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852화 (831/877)

운화병원 복합 수술실엔 확정된 환자가 들어가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가장 바쁜 시간, 심각한 교통사고 환자가 끌려 들어갔다. 능연이 병원으로 돌아와보니, 환자의 몸에 꽂을 만한 곳엔 모두 파이프가 꽂혀 있었다.

“55세 환자, 심각한 심장 질환이 있고, 복부, 지체 대량 손상, 다리 하나는 잘렸어.”

능연이 응급실로 들어가자 기다리고 있던 여원이 바로 보고했다.

“출혈량은요?”

“벌써 1,200 수혈했어. 아직 출혈이 있어. 도 주임님이 지금 개복 검사 중이시고.”

여원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

“GS 주치의도 하나 왔고, OS는 이 부주임님이, 심장외과 강 주임님, 간담췌 하 주임님, 장안민 주임님도 오셨고.”

“간담도 문제 있어요?”

마지막까지 들은 능연이 의아한 듯 묻자 여원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으로서 간은 괜찮아. 그런데 복부 혈관에 출혈이 심해서 도 주임님이 거즈로 압박 지혈 중이야. 하 주임님, 장 주임님은 혹시나 해서 온 거고.”

“아.”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환자 본인을 보기 전까진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두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수술실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갔더니, 30평 남짓한 수술실에 의사 열몇 명이 여기저기 서 있어도 여전히 넓어 보였다.

평소와 똑같이, 능연이 안으로 들어가니 모든 이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평소와 달리, 모든 이의 표정과 행동이 부자연스러웠다.

복합 수술실이란, 대부분 수술을 이 수술실에서 한다는 의미였다. 다시 말하면, 각 진료과가 짧은 시간 동안 잠시 주도권을 쥐어도, 총체적인 임상 지휘권은 이 수술실에 시종일관 존재한다는 뜻이었다.

심장 수술은 심장외과 수술실로, 일반외과 수술은 일반외과 수술실로 가야 하는 예전과 달리, 지금 느끼는 느낌은 확실히 달랐다.

집도 중인 도 주임만 유일하게 능연을 보고는 크게 안도하고는 서둘러 그를 불렀다.

“능연, 왔나, 어서 이리 오게.”

은퇴를 앞둔 도 주임은 아직 기술은 있어도 체력과 정신력이 크게 쇠퇴했다. 일부러 좀 한가하게 일하려고 낮에 근무한 것인데, 아침 출근 시간에 일어난 교통사고로 운화병원 응급실이 꽉 찰 줄은 몰랐다.

“네, 제가 보겠습니다.”

능연은 도 주임 맞은편에 가서 서서 바로 도구를 요청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숙여 관찰하고 고개를 들고 주시했다. 초조했던 수술실 안 분위기가 차츰 안정되어갔다.

“기구와 설비, 다 쓸만해요?”

모니터를 훑어본 능연이 다시 물었다.

“응. 문제없어.”

“마취는요?”

능연이 돌아보자, 마취과 당직 부주임이 허리를 세우며 대답했다.

“시험해 봤는데, 모니터 수치, 다 정상.”

“음, 그럼 지혈부터 하죠.”

능연은 손을 환자 복강 안에 찔러 넣었다.

“이게 그 전설 속의 맨손 지혈인가.”

다른 진료과의 젊은 의사들도 자연스럽게 한곳에 모여 능연의 손놀림을 지켜봤다. 능연의 택일 수술 빈도가 늘어남에 따라, 새로 온 의사들이 능연의 맨손 지혈을 볼 기회가 갈수록 줄어들었다. 물론, 평소에 아침부터 밤까지 죽을 것처럼 바쁜 의사들은 그걸 신경 쓸 시간도 별로 없었다.

그러나 능연의 맨손 지혈을 직관한 모든 의사는 온몸의 감각이 자극되는 느낌이었다. 능연이 팔을 환자의 배 안에 찔러넣는 걸 본 순간, 나날이 정밀해지는 외과수술 장면이 갑자기 원시시대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아주 잠시, 환자를 치료하는 근본이 매우 순수해진 느낌이었다. 책임은 따지지 않고 무조건 살리던 시대로.

수술실 의사들의 숨이 다 멎었다. 능연은 몸을 살짝 틀고 모니터를 주시한 채 조각상처럼 수술대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 한참 만에 능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찾았다.”

“후우.”

그 자리에 있는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폐 안의 숨을 뱉어내고 또 약속이나 한 듯이 서로를 마주 봤다.

“절개구 더 크게 벌리세요.”

능연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도 주임에게 한마디 했다. 도 주임은 주저하다가 메스를 들었다.

“개복 검사라서, 크게 절개하지 않을 생각이었지. 나중에 외관 문제도 있고.”

“이 환자, 다리 절단된 거 아닙니까?”

능연이 의아한 듯 도 주임을 바라봤다. 피부가 축 늘어진 도 주임은 멈칫하다가 껄껄 웃고는 일부러 엄숙한 척 대답했다.

“다리는 잘렸어도 다른 부분은 신경 쓸 수 있지.”

그 말에 여원이 입가를 실룩이며 상기시켰다.

“도 주임님, 55세 고령 남 환자입니다.”

“나는 59세지만 아직 중년인데?”

도 주임이 지지 않고 고집을 부리면서 절개구를 커다랗게 냈다. 아까는 출혈 포인트를 몰라서 그랬고, 지금은 전혀 고민하지 않고 과감하게 메스를 놀렸다.

능연은 도 주임이 피가 나는 작은 혈관 봉합할 수 있도록 살짝 비켜주었다.

“여기도요.”

능연은 팔을 빼고 간호사에게 살짝 닦으라고 지시한 다음에 다시 손을 핏덩이로 담갔다. 도 주임은 석션 두 개를 꽂아 피를 빨아낸 다음 바로 봉합사를 바꾸고 봉합하기 시작했다.

아까 한참 동안 바쁘게 움직인 끝에야 겨우 환자의 출혈량을 일정 범위 안으로 제어했다. 그러나 거즈 압박 지혈은 근본은 해결할 수 없고, 출혈 포인트를 찾아낼 시간을 벌어줄 뿐이었다. 마지막까지 출혈 포인트를 모두 찾아내지 못하고 전부 제어하지 못하면, 환자는 마찬가지로 수술대 아래로 내려오지 못한다.

능연의 도움이 없었다면, 도 주임은 아마 종일 여기에 붙어 있어야 할 것이다. 잘못하면 최악의 결과가 생길 수도 있고. 일반외과 같은 다른 진료과 의사가 이럴 때 대신해 줄 수 있을지, 대신해 주려고 할지 모를 일이었다.

도 주임은 상당히 적극적으로 혈관 봉합을 했다. 능연의 지휘봉 아래 바삐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해야 옳은지도 모른다.

이런 수술실 광경을 지켜보는 의사들의 머릿속에 절로 온갖 생각이 떠올랐다. 능연은 수술을 지도하는 것처럼 쉴 새 없이 도 주임을 지휘했다. 59세 도 주임은 아무런 불만 없이 지휘를 받으며 바삐 움직이는 가운데 혈관 봉합을 성공하고는 만족한 노인의 미소도 지어 보였다.

다음 수술을 이어갈 일반외과 의사, 정형외과, 심장외과 의사들은 안색이 무거워졌다.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장면이었다. 능연의 지휘하에 일하는 것.

의사는 누구나 팀으로 움직이는 일에 익숙하다. 특히 외과의는 임상 수술할 때 다른 과의 협조가 필수 선택이고, 누군가 홀로 독립해서 완성하는 수술은 매우 적다. 그러나 능연의 지휘를 받자니…….

게다가 결정적으로 능연의 지휘를 피할 수가 없었다.

진료과 의사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잘 협력해서 함께 능연을 짊어질 결심을 했다.

“출혈 포인트 몇 개만 더 처리하면 끝나.”

도 주임이 조금 허둥대며 말했다.

“출혈량, 거의 잡혔으니, 긴장하지 마세요. 게다가 출혈 포인트를 모두 잡아도 후반부에 출혈이 다시 없을 거라고 장담하진 못해요. 일단 CT부터 찍어보죠.”

능연의 성격으로는 이 정도면 매우 상세히 설명한 것이었다. 게다가 근거도 있고.

도 주임도 능연의 말에 일리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은 모든 출혈 포인트를 잡았냐 아니냐는 환자의 생명에 영향이 없었다. 어차피 2,000cc 수혈한 상황에 200cc 더 들어가는 걸 받아들이지 못할 것도 아니었다.

능연의 뒷말이 더 중요했다. 설사 지금 모든 출혈 포인트를 잡는다고 해도 후반부에 출혈이 없으리라고 장담하지 못한다. 환자는 여기저기 상처가 생긴 상태고, 근육, 뼈 혹은 장기 아래 출혈 포인트가 눌려 있을 수도 있고, 출혈이 없더라도 치료를 시작하면 나중에 뭐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그렇다면 출혈 포인트를 모두 잡으려고 하는 의미가 별로 없다. 순조롭게 환자를 다른 진료과에 넘길 수 있는 것 외에 말이다. 그러나 복잡 수술실에 있으니 그 부분은 더더욱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 일단 우린 빠지자.”

도 주임은 간단히 검사한 후에 영상의학과, 마취과 의사, 간호사와 함께 환자 주변의 파이프를 검사하고는 다 같이 수술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유리창 너머에서 벽 쪽에 붙은 CT기를 바라보며 서서히 숨을 내뱉었다.

“입원했을 때 CT 찍었나요?”

능연이 다시 묻자 영상의학과 의사가 입원 시에 찍은 CT를 서둘러 들고 다가왔다.

“영상, 저쪽에 꽂으세요.”

능연은 그가 움직이기 전에 다시 손을 휘둘렀고, 사람들은 그 지휘하에 바쁘게 움직였다.

심장외과 강 주임은 눈치채지 못하게 하원정을 힐끔 보고는 또 정형외과 이 부주임을 바라보며 무성의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했다.

영상의학과 녀석들도 이렇게 굴리잖아. 이따 휘둘리지 말고 다들 정신 바짝 차리라고.

한때 일본에서 유학한 이 부주임도 단호한 눈빛을 지었다. 俺もそう思う.(나도 그렇게 생각해.)

여원은 팔이 닿지 않지만, 필름 꽂는 걸 도우려고 까치발을 들며 말했다.

“심장 질환이 있어. 고혈압이고. 입원 시 CT는 정상이야. BP 93, 55…….”

여원이 보고하는 사이, 모니터에도 새로운 CT 스캔 결과가 송출되었다. 주변에 있는 모두 저마다 눈살을 찌푸리며 바라봤지만, 대부분 영상의학과 의사의 설명을 기다렸다.

능연은 벌써 모니터 상부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수치면, 뇌 대동맥이 이미 터졌을 거예요.”

“에?”

이제 막 의자 위로 올라간 여원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하마터면 떨어질 뻔해서 힘껏 중심을 잡고는 제대로 보기도 전에 바로 물었다.

“대동맥 내막 파열?”

“이 끝에 그림자가 보여요. 내막은 아마 이미 손상됐을 거예요. 대동맥 끝에도 문제가 있고.”

능연이 곁에 있는 의사들보다 훨씬 빠르게 CT를 판독했다. 그 자리에 있는 열몇 의사는 서로의 심장 소리도 들을 것 같은 관찰실에 비좁게 서 있었다.

대동맥 내막 파열의 위험성은 각종 질환 중에서도 손꼽혔다.

“강 주임님, 수술 들어오실래요?”

주변을 훑어보던 능연이 바로 실력이 가장 뛰어난 심장외과 강 주임을 지목했다. 강 주임은 조금 얼떨떨해졌다.

“입원 CT에서 왜 발견하지 못했을까…….”

대동맥 내막 파열 원인은 너무나 많고, 형성 원인은 의학계에서 그리 명확하지 않다. 능연은 강 주임과 현장에서 토론할 생각은 더더욱 없고, 잠시 생각하다가 바로 입을 열었다.

“바로 개흉하고, 대동맥 내막 수술부터 진행합니다. 체외 순환기 준비하고, 수술과, 마취과에 통지하세요.”

능연의 명령에, 잠시 정체됐던 분위기가 다시 활발해졌다. 강 주임도 수술 준비를 하지 않을 수 없었고, 새로 손을 씻고 수술실로 들어왔을 때 자기를 바라보는 이 주임의 눈빛을 마주쳤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눈빛으로 대답했다. 나 일어 몰라.

방호복을 입은 능연은 수술대 곁으로 다가갔다. 수술 중 조영 시술은 방사능이 방출된다. 병원의 정형외과와 심장내과 의사들이 돈을 많이 버는 것엔 수술마다 방사능을 먹어야 한다는 이유도 컸다.

정형외과와 심장내과 의사가 쉴 새 없이 방사선을 쬐면서도 수술량을 늘리고 싶어 하는 건, 순수한 미친 짓이다. 그래서 아무리 강세 병원이라도 다방면 손익을 가늠한 끝에 정형외과와 심장내과 등 진료과에 자원을 조금 더 퍼부어준다. 안 되면 적어도 돈을 덜 뽑아가거나 기계, 설비 방면에서 눈을 감아주곤 한다.

그리고 의사들에게 방사능은 언짢고 내키지 않는 것이지만, 방사능은 많이 쌓여야 몸에 손상이 생기니까 최대한 적게 쬐면서 1년 치 방사능 총량 아래로 지키면 상관없다고 자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공식 통계가 없는 수치를 근거로, 참으로 해괴하게도 병원의 정형외과와 심장내과 의사들은 몇 년에 한 번씩 암 환자가 한두 명 튀어나온다.

사실 의사들은 조작할 때 최대한 방사능을 피하려 애쓴다. 방호복을 입는 것도 그렇고, 분담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분담해서 내보낸다. 그러니 아까 말한 축적 이론적 해석으로는 총량까지 이르지 않으면 사실 별 상관은 없다.

그러나 아무리 의사들이 분석하고 움직여도 최소한의 방사능은 피할 길이 없다. 능연 역시 방사능에 쪼일 준비를 마쳤다. 간 절제 혹은 단지 이식할 때는 이런 준비를 할 필요가 없었다. 일반 심장외과 수술, 예를 들면 심장 우회 수술도 그럴 필요 없다. 그러나 응급으로 들어온 위중한 심장 환자는 그럴 수 없고 적어도 방사능에 노출될 준비는 해야 한다.

그 점으로 보면 응급은 확실히 병원에서 가장 고되고 가장 힘든 위치다. 정면으로 싸워야 할 일이 있을뿐더러, 방사능도 정면으로 쬐어야 할 일이 있는데 수입은 또 얼마나 적은지, 항상 생활과 마누라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다발성 늑골 골절, 폐 좌상, 좌측 견갑골 골절, 좌측 요골 동맥, 양측 대퇴 동맥의 박동이 약해졌어.”

강 주임이 초조하게 검사 결과를 디테일하게 브리핑했다. 어떤 치명적인 질환도 의사 눈에 치명적으로 보이고, 어떤 긴급한 치명적인 질환도 의사 눈엔 치명적으로 긴급하다.

현대 의학은 매우 발전했다고 여겨지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심장외과 사망률은 여전히 높고, 대동맥 내막 파열은 여전히 사망률 1, 2위를 달린다.

능연의 표정 역시 엄숙했다. 강 주임이 검사하는 사이 능연도 머리를 재빨리 굴리고 있었다. 강 주임이 브리핑을 마쳤을 때, 능연은 이미 철저히 냉정해졌다.

“정중앙 개흉합니다.”

능연의 첫 명령은 매우 간단했고, 내용은 더더욱 그 자리에 있는 모두 명확히 깨달을 정도로 간단한 단어였다. 그런데 강 주임을 비롯한 심장외과 의사들은 모두 숙연해졌다.

대동맥 내막 파열은 많은 처리 방안이 있다. 사실상 모든 방법을 나열하자면, 2, 30개를 나열해도 대분류에 속한다. 그러니 어떤 방안을 채택하여도 그 모든 것은 의사들 앞에 놓인 지대한 난제가 된다. 그런데 하필 대동맥 내막 파열은 발전 속도도 지극히 빨라서, 의사들이 충분히 판단할 시간이 없다.

다른 유형 수술이라면 설령 수술 방안을 잘못 택해도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수술 중에 피해가거나, 다른 방법으로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대동맥 내막 파열 환자는 그렇게 쉽지 않다. 대동맥 내막 파열 환자는 종종 너무 빨리 죽어서 만회할 시간이 없다고 해야 옳은지도 모른다.

어떤 측면에서 분석해서 어떤 수술 방향을 결정 내려도 난도와 위험이 가득하다. 상대적으로 집도의 선택도 매우 중요해짐은 말할 필요도 없다.

심장외과 의사, 심지어 응급의학과, 마취과 의사는 집도의가 수술대 앞에서 머뭇거리는 상황을 너무나 많이 본다. 그런데 능연이 재빨리 지시를 내리니 모두 부담이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몇 초 후, 능연은 예상대로 다음 방향을 지시했다.

“엘리펀트 트럭 테크닉(elephant trunk technique)에 혈관 강내 삽입술로 복합해서 합니다.”

짧은 몇 마디에 수술 방침과 스텝이 기본적으로 확정되었다. 강 주임은 저도 모르게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그 자리에서 전업 심장외과 의사-능연은 겸직이니까-로서 강 주임은 눈앞의 수술이 하나도 자신이 없었다. 지휘는 둘째치고 따라 하는 것만으로 큰 부담이었고 능연이 지휘해줘서 겨우 버티고 있었다.

“능 선생, ETT 해본 적 있나?”

강 주임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고 물었다. 능연이 하는 모든 심장 수술을 봤었는데, ETT로 하는 건 본 적 없었다. 능연 역시 예상대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음…….”

강 주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처음 하는 수술 방식으로 수술대 앞에 서는 일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의사가 모든 기술을 터득하는 건 불가능했고, 환자는 종종 온갖 비범한 상상력을 발휘하며 병에 걸리니 말이다.

그래서 응급 수술을 앞둔 의사들이 현장에서 칼을 갈아 수술에 임하는 것도 너무나 정상적인 일이었다. 수술 효과는, 아무래도 해보지 않은 수술이니 경험 있는 수술보다 효과가 떨어지는 건 불가피하다. 그러나 기본 내공과 이론 지식이 있으니, 상급 의사들은 어찌 됐든 일정 성공률을 보장할 수 있다.

운화병원에서 오랜 시간 근무한 우 간호사가 그때 입을 열었다.

“강 주임님, 주임님은 해 보였어요?”

“아니.”

강 주임은 매우 깔끔하게 대답했다. 우 간호사는 가식적으로 아쉬운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강 주임이 그런 수술한 적 없는 걸 물론 안다. 했었다면 묻지도 않았을 테니.

“다들 파이팅합시다.”

침묵한 분위기에서, 능연이 다시 앞으로 나섰다. 사기 진작 같은 일을 자주 하지 않지만, 그만큼 할 때 효과가 지극히 좋았다.

“포셉.”

능연은 손을 내밀어 파란색 큰 포셉을 꾹 쥐고는 환자 늑골부터 바로 절단했다.

- 퀘스트: 환자를 살려라.

- 퀘스트 내용: 복합 수술실에서 첫 수술이니 당연히 더 좋은 결과를 보여야만 한다.

- 퀘스트 진도: (0/1)

- 퀘스트 보상: 방사능 포션

능연은 시스템 인터페이스를 힐끔 보고는 바로 고개를 숙이고 혈관을 박리했다. 지극히 응급한 수술이지만, 해야 할 스텝이 빠질 수는 없었다. 안 그랬다가는 문제없는 혈관이 나오기도 전에 수술 초기 혈관들이 먼저 난리를 부릴 것이다.

그와 동시에, 일반외과 이 부주임과 도 주임도 다시 앞으로 나서서 손상된 비장 제거 준비를 위해 복부 검사를 하고 혈관을 박리했다.

두 팀이 두 위치에 서서 동시에 수술을 진행했다. 자리도 좁고, 긴장된 수술이라 긴장한 분위기에 숨결이 다 승화할 것 같았다.

그리고 자기 자리에 서서 능연을 바라본 이 주임은 능연의 무서운 점을 그제야 실감했다. 무명 동맥, 좌경 총 동맥, 좌 쇄골 하 동맥 등 건드리기만 해도 피가 터지는 위험한 혈관이 능연의 손길 아래 새우 껍질 벗겨지든 슥슥 박리되어 갔다.

이 주임 역시 뒤지고 싶지 않아서 고개를 숙인 채 열심히 손을 놀렸다. 임상 의사 서열에서 일반외과는 항상 무시 체인 상위권, 심장외과와 먼 위치에 있다고 하지만, 이론적으로 능연은 심장외과 의사가 아니었다. 대외적으로 모두가 응급의학과 능 선생, 응급센터 능 선생이라고 부른다.

일반외과의 무시 체인 위치상, 지는 건 당연하대도 응급의학과에 질 수는 없잖아! 설사 상대가 능연이라도 싸워봐야 아는 것이지.

이 부주임은 그 생각을 하자마자, 미친 듯이 집중하기 시작했다. 손가락과 손목도 순식간에 저자본 영화를 찍어낼 수 있을 만큼 민첩해졌다.

지금 이 순간 이 부주임은 미래와 꿈을 위해 시험장에서 분투하는 청춘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그 당시 그 소년은 원래부터 그다지 뛰어난 우등생이 아니었고, 모의고사 처음 봤을 때만 해도 겁이 많았고, 아무리 열심히 해도 중등 성적의 학생들을 이길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의 추이에 따라, 열심히 문제를 풀어 오면서 갈수록 자신감이 생기고 갈수록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 결과에서, 그는 확실히 말도 안 될 정도로 강했음이 증명되었고, 중등 성적의 학생들을 가볍게 이기고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 운화병원으로 들어온 후에는 더더욱 탄탄대로로, 가볍게 핵심 진료과에 들어가서 가볍게 주치의가 되고 가볍게 부주임이 되었다.

아무 도전도 두렵지 않았고, 어떤 권위도 믿지 않았다.

명문 학교면 무얼 하고, 유명인이면 무얼 하나. 주임이면 또 어떻고, 교수면 또 어떻단 말인가.

싸워 봐야 안다. 이것이 긴 시간 동안 지켜온 이 주임의 인생 신조였다. 30년 이상 지켜온 인생 신조.

“가위.”

비장 혈관 박리를 재빨리 마친 이 부주임은 거즈를 채워 넣고 고개를 들고 조금 뿌듯한 듯이 흉강 위치를 바라봤다.

평범하고 크지도 작지도 않은, 면적이 불규칙한, 리모델링하지 않은, 넋 나간 두 눈으로 기다리던 강 주임은 동정과 이해의 눈빛으로 곧바로 이 부주임을 바라봤다.

꽤 잘했다. 그러니 다른 건 너무 신경 쓰지 말아라. 시간의 흐름, 속도의 빠름과 느림, 빈도는 중요하지 않단다. 가장 중요한 건 사랑이다……. 라고 하는 듯한 눈빛으로.

이 부주임은 온몸의 흔들리는 근육군을 억제하며 환자의 흉강 부분 수술 구역을 유심히 살폈다. 파란 시트와 은백색 스테인리스 침대 사이로 이미 처리된 절개구와 혈관이 은연중에 보였다. 각 구역은 더더욱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끝났으면 온도 다시 올리죠.”

능연도 이 부주임의 수술 구역을 살피고 문제없음을 확인하고는 심장 재박동 준비를 했다. 이 부주임은 그제야 능연이 모든 수술 준비를 마치고 자기를 기다렸음을 완벽하게 깨달았다.

심장 수술을 일반외과 수술보다 더 빨리하다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말 자체에 논리가 없지만, 병원 무시 체인과 함께 생각하면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대동맥 내막 파열은 심장 수술 중에서도 복잡하고 어려운 수술에 속했다.

“복강에 다른 문제 남았습니까?”

능연은 환자의 각 바이탈을 확인하면서 이 부주임에게 물었다.

“그게……. 없어.”

이 부주임은 원래 고집스러운 사람이었다. 게다가 능연에게 잘 보일 생각하지 않겠다고 미리 준비한 상태였다. 그러나 눈 앞에 펼쳐진 상황과 이 복합 수술실에서는 고집을 부릴 수가 없었다.

“이제 OS 시작하죠.”

능연이 자연스럽게 명령하자, 이 부주임이 얼떨떨하게 있는 사이 정형외과 주치의가 고분고분 뒤에 와서 서는 걸 느꼈다. 이 주임은 기가 차서 웃으며 속으로 정말로 다들 이렇게 고분고분하게 굴 건지 생각했다. 정말로?

정형외과 주치의는 이 부주임이 자리를 비켜주길 억울한 얼굴로 기다리면서 속으로 내가 명령을 듣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했다.

이 부주임이 눈빛으로 무슨 말을 더 하기 전에 그의 어시도 묵묵히 수술대에서 내려갔다. 이 부주임은 다시 웃으면서 수술실에서 돌아섰다. 유난히 무거운 발걸음이 그의 분노를 대변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를 바라보지 않았다. 모든 이의 시선이 능연에게 집중되었다.

지휘봉이란 지휘봉이 대단해서 다른 사람을 지휘하는 것이 아니라, 지휘하는 사람이 대단해서 지휘하는 것이다.

이 부주임은 묵묵히 구석으로 가서 몇 번이고 망설이다가 결국 자리에 남았다. 수술을 매우 깔끔하게 하긴 했지만, 속도는 느렸다. 속도가 수술 표준의 지표는 아니지만, 다른 사람보다 늦게 한 지금은 아무래도 자신감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당당한 부주임이 자신감이 떨어지니, 정형외과 주치의는 더 자신감이 떨어져서 고분고분 끽소리 하나 없이 능연이 분배한 대로 손을 놀렸다.

그리고 간담췌외과 하원정과 장안민은 수술대에 올라갈 기회도 건지지 못했다. 게다가 상황을 보아하니 올라갈 일도 없을 듯했다.

치익.

밖에서 들어온 곽종군이 껄껄 웃으며 수술실에 있는 의사들을 바라봤다. 자기 목장 백성들을 바라보는 기분으로 말도 딱히 할 것 없이 그저 거기 앉아 보고만 있으면서 미래를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는 것만으로 매우 즐거웠다.

“언제 왔냐.”

도 주임이 곽종군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조금 전에. 어때? 우리 복합 수술실이랑 우리 능 선생 말이야.”

곽종군은 그래도 걱정이 조금 됐다. 도 주임은 껄껄 웃으며 곽 주임을 힐끔 바라봤다.

“천만 위안 쓴 가치는 있을 거다.”

“어떤 면에서?”

곽종군은 그 말이 듣고 싶었다.

“능연이 사람을 잘 굴리고 있잖냐.”

“눈치 없는 놈이 튀어나와서 뭐라고 하진 않았겠지?”

“뭐라고 해? 다 알다시피, 능연은 사람이 아니라 일만 보고 움직이는 사람인데. 하는 말도 다 확실하고 허튼소리 하나 없는걸. 그걸 안 들었다간 무슨 모험을 하라고. 게다가 능연이 하는 말은 듣기도 좋잖아. 인격의 매력이란, 뭐랄까 말이지…….”

도 주임은 노인답게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곽 주임은 말만 들어도 온몸이 편안한 듯이 실실 웃었다.

“오늘 영상은 저장해 놔야겠네. 음, 예비 전쟁터에서 벌어진 예비 전투, 전략적 목표를 완성한 최고 등급의 승리야.”

도 주임은 웃기만 하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곽 주임이 투박해 보여도 섬세하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 상황은 환자나 의사 몇 명이 바뀌어도 결과는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름을 잘못 짓는 일은 있어도, 별명을 잘못 짓는 일은 없다. 복합 수술실이 수술실의 항공모함이라고 불리는 덴 이유가 있다. 정말로 항공모함의 특성을 갖췄고, 힘을 통합해서 전력을 올리는 동시에 육해공 삼군, 다른 지위의 장군, 병사들을 한 지휘하에 통일하는 효과가 있다.

평소에 각 진료과에서 칭왕, 칭제하는 의사들은 복합 수술실 안에 들어오면 각자 다른 악기를 들고 각 영역에서 칭왕, 칭제하는 연주가가 오케스트라에 들어간 것이나 마찬가지로, 아무리 뛰어난 연주가도 거침없이 굴진 못한다. 그뿐만 아니라, 지휘자의 실력이 막강할 때는 연주자들은 더더욱 고분고분해진다.

“다들 고생했네. 이따 같이 식사나 하지.”

곽종군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아닙니다.”

“곽 주임님, 그러실 것 없습니다.”

“이따 볼일이 있어서.”

“다음엔 꼭 식사합시다.”

다들 분분히 사양했다. 할 일 없이 왜 곽종군과 같이 밥을 먹는단 말인가. 곽종군도 진심으로 그들과 밥 먹을 생각이 없어서 고개를 돌리고 능연을 향해 웃어 보였다.

“능연, 점심 같이…….”

“약속 있습니다.”

능연이 느긋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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