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859화 (838/877)

“능연, 이리 봐 보게. 좋은 일이 있어.”

곽종군이 이야기가 잘 됐는지 들뜬 얼굴로 능연을 향해 손짓했다. 능연은 진민과 경찰견 밤톨이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오히려 의외라고 생각하며 물었다.

“좋은 일이라고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그 말에 곽종군은 잠시 얼떨떨해하다가 이내 기뻐하며 대답했다.

“육군병원 유 주임도 나서서 하려고 하는 일이니까!”

곽종군 님이 얼마나 체면을 중시하는지는 옛이야기 하나로 설명할 수 있다. 어느 날, 곽종군이 남 욕을 하다 하다 말문이 막힌 적이 있었다. 그는 그 후로 3개월이라는 시간을 들여 관련 프로젝트를 하고, 논문 두 편을 썼으며 여러 학회를 조직하고 참여한 끝에 상대를 6개월 동안 욕하며 쫓아다녔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곽종군이 욕하다가 말문이 막히면 상대가 알아서 떡밥을 제공해 주기에 이르렀다.

육군병원 유 주임은 곽종군의 숙적이었고, 응급센터 위치를 함부로 이동할 수 없어서 그렇지, 곽종군이라면 충분히 육군병원 응급센터 맞은편에 운화병원 응급센터를 세우고 맞짱 뜰 사람이었다.

그러나 운화병원 응급센터는 지금 더할 나위 없이 강세였고, 육군병원은 병참기지의 역할도 있어서 활발히 돌아갔다. 운화 사람이 전부 육군병원 응급실에 가지 않는다고 해도 환자가 줄어들 일은 거의 없다.

곽종군은 이 나이 들어 보이는, 제각기 다르게 늙어 보이는, 노안 정도가 달라 보이는 중년 남자들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그것에 대해 별생각이 없었다.

옛말 그른 것 없다고, 명의와 미인은 같다는데, 사람을 많이 만날수록 기술이 좋아지고, 유명해질수록 더 잘 팔린다. 타지에서 온 사람일수록, 세심하게 모실수록 유명세가 커지고, 견문이 넓어지고, 사업이 발전한다.

군 관련 사람이 찾아왔으니 곽종군이 잘 보이려 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른 건 몰라도, 유 주임 때문이라도 절대로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능연을 찾아오셨다면, 매우 잘 찾아오신 겁니다. 제가 겸손하게 한 말씀 드리자면, 능연은 우리 창서성에서 가장 뛰어난 응급 의사입니다.”

곽종군은 중년 남자들 앞에서 겸손하게 부풀리면서 그 김에 유 주임도 짓눌렀다. 곽종군을 만나서 드디어 리듬을 찾은 중년 남자들도 껄껄 웃으며 대응했다.

“우린 이번에 전국적으로 후보를 찾고 있는 겁니다.”

곽종군도 능연이 전국에서 가장 뛰어난 응급 의사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밉보일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 그러나 곽종군은 대화할 때 남에게 지는 법 없이 없었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전국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응급 쪽 의사를 찾으러 오신 거라면, 능연을 찾은 이상 다른 후보는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사람을 살리고 치료할 필요가 없다면, 제 말을 못 들은 거로 하시고요.”

“당연히 사람을 살리고 치료해야지요…….”

“그런데 뭘 고르고 따집니까?”

곽종군은 기세가 등등해져서 턱을 살짝 치켜들며 말을 이었다.

“사람 살리고 치료하는 건 복잡할 것 하나 없습니다. 환자가 실려 오면 의사는 증상을 판단합니다. 양쪽 모두 운이 좋으면 살아나고, 그중 하나라도 운이 안 좋으면 죽습니다. 최고의 의사? 그런 것 없습니다. 아무리 최고라도 의사는 사람이지, 신이 아니잖습니까?”

“일단 진정하세요.”

남자들은 곽종군 때문에 놀라지 않았고, 나이 들어 보이는 중년 남자가 이번에도 나섰다.

“이번 일의 성질이 달라서 그러는 겁니다. 단순히 실력 좋은 의사를 바라는 게 아니고, 다른 방면의 능력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능 선생은 젊으니까 체력은 좋겠지만, 극한 상황 대처 능력이 어떤지, 응급 대처 경험은 풍부한지, 모두 우리가 고려해야 할 문제입니다.”

곽종군은 공격적으로 나왔다.

“내가 보기에 역시 제대로 짚지 못한 것 같군요. 이렇게 이야기해 보죠, 능연 같은 젊은 의사가 유명해지려면 나이 많은 의사보다 훨씬 어렵겠죠? 그런데 이렇게나 이름을 떨쳤습니다. 그럼 나이 많은 의사보다 얼마나 막강할까요? 극한 상황 대처 능력? 경험? 그에 관해서라면 우리 능연은 강하면 강했지 약할 일은 없습니다.”

남자들은 놀랍게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돈을 쓰러 온 거라면, 곽종군 같은 셀러를 만난 순간 분명 화를 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목적은 명확했고, 그래서 오히려 곽종군의 말을 곱씹어 볼 수밖에 없었다.

남자들은 바로 한곳에서 모여서 귀엽게 핀 꽃처럼 머리통을 맞대고 상의한 끝에, 큰 부담을 털어낸 듯한 표정을 지었다.

“능 선생, 우리 일이 군 업무라는 걸 능 선생도 알고 있죠?”

숙성도가 다른 노안 중년 남자는 다시 입을 열며 조금 위엄을 부렸다. 곽종군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로 돌아가서 앉았다.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된 이상, 유 주임은 희망이 없어졌으니 구체적인 내용은 이제 걱정할 것이 없었다.

그의 말대로 능연은 전 세계로 보아도 가장 막강한 응급 의사고, 능연이 할 수 없는 일이라면 다른 의사는 더 엉망일 뿐이었다.

줄곧 이야기를 듣고 있던 능연도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의료 이송 임무, 이송 지점은 국경, 일정 위험성 있음. 물론 최대한 안전은 보장할 겁니다. 하지만 그래도 위험은 있어요. 받아들이겠습니까?”

“네.”

숙성된 노안이 묻는 말에 능연은 매우 간단히 대답했고, 숙성된 노안은 조금 흡족해졌다.

“그럼 됐습니다. 바로 준비하죠. 구체적인 임무 시간은 사전에 통지하겠습…….”

“잠시만요. 임무 내용은 단순히 의료 이송입니까?”

“물론 치료도 임무에 포함됩니다. 이송한 다음에 치료합니다.”

“의료 부분 결정은 제가 합니까, 아니면 다른 사람이 합니까?”

능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묻는 말에 숙성된 노안은 껄껄 웃었다.

“수술실에서 수술할 때도 팀으로 하지 않습니까. 의사 여럿이 함께 참여하게 되는 거니까, 상의해서 하면 됩니다.”

“그건 안 됩니다. 수술실에서도 결정권자는 한 사람입니다. 하물며 의료 이송인데요.”

능연은 단호하게 말했고, 곽종군도 눈살을 찌푸리며 돌아섰다.

“고작 어시 구하자고 이렇게 고르고 고른 건 아니지 않습니까?”

숙성된 노안이 잠시 주저하다가 말했다.

“그게……. 우리도 다른 의사 의견을 구해야 해서…….”

“예, 가서 물어보세요. 승복할 수 없거나, 우리 능연이 지휘하는 게 싫다면 그중에서 책임자를 뽑으라고 하세요. 대체 누가 그럴 자신이 있는지 궁금하군요. 지금 바로 물어보시지요.”

곽종군은 매우 자신 있었다. 능연이 요 몇 년 쌓아온 명성만으로도, 그를 지휘할 엄두를 내는 의사는 손에 꼽힐 것이다.

의사는 모호하게 책임 회피할 수 있는 다른 업계와 다르다. 특히 응급상황에서는 명령마다 다른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즉시 실력이 드러난다. 택일 수술은 사전에 준비할 수 있지만, 응급 수술은 사전 준비할 여력이 없다.

지금 단계에서 능연을 지휘할 자격이 있고, 지휘할 수 있는 의사라도 절대로 이번 의료 이송에 자신의 경력과 명성을 걸지 않을 것이다.

숙성된 노안은 미간을 찌푸리고 전화하러 갔다가 잠시 후엔 다시 미소를 잔뜩 지으며 돌아왔다.

“그것참……. 의료 부분은 모두 능 선생이 결정하는 걸로 다들 동의했습니다.”

능연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며 잠깐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시간이 되면 다 같이 모여서 손 맞춰 보는 것도 좋고요.”

“모의 훈련을 한 번 해보자는 말입니까?”

“리얼한 이송, 리얼한 협력으로요.”

능연이 그렇게 말하며 바라보자 곽종군은 허벅지를 내리쳤다.

“그거 좋군. 그쪽은 이송 거리하고 이송 방식, 장비 결정하세요. 환자는 내가 찾겠습니다.”

“그게……. 예, 그럽시다.”

숙성된 노안은 일이 이렇게 되리라 생각하지 못했지만, 경비 문제도 고려하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 그런데 곽종군의 얼굴은 조금 더 진지해졌다. 이렇게 시원스럽게 결정되었으니, 책임감이 더 무거워진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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