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849화 (828/877)

능연의 시야에 보이는 담관 안엔 종양이 가득한 상황이었다. 나뭇가지 같은 담관은 원래 담즙을 분비하는 통로인데 지금은 암으로 가득 막혔고, 암이 퍼져 나가는 통로가 되어서 기능을 잃은 하수도관처럼 오물만 쌓이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진짜 하수도관과 달리 담관은 설계도가 없을뿐더러 근처에 있는 작은 혈관과 복잡하게 얽혀서 각종 위험한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담관 자체는 간 내부에 있고, 엄청 많은 혈관과 이어져 있어서 조금만 건드려도 온몸에 영향을 주는 전형적인 장기다. 전통적인 간담췌 치료 과정에서 간담관 암색전 치료는 언제나 커다란 난제였다. 혹은, 더 나은 치료 방안이 아예 없다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단순히 완화 치료만 진행해야 하는 일이 많다.

능연은 완화 치료에 동의하지만, 본인은 그런 유형의 수술을 하지 않는다. 환자가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상황에서 능연의 수술 공격성은 나날이 막강해졌다.

무의식적으로, 능연의 수술 선택 그리고 환자들의 선택은 은연중에 공격적 분위기로 바뀌었다. 오늘 수술도 더더욱 전면적 공격 태세를 취했다. 눈에 보이는 암색전은 크기를 막론하고, 오래된 것이든 새로 생긴 것이든 모두 박리했다.

전통적인 수술에서는 흔하지 않은 방식이었다. 전통적인 개복 수술에서는, 조금 더 세심하게 한다고 해도 기껏해야 비교적 큰 담관 암색전으로 박리하고 작고 밀집한 부분은 절제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그것 역시 수술 책략이지만, 다른 모든 수술 책략과 마찬가지로 새 기술과 새로운 방법의 사용 목적이 반드시 옛 책략을 부정하는 건 아니고 경계를 더 넓혀 가는 것에 불과하다. 뉴튼에서 아인슈타인까지 온 것처럼.

개복 수술을 채택했다면, 능연도 아무래도 간 절제를 선택했을 것이다. 제대로 보이지 않기도 하고, 환자의 신체 조건이 장시간 개복 수술을 버티지 못해서였다.

그와 비교하면 다빈치 로봇 수술은 환자의 버팀력도 좋아진다. 게다가 로봇의 기계 팔은 익숙해지면 특별히 더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다. 능연은 기계 팔을 통해 암색전 성장 방향을 완전히 따라가면서 암색전을 하나하나 꺼냈다. 그것도 혈관에 아무런 손상도 없이.

능연이 암색전을 하나하나 다루는 건 수술 초반에 다들 깨달았는데, 수술이 진행됨에 따라서 혈관 손상도 없다는 것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긴 수술 시간에 조금 침울해진 운리 라이브에 누군가가 갑자기 발언했다.

-아니겠지. 풀타임 동안 혈관을 건드리지 않는다고?

한참 동안 아무도 발언하지 않아서, 지금 이 발언은 유난히 두드러졌다. 지친 듯이 둥근 의자 뒤에서 구석을 지키고 있던 여원이 고개를 들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혈관 건드리지 않은 것 같은데.”

“혈관을 건드리면 매우 위험하니까요.”

능연이 고개를 들고 경추 근육을 잠시 풀어주고는 그 김에 부하 의사들에게 설명해 주었다.

“지금 위치에서 혈관을 건드리면 장기 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고, 나아가 환자가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지금 혈관이 터지면, 절제할 기회도 없으니까?”

이론 지식은 꽤 충분한 여원은 능연의 힌트를 받자마자 바로 이유를 떠올렸다. 능연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론적으로는 간 절제 해서 만회할 수 있지만, 그러면 이번 수술의 의미 자체가 사라지죠. 게다가 현재 환자 상태로는 만회하기도 어렵고요.”

“남은 간이 얼마 없지.”

좌자전일지라도 쉽게 추론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간호사에게 표본 봉투를 꺼내라고 지시해서 환자의 복강에 찔러놓고 계속해서 암색전을 박리해서 표본을 채취했다.

여전히 길고 반복되는 지루한 과정이었다. 수술을 차 수리에 비유한다면, 암색전 하나를 꺼내는 작업량은 자동차 한 대의 엔진 정비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리고 무수히 많은 암색전은 무한히 긴 시간이 필요하고.

사실상 대다수 의사는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작업하다 보면 실수하기 쉽고, 나아가서 포기하는 일도 흔하다. 강렬한 진취심과 성취감의 격려가 없다면, 평범한 의사는 이런 수술을 버티지 못한다.

라이브를 통해 수술을 보는 의사들은 긴 병목 상태를 거친 후 다시 안정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사실상 대여섯 시간 이상 수술을 봐온 의사들은 지금까지 봐온 이상 여기서 그만 볼 리는 없었다.

운리에서 설립한 라이브 시스템은 전문 플랫폼이고, 전문 설비가 있어야 영상으로 송출할 수 있다. 그 높은 문턱에 라이브 방송하는 인원이 줄어들었고, 보는 사람이 몇 없거나 아예 보는 사람이 없는 방송도 흔했다.

그러나 라이브 시스템은 수술실 상태를 가장 가깝게 접할 수 있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프로 의사가 프로 의사의 수술을 보고, 그로 인해 고정적인 그룹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 운리 시스템의 가장 핵심적인 매력이었다. 능연으로서도 비교적 의미 있는 상태고.

그저 영상을 보는 사람이 있고, 팬들이 좋아해 주는 것만으로는 능연에겐 별다른 신선한 일이 아니고, 그가 추구하는 목표도 아니다. 그보다 시청자들이 그의 수술 과정을 통해서 무언가 배울 수 있다면, 능연은 그게 더 좋았다.

그의 스킬은 쉽게 얻은 것이고, 멀리 퍼트릴 수 있다면 능연으로서도 기쁜 일이었다. 그러나 연문빈, 마연린 등을 가르칠 때와 마찬가지로, 수술하면서 주절주절 말이 많은 것엔 익숙하지 않다. 라이브를 지켜보는 시청자로서 단순히 수술만 보는 건 조금 어깨너머로 수술을 훔쳐 가는 느낌도 없잖아 있었다.

펭귄은 훔치는 게 낫다는 말이 있듯이, 수술이 너무너무 대단할 때는 수술을 훔쳐 가려는 사람도 더 열심히 하게 된다. 그러니 수술 시간 길이는 오히려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남 재주 훔치려는 사람이 그 시간이 길다고 타박할까?

양학 주임 일행이 한 바퀴 돌고 다시 돌아왔을 때, 라이브 방송 시청자 수는 백 명을 돌파했다. 양 주임은 조금 부러워졌다.

의학계 관점에서 백 명 넘는 시청자 수는 작은 규모의 학술회의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수술 보는 사람을 이 정도로 모으려면, 예전엔 평범한 진료과에서는 몇 달 모은 작은 금고를 털어야만 가능했다.

“순조롭게 잘하고 있군요.”

양학이 좌자전을 찾아가 한마디 칭찬하자, 좌자전도 조금 뿌듯한 듯 대답했다.

“능 선생 상태가 좋네요.”

“그렇게 보이네요. 너희들은, 뭐 좀 배웠냐?”

양 주임은 뒷짐 진 채 카리스마 넘치게 주변 의사들을 바라봤다. 가장 가까운 곳에 서 있는 선임 주치의도 한참 동안 수술을 보느라 눈이 다 뻣뻣했고, 일단 다리부터 풀어주고 대답했다.

“대단한 느낌입니다. 수술 내내 대단합니다.”

양학은 저도 모르게 몇 시간 전에 자기가 경험한 것을 떠올렸다. 지금도 역시 한 마디로 동기화할 수 있는 상태였다. 양학 주임은 서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냉정하고 이지적인 말투로 말했다.

“그러니까, 잘 배우란 말이다. 색전 제거 수술은 누구나 하는 거지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사람 있냐? 안 그래?”

“예…….”

다들 양학 주임의 말에 호응했다. 선임 주치의는 잠시 침묵하다가, 놓쳐선 안 될 기회라고 생각하고 용기를 냈다.

“조금이나마 배운 것 같습니다. 다음에 한 번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응?”

양학은 내심 놀라서 그를 바라봤다. 수술 문제에서 허풍 떨기가 어렵긴 해도, 안 되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이렇게 대놓고 허풍 떨다니. 특히 자기 상급 의사 앞에서. 도저히 쉽게 떨 수 있는 허풍이 아니었다.

양학은 눈앞에 있는 주치의를 위아래로 살피다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암색전 수술이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

“저, 저는 간 절제 수술을 한 적 없지만, 능 선생이 암색전 박리하는 동작을 벌써 몇 시간 동안 봤습니다. 한 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주치의는 오래 생각해 온 생각을 나지막이 대답했다. 능연이 긴 시간 수술하는 동안 난도도 난도지만, 동작 반복성이 꽤 높았다. 주치의는 한참 동안 보고 있었고, 맨손으로 몇 번 따라 해보기도 하다가 더는 참지 못하고 말을 꺼낸 것이었다.

지금 이야기 꺼내지 않으면 앞으로는 다시 그 말을 꺼낼 기회가 없다. 심지어 내일이 되어 다른 자리에서 같은 말을 한 대도 수술 기회를 잡지 못할 것이다. 물론 지금도 꼭 기회를 얻으리란 법은 없지만, 희망은 조금 있었다.

“능 선생은 이렇게 긴 시간 수술하면서 혈관을 하나도 안 건드렸어.”

“제, 제 생각엔……. 조기 암색전 수술이라면 저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능 선생의 수법이 매우 세심해서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치의는 최대한 기회를 쟁취하려고 애썼다. 다빈치 수술은 아직 보급되지 않았고, 능연의 암색전 수술을 보는 사람 중에 처음부터 끝까지 봐 온 사람은 더더욱 손에 꼽혔다.

다른 의사들이 혈관 같은 고난도 포인트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이 주치의는 능연의 ‘암색전 꺼내기’ 기술에 집중했다. 장시간 이어진 같은 수술 과정은 마치 해답 풀이처럼, 그것도 무수히 많이 푼 연습문제처럼, 주치의의 자신감을 끊임없이 북돋웠다.

이런 기술은, 앞으로 2, 3년 혹은 3, 4년 후에 다빈치 기술이 보편적으로 보급된 때엔 상대적으로 평범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는 능연의 30% 내공만 재현할 수 있어도 삼갑병원 평범한 주치의로서는 눈에 띌 귀한 기회가 된다.

“적당한 환자가 있는지 한번 찾아봐.”

양 주임은 바로 허락하진 않았지만, 기회를 봉쇄하지도 않았다.

“예, 예.”

주치의는 당장에라도 환자를 찾으러 가고 싶어서 안달 난 표정으로 연신 대답했다.

장장 13시간 끝에, 능연이 간담관 암색전 수술을 막 마쳤다. 능연의 수술 중에서도 지극히 긴 수술이었고, 응급 시절 복합 증상 환자를 제외하고 택일 수술 환자 중에 이토록 긴 시간 즐길 수 있는 환자는 처음이었다.

수술을 마친 능연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축하의 의미로 스테미너 포션을 한 병 끝까지 마셨다. 수술 내내 포션 세 병을 마셔서 겨우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닫아요.”

능연은 수술실로 들어가서 환자 상태를 다시 확인한 후에 명령했다. 연문빈 일행은 즉시 바삐 움직였다. 그와 동시에 간호사들도 네 개나 가득 채운 표본 봉투를 담기 시작했다. 호기심에 사진 찍는 사람도 있었다.

“능 선생, 수고했어요. 환자 상태 좋아 보이네. 일단 좀 쉴래요? 후우, 드디어 다 했네요.”

양 주임이 나서서 인사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밥부터 먹죠.”

능연은 지치진 않았다. 오히려 조금 흥분 상태인데 배는 정말로 고팠다. 좌자전은 안티에이징 로션을 몰래 바른 큰 얼굴을 내밀면서 웃으며 다가갔다.

“주 주방장님한테 벌써 말씀드렸어. 이제 가면 거의 준비되었을 거야.”

“좋아요. 그럼 가요.”

능연이 앞장서자, 양 주임도 탄식하며 서둘러 쫓아갔다.

“능 선생, 정말 수고했어요. 힘들죠? 수술도 끝났는데, 나가서 맛있는 거 먹읍시다. 손님 대접은 하게 해줘야지.”

“힘들지 않습니다. 이렇게 긴 시간 수술할 수 있다니, 다빈치 로봇, 좋은 거 같네요.”

“음?”

능연의 요점을 전혀 Get하지 못한 양 주임은 자연스럽게 좌자전을 바라봤다. 좌자전은 얼굴을 문지르면서 고민하면서 물었다.

“능 선생, 그 말은 설마……. 수술 시간이 길어질수록 다빈치 로봇이 더 가치 있단 말이야?”

“개복 수술 환자는 13시간을 버티지 못한다는 거죠.”

“그건 그렇지.”

능연이 수정해주자, 좌자전도 이번엔 바로 알아듣고 ‘알아들으시겠습니까?’ 하는 눈빛으로 양 주임을 바라봤다.

“그건 그래. 개복 수술로 13시간 배를 열어 놓으면 안 죽을 환자도 죽겠다.”

“게다가 세밀화되어서 가치가 있죠.”

능연은 더 길게 말하지 않았다. 동맹 혹은 업계 종사자와 이야기할 때는 길게 이야기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알아듣는 사람은 어차피 알아들을 테고,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도 그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능연 입장에서 다빈치 로봇의 가치는 장시간 수술에서 실현되었다. 치열한 개복 수술이 온화하고 지속 가능한 수술로 변하고, 수술 중 위험성을 낮추면서 수술자를 더더욱 즐겁게 해준다. 물론 다른 수술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그게 누구냐와 그 사람의 아이큐에 달렸다.

그러나 앞으로 있을 수술에서 오늘과 같은 시간으로 수술하려면 새로운 난제를 마주할 것이다. 능연의 스킬이 늘수록 수술 시간이 자연스럽게 단축될 것이다. 또 한편으로 이렇게 긴 시간 할 수 있는 수술을 찾는 것도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간 내 담관 암색전은 흔한 질병이지만, 능연이 이렇게 수술하는 수술 목표는 환자가 최대한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상대적으로 수술 범위가 불가피하게 축소된다. 현대 수술의 범위는 사실 상당히 제한적이라서 임상 의사들이 아무리 최대한 수술 한계를 넓힌다고 해도 아직도 손대지 못하는 인체 부분은 여전히 대량 존재하고 복합형 금지구역은 더더욱 많다.

특히 능연이 단순히 이 유형 수술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서 13시간 수술 기회는 더 어렵고 더 귀해진다.

“능 선생, 오늘 메인요리는 헝가리 와인으로 졸인 소고기야.”

주 주방장은 능연 일행을 보자마자 기운 넘치는 모습으로 고함쳤다.

“간 주세요.”

사고 회로가 흐트러진 능연은 인사 부분을 바로 건너뛰고 주문부터 했다. 능연이 익숙할 대로 익숙한 주 주방장은 살며시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간단하게 푸아그라 식빵에 상큼한 과일즙을 소스로 뿌리도록 하죠. 잠시만 기다려요, 금방 됩니다.”

돌아서서 냉장고에서 신선한 푸아그라를 꺼내서 준비를 끝낸 주 주방장은 다시 고개를 들고 성의 없이 물었다.

“여러분은요? 푸아그라 드실래요? 오늘 푸아그라도 좋은데.”

“좋아요.”

“그러죠.”

“감사합니다.”

능연과 함께 들어온 의사들은 대충 고개를 끄덕였고, 마지막에 들어온 스윗하게 생긴 여기자는 한참 넋이 나갔다가 신선한 푸아그라를 힐끔 보고는 입을 틀어막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

의사들은 그 일을 논의할 흥미도 없어서 저마다 좋아하는 화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능연은 묵묵히 식사하며 텅텅 빈 위장을 채워나갔다. 동시에 머릿속으로 요 며칠 했던 수술을 되짚어 보았다.

모든 수술이 순조로웠지만, 순조로움마다 달리 해석할 수 있다. 능연으로서는 해석할 만한 것이 너무나 많았다.

“좌 선생, 전문가 컨센서스는 어디까지 진행됐을까?”

양 주임은 다른 사람들이 모두 저마다 수군거리는 걸 확인하고는 목소리를 낮추고 좌자전을 향해 물었다. 좌자전은 커피부터 한 모금 마시고 대답했다.

“오늘 돌아가서 바로 요청 서한 보내겠습니다. 늦어도 일주일 후에 브리핑 한 번 열어요.”

“그렇게 빨리?”

오히려 양 주임이 의문이 생겨서 진지하게 말했다.

“좌 선생, 내가 도울 게 있으면 언제든지 이야기해요. 체면 차릴 거 없어. 우리 쪽에 있을 건 다 있고…….”

아무리 힘들어 죽을 거 같고 또 병상을 비롯한 리소스를 대량 퍼붓긴 했어도 따지고 보면 평소에 쓰는 리소스고, 수많은 삼갑병원 진료과 주임이 제공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런 것보다 전국구 명성을 얻는 게 더 어려웠다. 세분된 영역 하나에서의 명성이지만, 이름을 알리는 건 이름을 알리는 것이다. 양 주임은 다른 건 바라지도 않고, 은퇴 후 이야깃거리만 되어도 얼마든지 투자할 의향이 있었다.

좌자전은 양 주임의 표정에 웃음이 날 것 같아서 헛기침 흠흠 하고는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말씀드린 겁니다. 양 주임님, 정말로 준비 다 끝났습니다. 그냥 평소처럼 참여하시면 됩니다. 별문제 없을 겁니다.”

양 주임은 계속해서 의심하는 얼굴로 좌자전을 바라봤다. 좌자전은 어쩔 수 없이 거들먹거리는 말투로 바꿨다.

“양 주임님, 그냥 전문가 컨센서스일 뿐입니다. 우리 능 선생은 이미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어요.”

“어…….”

양 주임은 매무새를 고쳤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으시면……. 잘됐네요. 우리도 사람이 필요하니까, 저희하고 같이 돌아갈 사람을 배정해주세요. 진도 맞추기도 좋겠네요.”

“그럴 거까진 없고. 마음 안 놓일 게 또 뭐야.”

양 주임은 껄껄 웃다가 태연한 척하던 얼굴을 거두고 웃음도 그쳤다.

“우리 진료과에 장천공이라고 있는데, 암색전 수술을 그렇게 하고 싶어 합니다. 그럼 걜 같이 운화로 보낼까요? 기회가 되면 능 선생이랑 같이 수술 두어 건 하면 좋고.”

“좋습니다.”

좌자전은 단번에 승낙했다. 지금 그는 품종을 가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쓸 정도로 노련해져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