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847화 (826/877)

“이 방안만 보면, 4시간 이내에 가능할 것 같습니다. 다빈치로요.”

양학은 회의실에 앉아서 모니터 안의 하원정을 눈을 크게 부릅뜨고 바라보며 말했다.

능연의 그늘에서 생활하는 간담췌 주임을 양학에게 형용하라면, 대형 훠궈 체인 하이디라오 옆에 가게를 연 작은 훠궈집이랄까. 손님이 아예 없냐고 하면, 하이디라오 자리를 기다리다 못해서 찾아오는 손님이 있어서 또 그건 아니었다. 그러나 있다고 하기엔, 이득이 있는 건 또 아니었다. 게다가 하이디라오에 줄 선 손님이 가게 앞을 차지하기까지 한다.

양학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사회자인 좌자전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럼 앞으로 이 방향으로 노력해 볼까요? 어떻게 정식 진행할까요, 주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좌자전 앞에 놓인 2분할 대형 모니터에 운화병원 간담췌 주임 하원정과 부주임 장안민이 보였다. 두 사람은 얼굴을 굳힌 채 서로 바라보다가 하원정이 먼저 입을 열었다.

“다빈치 로봇을 제가 아직 써 본 적이 없어서요. 하지만 개복으로 간 절제를 한 시간에 하는 능 선생이니까, 수술 시간을 능 선생을 기준으로 잡는 건 아무런 의미 없다고 봅니다.”

그 말에 좌자전이 물었다.

“그럼 주임님 생각은요?”

“조금 더 잡아야지. 5시간이나, 5시간 반.”

“우리 현재의 평균 수술 시간이 6시간 반입니다.”

양학이 이때 한마디 했다. 그와 하원정은 그리 잘 아는 사이가 아니라서 그저 떠보듯이 의견을 낼 뿐이었다.

“아, 그럼 6시간에서 4시간으로 줄이는 게,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양학은 잠시 침묵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능 선생의 방안이라면 희망이 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프로젝트인데, 4시간으로 줄이지 못하면 의미도 없습니다.”

사실 양학 역시 능연의 노선으로 가고 싶진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으면 프로젝트가 성립되지 않는다. 능연이 4시간으로 줄일 수 있어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가치가 생겼다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양학 본인은 더 잘하고 더 빨리할 자신이 없으니 능연의 방안대로 비벼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병원은 연구소가 아니라서 임상의가 프로젝트 비비는 건 별로 창피한 일도 아니었다. 양학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본인이 껄끄러워하지 않으면 그만이고, 껄끄러워하고 싶은 사람이 껄끄러워하면 된다.

하원정도 금세 분위기를 파악했다. 상대도 고생할 만큼 한 사람으로, 인제 체면 문제는 고려하지 않고 착실하게 실리를 얻고 싶은 모양이었다. 자기처럼.

하원정은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우리 양측에서 각자 병상과 환자를 준비합니까.”

양학은 길게 생각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비슷합니다.”

“간중엽 환자 목표로요?”

“맞습니다.”

“그럼 각자 노력하죠.”

“네.”

하원정과 장안민은 저도 모르게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양학은 병상과 환자 수량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능연과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점을 깨닫지 못한 게 틀림없었다.

두 사람은 지금 한 참호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공동으로 적을 마주하면서 또 서로 경계하는 이런 상황은 참으로 자극적이었다.

“참, 능 선생은?”

정신을 차린 장안민이 재빨리 묻자, 좌자전이 미소를 지었다.

“능 선생은 밥 먹으러 갔습니다.”

좌자전의 미소를 본 장안민은 바로 깨달았다.

“전칠 씨 오셨어요?”

“응. 출장 갔다 와서 일본으로 가야 하는데, 마침 몇 시간 빈다고, 곧바로 태무로 오셨어.”

좌자전은 이야기하다가 탄식했다.

“전칠 씨도 참 힘들겠다. 가문에서 여러 그룹을 또 전칠 씨에게 넘겼다더라고. 요즘 그거 정리하느라 정신없어서 시간도 별로 없고…….”

“어쩐지, 능 선생이 새 영역에서 프로젝트를 한다 했다.”

장안민은 이해하는 동시에 내심 경각심을 가졌다. 간담췌에 너무 오래 있어서 본진 소식을 너무 모르고 있었어. 이래선 안 되지.

능연은 식사 후 전칠과 함께 걸어서 병원으로 돌아와서는 그 길로 헬리콥터 승강장까지 배웅하고 다시 수술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스테미너 포션을 마신 후에 마지막 환자 자료를 살펴봤다.

간담관 암색전은 간중엽과 비교하면 수술 난도가 훨씬 낮다. 담관 수술은 모두 어렵지만, 비교 상대가 중요하다. 담낭 절제 수술 시, 큰 리스크 중 하나가 바로 담관 문제이다. 담관에 문제가 생기면 기본적으로 저연차 주치의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게 된다. 그러나 간 절제 수술과 비교하면 담관은 별문제가 아니었다. 간중엽은 더더욱 간 절제 중 고난도 수술이라서 당연히 간담관 암색전보다 훨씬 어렵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4급 수술은 그게 무엇이든 쉽지 않다. 4급 수술인 이상, 아차하면 수술대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수술이 된다. 그리고 수술 중 리스크도 예상하기 힘든 것이 많다.

상급 주임 중 나이 든 의사는 갈수록 수술이 줄고, 갈수록 4급 수술은 하지 않게 된다. 그중 많은 이가 수술 중에 트라우마가 생겨서 그런다. 테이블데스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매우 괴로운 일이고, 집도의에게도 마찬가지로 가슴 속에 쌓이는 마음의 병이다. 모든 의사가 적절히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능연은 수술 중 사고를 받아들이는 용납 폭이 더 좁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간단한 수술일지라도 어려운 수술과 똑같이 충분한 수술 전 준비를 한다.

“능 선생, 잠 좀 자지 그래.”

좌자전은 밖에서 들어오다가 불안한 듯 능연을 주시했다. 아무리 능 선생이라고 해도 이번 수술 시간은 너무 길었다.

“환자 준비됐습니까?”

“됐어. 그런데 양 주임이 못 버틸 거 같아.”

좌자전은 동정심을 조금 내보였다. 능연은 하늘을 힐끔 바라봤다.

“그럼 몇 시간 쉬고 내일 새벽에 해요. 수술 끝나면 운화로 돌아갑니다.”

“예압.”

좌자전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좌자전도 태무에서 압박을 꽤 받았다. 게다가 오랫동안 데이트도 못 해서 아무리 성격 좋은 여자라도 언짢아할 상황이었다.

“내일 수술은 시간 오래 걸릴 거예요. 수술 참여하는 의료진들 모두 배불리 먹이세요. 주 주방장님한테 준비하라고 하세요.”

능연은 한마디 더 당부했다. 간담관 암색전 수술 시간은 간중엽 수술 시간보다 더 길어서 정상적으로 7, 8시간, 심지어 10시간 걸릴 수도 있다.

능연은 그런 때 주 주방장에게 음식을 준비시키곤 한다. 좌자전이 막 고개를 끄덕이는데 능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큰 생선이랑 양 한 마리 가지고 왔다는 거 같아요. 가지고 돌아가기 불편하면 여기서 먹어 치우자고 하죠.”

“예압.”

좌자전은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수술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게 전설 속의 다랑어구나.”

의사 하나가 작은 식당에 서서 쉐프가 막 잘라준 생선회를 먹으며 잊지 않고 핸드폰으로 생선 전체 모습을 사진 찍었다.

좌자전은 뿌듯한 얼굴로 은근히 잘난 척했다.

“황다랑어입니다. 남방다랑어보다는 수량이 많아요.”

“자주 이렇게 먹습니까?”

한 의사가 양손으로 양갈비를 뜯으며 시간 내서 말했다. 좌자전은 ‘음’하고 대답하고는 3.14초 여운을 만끽한 다음에 입을 열었다.

“매일은 힘들죠. 살찌잖아요. 가끔은 쉐프가 샐러드나 가벼운 것들도 해준답니다.”

“이런 음식을 며칠 먹으면 다음에 풀만 먹어도 맛있겠죠.”

“사실 전문 쉐프가 만든 샐러드도 맛있습니다. 우리 팀은 매번 샐러드 먹을 때마다 수술과 간호사 절반이 달려와요. 요즘은 시저 샐러드 같은 건 아예 두 통 만들어요. 한 통으로는 모자라거든요. 집에 가지고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좌자전은 신이 나서 자랑해댔다. 예전에 마을 위생 병원에 있을 당시 싱가폴, 말레이시아, 태국 학습단이 돌아왔을 때 이런 식으로 학습단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획득한 최신 동향을 그날 밤 바비큐 파티에서 제대로 허풍 떨었었다.

젊은 시절 신선하게 느꼈던 싱가폴, 말레이시아, 태국 여행은 이미 진부해졌지만, 좌자전은 다시 젊어진 느낌이 들었다. 태무 센트럴 병원 의사들은 역시나 부러운 표정을 지었다.

“집에 가지고 가도 됩니까?”

“물론이죠. 전칠 아가씨의 말을 빌려서 이야기해 드리자면, 정말로 원가를 따지자면 재료 원가는 사실 작은 일부분입니다. 그러나 음식을 가지고 돌아가게 해서 느끼는 행복감은 몇 배니까요.”

“부자는 말도 잘하네요. 그럼 나도 이거 하나 가지고 가렵니다.”

태무 의사는 한 번에 생선회 두 개를 입에 욱여넣으며 웅얼거렸다.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잉? 진짜로?”

시원스럽게 대답한 좌자전은 상대가 놀라자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입니다. 많아서 다 먹지도 못해요. 전칠 아가씨는 언제나 이럽니다. 능 선생이 먹다가 모자랄까 봐 종류도 많이 준비하고 양도 많이 준비해요. 싸가려면 싸가세요. 선착순입니다.”

태무 의사는 국물을 마시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돌아갈 때가 되어서야 이야기하다니……. 며칠 더 있다가 가실래요?”

좌자전은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웃다가 대답했다.

“이제 적당한 환자도 없잖습니까. 다음엔 꼭 그러겠습니다.”

상대도 농담일 뿐이라서 껄껄 웃고는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먹었다. 이런 꼭두새벽에 수술실에 나온 사람은 다 지난밤 밤새운 사람이다. 물론 운화병원 의사는 그저 일찍 일어나는 데에 익숙해진 것이지만.

능연은 더 일찍 일어났다. 그는 혼자 한쪽에 앉아 있었고, 쉐프가 막 준비된 음식을 알아서 서빙했다.

외부인 눈에 지금 능연의 모습은 주변 환경과 완전히 어울리지 않는 사치스러운 귀공자처럼 보였다. 그러나 능연을 잘 아는 사람은 설사 하얀 쉐프모를 쓴 쉐프가 시중들지 않아도, 능연이 변함없이 주변 환경과 완전히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수술실 준비됐어요.”

가위바위보에서 이긴 간호사가 폴짝폴짝 달려와서 두 시간 전부터 공들여 화장한 꾸안꾸 얼굴로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어 흠모하는 눈빛으로 능연을 바라봤다.

“환자 왔나요?”

능연은 태연자약하게 한 마디 묻고는 물을 마시는 사이에 스테미너 포션도 삼켰다.

“왔어요. 보호자도 밖에 있습니다.”

“알았어요.”

간호사가 눈을 깜빡이며 대답하자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속 음식을 먹었다.

간담관 암색전은 그에게 어려울 것이 하나도 없고 핵심은 변함없이 간 절제일 뿐이었다. 그러나 긴 시간 걸리는 건 어쩔 수 없고, 수술 중엔 먹고 마실 수가 없다.

능연은 멈칫하고는 고개를 들고 자연스럽게 물었다.

“다빈치 수술 때는 중간에 뭐 먹어도 되던가요?”

“보니까 외국 의사들은 커피도 마시더라.”

마연린이 고개를 돌리며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태무와 우리 수술실은 모두 중간에 칸막이가 있긴 해도 수술 구역 안에 있어서.”

“차세대 다빈치는 조금 더 원격으로 가능해지면 재미있겠네.”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도 했겠다, 머리가 훨씬 맑아진 연문빈이 계란을 욱여넣으며 말했다.

“5G 같은 걸 탑재하고 몇천 킬로 떨어진 야전 병원에 다빈치 기계를 설치하고 의사가 도시에서 바로 수술할 수 있게 되면, 야, 밥이 문제냐, 재택 근무해도 되겠다.”

“하하하. 선생님은 원격으로 족발 만들면 되겠네요. 천 리 밖에서도 원조 연씨 족발 팔 수 있겠어요.”

“난 그럼 아예 헬스장에 살아야지.”

마연린의 말에 연문빈은 아예 망상에 빠졌다. 태무 일반외과 원 부주임은 그들이 빠르게 식사를 마치고 곧장 수술실로 향하는 모습에 들고 있던 양갈비를 천천히 내려놓았다.

“그 양갈비 안 드십니까? 그럼 제가 가지고 갑니다?”

옆에 있는 주치의가 입맛을 다시며 손을 내밀었다.

“먹을 생각뿐이냐.”

원 부주임은 접시를 밀어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 운화병원 사람 이야기 못 들었냐?”

“족발 어쩌고 하는 얘기요?”

원 부주임은 눈을 부릅뜨고는 말을 이었다.

“간담관 암색전 수술하러 갔다.”

“예. 오늘 수술이니까요.”

주치의는 혹시 양갈비 먹다가 잘못된 거 아닌가 싶어서 부주임을 힐끔 바라봤다.

“쟤들 상태 말하는 거다.”

주치의는 그제야 입가에 묻은 기름을 닦으며 ‘하’ 소리를 냈다.

“봤습니다.”

“뭘?”

“가뿐해 보이네요.”

주치의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간담관 암색전을 담낭 수술 정도로 여기고 있다고. 그 큰 수술을 작은 수술처럼 말한다고.”

원 부주임은 입을 삐죽이며, 부럽고 질투하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전에 나도 운화에 가 본 적 있는데, 운화병원, 우리랑 비교하면 그저 그랬었다.”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이러나저러나, 어차피 일찍 일어나서 밥 먹으러 오는 신센데요.”

“일찍 돌아가려고 그러는 거지. 우리 놈들은 먹는 것만 밝히고, 기술 좀 배워볼 생각은 하지도 않지.”

주치의가 담담하게 대꾸하는 걸 들으며 원 주임은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누구한테 배워요?”

주치의가 양갈비를 뜯으며 묻자 원 부주임의 정의롭고 애국심 넘치는 네모 얼굴이 순간 굳었다.

오늘 너무 일찍 일어난 바람에 곰곰이 생각할 시간도 없이 후배 혼내는 것에만 연연했다.

“주임님 듣는 데선 그런 소리 하지 말아라.”

원 부주임은 심각한 얼굴로 화근을 바라봤다. 매우 적절한 위협이었고, 주치의는 알겠다고 대답하는 동시에 새벽 시간이라 아이큐가 부족했음을 인식하고는 짐짓 멍청한 듯 웃어 보였다.

“우린 다빈치 전문으로 할 거잖아요. 그러니까 굳이 간 수술에 집착할 것 없는 거 같아서…….”

“다빈치가 그렇게까지 보급되지 않았잖냐. 복강경으로 유명해졌다는 의사 이야기 들은 적 있냐? 도구를 바꿔도 어차피 중요한 건 질환이다.”

원 부주임은 그렇게 말하고는 긴말 없이 수술 참관하러 수술실로 향했다. 주치의들과 달리 ‘누구한테 배워요’하고 물을 자격도 없는 그는 알아서 독학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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