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퀘스트: 환자를 살려라.
- 퀘스트 내용: 복합 수술실에서 첫 수술이니 당연히 더 좋은 결과를 보여야만 한다.
- 퀘스트 진도: (1/1)
- 퀘스트 보상: 방사능 포션(여러 사람을 방사능 손상에서 구할 수 있음(Low))
능연은 수술 끝난 지 30분 후에야 퀘스트 완성 알람을 받았다. 곧이어 좌자전이 전화를 받고 넘어왔다.
“환자는 ICU에 보냈어. OS 수술도 순조롭게 끝났고, 별문제 없으니 안심해.”
“그럼 됐습니다.”
능연도 완전히 안도했다. 이런 복잡한 복합성 수술은 본인이 모든 상황을 제어할 수 없다는 한 가지 단점이 있다. 마취 같은 상황을 제어하지 못했던 예전과 비슷함은 접어두고, 다른 시간에 다른 진료과 수술에 참여하는 의사들의 수준 차이도 다 다르다. 게다가 환자의 상태도 시종일관 같을 수 없다. 어렵게 구해낸 대동맥 판막 파열 환자가 다리를 절제하다가 죽어도 만회할 길이 없다.
능연은 원래 그런 상황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상황으로는 더 좋은 해결 방안이 아직 없다.
“능 선생, 보호자들이 조금 흥분한 상태야. 그래도 병원과 의사한테 감사한다고, 집도의도 한번 만나고 싶어 하셔. 한번 만나 볼래?”
좌자전은 이미 보호자를 만난 상태였고, 눈이 매서운 ‘나이 든 의사’로서 기본적으로 상대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
요즘 미디어에서도 자주 볼 수 있듯이, 갖가지 무리수를 부리는, 눈에 띄는 보호자 유형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의사와 병원에 감사하며 눈물을 흘리는 보호자도 적지 않다. 물론 종종 잊혀서 그렇지,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평범한 환자와 보호자가 더 많다.
능연은 망설이다가 고개를 저었다.
“결국은 다리를 잘라냈잖아요. 안 만날래요.”
“그래.”
좌자전은 그 대답부터 하고 말을 이었다.
“다리 절단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니, 자책하지 마, 능 선생. 게다가 보호자도 이해하고 있어. 심각한 사고였는데, 사람이 살아난 것만 해도 불행 중 다행이지. 지금 의료 여건으로는 유일한 선택이었고. 게다가 의족 같은 것도 못 받아들일 정도는 아니고…….”
“알아요.”
능연은 다른 말 없이 곁에 있던 찻주전자를 들어 올려 좌자전에게 차를 따라주었다.
“차 좀 마시고 가서 일 보세요.”
찻물에 조금 전에 받은 방사능 포션이 섞여 있었다. 좌자전은 멈칫하다가 눈시울을 붉혔다. 능 선생이 직접 따라 준 차다! 누가 이런 대우를 받을 수 있겠나!
좌자전은 심지어 마을 위생 병원에서 개돼지처럼 일해도 아무도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않던 때를 저도 모르게 떠올렸다.
“능 선생이 준 차, 능 선생이 준 차, 정말 향이 좋네!”
능연이 그런 걸 싫어하는 걸 아는 좌자전은 눈물을 삼켰다.
“괜찮으면 모두에게 한 잔씩 나눠줘요.”
능연은 조금 전에 얻은 방사능 포션을 큰 주전자에 넣어서 한 잔 마시고는 스테미너 포션도 넣고는 자리를 떴다. 좌자전은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이상한 명령이지만, 능연의 명령이 이상한 게 어디 한두 번인가. 차를 나눠주면 능 선생의 너그러운 정도 드러낼 수 있는걸.
그렇게 좌자전은 큰 주전자를 들고 온 의국을 돌아다니며 차를 따라주면서 능 선생이 주는 차라고 특별히 설명했다.
“능 선생이요?”
열혈팬들은 감탄하며 바로 SNS에 올렸다.
“비싼 건가?”
중년 넘은 주치의들은 중년식 의문을 드러냈다.
“네.”
이건 지쳐서 쓰러질 것 같은 멍청한 아이들의 대답이었다.
능연은 주차장에서 제타를 꺼내 털털털 집으로 돌아갔다.
오랜만에 타서 그런지, 제타의 행동이 조금 달랐지만, 운행 느낌은 여전히 꽤 쓸만했고, 의료 기계도 자동차처럼 만들 수 있다면 의료 자본을 얼마나 낮출 수 있을까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리의 풍경은 긴 세월 변화 없는 가로수라서 더더욱 익숙하게 느껴졌다. 능연이 집에 사는 걸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이자 다른 동네로 이사 가지 않는 이유였다. 익숙한 것을 버리고 새로운 거리에서 쉴 새 없이 새것에 적응하는 게 싫었다. 의학계의 혁신은 이미 충분했고, 능연은 상대적으로 평온한 생활을 더 바랐다.
그러나 집 후원 주차장에 들어갔을 때, 새 자동차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능연은 잠시 바라보다가 정원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갔고, 한창 이야기 나누던 부모와 이웃이 얼떨떨한 모습을 보였다.
“응? 아들. 여긴 웬일이냐.”
능결죽은 멍청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아. 수술 다 끝나서 돌아왔어요.”
능연으로는 상당히 구체적인 대답이었다. 능결죽은 눈살을 찌푸렸다.
“전엔 운화병원 침대 다 써야 돌아오지 않았냐? 이번엔 왜 바로 집에 왔어? 뭐 잘 안 돼? 따돌림당하냐?”
“능연. 무슨 일 생기면 식구한텐 이야기하렴. 요즘 집안 상황도 괜찮아. 풍족하게 먹고살 정도는 되니까, 굳이 서러운 일 당할 건 없어.”
어머니 도평 여사까지 관심을 보이자 능연이 설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곽 주임님이 복합 수술실을 준비해 주셔서, 수술 방안 좀 연구하려고요.”
능결죽의 미간이 더 단단히 좁혀졌다.
“복합 수술실? 무슨 의도지? 아니겠지? 정말로 아니겠지?”
“주차장에 못 보던 벤츠 있던데요.”
“아, 그거 네 엄마 선물. 지난 1년 동안 진료소를 위해 열심히 일한 도평 여사의 공로를 치하하기 위해서…….”
능연이 말을 자르며 묻자 능결죽 선생은 처음 그 말을 하는 것이 아닌 듯 대사 외우듯 술술 말했다.
능연은 의외라는 듯 고개를 들었다.
“엄마가 지난 1년 동안 뭘 했는데요?”
“차 마시고 수다 떨고, 네 아빠랑 같이 허풍떨었지. 집에 돈이 많아져서 그래.”
도평 여사가 매우 평온하게 대답하자 능결죽이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하구뿐만 아니라 타지 환자들도 우리 진료소에 오니까.”
“치료는 잘하고 있고요?”
능연이 티테이블 앞에 앉으며 물었다. 능연과 꽤 잘 알고 지내는 이웃들도 여전히 만지고 싶지만 만지지는 못하고 몰래 핸드폰을 꺼내 사진 찍어서 SNS에 올렸다.
“진료소잖냐. 작은 병인걸 뭐. 못 고칠 것 같은 병은 바로 병원으로 보낸다. 환자가 많아서 실수할 기회가 더 줄었어. 요즘 다들 스트레스 받잖냐. 일도 쉽지 않고, 사는 것도 쉽지 않고. 사실 그렇게 긴장해서 살 것 없는데. 대충 일하고 차나 마시고 벤츠로 드라이브 가고 좋잖냐…….”
“응. 이따 전칠 씨 올 거예요.”
능연은 아버지의 말에 반대하지 않고 그렇게만 말했고, 티테이블 앞에 앉은 능결죽과 도평이 또 멈칫했다.
“정리해요.”
“청소하자.”
“구경꾼도 다 내보내고.”
두 사람은 순간 매우 바빠졌다.
능결죽과 도평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하자, 진료소의 다른 사람들도 저절로 일하기 시작했다. 가장 경력자인 연자와 웅 선생 두 사람은 심지어 당황스러웠다.
“능 사장 저놈, 옛날에 제일 쪼잔할 때도 유리창 닦을 돈 아껴야 한다고만 했지, 직접 유리창을 닦은 적이 없는데.”
웅 선생은 입김을 후후 불며 유리창을 닦는 능결죽의 모습을 아무리 봐도 온몸이 불편했다.
“인색하고 게으른 놈이 어떻게 마누라는 얻었는지.”
“언니는 씀씀이가 대범하지만 게으르긴 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둘이 잘 어울리는 거죠.”
연자는 퉁퉁한 팔을 활동하며 오늘의 운동도 끝냈다. 연자의 말에 웅 선생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능 사장이 쪼잔하면서 부지런하기까지 않기만 바라야지. 그랬다가는 정말 못 버틸 거야.”
“왜요? 부지런해지면 뭐가 안 좋아요?”
“사장이 부지런해지면, 자기만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부지런히 들들 볶을 거 아니야. 그걸 누가 버텨. 어쩌면 우리가 같이 일하는 마지막 일인지도 모르겠네.”
웅 선생이 깊게 한숨을 내쉬자, 연자가 피식 웃으며 웅 선생 몸에 팔꿈치를 가져다 댔다.
“주사 더 맞아야 하는 거 잊지 마세요.”
“내 어깨, 어깨!”
웅 선생은 WWE 경기의 패자가 실패한 후에 항복 동작을 하는 것처럼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연자의 팔꿈치를 쳐냈다. 연자는 퉁퉁한 어깨를 거두며 투덜거렸다.
“주사 놓아 줄 때는 무겁다고 타박하지 않으시더니.”
“그땐 네 손에 바늘이 있었잖냐. 연자야, 저기 가서 좀 돕지 그러냐.”
웅 선생이 앞을 가리키며 하는 말에 연자가 깔깔 웃었다.
“솔직히 우리 진료소 사람은 모두 게을러요.”
“그건 그렇지. 그러나 전칠 아가씨가 와서 네가 열심히 하는 걸 보면 기뻐할 거다.”
그 말에 연자의 귀가 쫑긋했다.
“더 이야기해 보세요.”
“나이가 많아서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전칠 아가씨가 브라질에서 가지고 온 제부는 정말 맛있었지. 아직도 그게 무슨 맛이었는지 기억나.”
“우둔살이요! 제부는 우둔살 먹는 맛에 먹는 거죠!”
연자가 퀴즈라도 맞추듯 진지하게 하는 말에 웅 선생이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수액 보고 있으마.”
“제대로 보고 계세요. 안 되겠으면 소미 부르고요.”
소미는 임시로 고용한 간호사였고, 65kg 이하라서 ‘소’로 불러주기로 했다. 연자는 육중한 다리를 움직여서 걸레를 찾아서 대문을 닦기 시작했다.
잠시 후, 유혹적인 실루엣이 나타났다.
“우둔살…….”
연자의 눈이 갈수록 촉촉해졌다.
“연자 언니.”
전칠이 손을 흔들며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능 선생 들어왔죠?”
“왔지. 왜 걸어서 왔어?”
연자가 대문을 힘껏 닦으며 하는 말에 전칠은 얼떨떨해하다가 웃어 보였다.
“가까워서요. 골목으로 차가 들어오기가 쉽지도 않고.”
“하지만 뭘 들고 걸어오기 힘들 텐데.”
전칠의 뒤를 살펴본 연자는 검은 슈트 차림의 경호원 일고여덟 명밖에 보이지 않자 절로 실망했다.
“요즘은 사람 안 데리고 다니니…….”
“연자야…….”
웅 선생이 뒤에서 무기력하게 부르자, 연자가 한숨을 내쉬고는 달려갔다. 연자가 자리를 피해 주자 도평 여사가 신이 나서 손을 저었다. 전칠은 아주 잠시 수줍어하다가 곧 대범하게 웃어 보였다.
“안녕하세요.”
“어서 들어와요. 특별히 신경 써서 준비한 차가 있으니 같이 마셔요. 능연도 가끔 나랑 마시는 차예요.”
“좋아요.”
도평 여사가 다가가 손을 잡으며 하는 말에 전칠은 바로 승낙했다. 다만 도평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서 눈으로는 쉴 새 없이 능연을 찾았다.
“차 우리고 있어.”
도평이 전칠을 데리고 위로 올라가자, 능연은 그 말대로 큰 티 테이블에 앉아서 그럴싸하게 차를 내리고 있었다. 전칠은 갑자기 목이 말라졌다.
“차도 융통성 없이 곧이곧대로 내려요. 그래도 맛은 괜찮을 거예요.”
도평은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며 전칠을 데리고 티테이블 맞은편에 앉았다. 원래 있던 손님들을 다 쫓아내서 지금은 테이블이 꽤 넓게 느껴졌다. 전칠은 능연의 바로 맞은편 자리를 골라 앉아서 눈도 깜짝하지 않고 그의 동작을 지켜봤다.
“수술하는 거보다 멋있네요.”
진지하게 차를 따라주는 능연의 모습을 보던 전칠이 문득 하는 말에 도평은 순간 궁금해졌다.
“그러고 보니까 나는 연이가 병원에서 수술하는 걸 본 적이 없네.”
“보실래요? 우리 운리 시스템은 다시 보기도 돼요. 능 선생이 한 수술은 다 가지고 있어요.”
전칠이 즉시 해결 방안을 내놓았다.
“수술 보는 거, 무섭지 않을까?”
“수술 내용은 안 보고 능 선생만 보면 되니까요. 편집본도 있어요.”
전칠은 빙그레 웃으며 능연을 돌아봤다.
“내가 정리한 건 아니고, 당신 팬클럽 16번 톡방 여자아이가 한 거예요. 북경에 박사라던가. 매일 당신 수술 보는 김에 편집한 거예요. 분석 보고서도 있어요.”
능연은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도평 역시 이런 화제에 완전히 면역된 듯 깔깔 웃으며 듣고 있었다. 전칠은 순간 안심하며 자연스럽게 뒤로 손짓했고, 대형 패드가 나타나더니 곧 어제 수술 영상이 재생되었다.
운리 라이브 시스템은 다각도로 녹화되고, 지금 패드 안에는 수술자 중심 영상이 재생되고 있어서 기껏해야 피 묻은 도구, 피에 젖은 거즈 정도만 비출 뿐, 환자의 신체와 수술 부위는 보이지 않았다.
전칠과 도평은 서로 기댄 채 중간에 둔 패드 액정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봤다.
“내 아들 참 대단하네.”
도평은 매우 진지하게 영상을 봤다. 진료소 위에 살지만, 진료실에 거의 내려가지도 않아서 새로 지은 처치실과 수술실엔 더더욱 들어간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일반인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병원과 수술실 상황을 상상하는 정도였다.
이렇게 한 무리 사람에게 둘러싸여 수술을 진행하는 아들을 보니 매우 위안이 되었다. 항상 누군가에 둘러싸여 사진 찍히거나 낯선 연예계 사람들의 칭찬 듣는 아들보다 지금 이런 아들의 모습이 훨씬 마음에 놓였다.
전칠 역시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능 선생님은 정말 되게 멋지죠.”
“능연은 어릴 때부터 성적이 좋았어요. 그래도 막강한 경쟁자를 자주 만났지. 초등학교 때부터 대단한 여학생이 능연 반에 자주 전학 왔어요. 중학교 땐 더했지. 수학 경시대회, 영어 경시대회에 함께 참가했던 여학생들은 시합이 끝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학 왔다니까. 각지에서 상을 받은 학생들인데, 전학 오겠다고 하니까 학교 측에서도 좋아서 어쩔 줄 몰랐지. 그리고 또 남학생들도 따라 전학 오고……. 내가 알았을 땐 이미 늦었다니까. 게다가 정말로 대단한 아이도 많았어요. 우리 능연을 이기겠다고 얼마나 이를 악물었는지, 그 바람에 능연이 일등을 많이 못 했잖아. 너무 아까워요.”
“능 선생 너무 멋져요.”
“수술실 좋네. 이 표정 좀 봐요. 지금 웃고 있는 거예요.”
“와, 정말요? 멋져요!”
전칠과 도평은 각자 제 할 말만 하면서도 말이 참 잘 통했다. 능연은 오늘 예상한 것보다 진료소가 조용하고 쾌적하다고 생각하며 묵묵히 차를 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