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855화 (834/877)

능연이 응급센터에 도착했을 때, 내과는 화기애애했다.

청결한 병실 환경, 가지런한 진료 질서, 깔끔하게 세척된 기구와 설비…….

능연은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정처 없이 안을 돌아다녔다. 소식을 들은 좌자전이 잰걸음으로 달려오자 그 자리에 있던 초짜 의사들도 살짝 안도했다.

능연이 누굴 질책하는 일은 거의 드물지만, 일하는데 보스가 지켜보는 느낌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능연이 누군가를 질타할 때라면 상대하기 더 어렵다는 건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전문성이 필요한 질문을 받게 되면 얼굴과 귀가 시뻘게지기에 십상이라 꼴이 말이 아니게 된다.

좌자전이 쿠션이 되어주면 그래도 훨씬 낫다. 그래서 헐떡거리며 지친 좌자전의 모습을 보게 되어도 다들 ‘오늘 날씨 좋네요’하고 따사롭게 그를 위로해준다.

“오늘 할 만한 수술, 뭐가 있어요?”

전에는 닥치는 대로 수술했지만, 요즘엔 수술량이 갈수록 많아져서 골라서 하고 있다.

“오늘 눈에 띄는 건, 간 절제 수술이 있고, 다빈치 수술도 몇 개 할래?”

“좋아요.”

“오키요.”

좌자전은 작은 노트를 꺼내 기록하고는 말을 이었다.

“오후나 되어야 수술할 거야. 주임님이 오늘 전체 진료과 협진 여셨는데, 님은 어쩔래? 좀 쉴래 아니면…….”

“어려운 케이스 있나요?”

“대부분 확인하고 검사하는 거야.”

좌자전은 사실 내심 조금 들뜬 상태였다. 기술력이 가장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능연이 가장 드러나는 부분.

병원 의사들이 항상 기술을 중시하는가 하면 바로 별별 케이스를 다 보게 되는 온갖 환경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등급이 다른 병원마다 그런 특수 케이스를 상대하는 기술 등급에 대한 요구도 다 다르다. 정말로 수준이 너무 떨어지는 의사는 협진할 때 자폐가 생길 정도로 코너에 몰린다.

곽 주임은 요즘 이런 행사에 매우 열정적이고, 좌자전은 곽 주임이 능연에게 자리를 넘겨주는 과정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능연 본인은 조금 아쉬워하며 고개를 저었다.

“전체 진료과 협진은 조금 시간 낭비 느낌이라서요.”

“수술 건 별 협진이 아니라 포괄적 디스커싱이라더라고.”

좌자전이 서둘러 설명하자 능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음, 그렇다면 괜찮은 것도 같고……. 그럼 이왕이면 몇 사람 더 불러오죠.”

“말씀하십쇼.”

“정형, 간담췌, 심장도 물어보고 사람 보내라고 하세요. 케이스 들고 와도 되고요.”

능연은 그렇게 해야 적합하다고 생각했고, 좌자전은 몰래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정형외과면 몰라도 간담췌, 심장외과까지 연락해서 불러오라니, 조금 난감한 상황이었다.

“주임님들, 오늘 바쁠걸. 간담췌나 심장은 바빠서 못 올 거야.”

“그쪽도 복합 수술실 수술에 참여하니까, 와서 같이 토론하면 좋잖아요.”

능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꼭 주임님이 올 필요도 없어요. 아무나 오면 돼요.”

복합 수술실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각 진료과 의사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했다. 그 문제를 순간 인식한 좌자전은 속으로 뫄뫄 진료과를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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