.”

양학은 매우 재빠르게 이치를 논할 필요가 없는 결정을 내렸다. 부하 의사들은 아무런 의견 없이 대답했다. 어차피 다빈치 로봇으로 충수염 수술하려고 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연습해야 하는 게 아니라면 충수염 수술 자체에 별 관심 없다. 숨바꼭질 좋아하는 의사와 여원을 제외하고는.

“거의 됐습니다. 수처하죠.”

능연은 충수 돌기를 완벽하게 끄집어내고는 옆 수술실에서 협력하는 간호사가 두 충수 돌기를 나란히 놓은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연린은 팔자려니 하면서 또 기회를 매우 소중히 여기며 폐복 작업을 맡았다.

다빈치 로봇 수술 기회는 일반 수술 기회보다 더 적다. 마연린은 마음속에 가득하던 미친 듯한 환상, 능연에게 수술을 가르친다는 것을 모두 포기했다. 그리고 그 생각을 제외하고, 동기 다른 의사를 초월한다는 기대도 있었다. 지금 상황으로는 조금이라도 수술을 더 할수록 그 기회가 훨씬 더 커진다.

운화병원으로 돌아간대도, 다빈치 로봇이 한 대밖에 없는 상황에서 다른 초짜 의사가 기회를 얻을 가능성은 매우 적었다. 7*24시간 풀로 근무할 수 있다면, 숨을 헐떡이며 죽기 일보 직전에 다른 경쟁자 반은 속 터져 죽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좌 선생님, 다빈치 한 대 더 사죠.”

능연은 기지개를 크게 두 변 켜면서 목 안마해주고는 결정을 내렸다. 유일한 후보인 마연린은 미친 듯이 기쁜 마음에 저도 모르게 멈칫했다. 항상 수술해 오면서 조건반사적으로 움직여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땀을 놓칠 뻔했다.

좌자전은 당연히 바로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럼 곽 주임님께 전화할게.”

“네. 필요한 거 있으면 다시 말씀해주세요.”

능연도 다빈치 로봇 한 대 구매하는 데 꽤 긴 과정이 필요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이쪽에서 수술한 케이스를 리포트로 정리하고, 동영상 몇 개 같이 곽 주임님께 보낼게.”

“네, 그러세요. 그리고 최대한 빨리 사달라고 하세요.”

“넵.”

좌자전은 꽤 자신 있는 말투로 대답했다. 병원 같은 곳에서 비싼 설비를 사는 건 사실 큰 문제가 아니고 관건은 효과와 수익이었다. 병원 설비 중에 꽤 비싼 편인 양자 메스는 기본 세팅과 기기 설비 원가가 수십억 위안이며, 해마다 유지보수에 드는 비용, 인건비도 억 단위다. 그러나 현저한 효과 때문에 많은 병원이 신청하고 있다.

병원은 수익이 나지 않는 곳에 투자하는 걸 가장 두려워한다. 돈을 벌고 말고는 둘째치고, 의사들 트레이닝도 할 수 없고, 기술 연구에 쓸 수도 없는 것이야말로 헛된 돈 쓰게 되는 것이다. 헛돈은 원가가 고작 1, 2백밖에 되지 않아도 대부분 투자하려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식당이라든가…….

태무 센트럴 병원 의사들은 명확히 안 좋아진 얼굴로 능연을 바라봤다. 이틀 동안 함께 지내면서, 능연이 말수는 적지만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 다들 똑똑히 봤다. 이 정도쯤 되는 의사가 굳이 큰소리치거나 허풍을 떨 이유가 없다.

바로 그런 이유로, 능연이 다빈치 로봇도 사고 싶으면 산다는 모습을 보이자 질투, 시기, 원망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태무 센트럴 병원 일반외과 의사들은 자기 진료과에서 얼마나 힘들게 기계를 들여왔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이토록 손쉽게 얻는 걸 보니 심기가 불편하게 요동칠 수밖에 없었다.

“너희들도 진료과에 환자가 하나도 없게 만들면 사고 싶은 거 다 살 수 있다.”

양학 역시 할 말이 없어져서 부하들을 가스라이팅할 수밖에 없었다.

“양 주임님, 이제 환자 하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좌자전은 양학의 훈계가 끝나길 기다렸다가 조심스럽게 다가가 다시 당부했다.

“그게…….”

양학은 갈수록 기분이 초조해져서 뭐라고 함부로 말하지도 못하고 말꼬리를 늘이면서 어떻게 생각할지 고민하는 동시에 전문가 컨센서스 공저 같은 건 역시 쉬운 게 아니라고 생각하며 혼자 쓴웃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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