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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그레이트 닥터-854화 (833/877)

심야.

운화병원 응급센터는 평소보다 더 바쁘게 돌아갔고, 의사들은 다들 앞다퉈 수술하고 있었다. 특히 트레이닝 캠프의 연수의들은 어렵게 수술 기회가 생기면 나중에 혹시라도 병상이 없다는 이유로 기회를 잃지 않도록 서둘러 수술을 끝냈다. 구(區), 현에서 온 환자의 전원 신청도 대량 승인되어 환자가 밤새 몰려들었다.

다른 치료팀 팀장들로서는 지금 침대를 비우는 건 늑대를 집 안으로 끌어들이는 꼴이었다. 능연이 이미 돌아온 데다가, 치료팀 원이 푹 쉬고 있으니, 앞으로 하루 이틀 사이가 수술량을 채우는 적기가 될 것이다. 내일이 지나면, 타지에서 온 이런 환자, 심지어 현지의 응급환자도 모두 성립 혹은 육군병원 등 다른 병원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

수술실이 빡빡하게 돌아갔지만, 그래도 의사들은 대체로 기분이 좋은 편이었다. 운화병원 응급의학과가 응급센터로 승격한 이래, 리소스를 획득하는 능력이 대대적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긴 시간 발전해 오면서 이제 지역 탑의 기세를 제법 갖췄다.

이런 상황이니 병원 응급센터의 부하량이 쉴 새 없이 늘고 있었다. 그러나 창서성 내 주민이 가장 우선으로 선택하는 병원이 된다는 건 역시 짜릿한 일이었다. 우선, 진료과 내부의 상황으로 진료받을 수 있다. 상황이 가능하면 환자를 더 많이 받고, 침상이 부족하거나 환자를 받을 상황이 아니면 당연히 인원을 줄이면서 탄력 있게 운영하면 된다. 여기서 말하는 탄력이란 다름 아닌 레지던트와 연수의들로, 그들이 지쳐 죽지 않는 상태에서 진료과를 풀로 운영할 수 있고, 그건 대부분에게 가장 행복한 일이다.

이런 일로 행복함을 느끼지 못하는 의사는 병원에서 오래 버티지 못한다.

여원도 응급실에서 바삐 오가고 있었다. 오늘 특히 기운이 좋아서 논문을 쓰다 말고 아래로 내려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가끔 레지던트를 만나면 존경하는 눈빛도 받을 수 있고 말이다.

그녀는 지금 꽤 이름난 응급센터 의사였다. 동료들 사이에서 월등한 논문 수는 둘째치고, 이물질 제거로 시작된 유명세도 점점 높아졌다. 가끔 생선 가시가 목에 걸린 아이의 부모님이 이런저런 복잡한 상황에서, 다른 병원의 추천을 받고 여원을 찾아왔다.

식도 이물 제거와 인후 이물 제거 외에 소화도 이물 제거, 음도 이물 제거, 직장 이물 제거에서도 성공률이 매우 높았고, 여원은 병원뿐만 아니라 현지 의학계에서도 꽤 유명해졌다. 직접 병원으로 찾아온 환자뿐만 아니라 다른 병원에서 추천받아서 온 환자까지 처리하면서 평균치 이상의 확률을 유지하는 건 상당히 대단한 일이었다.

대부분 의사는 평생 노력해도, 동료에게 어느 영역에서 가장 먼저 추천받는 의사가 되기 힘들다. 그런 면으로 보면 여원은 임상 방면에서 이미 성과를 거뒀다고 봐도 좋다. 더 나아가, 운화 지역에서 이물질이 걸려 꺼내지 못한 환자는 수술 전에 여원부터 찾아서 문의한다. 여원은 이물질 제거술의 수퍼 세이버가 되었다.

여원은 복도에서 자는 어느 보호자를 지나치며 모 당직 주치의를 향해 손을 휘둘렀다. 갈수록 운화병원 생활에 적응하는 느낌이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변두리 병원을 찾아봐야 하나 고민했었는데, 그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아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운화병원 같은 병원이야말로 그녀에게 가장 어울리는 병원이었다.

고급 삼갑병원에 필요한 과학 연구 능력이 있는 임상 의사, 이게 여원이 자리 잡은 밑천이다. 또 한편으로 이물질 제거 같은 작은 스킬은 큰 병원에서나 쓸모가 있다.

사실상 기층 병원일수록 전체를 커버할 수 있는 의사가 필요하고, 고급 병원일수록 기술이 전문화된 의사가 필요하다. 이물질 제거 같은 일도, 운화병원에서는 달마다 두 자릿수의 환자를 만나지만, 마을 병원이라면 배꼽 아래의 이물질 제거는 차라리 몇십 킬로 더 걸으려고 하지 병원을 찾지 않을 것이다.

그때 여원의 핸드폰이 옷 안에서 윙윙 울렸다. 핸드폰을 들어 본 여원은 능연이 아니고, 곽 주임도 아니고 좌자전의 전화도 아닌 걸 확인하고는 일단 안도한 후에야 전화를 받았다.

-여 선생님, 저 소강입니다. 전에 한 번 진료받은 적 있습니다. 그때 파마머리에 청바지 입었었어요. 키는 186…….

“모르겠습니다.”

여원이 냉랭하게 상대의 말을 잘랐다.

-그 왜 있잖아요. 뒤에서 장난감 꺼낸…….

“어떤 장난감이었는데요.”

-그게……. 울트라맨에 나오는 거요.

“울트라맨이요? 아님 괴수요?”

-울트라맨이요. 아니, 괴수는 너무 두껍잖아요.

“어느 울트라맨이요?”

전화 너머 사람이 얼떨떨해졌다.

-예에? 그걸 제가 어떻게 압니까. 그냥 아무거나 산 건데.

“뿔 두 개가 위로 올라간 건 원조 울트라맨과 타로 울트라맨, 둥그런 뿔이 아래로 향한 건 티가. 가이아, 나이스, 에이스도 초기 울트라맨처럼 중간에 둥근 뿔이 있죠.”

-어. 그럼 원조 울트라맨일 겁니다.

“아, 생각났어요. 왜 전화하셨어요?”

여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어도 전화 너머에서 한참 동안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옆에서 누가 재촉했는지 살며시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 난감한 상황이 생겨서요…….

“원조 울트라맨보다요?”

순간 흥미가 생긴 여원은 진지하게 들을 생각으로 둥근 의자로 뛰어 올라갔다. 전화 너머에서 살며시 ‘음’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말이 이어졌다.

-아시다시피, 제가 탑, 바텀 다 되잖습니까.

“전 모르는데요.”

-아무튼, 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본인이란 말이죠? ”

-아니요, 정말 친구입니다. 지금 앞에 앉아 있어요. 얘가 초보라서, 관장을 제대로 못 했는지, 여기저기 다 튀었습니다. 그래서 혹시 문제가 생길까 봐 전화했습니다.

전화 너머 남자는 혹시라도 전화가 끊어지면 다시 걸 용기가 없다는 듯이 매우 빠르게 이야기했다. 여원은 목소리를 낮춰서 물었다.

“여기저기 다 튀었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그러니까, 침대, 이불, 천장 다 더러워졌습니다. 범죄 현장 같아요. 아니, 제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게 아니라. 제 말은……. 혹시 우리가 너무 자극적으로 놀다가 직장 손상이 된 게 아닌가 해서요. 그런데 너무 더러워서…….

“괜찮아요. 데리고 오세요.”

여원은 은근히 부드러움이 느껴질 정도로 목소리가 느긋해졌다. 여원이 감정을 억누르고 있음을 눈치챈 전화 너머 남자는 순간 흥분했다.

-보기엔 좀 그럴 거예요. 여 선생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갈게요…….

한때 울트라맨의 아버지를 몸에 수용했었던 남자가 곧 ‘친구’를 데리고 응급센터로 왔다.

여원은 특별히 잘 아는 실습생을 보내 마중했다. 잠시 후, 실습생이 미간을 찌푸린 채 침대를 밀고 들어왔다. 침대가 지나가는 곳마다 모두가 미간을 찌푸리고 코를 틀어쥐고 싫다는 표정을 지었다. 의문스러운 얼굴을 조금 드러내며 냄새의 출처를 찾는 사람도 있었는데, 출처를 확인한 후엔 멘탈이 더 심하게 붕괴할 뿐이었다.

“여 선생님, 아무리 선생님이라도 이건 너무……. 진해요.”

실습생이 저도 모르게 투덜거리고는 여원이 말을 꺼내기 전에 줄행랑쳤다. 여원은 당연히 조금도 쫄지 않았고, 의연하게 다가가서는 병상에 웅크리고 있는 환자를 코도 찡그리지 않고 살폈다.

밖으로 드러난 얼굴과 손은 아침에 씻었는지, 그래도 깨끗했다. 그러나 머리카락은 깨끗하게 씻지 못해서 누런 오물이 보였다. 그리고 환자가 지금 풍기는 냄새로 봐서, 이불 안에 감춰진 그의 몸엔 더 많은 내용물이 붙어 있을 것이다.

“창상 절제실로 바로 보낼게요.”

여원이 제대로 보기도 전에 간호사가 벌써 안달이었다. 창상 절제실은 오염 수술실이고, 결정적으로 문과 통풍로가 있다. 그거면 충분했다.

여원도 당연히 반대하지 않고 싱긋 웃으며 따라 들어갔다.

“거기, 넌 남아 있어.”

여원은 모든 이가 달아나기 전에 실습생 한 명을 찍었다. 2초 후, 창상 절제실 문이 굳게 닫혔다. 실습생은 ‘어차피 내 이름을 부른 것도 아닌데 차라리…….’하고 생각하며 여원을 바라봤다.

“항문 수술해 봤어?”

“수술이요?”

여원의 물음에 실습생이 부르르 떨었다. 갑자기 코를 찌르는 냄새도 적응되는 것 같고 흐린 눈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졌다.

“아니요. 수술해야 하나요?”

“이따 할 거야. 항문 바이탈 검사부터 좀 해봐.”

여원은 뒤로 물러나서 장갑을 끼는 동시에 186cm인 울트라맨 아버지 수용남에게 말했다.

“환자를 수술 베드에 올리는 것 좀 도와주세요. 그리고 받침대도 좀 가지고 오시고요. 저쪽에 있는 거 세 개요.”

비슷한 상황에 익숙한 여원은 아예 환자 보호자를 지휘하기 시작했다. 이것도 중국의 특색이었다. 규칙엔 어긋나지만, 특수 상황에서는 간호사나 조무사를 부르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었다.

울트라남은 환자를 감싸고 있는 담요를 착착 풀었다. 발효된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담요 아래 똥칠남은 안색이 창백한 것이, 멘탈, 육체 모두 바닥이었다.

실습생은 눈이 다 시릴 지경이 되어서 이런 수술 욕심낸 게 잘한 건가 아닌가 의심하기 시작했다.

울트라남마저 눈이 다 따가워서 절로 화가 났다.

“야! 이렇게 관장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뭐가 그렇게 급해서!”

“네가 급할까 봐 그랬지!”

똥칠남도 기분이 엉망이었다.

“검사 좀 할게요. 엎드릴 수 있어요?”

여원은 그들이 싸우는 걸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시골 출신에 의대에 합격한 사람이라면 이런 가십을 토 나올 정도로 들었다. 눈앞의 광경은 조금 특별하긴 해도, 나, 여원님에게는 대수로울 것도 없다, 랄까.

그녀는 그저 묵묵히 일하고, 샘플 채취하고, 상세한 관찰 일기를 기록할 뿐이었다.

“조금만 참으세요…….”

실습생은 환자가 자세 잡는 걸 도와주고는 인생의 회의를 느끼면서 손가락을 넣어 검사했다. 가능한 한 자세히.

“시작했나요?”

똥칠남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네.”

실습생의 목소리는 더 우울했고.

“아~ 아~”

똥칠남이 갑자기 부르르 떨었다. 여원이 곁눈으로 힐끔 봤더니, 전립선을 만진 것이었다.

“검사 끝났습니다.”

실습생은 장갑을 벗고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튀어나온 부분이 좀 있는데, 아마 치질일 겁니다.”

“그래. 정리 좀 하자.”

여원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거즈를 들고 큼직큼직하게 몸을 닦기 시작했다. 아직 더 싸우려던 두 사람은 약속한 듯이 입을 다물었다. 이런 꼴이 되었는데 의사가 몸을 다 닦아 주다니. 얼마나 투철한 정신인가!

몸은 말랐지만, 마음은 넓다!

키는 작지만, 의지는 높다!

몸은 작지만, 덕은 방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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