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851화 (830/877)

“곽 주임님이 복합 수술실을 만들어 줬다고?”

저녁 식사 시간, 능 팀 의사들이 소가 식당에서 수다를 떠는 걸 들은 소 사장이 놀라서 물었다. 자주 입원하는 고질병 환자인 소 사장은 수술을 하진 못해도 수술과 관련된 것은 꽤 많이 알고 있었다.

복합 수술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는지, 수술 기간 혹은 시공 기간에 어떤 특별한 점이 있는지는 잘 모를 수 있어도, ‘수술실의 항공모함’ 같은 명칭만 들어도 복합 수술실에 대한 기억이 더 명확해진다.

게다가 소 사장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문제가 있는 환자는 느낌적으로도 복합 수술실에 매우 적합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소 사장이 말을 꺼내자 그 자리에 있는 의사들도 그 생각을 떠올렸고, 연문빈이 꼬치를 뜯으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소 사장님, 우리 복합 수술실 스타트 끊어줄 생각은 아니겠죠? 솔직히 사장님한테도 장점이 있습니다. 수술 여러 건을 같이 하는데 마취는 한 번만 하니까, 심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덜하죠.”

수술에 대해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소 사장은 연문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까지 했다.

“다음에 수술할 땐 어떤 수술을 같이하면 되는지 다들 머리 좀 써 줘. 같이 할 수 있는 거면 한 번에 해버리게.”

“손가락 잘리면 그건 내가 할 수 있고요. 꼬치 구울 때 변함없이 잘 움직일 수 있게 보장합니다.”

“다리는 저요! 문제없이 걷게 해드립니다.”

연문빈, 마연린에 이어 여원도 손을 들자 소 사장이 서둘러 튀어 일어났다.

“어, 그래, 여 선생, 여 선생도 당연히 문제없지. 난 믿어. 아이고, 고기 타겠네. 가 봐야겠다. 육즙 다 사라지면 어떡해. 얼마나 아깝냐고…….”

말을 마친 소 사장은 지팡이를 짚고 줄행랑쳤다. 좌자전은 그런 소 사장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소 사장에게 가장 적합한 수술은 부품 교체지. 심폐 체계 새로 바꾸고, 비뇨 체계 새로 바꾸고, 소화기 체계도, 그리고 전동 휠체어 한 세트 하나 사면, 그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보증 기간 내에 수리 두 번 해도 정상 사용할 수 없는 제품이면 판매자가 책임지고 새 걸로 바꿔주긴 해야죠.”

“정말로 새로 고칠 수 있다면 의사가 무슨 필요가 있겠냐. 그래서, 정말로 소 사장님을 우리 수술실 스타트 끊을 환자로 불러야 하나.”

여원의 말에 연문빈은 고기를 먹으며 대답했고, 주 선생은 담담하게 맥주를 마셨다.

“소 사장님 지난번 검진 결과로 봐서는 안 될 거 같다.”

연문빈은 몹시 놀라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소 사장님 몸이 그렇게 안 좋아졌어요? 그런데도 직접 고기를 구우시다니.”

“소 사장님, 당분간 수술할 일이 없어서 안 될 거 같단 소리다.”

주 선생이 힐끔 보며 하는 말에 연문빈이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어쩐지. 그나저나, 소 사장님, 이번엔 타이밍이 안 맞네요.”

주 선생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사실 나는 소 사장님이 정형외과 수술을 한 번에 하면 좋을 거 같아. 요즘은 지팡이 있어야 걷잖아. 어차피 전신마취할 거, 마취했을 때 수술 여러 건 하면 좋지. 그러라고 복합 수술실 있는 거잖아.”

장안민이 싱긋 웃으며 그렇게 이야기해놓고 손가락을 문지르며 말을 이었다.

“우리가 돈을 안 바라서 그렇지, 리프팅도 해주고 쌍꺼풀도 해주면 얼마나 좋아.”

다들 낄낄 웃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 웃다가, 장안민이 능연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능 선생, 복합 수술실 개시 수술로 무슨 수술 하고 싶어? 내가 좀 찾아볼까?”

장안민은 오늘 종일 그 생각뿐이었다. 지금 그는 간담췌외과 부주임 의사고, 심각한 합병증 간 질환 환자를 여럿 찾을 수 있다. 개중에 리스크 때문에 수술을 미뤄온 사람도 많다. 장안민이든, 하원정이든, 이런 환자의 증상엔 마땅한 치료 방안이 없다. 간 수술 문제일 뿐만 아니라, 다른 합병증 영향도 고려해야 하고, 다른 진료과 의사도 참여해야 할지도 모르는 수술이라서 말이다.

환자 본인의 다급한 요청 혹은 환자의 의지가 강한 상황이 아닌 이상, 의사는 이런 복합 수술을 강행하진 않는다. 그러나 복합 수술실이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러 수술을 한 번에, 한 수술실에서 할 수 있다는 그 점만으로도 수술 성공률과 예후를 많이 끌어올릴 수 있다.

게다가 능연이 원하기만 한다면, 수술 퀄리티와 성공률도 보장할 수 있다. 장안민은 그런 수술에 일조하면서 능연의 기분도 좋게 할 수 있는 일에 기꺼이 참여하고 싶었다.

그런 문제를 생각한 적이 없던 능연은 물음을 들은 후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는 대답했다.

“심장 수술이요. 요즘 안 했어요.”

연문빈과 마연린의 입가에 동시에 미소가 피어났다. 장안민은 의외고 실망이라는 듯 대답했다.

“아, 난 간 절제 관련 수술하고 싶어 할 줄 알았는데.”

“그것도 괜찮아요. 다만 요 며칠 간 수술 해서.”

“그렇지. 했으니까 다른 거 하고 싶을 수 있지.”

장안민은 허탈해졌다. 간담췌 부주임인 그는 능팀에서 직급이 가장 높지만, 능연 곁에 더 오래 있었던 의사들 사이에서 능연 눈에 띄는 게 그렇게 쉽진 않았다. 지방 수석 관리가 되어서 좋지만, 성은을 잃을까 두렵기도 한 황제 측근 대신 느낌이었다.

물론 장안민은 아직은 지방 수석 관리가 된 것도 아니었다. 하원정이 갑자기 심장 질환이 생기고, 또 그 김에 간 수술도 같이 하거나 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식사 후, 사람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장안민은 연문빈의 차를 얻어타고 돌아갔다. 대리비가 비싸다는 생각에 차를 가지고 오지 않았는데 택시를 타도 그만큼 돈이 든다. 솔로로 오래 살아온 연문빈은 기름값, 대리비, 택시비 같은 것에 연연하지 않았다.

“다음 사거리에 내려줘. 거기서 택시 타고 갈게. 방향이 다르잖아.”

장안민이 앞을 가리키자 연문빈이 입을 삐죽였다.

“집까지 태워드릴게요. 택시는 뭐 하러.”

“그럼 돌아가야 하잖아.”

“괜찮아요. 밤에 할 일 없으면 드라이브도 가는데요, 뭘. 멀리 갈 때도 있어요.”

연문빈은 단호하게 코너를 돌았다. 액셀을 밟자, BMW 엔진이 바로 윙윙댔다. 장안민은 바로 뒤로 기댔다.

“그럼 부탁해. 그나저나, 능 선생 밑에서 그렇게 바쁜데, 밤에 드라이브 갈 시간도 있어?”

“능 선생 어시는 사실 그렇게 바쁠 것도 없어요. 수술 사이에 3, 40분 시간 빌 때도 있는데요. 그 시간에 한 바퀴 도는 거죠. 외부에 갈 땐 차 렌트했다가, 수술이 멈추면 바로 아래로 내려가서 차 끌고 나가서 야식 먹고 돌아와요. 얼마나 짜릿하게요.”

“시간 관리를 이렇게 잘하는데, 솔로라니. 아깝네.”

장안민이 탄식하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미안, 전화 좀 받을게.”

핸드폰 액정을 바라본 장안민은 의외라는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

“하 주임님?”

-음.

하원정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잠시 침묵하다가 물었다.

-곽 주임님이 능연에게 수술실 해줬다며? 제법 좋다던데?

“예. 창서성 두 번째 복합 수술실이죠. 하지만 모든 기준이 성립보다 더 나을 겁니다.”

-그럼……. 첫 번째 수술은 확정했나?

“아니요.”

-내가 생각해 봤는데, 우리 진료과에서 협조하는 게 어때?

하원정은 의외의 말을 했다. 그러나 매우 합당한 말이었다.

“이 늦은 시간에 전화라니. 하 주임님이 트집이라도 잡아요?”

연문빈이 우정으로 관심을 보이자, 장안민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대답했다.

“트집은 아니고.”

“정 아니면, 능 선생한테 이야기해요. 다시 돌아오거나, 아니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거나.”

연문빈은 룸미러로 장안민을 힐끔 보며 말을 이었다.

“하 주임님은 어찌 됐든 진료과 주임이잖아요. 선생님이 못 이기는 게 당연하지. 하 주임님이 운화병원에서 더 버틸 생각을 버린 거라면, 능 선생도 하 주임님이 죽은 다음에나 선생님 도울 수 있어요.”

병원에서 진료과 주임의 독립성과 권위성은 지극히 강력하다. 제도적으로 그럴 뿐만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그랬다. 모든 진료과의 과 주임은 기본적으로 병원에서 해당 영역의 가장 권위자다. 특히 상대적으로 막강한 삼갑병원 진료과 주임은 해당 지역, 그리고 해당 성에서 그 영역의 최고 권위자라고 여겨진다. 그런 상황이니, 병원 윗선도 진료과 주임을 존중해줄 수밖에 없고, 진료과 내부 의사들이 그 권위에 도전하는 건 더 힘들다.

그러나 바로 그런 이유로, 운화병원에서 능연의 존재가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이다. 눈에 거슬리기도 하고. 같은 병원에 있는데, 간담췌외과 권위를 능연이 쥐고 있으니, 하원정에게 능연이 눈엣가시인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다른 곳이었다면, 하원정은 어떻게든 능연 같은 의사를 배척하려 애썼을 것이다. 사실상 하원정도 처음엔 능연을 배척하려 시도했었다. 그러나 곧바로 실패했고, 운화병원 내부는 오히려 더 고요하고 평화로워졌다.

연문빈도 하원정이 반격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능연을 직접 건드리지 못하니, 장안민을 골라 괴롭히는 것도 당연하고. 복합 수술실이란 존재의 출현은 곽종군의 야심일 뿐만 아니라, 능연의 손에 더 강하고 힘센 무기가 생겼다는 뜻이었다.

앞으로 발전하는 대형 복합성 수술은 거의 능연이 주도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또 당연히 능연이 지휘해야 마땅하지만, 하원정 같은 상급 의사는 그 복합 수술실에서 그렇게 마음 편하게 서 있지는 못할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수술실, 수술 구역에서 왕처럼 군림했다. 그런데 복합 수술실에 발을 들이면, 능연의 지시를 들어야 한다. 조금 엄격하면 어쩌면 능연의 지휘를 따라야 할지도 모른다. 수술실에 왕은 하나밖에 존재하지 못하는데, 고작 오호단문도(五虎斷門刀) 장로 수준인 하원정이 강호 풍운방에 이름을 올린 능연과 어찌 대적할 수 있으랴.

연문빈의 말뜻을 알아들은 장안민은 조금 감동했다. 그러나 하원정의 말을 전달하면 연문빈의 관심과 동정은 사라질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보다 장안민 본인의 고민이 더 문제였다.

첫째, 배신자의 대장이 귀순했는데, 배신자는 어떻게 될 것인가.

둘째, 배신자의 대장이 귀순했는데, 배신자가 책략을 꾸며 모반한 것으로 어떻게 꾸며야 하나.

“선생님이 말하기 그러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어요. 정 안 되면 복합 수술실에 살면 되잖아요. 괴롭힘당하는 거보다 낫지.”

연문빈이 운전하며 하는 말에 장안민은 더는 모르는 척할 수 없어서 흠흠 대며 대답했다.

“능 선생이 무슨 수술할 건지 묻더라고. 간담췌외과에 오래된 환자가 많거든. 하 주임님 생각은, 능 선생이 수술하고 싶은 환자를 구해오겠다는 거야…….”

“헐. 하 주임님이 그렇게까지 내려놓으셨대요?”

“아직까지 내려놓지 못할 게 뭐가 있냐.”

연문빈이 놀라서 하는 말에 장안민이 태연하게 대답했다. 연문빈은 속도를 늦추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러네요. 원래 나쁜 짓은 빨리 물드니까요. 학폭 하는 무리도 다들 그런 건 아니고, 대장인 애가 하라고 하면 밑에 있는 애들은 첨엔 망설이다가도 점점 노련해지잖아요.”

“지금 내가, 이인자라는 거냐?”

“이인자는 대장 바로 밑이잖아요. 선생님은 그거보단 좀 더 낮죠…….”

장안민은 연문빈의 팔뚝을 힐끔 바라봤다.

“너, 허구한 날 몸 키우는 거, 어릴 때 많이 맞아서 그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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